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06
206
진짜 그렇게 잘하나?
“그때? 내가 진행했던 버스킹 중에 제일 함성이 컸어, 무슨 콘서트 온 줄 알았다니까.”
‘버스킹 홍TV’ 채널의 홍주훈은 ‘Our time’의 첫 방송 시간 전에 실시간 방송을 켜고 아위와 함께했던 버스킹 관련 일화를 풀었다.
“그분들이 얼굴에 쓴 탈, 헬멧, 이런 거 다 벗는 순간! 그때, 딱 해 지는 시간이랑 맞아떨어져서 거리에 딱 불이 들어오는데…!”
홍주훈이 크으으 감탄하면서 엄지를 들었다.
“자세한 건 JBTC 통해서 보세요. 나도 본방 시간에 맞춰서 방종할 거야.”
누군가가 후원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보낸 사람은 아위덤으로 보이는 닉네임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아위 만나서 어땠냐고요?”
홍주훈이 히죽 웃고서는 아위 멤버들과 찍었던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보여? 와 진짜 연예인은 연예인이더라. 다 잘생겼어.”
-와ㄷㄷㄷ
-누가 홍티비 얼굴 치워라
-형 못생겼어…
-포샵 장인 방장 좀 지워주세요ㅋㅋㅋㅋ
-혼자만 얼굴 튀네ㅋㅋㅋㅋ
“내 머리 크기 봤어? 저 사진도 저분들이 최대한 얼굴 앞으로 땡겨 준 거다?”
홍주훈은 이런 반응이 익숙한 듯 낄낄 웃었다. 그는 눈앞에 아위 멤버들이 아른거리는 듯 신나게 멤버들을 본 일화를 풀었다.
“특히 이안이가….”
그가 이안을 편하게 말하는 순간,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
-선 넘네?
-홍티비 잘가ㄷㄷㄷ
“잠깐 기다려 봐요. 내가 인기 쩌는 아이돌이랑 형 동생 하는 사이라 이거야.”
홍주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요즘 팬들도 썰 풀어 줘서 고맙다 하지, 그렇게 몰려와서 극성 안 부려요. 그렇죠?”
실시간 방송의 시청자가 전날보다 훌쩍 늘어 있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위덤이 손바닥 이모티콘으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심지어 해외 팬들까지 몰려와서 더 북적거렸다.
“아무튼 다들 인기 많은 연예인답지 않게 되게… 소탈하다고 해야 하나? 진짜 친절했어. 걔네가 먼저 형이라고 다가와 줬다니까? 부럽죠, 여러분?”
평소보다 많은 시청자에다가 많은 후원까지 받아서 기분이 들뜬 홍주훈이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아무튼, 실물 누가 잘생겼냐고요? 다 잘생겼어요. 특히 이안이가… 와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겼지? 싶었다니까. 그냥… 그냥 아름다워.”
홍주훈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버스킹 녹화 끝나고 집으로 가면서 느꼈지. 남자여도 얘라면 사귀어도 좋다…!”
-?
-선 넘네
-그건 이안님 입장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 : 줘도 안 가져
시청자들의 ‘민심’이 대폭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주훈은 기분이 좋았다. 후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위 ‘Our time’에서 뭐 하냐고요? 저도 잘 몰라요. 저는 버스킹만 진행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거라.”
아위덤의 스포일러 요구에도 홍주훈은 휘둘리지 않았다. 사실, 버스킹 외에는 아는 게 없었다.
“분위기 보니까 무슨 힐링 감성 그런 거 할 거 같은데? 시간 다 됐죠? 이만 방종할게요!”
* * *
홍주훈의 예측은 실패했다. 힐링 감성이 아닌 경쟁이었다. 작곡 서바이벌 합숙을 위해 경기도의 한 펜션을 찾은 멤버들이 짐 가방을 메고 밴에서 내렸다.
“숙소는 각 팀마다 한 건물씩 들어가면 됩니다.”
“우와….”
3채의 독채, 그리고 넓은 정원까지 갖춰진 펜션을 보며 멤버들이 입을 벌렸다. 그중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정원에 있는 한 물건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야 비비큐 그릴 있다.”
“맛있지….”
“이따가 고기?”
멤버들의 속삭임을 들은 이종수 피디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과연 고기를 먹을 시간이 있을까? 여기는 먹으러 온 거 아닌데?”
“아, 피디님. 벌써 겁주지 마세요.”
“겁이라니, 귀신 특집 같은 거 안 할 거야.”
“밥 먹을 시간 없는 게 공포인데.”
김주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옷에 마이크를 고정하고,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멤버들은 박서담과 이안의 오프닝 멘트에 호응하고, 이 피디가 입을 열 때까지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저희 이제 뭐 해요?”
“여러분은 3박 4일간의 합숙에서… 각 팀마다 2곡씩 작곡을 해야 하고요.”
“2곡이요?”
김주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주혁과 박진혁도 긴장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네, 전 곡 여러분의 미니 앨범에 실릴 곡입니다.”
“어렵네….”
이병헌이 출연을 허락한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서 JBTC의 지분은 없다는 것이었다. JBTC는 시청률 상승에 따른 광고 기대 효과를, 소속사는 방송을 통해서 다음 앨범의 홍보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미리 작업해 온 작업물은 안 되는 건 알고 있죠?”
“넵.”
형평성을 위해 기존 작업한 것들을 배제하고 오늘 합숙에서 아예 백지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 드릴 게 있습니다. 심사위원 겸 멘토분들이 오실 예정인데요. 그분들이 몇 시에, 어떤 분이 오시는지는 저희도 몰라요.”
“네?”
이종수 피디의 폭탄선언에 멤버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박진혁의 어깨에 걸친 가방이 스르륵 내려가면서 잔디 바닥에 떨어졌다.
“무작위로 오셔서 여러분의 작업물을 듣고 평가하실 예정입니다.”
“허….”
“그분들 오셨는데 들려 드릴 곡이 없으면 안 되겠죠?”
이 피디가 씨익 웃었다.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던 멤버들 사이로 이안이 몸을 홱 돌리고서 외쳤다.
“뛰어!”
“으아아!”
이안이 전속력으로 뛰자, 나머지 멤버들도 소리를 지르며 숙소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동선이 꼬이지 않게 각자 다른 집으로 알아서 잘 찾아가고 있었다.
“의욕 좋다 좋아.”
음악을 사랑하는 이종수 피디는 벌써 아위가 만들어 낼 작업이 기대됐다.
* * *
“그냥 하루 종일 작업이나 하라는 거네.”
“이 피디님을 믿는 게 아니었어.”
숙소로 들어온 이안이 허허 웃었다. 주방 그리고 넓은 거실 구석에 이주혁이 주로 쓰던 작곡 장비가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침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멘토 금방 오실지도 모르니까 작업 바로 시작하자.”
이주혁은 짐만 내려놓은 채 의자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다들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놓은 건 있어?”
“일단 자주 듣는 음악 몇 개 추려 봤는데.”
“그럼 그거부터 들어 보자.”
이안과 김 현도 이주혁의 양옆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각자 취향의 곡을 한 번씩 들어 본 이주혁이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현이는 일렉트로닉 쪽이고 이안이는 컨트리 쪽이네?”
“우리 전에 작업한 것도 컨트리였잖아. 아,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이안이 숙소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고 웃었다. 김 현이 이안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야야야 위험하게. 이거 박진혁보다 더하네.”
“어쨌든, 컨트리도 재밌더라고. 근데 형이 들려준 디스코도 좋아. 레트로는 늘 먹히잖아.”
“그렇지.”
이주혁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주혁이 쓰던 장비 외에도 키보드와 어쿠스틱 기타, 드럼 등 여러 악기가 있었다.
“일단, 각자 멜로디 짜 볼래? 굳이 키보드 쓰지 않아도 돼, 허밍으로 해도 좋아.”
* * *
이안과 김 현이 이주혁의 지시에 따라 벌써 작업에 돌입하고, 옆 숙소의 박서담과 박진혁도 책상 앞에 앉았다.
“형 우리 이제 뭐 해요?”
박진혁이 키보드를 향해 고갯짓했다.
“일단 쳐 봐.”
“어?”
장난이라기엔 박진혁의 표정이 누구보다 진지했다.
“치다 보면 그럴싸한 멜로디 나와.”
“진짜요?”
“일단 두들겨 봐. 내가 계속 듣고 있을게.”
이게 4차원의 사고방식인가. 박서담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단 키보드 앞에 앉았다.
‘진짜 이렇게만 해도 되나?’
* * *
의욕적인 두 팀에 비해 조태웅과 김주영팀은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우리 이제 뭐 어떻게 하냐?”
“그러게… 너 우리 레슨 받았던 거는 기억 나?”
연습생 시절 다 같이 받는 작곡 레슨은 받았었지만, 데뷔 이후 조태웅은 연기를 집중적으로 했었다. 앨범 참여도 작사에 중점을 둔 터라 작곡 부분은 김주영의 역할이 중요했다.
“모르겠어, 보면 생각날 거 같기도 해.”
“그래?”
이대로라면 의욕 없다고 방송 이후 어디서 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김주영이 벌떡 일어났다.
“일단, 너는 뭘 하고 싶어? 좋아하는 장르는 있어? 플레이리스트 보여 줘 봐.”
“잠깐만.”
조태웅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 * *
그들이 각자 숙소로 들어가 작업한 지 2시간 될 무렵, 저 멀리서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와 펜션 앞에 정차했다.
“안녕하세요.”
이종수 피디가 한달음에 달려가 차에서 내린 사람과 악수했다. 첫 멘토이자 심사위원은 VI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최지민이었다.
“이런 곳은 어디서 알았어요? 우리 애들도 이런 곳에서 합숙하면 좋겠네.”
“방송국 정보가 꽤 있어요.”
“아, 역시.”
스태프가 다가와 최지민에게 핀 마이크와 송신기를 채웠다.
“들어가시기 전에, 인터뷰 좀 할게요.”
“좋아요.”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야외 인터뷰가 가능했다. 최지민은 스태프가 준비한 간이 의자에 앉았다. ‘Our time’의 작가가 질문지를 읽었다.
“어떤 연유로 오시게 됐나요?”
“병헌이… 그러니까 아위의 소속사 대표님과 친분이 있어서 나오게 됐어요.”
“어떤 친분이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병헌이가 제 매니저였죠. 아, 나보다 잘될 줄 알았으면 그때 잘해 주는 건데….”
최지민이 능청을 떨었다. 이병헌과 최지민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친구이자 동료였다. 이병헌이 BHL엔터를 설립했을 때 최지민이 많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제작진도 다 알고 있기에 분위기가 좋았다.
“지민 씨도 1세대 아이돌로 시작해서 지금 성공적인 제작자가 되셨잖아요.”
“에이, 나는 성공도 아니지 다들 고만고만했으니까. 한 그룹 대박 터뜨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아! 이건 적당히 편집, 아시죠?”
“네, 계속하세요.”
이종수가 편하게 말하라고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최지민은 의자에 편히 기대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래서 비결이 뭐냐 물어보니까 ‘애들이 잘한 거지 내가 잘한 거는 아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오… 되게….”
‘좋은 대답이네요.’라고 말하려 했던 이 피디는 이어지는 최지민의 말에 멋쩍게 웃었다.
“재수 없죠? 그 애들을 뽑은 게 본인이면서.….”
“…그분 안목이 좋으시죠.”
“어쨌든, 그래서 아위 친구들이 궁금했어요, 진짜 그렇게 잘하나?”
“그렇군요. 그럼 기대되는 팀이 있나요?”
최지민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리더팀이죠.”
“주혁이랑 현이랑 이안이요.”
“네, 일단 이주혁, 그 친구는 전체 프로듀싱도 한다면서요? 김 현 그 친구도 예전 서바이벌 나왔을 때 눈여겨보던 친구였고….”
“이안이는요?”
“걔는… 재수 없어요. 어떻게 잘생겼는데 능력도 좋지?”
예상 밖의 대답이었지만, 극찬이었다.
“아무튼,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을 거 같아요.”
“좋습니다. 그 팀은 가장 왼쪽 집에 있어요.”
최지민이 벌떡 일어나 왼쪽 집으로 향했다. ‘과연 프로듀싱 멤버가 있는 팀은 뭐가 다르긴 다르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기대감에 문을 열었을 때였다.
“여기서 이렇게! 빡!”
이안이 벽 모서리 부분을 양발로 박차고 오르더니 허공에 떴다. 그리고서는 한 바퀴 멋지게 회전하더니 바닥에 착지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안의 머리에 드럼 심벌이 얹어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벌은 이안이 착지할 때까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좋아 좋아! 재능 낭비 오졌고!”
“최이안 잘한다!”
이주혁과 김 현이 기립박수를 쳤고, 난장판인 숙소 분위기에 멍하니 서 있던 최지민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