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04
204
우리 버스킹 어떻게 해요?
“어때?”
“그냥 너 같은데. 티 엄청나.”
“으아….”
이안이 힘 빠진 소리를 내며 연습실 바닥에 털썩 누웠다. 조태웅도 이안의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우리 목소리 눈치채도 우리라는 확신은 안 가지지 않을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아위 멤버들은 ‘Our time’의 복면 버스킹을 위해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서는 이렇게 하는 게 어때?”
“근데 우리 인형 탈 쓴다며. 이 동작이 가능해?”
“에반가? 탈만 쓰고 옷 안 입으면 가능하지 않아?”
김주영과 김 현도 거울 앞에 서서 안무를 창작하고 있었고, 김주혁과 박진혁은 의자에 앉아 종이에 랩 가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복면 버스킹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공연하는 아위 멤버들을 아위라고 눈치채지 못하게끔 복면을 쓴 채 공연을 하는 것이다. 각자 연습생 때 했었던 버스킹 장소에서 공연하다가 밤에는 7인 합동 버스킹도 할 예정이었다.
김주영과 김 현은 춤 공연을, 이주혁과 박진혁은 랩을, 이안과 조태웅 그리고 박서담은 노래 공연을 주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각자의 음색과 스타일이 뚜렷해서 어느 정도 목소리 변조가 필요했다.
“형, 저는 어때요?”
“불러 봐.”
이안과 조태웅이 눈을 감고 박서담의 노래를 들었다. 박서담은 특유의 저음 스타일을 버리고 목소리 톤을 다르게 했다.
“박서담이네….”
“그러게.”
“그렇게 티 나요?”
도입부는 티가 안 났는데, 노래를 계속하다 보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이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위의 노래를 들어 본 사람이라면 ‘어? 혹시?’ 하고 알 만한 사람들은 눈치챌 수 있을 법한 노래였다.
“아, 어렵다.”
“변조 마이크 같은 거 쓰면 안 되나?”
“그건 노래 들을 맛이 안 살 거 같은데.”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집중 못 하고 딴짓을 하게 된다. 결국, 연습실 구석에서 나란히 누운 그들은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았다.
“형들 조는 뭐 작곡하기로 했어요?”
박서담이 고개만 들어서 양옆에 누운 조태웅과 이안을 번갈아 쳐다봤다.
“우리? 일단 각자 좋아하는 곡 스타일 추려서 들어 보면서 컨셉 정하기로 했어. 김주영 그렇게 찡찡대면서 할 거는 다 하더라.”
“걔 겁나 쫄보잖아.”
이안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타이밍 좋게도 춤 동작을 연습하던 김주영이 이안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이안이 형네는?”
“우리는 합숙 때 같이 작업해 보기로 했어. 현이 형도 아예 모르는 건 아니고 몇 번 해 본 적은 있으니까.”
“와 완전 치트키….”
박서담이 부러운 눈빛으로 이안을 쳐다보다가 다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랑 진혁이 형은 뭐 하기로 했는데?”
이안의 물음에 박서담이 씨익 웃었다.
“저희 완전 힙합이에요.”
“오오.”
“저도 랩 해 보려고요.”
“니가?”
조태웅과 이안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박서담을 쳐다봤다.
“왜요?”
“아니, 좀 의외라서. 랩무새 진혁이 형이 막 강요한 건 아니지?”
조태웅의 말에 박서담이 고개를 저었다.
“진혁이 형도 노래 많이 늘었잖아요. 내가 랩을 안 해 본 거지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이제 장르 편식은 안 하려고요. 의외로 내가 잘할 수도 있잖아요.”
박서담도 보컬 트레이닝이나 기타 연주, 외국어 수업 등을 꾸준히 받고 있었고 작사에도 어느 정도 참여하기도 했지만, 재능 있는 형들에 비해 왠지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열심히 해야죠.”
뒤처지지 않으려면. 박서담의 표정이 의욕으로 가득 찼다.
그때, 아까부터 의심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던 김주영이 퍼뜩 소리쳤다.
“형! 쟤네 우리 서바이벌 유출한다!”
“누군가? 누가 유출 소리를 내었어.”
“뭐야, 스파이짓이야?”
떡밥을 물은 나머지 멤버들이 누워 있는 3인방을 바라보며 이상한 상황극을 시작했다.
“제군들, 당장 일어나십시오. 이렇게 쉴 때가 아닙니다.”
“니예.”
조태웅이 힘없이 대답했다.
“형들은 연습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누워 있는 거 봐라. 어이가 없네?”
“현, 너는 그러면서 왜 누워?”
“나도 쉴래.”
“어이가 없네?”
김 현과 박진혁이 서로 투닥대는 것을 지친 눈으로 지켜보던 이주혁이 이안에게 말했다.
“연습은 다 했어? 우리 단체 버스킹도 뭐 할지 맞춰 봐야 하는데.”
“아 맞다.”
“에라 모르겠다.”
이안의 대답에 의욕이 없어진 이주혁이 옆에 누웠고, 어느새 7명 전원이 바닥에 나란히 눕게 되었다.
“그래서 진짜 우리 버스킹 어떻게 해요?”
“그냥 우리 스타일대로 하자. 부를 곡이나 생각해, 뭘 목소리 변조 같은 걸 하고 있어.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알 텐데.”
“근데 그러면 감동이 안 살 거 같아.”
이주혁의 말에 멤버들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냥 하지그래? 한 번 하는 버스킹에 뭐 그리 공들여?]‘한 번 하는 거라도 잘해야지.’
이안뿐만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열의가 보였다. 연습생 때 했던 버스킹이 생각나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어떡하지?”
“우리 버스킹한다는 소식 돌면 사람 진짜 많이 몰릴 텐데….”
인기가 많으니 당연히 사람이 몰릴 것이고 그러면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인기가 아닌 실력 자체를 보고 사람들이 몰리는 광경을 보고 싶었다.
게다가 숙소와 회사 근처에 사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통해 어디에 유출이 되기라도 한다면 더욱 심할 것이다. 며칠 전에는 아위의 밴에 위치추적기를 달아서 김명진이 발견한 적도 있었다.
“그럼 이건 어때?”
이안이 벌떡 일어나자 멤버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매니저 형한테 부탁해서 가짜 스케줄을 만드는 거야. 그럼 덜 몰리지 않을까?”
* * *
“찍을게.”
매니저, 박지환이 촬영 버튼을 눌렀다.
“어때요, 형?”
“잘 나왔네. 이거로 밑밥 깔게?”
“네. 사진 보내 주세요.”
박지환에게서 사진을 받은 이안은 곧바로 공식 카페에 접속해 글을 올렸다.
[이안] 아위덤 안녕여기가 어디게요?
└헐
└오빠 오늘 뭐해요? 너무 멋있어요♥
└아까 리더오빠도 사진올리더니 단체 스케쥴이에요?
└으아ㅜㅜㅜㅜ빨리보고싶어요
이안이 푸스스 웃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격한 표현의 주접과 앓는 글도 좋았지만, 공식 팬 카페는 멤버에게 존칭을 사용해야 해서 정중하고 말랑한 분위기였다. 이안은 이런 분위기도 좋았다.
“이제 슬슬 가자.”
“넵, 다른 팀들은 갔어요?”
“어, 랩팀은 홍대로 가고 댄스는 혜화. 우리는 강남으로 갈 거야. 너네 데뷔 전 버스킹 장소 그대로.”
“재밌겠다.”
버스킹의 보컬팀, 조태웅과 박서담 그리고 이안은 차에 타고 들뜬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기온도 아주 덥지도 않고 선선했다.
“이안이 형 전략이 먹힌 거 같아요.”
“그래? 뭐 떴어?”
박서담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여 줬다.
-애들 오늘 스케 뭘까?
광고였으면 좋겠다
└난 화보
└예능아님?
└아워탐 촬영하는거 아냐?
└어쨌든 떡밥 하나 더뜬다는 거잖아ㄷㄱㄷㄱ
“예능 촬영은 맞았지만 버스킹은 예상 못 했겠지.”
“스케쥴 주작했다고 뭐라 하진 않겠죠?”
“우리 팬들이?”
조태웅이 피식 웃었다. 팬들은 아위가 뭘 하든 좋아할 것이다. 물론 범죄나 연애 같은 게 아닌 이상.
“얘들아 다 왔다.”
“오, 저기예요? 다 되어 있네.”
그들을 태운 차가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 섰다. 이미 ‘Our time’의 제작진들이 버스킹을 위한 장비를 다 설치해 둔 상태였다.
“스피커 위에 마이크 있대. 지금 촬영 중이니까 바로 가서 공연하면 돼.”
“넵.”
이안은 박지환이 나눠 주는 탈을 받았다. 종이로 된 동물 탈은 노래 부르는 데 방해가 없게 턱 부분이 잘려져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약간 우스꽝스러웠다.
“고양이는 나. 곰은 누가 가질래?”
“나!”
조태웅이 곰 탈을 가져가고, 마지막에 남은 토끼 탈은 박서담이 가져가 머리에 썼다.
“가자.”
이안이 문을 열었다. 미리 설치된 버스킹 장소를 보고 몇 사람이 이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곡 재생할까? 누구 먼저 할래?”
이안과 조태웅, 박서담 세 명은 마이크를 잡고 스피커에 블루투스 연결되어 있던 핸드폰을 꺼내 미리 녹음한 AR을 재생했다.
“저부터 할래요!”
“그래? 그럼 서담이 먼저.”
이안과 조태웅이 박서담의 앞에 앉아 관객으로 변했다.
박서담의 선곡은 김희상의 노래, ‘추억 속에서 너는’이었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발라드로 박서담의 매력적인 저음과 어울리는 곡이었다.
“시작하나 봐.”
“토끼 탈 귀엽다.”
박서담이 마이크를 들고 감정을 잡았고, 이어서 첫 소절을 불렀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지나가던 사람 중 몇 명이 관객으로 합류했다.
‘선생님이 들으면 좋아하시겠네.’
이안이 웃었다. 자신의 색깔과 맞는 곡을 부르니, 더 실력이 좋아 보였다.
“다음은 누구야?”
“어, 나다.”
조태웅이 박서담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자리를 교체했다. 조태웅은 국내 유명 밴드의 곡을 선곡했다. 조태웅이 리듬을 타면서 관객들 앞으로 다가갔다.
“제 노래 어땠어요?”
“좋았어. 선생님한테도 들려 드리자.”
이안의 대답에 박서담이 해맑게 웃었다.
“다들 박수 쳐 주세요!”
신나는 선곡과 호응 유도로 관객들이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핸드폰을 들어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 뭐 해? 왜 이렇게 사람 많아?”
“좀만 보고 갈까?”
버스킹 자리에 모인 관객들이 꽤 많아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이어서 이안의 차례였다. 조태웅과 자리를 바꾼 이안은 제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수많은 무대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떨렸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이안이 첫 소절을 불렀다.
“나 소름 돋았어.”
“근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 같지 않아?”
관객 중 몇 명이 숨을 삼켰다.
“와, 이 노래 뭐야?”
“너무 좋다.”
이안은 팝송을 준비했다. 그는 헤일리 폴스의 곡을 편곡했는데, 마지막에 고음이 폭발하는 곡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진짜 잘 부른다.”
“저 사람, 턱부터 잘생김이 느껴지지 않냐?”
“근데… 몸도 되게 좋은데?”
“가면 벗었으면 좋겠다.”
입과 턱만 보였을 뿐인데도 이미 잘생김을 짐작한 몇몇 사람들이 속삭였다.
“마지막 곡을 들려 드릴게요.”
이안의 노래도 끝났고 마지막은 아위의 곡이었는데, 팬들이 숨은 명곡이라 칭하는 이번 앨범 수록곡, ‘Weekend vibes’였다.
“나 이 노래 진짜 좋아.”
“어? 근데 목소리가… 똑같지 않아?”
“어? 진짜네?”
그들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각자 불렀던 곡에서도 기시감을 느꼈었는데….
“설마….”
곡이 점점 마지막으로 치닫자, 어디선가 온 경호원들이 버스킹을 구경하는 관객들 앞에 섰다.
“뭐야?”
“헐, 뭐 촬영하는 거였나 봐.”
“누군데?”
이미 아위덤으로 보이는 사람은 벌써 손으로 입을 가리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네, 지금까지….”
곡이 끝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에 허리 굽혀 인사한 세 명이 상체를 들어 올리면서 얼굴에 쓴 종이 탈을 벗었다.
“아위였습니다!”
“허억….”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누군가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간의 정적 끝에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