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98
198
이번엔 또 무슨 질문을 하려고.
이안을 제외한 멤버들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케이든이 “여자 친구”를 말할 때 강조를 억양을 강조해서 그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역시 이런 질문 나올 줄 알았지.’
멤버들은 갑자기 먼 산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피했다. 그 모습을 본 미국 스튜디오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나왔다 케이든허트 단골질문ㅋ
-아ㅋㅋㅋㅋ어딜보는거야 귀여워ㅋㅋㅋㅋㅋ
-이안이 웃는거 설레ㅠㅠ
이안은 미리 대본을 받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그 웃음에 케이든이 눈을 가늘게 뜨며 과장된 억양으로 말했다.
(*이안, 할 말이 많아 보이는군요. 좋아요. 아위, 이 순간만큼은 당신들의 팬들을 잊기로 해요. 여러분과 나, 둘만의 대화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말해 보세요.)
“*케이든, 당신도 알잖아요.”
(*뭘 말인가요?)
“*당신이 인터뷰했던 수많은 한국 가수들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케이든이 한 방 먹은 듯 입을 벌렸다. 그는 흠흠, 헛기침하고서는 말을 이었다.
(*그래요, 연애 금지 조항. 늘 들었던 소리죠. 일에 집중하고 있어서 연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팬과 함께한다….)
“*네, 그런 것들이요. 케이든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우리도 그런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이안이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멤버들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간략히 말해 줬다. 그 얘기를 들은 멤버들이 환호를 지르며 잘했다고 이안의 어깨를 툭 쳤다.
-이안이 영어할때 저음으로 내려가는거 존멋
-잘넘기네ㅋㅋㅋㅋㅋ
-천재아니냐ㅠㅠ존멋ㅠㅠㅠㅠ
‘쉽게 넘어가지 않는군….’
케이든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를 보며 방청객들이 하하 웃었다.
(*잠깐만요, 또 하나 물어보죠.)
이안이 다리를 꼬고서는 한번 해 보라는 듯 손바닥을 내밀었다.
케이든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이것 봐라?’ 같은 표정으로 화면 속 이안을 쳐다봤다.
(*금지 조항이 있을 정도로 한국 팬들이 그렇게 유난스럽나요? ‘아이돌로 데뷔한 순간 너희들은 연애 못 해’ 하고 눈치 주고 집착한다거나… 그런 일이 잦나 보죠?)
함정 질문이군. 이안은 멤버들에게 번역해 주면서 대답을 생각했다. 잘못 대답하다가는 국내 팬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박힐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아뇨,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의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팬들 눈치를 보는 건 아니에요. 그냥 연애 생각이 없죠.”
대답을 망설이던 멤버들 중 이주혁은 서툰 영어로 대답했고, 김 현은 이안의 통역을 믿었다.
“맞아요. 지금도 그렇게 이성을 사귀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우리는 일 하는 게 좋아요.”
김 현의 대답에 다른 멤버들도 동조했다.
-아위 수습하는 거 봐 눈물겹다
-사실 눈치주는게 맞지ㅋ 우리나라만큼 아이돌 연애에 민감한 나라 없을듯ㅋ
-아니 근데 이런 질문 왜하는거야? 맨날하네
-쟤네 입장에서는 기괴한 팬문화 맞음 그러니 계속 물어보는거고 어쩔수없음
-아 그냥 봐라 초치기 오지네ㅡㅡ 어디서 분탕질하러 왔나
멤버들이 할 말을 다 끝마쳤을 때, 이안이 대표로 말했다.
“*케이든, 우리는 우리 팬들을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나쁜 점도 없고요. 절대.”
(*그래요, 알겠어요.)
“*일단, 우리는 바빠요. 당장 내년에 있을 월드 투어도 있고, 앞으로 바쁠 일도 많아요. 그렇기에 시간도 없고, 주혁이 말했듯 일에 집중할 시기라서 연애나 데이트는 생각도 안 하고 있어요.”
(*이런, 쉽게 안 넘어오시는군요.)
케이든이 졌다는 듯 두 손바닥을 내보이며 상체를 의자에 편하게 기댔다.
-?
-방금 월드투어라고 했지?
-월드투어? ㅁㅊ 애들 또 못봐?
-방금 공계에 월투 일정 떴다 ㅅㅂ
-헐 ㅁㅊㅁㅊ 고척 3일
-미친 부산!!! 소리질러!!
이안이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를 한 게 아니었다. 소속사는 이때를 위해 월드 투어 일정을 깜짝 공개했다.
올해는 활동 중단이 있어서 미리 잡아 놨던 공연장 일정을 취소했어야 했었고, 이제 와 다시 잡기는 어려웠다.
대신 내년 초부터 국내에는 약 2만5천 석이 수용 가능한 고척돔에서 3일을, 해외는 3만 석 규모의 슈퍼 아레나급 공연장이 예약되어 있었다. 아위가 처음 월드 투어를 돌았을 때보다 몇 배는 규모가 커진 것이다.
(*어쩌면 이런 통제가 있어서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더욱 매력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네. 통제 좋죠. 저희는 팬들에게, 아위덤에게 통제당하는 게 좋습니다.”
(*오! 와우, 정말 노련하시네요. 아주 맘에 들어요.)
이안의 재치 있는 답변에 케이든이 소리치며 박수 쳤다. 방청객들도 호응했다.
(*정말 아쉬워요, 다음에는 이 스튜디오 안에서 직접 만나서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네요.)
“*저희도요. 그날이 곧 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렇단 말이지? 케이든이 옅게 미소 지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번 앨범 활동이 끝나고 다음 앨범 일정이 있나요? 여기 스튜디오에 있는 팬들이 반가워할 소식 같은 거 말이에요.)
너네 여기서 인기도 많은데 여기서 음원이나 앨범 안 내니?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안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데뷔하고 나서 처음 시도해 보는 프로젝트가 있긴 하죠.”
멤버들이 히죽 웃었다.
(*여러분의 웃음을 보니 제가 다 설레네요.)
해외 가수와의 컬래버레이션 음원을 발표하는 것. 그리고 헤일리 폴스와 작업하는 아위의 첫 캐럴 곡은 전부 영어로 된 곡이었다.
(*살짝 귀띔 좀 해 줄 수 있나요?)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요, 이미 여러분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이 이상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을게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분위기로….”
“야 그만해.”
“누가 이안이 입 좀 막아라.”
이안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은 멤버들이 아우성쳤다. 뒤에 있던 김주영은 이안의 입을 막았고, 조태웅은 귀를 막고 시끄럽게 소리쳤다.
(*좋습니다.)
케이든이 만족한 듯 웃었다. 원격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말 전달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영어가 되는 사람이 있어서 통역 때문에 시간을 더 잡아먹지는 않았다.
그래서 인터뷰에 더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케이든은 짓궂은 표정을 짓고서는 프롬프터에 있는 질문을 훑었다.
‘이번엔 또 무슨 질문을 하려고.’
이안이 몸을 굳혔다. 아까 여자 친구 얘기를 했을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오. 이거 아주 흥미진진하군요. 어제 자 신문 기사에 일본의 한 아이돌 그룹이 인터뷰를 한 게 있었어요. 요약하자면, 케이팝은 1960년 일본의 아이돌 문화에 영향을 받았고….)
“재팬? 재팬이 여기서 왜 나와?”
뒤에 앉아 있던 김주영이 이안에게 귓속말을 했다.
“잠깐만, ‘60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유산이 아시아 문화에 영향을 줬고, 케이팝이나 아시아 문화의 토대도 결국 일본에서 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마이디어와 아위의 음악도 자주 듣고 있으며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네.”
“일본에 누가?”
“누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이안이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 주는 말에 멤버들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뭔 개소리래
-저기요 케이팝에 니가 왜 부심을 느껴요ㅋㅋㅋㅋ
-근데 아위 표정 왜저래? 웃는거야 우는거야?
-엌ㅋㅋㅋ저 표정 어디서 많이 봤는데ㅋㅋㅋ
멤버들은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있어, ‘키세키’라고 일본에서는 좀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긴 한데…. 이번에 미국 진출하거든. 그거 때문에 인터뷰한 거 같은데?]‘저런 말은 왜 했는지 모르겠네.’
[걔네는 마이디어 성공했을 때도 같은 아시아인의 승리라면서 대리 만족했어.](*이 발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케이든이 ‘이건 예상 못 했지?’ 같은 의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안은 저 얄미운 표정을 또다시 난감한 표정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싶어졌다.
“얘들아 급발진 주의해라.”
대답에 앞서, 이주혁이 멤버들에게 속삭였다.
“급발진이라기보다는… 좀 웃기는데.”
“이걸 어떻게 말하지?”
“내가 말할게.”
멤버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이안이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희는… 팝의 보이 밴드 시스템에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어쨌든, 누가 원조인지 따지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우리를 그냥 아이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프로듀서고,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고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예요. 우리는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고요.”
-애들 뽕찬다
-이안이 말 빨라지는 거 봐ㅋㅋㅋㅋ
-같은 멤버도 못알아듣겠는데요ㅋㅋㅋㅋ
케이든이 계속해 보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누가 뭐에 영향을 받았고 어느 나라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죠. 음악이 있잖아요. 언어 혹은 인종이나 국적이 달라도 소통할 수 있는 어떠한… 원천적인 것이요.”
(*좋은 말이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한 말이 있죠. ‘음악은 한계가 없고 우리는….’”
케이든이 이안의 말을 받아쳤다.
(*‘그 어떤 것보다 음악으로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스티브 에버모어가 한 말이죠.)
“*네, 그분은 전설이죠. 아무튼, 누가 원조고 한국이니 일본이니 팝이니 아시안 팝이니 나뉘는 건 의미가 없죠. 그들도 음악을 하는 가수잖아요.”
(*좋아요, 무슨 말 하는지 알겠어요.)
“*그들의 발언에 대해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단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리는 재능 있는 7명의 아티스트이고….”
이안이 멤버들을 한 명씩 훑어보다가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응시했다.
“*우린 우리의 음악으로 우리를 증명해 내고 있다는 것을요.”
솔직히 이안은 ‘키세키’라는 그룹의 노래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해외에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노래도 없었고.
쟤네 문화는 사실 우리한테 왔어! 이렇게 다 된 케이팝 문화에 원조 주장을 할 시간에 음악으로 승부 보자 이 소리였다.
케이든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현지 스튜디오에 있는 방청객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멋진 대답 감사합니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아쉽지만 여러분과의 인터뷰는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요.”
(*아쉽죠? 저도 아주 아쉬워요. 다음에는 제 옆자리에서 볼 수 있을까요?)
“*언젠가, 시간이 맞는다면. 우리는 기꺼이 당신의 옆에 설게요.”
(*로맨틱하군요, 좋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재능 있는 7인, 아위였습니다. 그들의 무대, ‘Blue hour’ 함께 보시죠.)
3초의 정적과 함께, 화면이 꺼졌다. 스태프들이 인터뷰 끝났다고 수고했다고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멤버들도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야, 이안아 너 아까 무슨 말 했냐?”
조태웅이 이안의 어깨를 흔들며 대답을 재촉했다. 이안이 케이든에게 했던 대답을 멤버들에게 말하자, 내심 궁금했던 스태프들도 이안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렇게 말했지.”
“와씨.”
“이야!”
멤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찢었다.”
“우리 명언 집 하나 낼래?”
“최이안 쟤도 랩을 해야 해. 디스전 잘할 듯.”
“아 박진혁 또 랩무새.”
멤버들이 이안에게 엄지를 척 들이대며 좋아하는 사이,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뭔가를 생각하던 이주혁이 고개를 들었다.
“근데 우리 인터뷰 끝나고 전에 녹화했던 무대 영상 나오지?”
“그렇지. 우리 독립문에서 했던… 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