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03
203
밸런스 붕괴 아니냐고!
내년 해외 활동을 대비해 광고와 화보 인터뷰 등 바쁜 시간을 보낸 아위는 드디어 이종수 피디와 할 예능 ‘Our time’의 녹화 날을 맞이했다.
“오늘 드디어 팀 나오는 날이야?”
“누구랑 될까.”
‘Our time’은 작곡 서바이벌만 하는 게 아니어서 시간이 촉박했다.
원래는 팀 결성을 다양한 게임을 통해 보여 주기로 했는데, 그냥 녹화 스튜디오에서 사다리 타기를 하기로 해서 시간을 축소했다. 대신 작곡 과정을 더 보여 줘서 멤버 개개인에게 초점을 둘 예정이었다.
“형들은 누굴 팀으로 영입하고 싶어요?”
박서담의 질문에 박진혁과 이주혁이 대답했다.
“그야, 이안이지. 작곡 작사 어느 정도 되지. 안무 창작은… 애매하지만, 그래도 작곡 외에는 트레이너 붙을 거라며.”
“안무 창작이면 현이도 데리고 오면 되지, 한 명 남잖아. 근데 어차피 곡으로만 타이틀 정해지는 거라 상관은 없을걸? 무대는 다 같이 할 거잖아.”
“아, 그래?”
김주영은 벌써 피곤한 기색으로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와, 주혁이 형한테 이안이 붙으면 그냥 끝나는 거 아니야?”
“아니지, 결과물 까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야. 너랑 내가 갑자기 작곡 신이 들릴지 누가 알아?”
박진혁은 그런 김주영을 달래 주면서 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선 아위 멤버들이 꾸벅 인사했다. 스태프들의 시선이 일제히 아위에게로 향했다.
“어머, 오셨어요!”
“피디님!”
그들의 표정이 들떠 보였다. 아위의 예능 출연이 확정되고 나서 밀려오는 협찬과 광고 제안으로 제작비가 풍족해졌기 때문이다.
스태프들의 부름을 받은 이종수 피디가 빠른 걸음으로 아위의 앞에 섰다. 그는 멤버들 하나하나 악수를 하면서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일찍 왔네? 오랜만이지?”
“이 피디님. 오늘 녹화 잘 부탁드립니다.”
이주혁의 말에 이종수가 흐흐 웃었다. 시간이 지나 함부로 못 할 인기를 얻었어도 다들 예의 바르고 착했다. 몇 번의 미팅 끝에 친해졌지만, 선을 넘지 않는 것도 맘에 들었다.
“잘 부탁드리긴, 내가 되려 잘 부탁해야 한다고 해야지. 저기 뒤에 오시는 분은 우리 CP님.”
멤버들이 뒤를 돌아보자, 덩치가 꽤 큰 사람이 성큼성큼 아위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네 온다고 하니까 아주 입이 귀에 걸리셨어.”
이종수가 귓속말을 하듯 속삭였다. 큰 덩치에 정장까지 입으니까 더 위압감이 느껴졌다.
“반가워요! CP, 유준형이에요.”
[오, 잠깐.]이안의 주위에서 떠 있던 진이 순간이동 하듯 유준형의 얼굴에 자신의 렌즈를 밀착했다.
‘뭐야?’
이안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멤버들과 같이 허리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제가 더 잘 부탁드려요. 이 피디, 뭐 부족한 건 없지?”
이종수가 말없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내가 아위 여러분을 되게 만나 보고 싶었어요. 우리 방송국은 음악 방송도 없으니까….”
“아, 그러셨어요?”
“근데 음악 방송은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득은 아니거든…. 나중에 사진 한 번 찍어 줄 수 있죠?”
유준형의 입이 쉴새 없이 움직이자, 아위 멤버들이 멋쩍게 웃으며 적당히 대꾸했다.
“CP님, 이 친구들 준비해야 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시죠. 어차피 시간 많으니까.”
“그래? 그래요.”
이종수 피디는 친히 아위 멤버들을 파우더 룸으로 데려다주면서 속삭였다.
“저분이 좀 말이 많으시긴 해도 알아 둬서 나쁠 거 없어.”
“그래요?”
멤버들은 적당히 대답하고 넘겼다. 방송국 CP야 당연히 알아 둬서 나쁠 거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안은 진이 유준형에게 관심을 가진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발걸음 속도를 줄여 이 피디 옆에 선 이안이 질문했다.
“저분이 어떤 분인데요?”
[백우일보 삼남.]“신문사 회장 아들이야.”
진과 이종수가 동시에 말했다. 이안이 입을 벌렸다.
“특이하시네요.”
“그렇지?”
신문사 회장 아들이 방송국 CP라…. 특이한 이력이었다. 이안은 멤버들을 따라 파우더 룸에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잠깐, 백우일보 삼남이라면….’
[서자의 난, 맞아. 나도 지금 생각났어.]백우일보는 언론사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알아 둬서 나쁠 거 없는 게 아니라 알아두면 대박인 인맥 아닌가?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기회가 넝쿨째 들어왔다. 문제는 나비효과가 있냐 없냐인데, 이미 있는 미래 사실 중에 몇 가지 조언해 준다고 뭔가 많이 달라질까?
‘해 보지 않고서는 모르지.’
준비를 마친 아위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조연출이 박서담과 이안에게 큐 카드를 내밀었다. 외부 MC 없이 오로지 아위 멤버로만 방송을 채울 예정이었다.
“네! ‘Our time’의 진행을 맡은 아위의 막내, 서담이에요!”
“진행 보조, 이안입니다!”
박서담이 오프닝 진행을 마치고 자신의 소개를 했다. 멤버들이 박수 치며 환호했다. 이어서 한 명 한 명씩 소개를 마친 멤버들이 자리에 앉아 이안과 박서담의 진행을 기다렸다.
“저희가 이 스튜디오에 온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아위 자체 작곡 서바이벌 때문인데요!”
스태프가 화이트보드를 굴려 아위의 뒤쪽에 놓았다.
“진짜 사다리 타기네?”
“우리 미니 게임 같은 거 진짜 안 해요?”
이안과 박서담이 고개를 저었다.
“팀 배정은 철저히 무작위입니다.”
“그래도 조장은 정해졌기 때문에 팀 밸런스가 얼추 맞을 거예요.”
“자, 우리 조장님들 앞으로 나와 주세요.”
이안이 손짓하자, 이주혁과 박진혁 그리고 김주영이 나란히 섰다.
“위쪽에 이름 적으시고요. 이 사람과는 팀이 되고 싶다! 있습니까?”
“당신이요.”
박진혁이 이안을 지목했다. 막상 지목당하니 기분이 꽤 좋았다. 이안은 웃음기 띤 음성으로 말했다.
“이유가 있나요?”
“이안이가 아무래도 작곡을 배운 적이 있어서 같이 작업하는데 수월할 거 같습니다.”
“그럼 남은 분들은? 주혁이 형은?”
이주혁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는 서담이. 저음이 진짜 좋아요.”
박서담이 주먹을 꽈악 쥐고서는 예쓰! 소리를 질렀다. 이안은 김주영 앞에 섰다.
“우리 주영 씨는요?”
“저도 이안이요. 이유는 진혁이 형이랑 똑같습니다. 제가 단독 작곡은 처음이라서, 보조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그러면서도 지목 안 당한 사람들 생각이 났는지, 세 명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수군거렸다.
“아, 고르기 어렵다 어려워.”
“태웅이도 요즘 감성 터져 가지고 가사 잘 나올 거 같은데.”
“그건 현이도 마찬가지야. 요새 책 많이 읽더라. 게다가 현이는 이런 서바 경험자잖아.”
정작 챙김받은 사람들은 뒤에서 협찬받은 과자나 까먹고 있었다.
“그럼 이 사람과는 팀이 안 되고 싶다! 도 있습니까?”
“김현이요.”
박진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김현이 뒤에서 왜! 하고 소리를 질렀다.
“쟤랑은 뭔가 안 맞아요.”
“잠깐, 우리한테도 질문 해! 나도 박진혁하고는 하기 싫어요!”
벌떡 일어난 김 현의 옆에 앉아 협찬 물품인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는 조태웅이 손을 들었다.
“그럼 나도 진혁이 형. 난 랩 못하는데 왠지 랩 하라고 할 거 같아.”
“헐, 그러면 저도 진혁이 형이요!”
박서담도 황급히 손을 들었다.
“난 조장이지만 진혁이.”
이주혁까지 가담해서 순식간에 모든 멤버가 팀이 되기 싫은 사람으로 박진혁을 지목했다. 하지만 박진혁은 해맑게 웃었다.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 기쁜가 보다.
“서로를 챙겨 주는 아주 훈훈한 모습 잘 봤습니다.”
“팀 배정에 앞서서 곡을 봐 주실 심사위원을 소개합니다!”
이안과 박서담이 뒤를 가리키자, 남은 멤버들이 뒤에 있는 커다란 LED 전광판을 바라봤다.
“심사 위원은…. 이 분은 저희도 잘 알죠. 블루믹!”
“오, 좋아.”
‘아이돌 래퍼’로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블루믹이 큰 화면에 띄워졌다. 그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이어서 화려한 특수 효과와 함께 화면에 등장한 사람은 아위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김희상이었다.
“김희상 선생님! 근데 진짜 나오세요?”
“와!”
이안이 미리 언질을 줘서 건강 관리를 꾸준히 한 가요계 전설, 김희상은 연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았다.
“그리고, 와… 이분 노래 안 들으신 분 없을걸요? 음원 강자 이현아 님!”
이안이 말하자 멤버들이 단체로 오오, 감탄을 내뱉었다. 웬만한 팬덤형 아이돌이 음원을 발매해도, 차트 순위는 이현아의 아래였다. 그만큼 대중성과 팬덤을 두루두루 갖춘 여성 솔로 가수였다.
“그리고 VI 엔터테인먼트 대표, 최지민 님!”
“헐.”
이병헌의 인맥으로 섭외한 VI 엔터의 대표, 최지민은 1세대 아이돌 출신으로 타고난 감각과 수완으로 소속 가수 여럿을 성공시킨 제작자였다.
“그 외에도 블랙 러시 정세준. 트로트 황자 임태우 등 다양한 객원 심사위원이 저희의 곡 심사를 위해 모여 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럼,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팀 매칭을 할까요?”
사다리 타기를 하기 전에 조장끼리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7명이라 마지막 한 명이 남기 때문에 이긴 사람이 남은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가위바위보!”
“아싸!”
결과를 보자마자 박진혁과 김주영이 무릎 꿇고 바닥에 누웠다. 이주혁은 신나서 방방 뛰고 있었다.
“아! 주혁이 형은 오바지! 배 째!”
“주혁이 형은 혼자 해도 잘하는 거 아니냐고!”
손과 발을 털면서 마트에서 장난감 사달라는 아이처럼 생떼를 부렸지만, 당연히 먹히지 않았다.
“여러분, 이러지 말고 사다리 타기 결과를 보죠!”
“맞아요! 형들이 원했던 이안이 형이 매칭될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들은 박진혁과 김주영이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된 이상 최이안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아니거든, 내 꺼 거든?”
둘은 이안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하면서 긴장된 표정으로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두 분 저는 물건이 아니에요. 자, 사다리 타기… 어?”
사다리 타기의 결과를 보자마자 김주영이 두 손으로 제 뒤통수를 짚었다.
“아, 밸런스 붕괴 아니냐고! 주혁이 형이랑 이안이면!”
“내가 있어서 밸런스 붕괴 아닌데?”
김현은 이주혁과 팀이 됐다는 사실에 싱글벙글했다. 그는 이미 이주혁의 옆에 서서 이안에게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오, 서담이 좋아. 나쁘지 않아.”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거라고 해 줘요, 형.”
박진혁은 박서담과 한 팀이 됐다.
“주영아! 너만 믿는다!”
“아, 조태웅… 아….”
김주영은 이미 절망에 빠졌다. 조태웅은 그런 김주영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말했다.
“아냐, 내 말 들어 봐. 주혁이 형 팀이 강력한 우승 후보는 맞지만, 미래는 아직 몰라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이안이 더 해보라는 듯 손짓했다.
“프로젝트 아이돌에서도 어벤ㅈ… 복수자들 나중에 어떻게 됐습니까? 결국, 우승은 다른 팀이 했습니다?”
복수자들이라고 포장하면 뭐 하나, 이미 프로젝트 아이돌 언급을 한 것부터가 걸리는데.
“어어, 그분들 저격 하는 거예요?”
“아니,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팩트를 말씀드린 거예요. 그분들도 물론 훌륭하셨지만….”
결국, 박서담의 지적에 제 꾀에 넘어간 조태웅이 애써 수습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 피디를 보면서 양손으로 빠르게 허공 가위질을 했다.
“피디님 이건 편집해 주세요.”
“잘 써먹을게요.”
조태웅이 팔자 눈썹을 만들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악편 같은 건 없을 걸 잘 알기에 이안은 맘 편히 웃었다.
“자, 이렇게 해서 팀 매칭이 끝났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곡을 완성해 봅시다!”
이안과 박서담은 카메라 앞에 서서 진행을 마무리했고, 이윽고 카메라의 불이 꺼지면서 조연출이 소리쳤다.
“네, 스튜디오 녹화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