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96
196
그렇게 탑스타 같지는 않다?
(무슨 얘기를 하지….)
(괜찮아. 성 피디가 알아서 잘 편집해 줄 거야.)
이안과 조태웅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화면 속 김주영이 입을 떼는 것을 기다렸다.
(오늘 서희 언니 토크쇼예요?)
(게스트는 아위의 주영입니다.)
박수민과 이유정도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김주영을 쳐다봤다. 김주영이 멋쩍게 웃었다.
(근데 막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 메인 보컬, 댄서 이런 거 나뉘잖아. 주영이는 어떤 거야?)
김주영의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성질 급한 채서희가 먼저 질문을 했다.
(정해진 건 없고요. 굳이 따지자면 메인 댄서? 정하는 게 의미 없는 게, 저희 멤버들은 다 잘하거든요.)
이안과 조태웅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박서담이 MC를 볼 때 뒤에서 지켜보던 표정과 똑같았다.
(노래 들어 보니까 노래도 곧잘 하던데? 다른 건 뭐 없어?)
(작곡도 참여하고 있고….)
(우와. 주영이가 능력이 많네.)
김주영이 작곡에 참여했던 아위의 곡들이 자막으로 나왔다.
“김주영이 사기캐이긴 해.”
“맞아.”
김주영은 본인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였지만 작곡 센스와 춤 실력,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의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아위 잘나가잖아. 우리 딸이 그러던데, 해외에서도 장난 아니라고. 기분은 어때?)
(그런가요? 사실 체감은 잘 안 되는데….)
(에이, 겸손 떠는 거야? 우리 앞에서는 내숭 안 떨어도 돼.)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떡밥을 물은 배우들이 히죽거리며 김주영을 놀렸다. 성 피디까지 끼어들어 김주영 몰이를 시작했다.
(역시 인기 아이돌은 성품도 다르네요.)
(이게 그 유명한 ‘나만 몰라’ 그거야?)
김주영이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부인했다.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그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게, 저희는 공연으로 체감되는 게 되게 크거든요. 근데 최근에 공연을 잘 안 했잖아요. 그래서 인기가 어느 정도 늘었는지 잘 모르는 게 커요. 국내 팬분들은 어느 정도 알겠는데….)
이유정의 질문에 김주영이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곰곰이 김주영의 안색을 살핀 채서희가 대뜸 말했다.
(근데 나는 주영이 니가 그렇게 탑스타 같지는 않다?)
(네?)
김주영이 당황해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박수민이 채서희의 어깨를 툭 쳤다.
(언니, 그렇게 얘기하면 오해하잖아.)
(미안, 그러니까… 내가 그 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감 넘쳐서 자만에 빠져도 될 거 같거든.)
초동 100만 장을 넘기고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위지만, 채서희는 김주영에게서 데뷔 초 신인의 모습을 보았다.
신인의 모습에서 데뷔를 했다는 기대와 설렘을 뺀 조급함만 남은 상태 말이다.
(나는 주영이가 뭐에 쫓기는 사람 같아. 행복하지 않니?)
김주영이 정곡을 찔린 듯 표정을 굳혔다. 배우들은 그가 입을 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행복하죠.)
정오의 햇살이 조각조각 떨어지면서 김주영의 얼굴에 나뭇잎 그림자가 비쳤다. 김주영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어렵게 입을 뗐다.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어요. 기쁜데 불안한 느낌? 이런 느낌 아세요?)
(아아….)
특히 박수민은 벌써 팔자 눈썹을 만들고 김주영의 말에 몰입했다.
(알지. 나도 당장 다음 작품 들어갈 때 흥행이 전작보다 못 나오면 어쩌나 고민도 많이 했고.)
박수민은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맞아요. 그런 거요.)
아위는 데뷔부터 다른 신인 그룹보다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추락하는 일 없이 쭉쭉 상승세였다.
음원 사이트와 음악 방송에서 첫 1위를 했을 때, 그리고 데뷔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록을 세우면서 기분이 좋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다음 앨범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까?
인기가 식어 버리면 어떡하지?
우리 팬들은 우리를 언제까지 좋아할까?
급속도로 인기가 높아진 바람에 이런 상황에 적응을 못 한 것도 컸다.
채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있지. 내 인생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더 공허한 거야.)
(맞아요. 그래서 그때의 좋은 기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거 같아요.)
화면이 바뀌면서 배우들의 영화제 수상 장면, 연말 연예대상에서 꽃다발을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이 지나갔다.
그리고 아위가 주요 가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을 때도 나왔다. 화면 속 김주영은 눈물을 흘릴 듯 눈을 촉촉이 적신 채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기쁘고 행복해도 그게 오래 가진 않았어요, 돌아서면 불안했거든요.)
내리막길을 아직 겪지 않았으니 추락이 더 무서운 것이다.
조태웅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안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도 저런 적 있어?”
“나?”
이안이 생각에 잠겼다.
‘저런 적이… 있었었나?’
[배부른 소리 하는 거지. 당장 망돌 다이아몬드가 된다고 생각하면 기분 개째질 텐데, 안 그러냐?]‘아.’
진의 말을 들으니 깨달은 게 있었다.
망돌 시절을 겪었으니 아위로서 이룬 게 더 크게 와닿았어야 했는데, 세상이 날아갈 듯 기쁜 감각은 아직 느껴 보지 못한 것이다. 티브이 속 남의 얘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더 강했다.
은연중으로는 이것보다 더 잘해야 해, 높이 올라가면 추락하는 것밖에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을 늘 품고 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있었던 거 같아.”
이안은 전생에서 자신의 팬이 다른 그룹으로 갈아탔을 때를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 팬 사인회에 늘 출석하던 사람이 어느샌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날에는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와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네.’
자신의 자리라 생각했던 주피터의 모습을 보면서 꼭 성공해서 저기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더는 높이 올라설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이안이 되어 막상 그 위치로 올라서니, 이 인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과 함께 새로운 불안이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도 난 망돌 시절을 겪었으니 그렇게 심한 건 아니지.’
전생의 경험 덕분에 상대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느끼지 못한 것이지, 김주영처럼 방송에 나와서 털어놓을 정도로 무겁게 느껴진 것도 아니었다.
“너도?”
조태웅은 의외라는 듯이 되물었다.
“당연하지. 우리가 평생 이렇게 젊고 잘나가진 않을 거 아냐.”
“맞아.”
“이 흐름을 오래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드니까 더 불안한 거지.”
아위의 끝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어쩌면 더 잘될 거라는 희망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면 이것저것 생각도 많아지는 것이다.
(저희는 앨범 작업을 할 때 저희의 손이 안 묻은 게 없거든요. 프로듀싱부터 곡 작업이나 안무까지 많이 참여했는데.)
(실력파네.)
(근데 내가 거기에 큰 기여를 했나?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닌 거 같은 거예요. 멤버들이 워낙 잘하니까.)
이안은 그저 쉬는 기간에도 여러 일을 경험해 보던 김주영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지만 김주영은 자신이 가진 능력에 확신이 없으니 망설임이 생기는 것이고, 그것을 다른 취미 활동을 하면서 풀었다.
이안은 불현듯 김주영과 했던 말이 생각났다.
‘연기 잘해서 부럽다. 한 가지 확실한 거잖아.’
‘너도 있잖아. 음감 이건 타고난 거지. 곡 작업은 잘돼 가?’
‘글쎄… 작곡, 재밌지. 근데 눈에 띄게 잘된 성과는 없잖아.’
동갑 친구인 이안과 조태웅은 연기라는 확실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자신은 이렇다 할 무기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 그것 때문에 다른 취미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용민이랑 비슷하네.’
아이돌로 실패하고, 연예인으로 뜨기 위해서 연기자로 전향했을 때에도 이것저것 건드린 것만 많지, 한 가지를 꾸준히 하지는 못했었다.
(그랬구나….)
채서희가 덤덤히 말을 이었다.
(좀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니?)
(지금 생각하니 아깝긴 해요.)
(그냥 그때 맘 놓고 기뻐하지 못해서, 그렇지?)
김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한 번쯤은 그런 슬럼프 비슷한 게 와. 나도 그랬거든.)
(누나도요?)
채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배우로 데뷔했을 때부터 또래 배우들을 의식하며 성장했다. 항상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채찍질했기 때문에 기쁜 일이 생겨도 제대로 기뻐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면 후회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별거 있겠어? 기뻐할 때는 그냥 맘 놓고 기뻐했지.)
(그래요?)
(안 되어도 불안할 거고, 잘되고도 불안함을 느끼기엔 너무….)
채서희가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할 때 이안이 한마디 했다.
“가성비가 떨어지긴 하지.”
“와, 한 줄 요약 오졌고.”
세 배우는 어린 후배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근데 나는 주영이가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우리랑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야무진 게 보이더라.)
(맞아. 굳이 그룹을 떠나서, 지금 하는 것만 봐도 넌 뭘 해도 잘될 사람 같아.)
(그런가요?)
김주영이 멋쩍은 듯 하하 웃었다.
(너의 생각보다 너는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야.)
(치열하게 살 필요 없어. 인생이 마라톤이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잖아?)
예고편에서 봤던 툭 치면 눈물 한 방울 흘릴 것 같은 김주영의 모습이 나왔다.
이안과 조태웅은 괜히 울었냐고 놀렸나 싶어서 멋쩍게 웃었다.
“아니 김주영 우리한테 말을 하지.”
“괜히 우리가 나쁜 사람 된 거 같잖아.”
이안과 조태웅은 김주영의 말에 공감하면서, 의도치 않게 그의 고민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치부한 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만 볼까?”
“그래. 영화 뭐 재밌는 거 없나.”
“게임이나 할래?”
* * *
‘귀촌 생활’을 본 소속사 대표, 이병헌이 소파에 몸을 푹 기대고는 생각에 잠겼다.
‘애들이 참… 성실하긴 하지.’
소속사 관계자와 팬의 입장에서 아위는 이상적인 아이돌의 길을 걷고 있었다.
아직 개인 SNS도 없으니 말실수를 하지도 않았고 늘 팬카페에 열심히 들어가 팬 서비스를 했다.
과거사로 구설에 오른 적도 없었고 다들 술이나 유흥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끽해야 같이 모여 게임을 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사고 쳐서 사회면에 오를 가능성도 적었다.
“개인이냐, 그룹이냐.”
대표 입장으로서는 그룹 자체도 이미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개인을 따로 챙겨 주기는 시기상조였다. 벌써 개인을 챙기면 팬덤도 분열될 것이고.
“하나하나 챙겨 줄 수는 없어.”
그룹 멤버만 7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 멤버들도 있었다. 솔로가 아닌 그룹이기 때문에 일일이 챙겨 줄 수는 없었다.
아위가 이상적인 아이돌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아이돌 개개인이 이상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었다.
김주영도 다른 멤버와의 괴리를 느꼈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것이니까.
‘잘 조율해 줘.’
민 대표의 말이 떠올라 이병헌의 미간에 깊게 파인 주름이 더 짙어졌다.
* * *
‘귀촌 생활’이 끝나고, 아위의 팬들은 실시간 해시태그 총공과 공식 카페에 멤버들을 격려하는 글을 올리는 총공을 진행했다.
#대단한_사람들_AWY
#AlwaysWithJuyeong
-오늘 귀촌생활 좀 공감되는 면이 많았음
나중에 올 실패가 두려워서 정작 기뻐할 순간이 와도 기뻐할수없는거ㅇㅇ
└맞아 나도
└근데 아위는 업계탑이나 마찬가지인데 저런 생각하는게 의외다
└근데 높을수록 떨어지는게 무섭긴할거같긴해
└└ㄹㅇ 당장 여기만 봐도 판매량 떨어지면 락세니 뭐니 ㅈㄹ할걸?
-김주영이 무슨 말 하는지는 알겠는데
아위가 저런 말 하니까 좀ㅋ
저렇게 말은 하면서 팬들이 준 명품 선물로 온몸 도배하고 외제차타고 다니겠지ㅋㅋ 팬들이 앨범 사주는 돈으로ㅋㅋ
└ㅂㅁㄱ
└아위 서포트 안받음
└아위 면허도 없음
-얼마나 다른 멤버들이 꼽줬으면 자존감 ㅎㅌㅊ냐
└야 이건 너무 어그로 티난다ㅋㅋㅋㅋ
└곧 삭제될 게시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