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81
181
나 거기 가서 뭐 하냐?
“아뇨, 안 울었어요. 눈에 뭐가 들어가서.”
웃기고 있네. 이안이 코웃음을 쳤다.
임노을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고개만 살짝 젓고는 고개를 숙였는데, 그의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에서 유명 포털 사이트의 댓글란이 이안의 눈에 띄었다.
“노을아, 그런 걸 왜 봐?”
“반응 궁금하잖아요.”
“궁금하면 팬카페를 가야지. 그런 거 보는 거 아니야.”
이거 어디선가 데자뷔가 느껴지는데. 마치 아위의 데뷔 초, 인터넷 반응을 보고 있던 이안에게 김영현이 다가왔던 예전 기억이 생각났다.
‘이게 이렇게 되네.’
임노을은 금방 자리를 뜰 줄 알았던 이안이 맞은편 의자에 뭉개고 있자 눈동자만 굴리며 이안의 눈치를 봤다.
“왜, 내가 불편해? 나 그냥 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이안은 임노을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방법이었다.
물론 이안이 김용민 시절이었을 적에는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지만.
[시간 낭비하는 거 아니냐?]‘왜 낭비라고 생각하냐?’
진이 계속 태클을 걸었지만, 이안은 무시했다. 이참에 친절한 선배 노릇을 한번 해 보고 싶어졌다.
“형.”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임노을은 그를 불러 놓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
이안은 임노을을 재촉하지 않고 다음 말이 나올 때까지 침묵했다.
“원래 이래요?”
이런 일을 털어놓아도 되는 걸까 고민하던 임노을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주어 없이 뜬구름 잡는 말이었지만, 이안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한 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원래 그러지.]진은 임노을에게 들리지도 않을 대답을 즉시 말했다. 하지만 이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렵네.’
소속 가수의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 소속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진다. 소속사 내리사랑 팬도 붙기도 한다.
블랙러시와 아위의 뒤를 잇는 피버는 데뷔하기도 전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마침 데뷔 시기가 아위의 활동 중지 시기와도 겹쳐서 더욱 그랬다.
‘우리 데뷔 때보다 더 관심을 많이 받았으니까.’
‘Z-Day’의 촬영 중 쉬는 시간마다 간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어가 본 적이 있어서 피버가, 임노을이 어떤 식으로 관심을 받고 선동과 날조, 비난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안이 팔짱을 끼고 의자에 눕듯이 기댔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공인인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원래 이런다고, 이건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원래 그래 왔으니 너도 감내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들릴 것 같았다.
“내가 쉽게 답해 줄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래요?”
임노을이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너의 고민이 우스운 게 아니라. 나도 어려워서 그래.”
이어지는 이안의 말에 임노을이 고개를 다시 들었다. 전생도 그렇고 지금도 연예계를 못 벗어난 인생 2회차지만, 이안도 사람이었다. 사람인 이상 과도한 비난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나마 익숙해진 거지 그렇다고 편해진 건 아니거든.’
이안도 잘 넘길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 것뿐이다.
“글쎄…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말밖에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네.”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형.”
임노을은 화면을 끈 자신의 핸드폰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넌지시 물었다.
“글쎄… 내가 터득한 게 있다면, 내로남불이거든?”
“내로남불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
멍한 표정의 임노을이 감탄을 내뱉었다.
“막, 사회면에 실릴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다 하면 당연히 그런 생각 하면 안 되지만, 물론 법적인 것을 떠나서 도덕적으로 잘못된 짓을 하는 것도 내로남불 하면 큰일 나지.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네.”
“어쨌든, 그거 외에는 나는 옳고 니가 틀렸다 같은 생각을 꾸준히 하는 거야.”
임노을은 어느새 상체를 이안 쪽으로 끌어당겨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니가 날 욕해? 너는 뭐가 잘났는데? 인터넷상에서 날조 루머 악플이나 쓰는 방구석 찐따 주제에…. 고소장 받을 준비나 해라.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지. 이해돼?”
“…알 거 같아요.”
임노을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무조건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을 해야 한다. 만약 악플에 휘둘리다가 ‘내가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 나중에는 조태웅처럼 될지도 모른다.
‘조언하는 것도 어렵네.’
이안은 그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준 뒤에 덧붙여 말했다.
“근데 그렇게 마음먹기까지 나도 오래 걸렸어.”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닌데 비난받고, 단순히 작은 말실수를 했을 뿐인데 어쩌면 범죄자보다도 욕을 먹는 게 연예인이다.
“아역 시절부터 연예계 생활했던 태웅이도 최근에 일이 있었잖아.”
“그렇죠….”
“그런 거야. 그냥, 누구든 이런 생각 할 수 있어.”
임노을은 이안의 말을 들으니 짓눌러 오던 무게감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덧붙여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을 털어놓는 자신이 너무 작아 보였다.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진 말고.”
“네.”
임노을의 표정이 아까보다 나아진 것 같아서 이안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맞다. 태웅이 형은 이제 괜찮대요?”
“많이 괜찮아졌지. 이제 앨범 준비도 하고 있고.”
“다행이네요.”
임노을은 머뭇거리다가 한마디 더 보탰다.
“형은 괜찮아요?”
아 맞다. 얘 내 팬이었지.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라 이안이 하하 웃었다.
“괜찮아, 인마.”
본인 걱정이나 잘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걱정해 준 마음이 갸륵해서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문득 시간을 확인한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컴백이니 시상식이니 준비할 게 많았다. 여기서 계속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데뷔 축하한다.”
그는 임노을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 주고는 아위의 연습실로 향했다.
남겨진 임노을은 이안의 뒷모습을 멀뚱히 쳐다만 보다가. 뭐가 생각났는지 퍼뜩 몸을 떨었다.
‘생각해 보니, 나 좀 쩌는 듯?’
어쩌다 보니 최애와 같은 소속사에서 데뷔하고, 후배가 되어 최애가 고민을 들어주는 삶이라니.
‘성공한 인생 어디 안 찾아도 되네. 바로 여기 있으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악플이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말끔히 사라졌다. 임노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멤버를 찾아 위층으로 향했다.
* * *
“김주영 있냐!”
이안이 연습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는 소리쳤다. 둥글게 앉아 다음 앨범의 컨셉을 정하던 멤버들이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뭐야, 왜 이렇게 늦었어?”
“너 때문에 흥이 깨져 버렸잖아.”
“책임져.”
이안이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그래서 왜 늦었어요? 늦은 김에 우리 밥 사 줘요.”
“맞아 밥 쏴.”
박서담과 조태웅이 억지를 부렸다. 이러다가는 등 떠밀리듯 밥에 커피까지 살 것 같아서 이안이 황급히 말했다.
“늦은 이유가 있어. 들어 봐.”
그는 조민환과 했던 대화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성 피디의 ‘귀촌 생활’에 게스트 제의를 받았다고 하자 멤버들이 신나게 떠들었다.
“오, 그거 시즌1 재밌게 봤는데.”
“성 피디님 예능이면 완전 대박 아니냐?”
“그래서, 가기로 했어?”
“아니 나 말고, 쟤.”
이안이 손가락으로 김주영을 가리켰다. 김주영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나?”
“너.”
멤버들이 동시에 고개를 틀어 김주영을 바라봤다.
“내가 성 피디님 예능을?”
“어, 너만 오케이 하면 바로 짐 싸서 강원도로 출발하는 거지.”
김명진과 상의를 해 봐야겠지만 시청률 높은 예능에 그냥 꽂히는 셈이다. 김명진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면서 스케줄이 많아도 욱여넣었을 것이다.
“나는 가도 제대로 일 못 할 거 같아서 너 추천했어.”
“진짜?”
얼떨떨했던 김주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믿고 보는 성 피디 예능에 더불어 ‘귀촌 생활’은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니가 안 가고 나를 왜?”
“민환이 형이 많이 고생하는 거 같더라. 핸드폰도 뺏겨서 레시피 검색도 못 하고 밥도 맨밥에 김치만 먹는대.”
“와 그거… 주영이한테 딱 아니냐?”
옆에서 듣고 있던 조태웅이 김주영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야 각이다. 가라.”
“근데 우리 컴백 준비는 어떡해?”
김주영이 머뭇거렸다. 간만의 컴백인데 자신 때문에 하루라도 늦춰지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그거야 우리끼리 알아서 조율하면 되지.”
“주영아, 며칠 빠진다고 그렇게 미뤄지지 않아.”
“맞아 그동안 우리 녹음 먼저 하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멤버들이 빨리 결정하라며 아우성쳤다. 이어지는 김주영의 말에 김 현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개소리하고 있네. 이런 기회가 어디 흔한 줄 알아? 야 누가 빨리 명진이 형한테 말해.”
“제가 할게요.”
박서담은 아예 김명진에게 통화를 걸고 있었다. 이안은 박서담의 옆으로 가 의견을 보탰다.
“하루는 너무 짧고… 명진이 형한테 이틀 정도 되냐고 물어봐봐.”
“그럼 주영이부터 어느 정도 녹음 끝내고 가자.”
이주혁은 이미 결정된 듯 재빨리 녹음 일정을 변경하고 있었고, 짧은 통화 끝에 김명진의 허락을 받아 낼 수 있었다. 김명진은 어디서 이런 스케줄을 물어 왔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영이 대박 예능도 확정됐는데 고기 먹으러 가자.”
“고기? 야 죠탱, 너 김주영은 핑계지?”
“주영이 형은 이용당한 거예요.”
결혼식에서도 식만 보고 온 터라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었다. 조태웅의 말에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 연습실 밖으로 향했다.
김주영이 이안의 옆에 나란히 걸으며 넌지시 말했다.
“거기 출연자분들이랑은 잘 알아?”
“민환이 형은 조태웅 같은 성격이라서 너도 금방 친해질 거야. 혜지 누나도 친절해.”
“나 거기 가서 뭐 하냐?”
뭐 하긴, 가서 요리하고 청소하고 일 돕고 조민환을 대신할 새로운 머슴이 되는 거지.
“태웅이네 할머니 댁에서 했던 것처럼만 해도 거기 있는 사람들 다 니 광신도 될걸?”
“에반데.”
“진짜야.”
김주영은 이런 예능에 처음 들어가는 것이라서 긴장한 구석이 역력했다.
이안이 제 턱을 쓸어내리며 고민했다. ‘귀촌 생활’ 시즌 2는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다. 갑자기 수도가 터지고, 농기구는 녹이 슬어 밭에 있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 당시 민환이 형이 집에 문제가 많은데 고칠 도구도 없다고 투덜거렸었지 아마…?’
기억을 더듬은 이안은 김주영에게 조언했다.
“굳이 말하자면… 가정용 공구랑 베이킹 소다를 갖고 가라.”
* * *
(춤신춤왕김주영2) 최이안 – 11:00
(춤신춤왕김주영2) 이 무서운 새끼 – 11:00
‘귀촌 생활’을 찍으러 강원도로 떠났던 김주영이 대뜸 메시지를 보냈다.
‘잘 도착했다는 말을 이렇게 하네.’
이안의 조언이 잘 먹혔나 보다. 그가 허허 웃는 사이, 김주영의 뜬금없는 말에 다른 멤버들이 메시지를 보냈다.
(현현3) ? – 11:02
(죠탱4) 머임? – 11:02
(춤신춤왕김주영2) 그런 게 있어 나 성 피디님한테 폰 줘야겠다 서울 가서 봐 – 11:03
그 메시지를 끝으로 김주영은 이틀 동안 톡방에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