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97
197
다들 여자 친구 있어요?
아위 멤버들은 ‘케이든 허트 쇼’의 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다.
“대본 왔는데, 대략적인 거고 진행에 따라 질문이 달라질 수 있대. 답변은 대충 생각해 놔.”
“넵.”
멤버들이 김명진이 나눠 주는 종이를 한 장씩 받았다.
인터뷰는 원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대본을 받아 볼 수 있었는데, 대본이 전부 영어로 되어 있었다.
“어… 뭐라고 써 있는 거야?”
“걸 프렌드? 걸 프렌드가 왜 나와?”
“뭘 쓸데없이 읽고 있어, 번역해 줄 사람이 있는데.”
“최이안! 도움!”
멤버들이 고개를 휙휙 돌리며 이안을 찾았다. 이안은 멀찍이서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멤버들의 호출에 급하게 다가간 이안은 대뜸 자신에게 내민 대본을 받았다.
“뭔데?”
“이거 번역 좀.”
“다들 어느 정도는 읽을 줄 알잖아?”
아위 내 자체 스터디 그룹은 간헐적이지만 명맥을 이어 가고 있었다. 이주혁처럼 헤일리 폴스와의 협업으로 영어 실력이 많이 늘어난 멤버도 있었지만, 멤버들은 생방송으로 외국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에 약간의 부담을 느꼈다.
“이상하게 번역하면 어떡해.”
“나 없으면 어떡할 뻔했냐.”
조태웅이 눈을 빛냈다. 장난을 칠 때 자주 나타내는 표정이었다.
“어떡하긴, 평생 가야지.”
“와 방금 진짜….”
“감동이지?”
“너무 감동적이라서 널 때릴 뻔했어.”
어딜 오글거리는 소리를. 이안이 정색하자 조태웅은 팔을 교차시켜 자신의 어깨를 짚었다.
이안이 대본을 살폈다. 차근히 읽어 보면 멤버들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는 문장도 많았다.
“일단, 각자 소개말 생각해 두고….”
“예에! 헬로우!”
“지금 하지 말고.”
멤버들이 긴장을 풀 겸 소리를 질렀다. 그 외에 질문을 번역해 주던 이안이 어느 한 부분을 읽어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왜 그래?”
“이 부분은… 여친 있냐, 아위덤이랑 데이트해 본 적 있냐 이런 거네. 이건 내가 쳐 낼게.”
문화 차이에서 오는 민감한 질문이었다.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봤다.
“와, 그건 우리한테 금기어 아니냐.”
박진혁의 말에 모두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 국내 팬들의 눈치가 보일 만한 질문이었다.
“역시 미국이라 그런지 여친 관련 얘기 하네.”
“다른 선배님들 인터뷰에서도 이런 얘기는 꼭 나오더라. 왜 그런 거야? 거기도 오지랖이 오지는 거야?”
멤버들의 눈이 이안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시선 집중에 이안이 볼을 긁적거리면서 대답했다.
“우리같이 인기 꽤 있는 연예인이, 커리어도 있고 멀쩡한 남자가 데이트도 안 하고 여자 친구도 없다? 뭐라고 생각하냐면….”
“뭔데?”
이안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멤버들을 보며 문득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약간의 과장을 더 하기로 했다.
“찐따로 본다고 해야 하나?”
“!”
그 소리를 들은 멤버들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흐….”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을 꾸욱 다물다가 결국 터져 버렸다. 허탈하게 웃는 소리만 가득했다.
“어휴, 찐따들.”
“뭐래 이 찐따야.”
박진혁의 말을 김 현이 받아쳤다.
* * *
“얘들아 시간 됐으니까 슬슬 자리에 앉자.”
김명진의 말에 아위 멤버들은 카메라 앞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이안은 맨 앞 가장자리였는데, 멤버들에게 통역을 해 주기 위한 자리였다.
“와 진짜 떨린다.”
이안은 특히 부모님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에 나온다는 것에 데뷔 초 무대에 섰을 때처럼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다. 대본을 보는 시간에 잠깐 연락해 보니 온 가족이 티브이 앞에 있다는 소식도 받았다.
“오, 우리 나온다.”
“우리 투어 영상이네.”
카메라 옆에는 그들이 나올 방송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해외 팬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팬들도 불판을 깔고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었다.
-얘들 나온다!
-어디서 볼수있어? 마이튭 좌표좀
-ㅁㅊ 현이 볶머했다
(*요즘 이 사람들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죠. 한국에서 대단한 아티스트들을 모셨습니다. 아위입니다!)
“오! 연결됐어요!”
-서담이 커엽
-굳었어ㅋㅋㅋㅋㅋ
박서담이 말이 방송에서도 송출되어 그는 놀라 입을 다물었다. 막내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카메라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멤버들이 하하 웃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케이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반가워서 소리를 쳤네요.”
(*오, 전 벌써 여러분과 사랑에 빠진 거 같아요.)
이안의 대답에 화면 속 케이든이 씨익 웃었다. 이주혁이 둘, 셋 신호하자, 멤버들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Who we are? AWY!”
아위는 새로운 구호를 외쳤다. 미국 스튜디오에 있는 방청객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아위에게도 전해졌다.
(*잠깐, 궁금한 게 있어요. 한국 가수들을 만날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요, 그 특이한 인사법은 왜 하는 건가요?)
“뭐라고 하시는 거야?”
“우리 구호 왜 하냐고 하시는데?”
조태웅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양쪽 화면에 큼지막하게 나왔다.
“*이게 ‘한국 스타일’이에요.”
(*오, 와우. 그렇군요.)
-디스이즈코리안스타일ㅋㅋㅋㅋㅋ
-케이든 표정봐ㅋㅋㅋㅋ
(*좋습니다. 아직 저 ‘한국 스타일 가이’의 이름을 모르는군요, 각자 소개를 해 주겠어요?)
“*안녕하세요, 아위의 이안입니다.”
이안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짤막한 자기소개가 끝났다. 미국 스튜디오에 있는 방청객의 함성이 잦아들 때, 케이든이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위, 당신들이 한국에서 발매한 앨범….)
케이든이 눈을 가늘게 뜨고 큐 카드에 있는 대본을 읽으려 하자, 이안이 말했다.
“*요.”
(*네, 맞아요. 편하게 타이틀 곡인 ‘Blue hour’로 부르죠. 방금 여기 스튜디오에 있는 함성 들었어요? 이곳에도 당신들의 인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ㅁㅊ 이안이 불어 훅 치고 나오는거 들은 사람?
-발음오진다ㅠㅠㅠㅠㅠ
-이안이 영어도 잘하고 불어도잘하고ㅠㅠ 아 영어는 원래 잘해야지ㅎ
(*‘Blue hour’의 늑대 인간 컨셉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나요? 이 컨셉 덕분에 전 세계에서 트렌딩이 될 정도던데….)
“*저희는 늘 새로운 컨셉에 도전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알아들은 이주혁이 서툰 영어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앨범 기획 단계부터 팬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미리 생각해 두죠. 근데, 전 세계 트렌딩이 됐다고요?”
(*네, 모르고 있었나요?)
이안은 이주혁의 말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소식을 알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이번 앨범 전 세계적으로 반응 엄청 좋대. 늑대 인간 컨셉이 먹혔나 봐.”
그러면서도 멤버들에게 통역을 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와!”
이안은 벌써 입이 마르는 것 같아 물을 마시는 사이, 멤버들이 큰 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케이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도 이안이 빠른 속도로 통역해 주고 있어서 그들은 긴장했던 것도 잊고 즐기기로 했다.
-이안이 바쁘다 바뻐
-동시통역 오진다ㅠㅠㅠㅠ
-주혁이 ㄱㅇㅇ
“*워낙 바쁘게 지내서 우리도 이제야 알았어요.”
(*네, 그런 거 같아요.)
케이든이 애잔한 표정으로 방청객석을 바라봤다. 방청석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앨범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게 참 흥미롭군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은데요.)
“*일단 저희 7명이 모여서 브레인스토밍을 하죠.”
(*‘우리 이번 앨범에서는 뭘 할까?’ 이런 식으로요?)
“*네, 무슨 소품을 썼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떻게 등장했으면 좋겠다. 같은 사소한 것들도요. 거기서 나왔던 아이디어를 회사 쪽과 상의를 하고요.”
케이든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안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한국 아이돌의 인터뷰를 할 때마다 물론 재능이 많은 아티스트도 있었지만, 한국 아이돌은 싱어송라이터보다는 만들어진 아이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결정된 컨셉을 가지고 곡을 만들기 시작하죠.”
(*이번 늑대 인간 컨셉은 누구의 의견이었나요?)
“*태웅이요. ‘Blue hour’라는 곡 이름도 태웅이 지었죠.”
이안이 조태웅을 가리켰다.
(*‘한국 스타일 가이’군요. 좋아요, 태웅. 어떻게 늑대 인간 컨셉을 생각하게 된 건가요? ‘Blue hour’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안이 케이든의 말을 빠르게 통역해 줬다. 조태웅은 할 말이 많았지만, 이걸 영어로 답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곤란함에 볼을 긁적거렸다.
“어…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편하게 한국어로 해. 내가 전달해 줄게.”
-이안이 봐ㅠㅠㅠ 존멋ㅠㅠㅠㅠㅠ
-태웅이 장발 너무 잘어울려ㅠㅠ
“제가 할머니 댁 갔을 때, 그냥 하루 종일 하늘을 볼 때가 있었는데…. 그때 해가 지면서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때 들리는 고라니 소리가….”
“고, 고라니?”
“고라니 몰라? 울음소리 특이한데…. 사실 회의할 때도 고라니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아 그 고라니… 이걸 어떻게 말하지? 하고.”
이안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기획 회의 때에는 늑대 인간은 어떠냐며 꽤 멋들어진 아이디어를 말했었기 때문이다. 근데 컨셉에 영향을 준 게 고라니였다니.
“우리 그럼 늑대 인간이 아니라 고라니 인간이 될 뻔한 거?”
“고라니 인간 레전드네.”
다른 멤버들도 늑대 인간 컨셉이 나왔던 자세한 계기는 처음 들었던 것이라 웃음을 참았다. 조태웅은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아 미친 고라니인간이래 진혁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아위유잼인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이는 뭘 레전드로 받아치고있엌ㅋㅋㅋㅋ
-애들 컨셉 역대급이었는데 알고보니 고라니가 원인이었다 이거에요~~
“그걸 최대한 멋있게 포장하려고 보니까 늑대가 떠올랐고요. 네, 그렇게 해서 늑대 인간 컨셉이 되었습니다.”
조태웅은 ‘자, 이제 이걸 어떻게 잘 번역해 보시지.’라는 표정으로 이안을 쳐다봤다. 이안이 쓰읍, 숨을 삼키곤 카메라를 응시했다.
마침, 케이든이 답을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자기들끼리 한국어로 떠들고 있으니 도통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이안은 잠시 당황했다. 지금 국내가 아니라 해외 토크쇼에서 인터뷰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것이다.
“*이런, 본의 아니게 케이든을 기다리게 했네요.”
(*맞아요. 무슨 얘길 하는 건가요? 여러분만 알고 있지 말고요, 이안. 태웅이 무슨 답을 해 줬나요?)
“*어… 태웅이가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던 때가 있었는데 해가 지면서 하늘이 파랗게 물든 순간에 짐승 소리를 들었다고 하네요. 그 기억이 떠올라서 늑대 인간 컨셉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거참, 멋진 이유군요. 감성적이고 몽환적이에요. 아주 좋습니다.)
고라니는 그렇게 감상평을 남길 정도는 아닌데. 나중에 해외 팬들이 진짜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안은 멋쩍게 웃었다.
-이걸 이렇게 포장한다고?
-통역 극한직업ㅋㅋㅋㅋ
-케이든 왜 저렇게 좋아해ㅋㅋㅋ
케이든은 이안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작곡은 멤버 전원이 참여하나요?)
이안이 케이든의 말을 간략히 전달해 주자, 이주혁과 박진혁 그리고 김주영이 손을 들었다.
“*저희가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오, 작사 같은 것도요?)
이안이 말을 이었다.
“*작사 같은 경우는 멤버들 전원이 참여하죠. 각자 써 둔 가사를 우리 프로듀서, 주혁이 곡의 분위기에 맞는 가사를 골라서 곡에 녹여냅니다.”
(*프로듀싱까지!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이군요. 자,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케이든이 방청석을 향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방청객들이 환호하며 박수 쳤다.
그의 짓궂은 표정을 보아하니, ‘그 질문’의 순간이 온 것인가. 이안은 이미 다음 질문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다들 여자 친구 있어요? 가볍게 데이트하는 상대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