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79
179
야 다 모여.
하객들이 식장 안에 자리를 잡고, 몇 분 지나 박동수와 서수련의 결혼예식이 시작되었다.
정세준의 사회 목소리에 식장 안으로 들어선 아위 멤버들은 하객 자리에 앉지 않고 벽에 기대섰다.
‘너네가 나가는 걸 동수 형이 잘 보게 해야 해.’
정세준의 조언을 따라 맨 뒤에 선 것도 아니고, 측면에 붙은 것이다.
정세준이 개식 선언을 하고, 자기소개하는 도중에 벽에 선 아위 멤버들을 흘끔 쳐다봤다.
‘너무 티 나는데.’
다행인 것은 어디를 앉아야 할지 고민하던 피버 멤버들도 눈치껏 아위의 옆에 서 있어서 그나마 티가 덜 난다는 점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회를 맡은 블랙러시의 정세준입니다.”
정세준은 결혼식 사회도 잘 봤다. 개식 선언과 화촉 점화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신랑 입장의 시간이 되었다.
“그럼, 신랑 입장이 있겠습니다! 여러분들 따뜻한 박수로 맞아 주세요!”
“멋있다!”
“잘생겼다!”
블랙러시 멤버들이 크게 외쳤다. 아위도 질 수 없다는 듯 휘파람을 불면서 환호했다.
목소리 총대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목소리를 내기 쉬워진다. 블랙러시와 아위 덕분에 하객들도 적극적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엄숙했던 식장 분위기가 금세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아 신랑분, 너무 빨리 오시는 거 아닙니까?”
정세준이 중간 멘트를 칠 필요도 없었다. 박동수가 경직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넓은 보폭에 빠른 걸음 탓에 순식간에 맨 앞쪽에 섰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린 것 같죠? 유부남분들 어떠세요? 다가올 지옥을 맞이하는 남자의 모습은?”
하객들이 하하 웃었다.
이어서 신부 입장이 시작됐다.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서수련이 부친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어우, 내가 다 기분 이상하다.”
“대표님, 어디 계셨어요?”
“명진이랑 잠시 얘기하다 왔지.”
어느새 아위의 옆에 선 대표가 감격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란히 선 박동수와 서수련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작 신랑과 신부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만 달고서는 덤덤한 표정이었는데 대표만 혼자서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조태웅이 웃으면서 말했다.
“누가 보면 대표님이 결혼하는 줄 알겠어요.”
“내가 쟤네들을 본 세월이 얼마인데….”
회사 설립 때부터 함께해 온 서수련과 소속 아이돌 그룹을 서포트하면서 회사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박동수의 결혼이었다.
이병헌은 자신의 혈육을 결혼시키는 것마냥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주혁아, 서프라이즈는 어떻게 되어 가니?”
“세준이 형이랑 맞추기로 했어요.”
“좋아.”
“대표님도 이런 거 엄청 좋아하시네요.”
물론 다가올 서프라이즈에 감동도 묻혔다. 대표의 얼굴에서 아련한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짓궂음만 남았다.
“이런 걸 안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긴 해요. 저희도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하거든요.”
“잘할 수 있지?”
“대표님 상상보다 그 이상일걸요? 걱정 마세요.”
박진혁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병헌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네 뭐 더 준비한 거 있지?”
“네? 에이, 아니에요.”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곡까지 새로 만들어 왔다는 사실까지 말해 버릴 것 같아서 김 현이 박진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때마침, 정세준이 일러 준 시간이 다가왔다.
‘성혼 선언하는 도중에 나가.’
정세준의 지시에 따른 멤버들이 일부러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정세준이 없었으면 서프라이즈는 시도해 보기 전에 끝났을지도 모른다.
“얘들아, 좀만 비켜 줄래?”
“형들 어디 가요?”
“우리? 스케줄 가.”
“스케줄이요?”
피버 임노을이 식장을 빠져나가는 아위 멤버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하얀에게 말했다.
“보통 이런 날에는 스케줄 안 잡지 않아?”
“그러게, 뭐지?”
장신의 남자 7명이 순식간에 식장 밖으로 나가자 하객 중 일부가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신랑 신부는 하객들을 등지고 서 있지 않았다. 하객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는데, 그래서 식장을 빠져나가는 아위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너무 티 난다, 얘들아.’
일부러 급하게 움직이는 아위 멤버들을 보며 박동수가 웃음을 참았다.
‘뭐야? 갑자기 왜 나가?’
아위의 돌발 행동에 약간 당황했던 서수련은 박동수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쟤네들이 뭘 하려고 이런담.’
서수련이 피식 웃었다.
식장의 문을 닫고 나온 멤버들은 멀뚱히 서서 그들의 순서를 기다렸다.
“우리 약간 망한 거 같지 않아?”
“왜?”
“동수 형 표정 보니까 들킨 거 같은데.”
“진짜?”
이안의 말에 멤버들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이어지는 김주영의 말에 순식간에 밝아졌다.
“…하지만 동수 형도 우리가 곡을 아예 만들어 왔다는 것은 모르겠지.”
“그렇지.”
멤버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김명진이 미리 언질을 줬는지 식장 스태프가 그들에게 마이크를 전달했다.
“명진이 형 진짜 작정하고 준비했네.”
“대표님 지분도 있을걸? MR 전달은 어떻게 됐어?”
“아까 명진이 형한테 넘겼어요.”
조태웅은 오랜만에 잡아 보는 마이크에 어색한 듯 손목을 돌리고 있었다.
“우리 이대로 다 같이 들어가면 너무 심심한 것 같지 않냐?”
아까부터 무언가를 고민하던 김 현이 대뜸 말했다.
“우리 양옆 중앙으로 찢어지자.”
무대 연출에 관심이 많은 김 현은 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식장의 구조를 계속 눈에 담았었다. 그냥 덩그러니 서서 부르는 것보다는 연출이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보니까 이렇게 숙이면 신랑 신부 쪽에서는 잘 안 보일 것 같더라고.”
김 현이 상체를 푹 숙였다.
“오, 그래서?”
“이안이가 먼저 도입부 불러서 시선 집중시키고, 다음 파트, 태웅이랑 주영이가 고개 숙이고 앞쪽으로 달려가서 자기 파트 부를 때 일어나는 거지.”
“좋아. 역시 현이 형. 이런 거 생각할 줄 알았어.”
김 현의 브리핑대로 동선을 정리한 멤버들이 식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정세준의 진행을 귀 기울여 들었다.
한참을 말없이 대기하던 아위 멤버들의 귓가에 조태웅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 중학교 때 생각난다.”
“뭔데?”
옆에 서 있던 이안이 물었다.
“나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담임 결혼식 못 갔거든. 그때 같은 반 애들이 축가 준비해서 불렀다고 자기들끼리 아는 얘기 하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는데.”
“그래?”
“그때 애들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그렇게 말하니 이안도 약간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그도 전생 때에는 데뷔만 보고 사느라 학창 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으니까.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언제 들어가?”
“신랑 신부 행진 전에 우리 부른대. 블랙러시 형들 축가 부르고 한 5분 뒤쯤?”
박진혁과 이주혁이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야 다 모여.”
“오랜만에 해야지.”
다른 멤버들이 동그랗게 모여 손을 얹었다. 마지막으로 손을 얹은 조태웅이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김 현과 이주혁이 말했다.
“비공식 무대도 무대는 무대다.”
“하지만 주인공은 동수 형이랑 이사님이라는 거 잊지 말고. 너무 튀지 않게만 하자.”
“우리 존재가 이미 튀지 않아?”
“어쨌든.”
식장 안에서는 양가 부모님의 덕담 시간이 끝나고 블랙러시의 축가 전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호는 어떻게 해?”
“당연히 이거지. We are who We are?”
“AWY!”
멤버들은 이런 구호 시간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너무 큰 소리로 외쳐 버렸다. 뒤늦게 깨달은 멤버들이 어깨를 움츠렸다.
“우리 너무 소리 지른 거 아니에요?”
“저 형들 축가에 묻히지 않았을까?”
말이 끝나자마자 블랙러시의 축가가 끝나고 식이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동시에 아위 멤버들이 쥐고 있던 마이크에 불이 들어왔다.
“와 좀만 늦게 구호 외쳤으면 이거 통해서 다 들렸겠다.”
김 현이 식겁했다.
이안을 중앙에 남겨 둔 채 멤버들은 양옆으로 멀어졌다. 식장 스태프가 문을 열기 위해 다가왔다.
“자, 신랑 신부분의 행진으로 결혼식을 마무리하기 전에! 특별한 이벤트가 하나 남아 있는데요!”
정세준이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표정에서는 장난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는데, 그 표정을 본 박동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거구나….”
“뭐 있지? 너도 알아?”
“아니, 나도 잘 몰라.”
박동수와 서수련이 속닥거렸다. 그 사이 이주혁이 미리 가져온 음원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식장의 문이 열렸다. 문 앞 중앙에 홀로 서 있는 이안이 마이크를 들었다.
“뭐야?”
“축가 다 끝나지 않았어?”
하객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이안은 버진로드를 천천히 걸어오면서 첫 소절을 불렀다.
“나 오늘 이 순간
사랑을 말할 거예요”
이안의 맑은 음색과 크게 울리는 목소리가 식장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치 가스펠을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안의 음색에 소름이 돋은 하객들이 환호하는 사이, 은밀히 들어온 조태웅과 김주영이 몸을 낮게 숙인 채 제자리를 찾아갔다.
“어?”
정세준이 고개를 들었다. 처음 들어 보는 곡이었다. 물론 그가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음원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 스타일에서 아위 작곡 멤버들의 스타일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아, 이건 반칙이지.”
축가를 직접 작곡해 오다니. 정세준이 허탈하게 웃었다.
‘실력은 뭐 이리 늘었어? 쫄리잖아.’
아위의 데뷔 초 때만 해도 그가 아위의 곡을 프로듀싱했는데 이제는 그들의 곡을 받아야 할 판이었다. 정세준은 입술이 말라 가는 것 같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안의 파트가 끝나고 멀뚱히 벽에 서 있던 피버 멤버들 사이로 조태웅이 갑자기 튀어나와 노래를 이어 불렀다.
“당신과 함께 걸어갈 이 순간이
맞잡은 손처럼 영원하길 원해요”
하객들의 환호성이 유난히 커진 느낌을 받았다. 조태웅은 노래를 부르면서 천천히 걸어가 이안의 옆에 섰다.
‘아, 좋다 진짜.’
오랜만의 무대였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관객이 된 하객들을 바라보고, 박동수와 서수련은 그런 조태웅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이어서 김주영이 다음 소절을 부르더니, 문밖에 있던 나머지 4인의 멤버들이 신랑 신부 앞으로 걸어오면서 노래를 열창했다.
“와, 진혁이가 노래를 다 부르네?”
“잘하는데?”
이주혁은 아위의 수록곡에서 가끔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박진혁은 오로지 랩 외길 인생이었다. 박진혁의 음악 스타일 변신에 박동수와 서수련이 입을 벌렸다.
“네! 마지막 축가 이벤트, 아위였습니다! 제가 눈치챈 게 있는데 축가로 부르는 곡이 저는 처음 들어 보는 노래거든요? 다들 그렇죠? 주혁 씨, 어떻게 된 겁니까?”
진짜 작곡한 것인지 궁금해진 정세준이 속사포로 말했다.
“저희가 두 분의 결혼식을 위해 특별히 곡을 만들고 녹음까지 했습니다.”
“이건 음원으로도 안 나올걸요?”
“어디 공개 안 하고 신랑, 신부분께만 드릴 예정입니다.”
이주혁과 박진혁, 김주영이 헤죽 웃으면서 말했다. 서수련이 감격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결혼 축하드려요!”
아위 멤버들이 상체를 꾸벅 굽혔다.
* * *
박동수와 서수련의 결혼식이 끝나고, 하객들은 식사를 하러 갔고 아위 멤버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못 울렸어, 젠장.”
“아까 동수 형 표정 봤어? 덤덤하던데.”
“동수 형은 감수성이라는 게 없나?”
“아씨, 오늘이 각이었는데.”
그들은 못내 아쉬워서 혀를 쯧 찼다.
* * *
그리고 박동수가 뒤늦게 훌쩍거렸다는 사실을 아위 멤버들은 모르고 있었다.
“아까 울 뻔했지?”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서수련이 박동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박동수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어.”
“그냥 울어 버리지. 울어도 괜찮은 분위기였잖아.”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이미 눈치챘지만, 그래도 준비해 줬다는 것이 기뻤었다. 그런데 그들을 위한 곡까지 준비해 왔다니.
박동수는 감격스러웠지만 애써 눈물을 참았다. 자신이 맡았던 아이들 앞에서는 왠지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게 이유였다.
“애들 앞에서, 쪽팔리잖아.”
“으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