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14
214
귀신같은 놈.
“지금까지 아위였습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안녕!”
한복을 입은 멤버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녹화하고 있던 김명진이 엄지를 들었다.
“좋아. 잘 나왔다. 옷 갈아입자.”
“다음은 뭐예요?”
“수능 응원 메시지. 그다음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 인사.”
“많네….”
멤버들은 내년 말까지 일정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잠깐 시간이 남는 사이 각종 응원 메시지를 미리 촬영하기로 했다.
멤버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한 명씩 붙어서 멤버들의 머리 스타일을 바꿔 주고 있었다.
같은 날 몰아서 찍었다는 것을 최대한 티 내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우리 중에 수능 본 사람?”
“없지.”
수능은커녕 고등학교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본 멤버도 있었다.
“누가 그랬는데, 수능은 인생에서 겪는 첫 번째 큰 시험이래.”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큰 이벤트 아니야?”
“맞아 비행기도 그 시간에는 착륙 못 하고 뱅글뱅글 돈다던데.”
“증권 시장도 늦게 열고.”
“최이안 언제 경제 전문가 됐냐?”
조태웅의 말에 이안이 피식 웃었다. 머리에 핀을 꽂은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른 그룹의 수능 응원 인사를 돌려 봤다.
“응원 메시지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요? 우리 대본대로만 읽으니까 너무 국어책 읽는 것처럼 되는 거 같은데.”
“우리 그때쯤 되면 음원도 풀릴 텐데 노래나 짤막하게 부를까?”
“노래? 어떤 거?”
멤버들의 시선이 박진혁에게 고정됐다. 박진혁이 씨익 웃었다.
“그거 있잖아. ‘괜찮아’.”
“오, 괜찮은데?”
‘괜찮아’는 이안과 김 현이 작곡하고 이주혁이 작사한 곡의 제목이었다.
“어디 파트 불러?”
“괜찮아요. 그 부분 어때?”
“얘들아. 준비 다 됐으면 이제 찍자.”
속닥거리던 아위 멤버들의 등을 보며 김명진이 소리쳤다.
헤어 담당자들이 멤버들의 머리에 꽂힌 핀을 빠른 손놀림으로 빼냈고, 멤버들은 카메라 앞에 섰다.
“둘, 셋.”
“Who we are? AWY! 안녕하세요, 아위입니다!”
김명진의 오케이 사인에 멤버들이 허리를 꾸벅 숙이고 구호를 외쳤다. 아위의 비공식 진행 담당인 박서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수능이 완전 코앞! 한 발자국밖에 남지 않았죠?”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 여러분!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멤버들이 환호하며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많이 떨리겠지만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화이팅! 여러분은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맞아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찍는 것마다 정답이 되기를! 대박 나기를 저희 아위가 기원하겠습니다.”
정해진 대본을 읽은 멤버들이 저마다 한마디 보탰다. 김명진은 녹화를 끊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컴싸랑 도시락 꼭 챙겨 가시고….”
“컴싸나 샤프 같은 건 시험장에서 줄걸? 그래도 혹시 모를 불량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꼭! 챙겨 가세요!”
“오, 이안이 디테일해.”
“영어 듣기 평가 때 졸리니까 잠 깰 것도 준비해 가시고….”
이안의 말에 김 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의심을 담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마치 ‘넌 그걸 어떻게 알아?’ 같은 눈빛이었다.
“아 맞다! 그리고 도시락으로 죽은 안 됩니다. 국수도 안 돼요! 소화 빨리 돼서 나중에 배고파. 간식 많이 챙겨 가시고요!”
맛잘알 김주영이 소리치자, 김 현이 타박했다.
“야 누가 도시락으로 국수 말아 먹냐?”
“아 형! 그거 수험생 금기어!”
“헐, 맞다. 명진이 형 이거 편집 좀….”
그를 제외한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수능 응원 영상에서 밥 얘기하는 건 김주영이 처음일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그거, 그거 부를까요?”
이주혁의 신호에 멤버 전원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고생 많이 했어요.
아파도 잠시뿐, 당신은 더 잘될 거예요.”
“여러분 수능 화이팅! 지금까지 아위였습니다! 안녕!”
그들이 ‘괜찮아’의 한 소절을 부르면서 응원 영상은 끝이 났다.
* * *
일주일의 타이틀 곡 투표가 끝나고, 무대만이 남아 있었다.
‘Our time’의 생방송은 팬카페를 통해 사전 방청 신청을 받았는데, 역시나 신청 페이지가 터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도 이참에 팬카페 같은 거 쓰지 말고 다른 앱으로 갈아탈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서수련이 인상을 쓰고는 팬카페 창을 닫았다.
“아이버스나 캔디앱 같은 거?”
“응.”
아위는 지금까지 대형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이용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겨 가는 추세였다.
‘아이버스’와 ‘캔디앱’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나온 커뮤니티 앱인데 단순 팬 커뮤니티의 역할도 하지만 팬클럽 관리 그리고 굿즈 판매와 실시간 방송 등등 여러 기능을 지원하는 종합 플랫폼이었다.
저절로 번역 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니 많은 아티스트들이 찾는 플랫폼이기도 했다.
“글쎄… 다른 앱을 이용할 바에는 새로 만드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시간이 없으니.”
박동수가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하려면 애들 월투 돌기 전에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아이버스 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 아마 우리 애들 입점한다고 하면 좋아할 거야.”
서수련이 핸드폰을 들었다.
* * *
‘Our time’의 생방송 날이 다가왔다. 멤버들은 일찍 숍에 들러서 방송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도 진혁이 형 7분짜리 곡 미쳤냐고. 우리 콘서트에서 어떻게 불러?”
“야 그냥 7분도 아니야 7분 43초야.”
“서담이 너는 안 말리고 뭐 했냐.”
“재밌잖아요.”
다행히 안무까지는 만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생방송에 할 무대는 곡마다 1분 남짓으로 줄였다.
박진혁과 똑같은 웃음을 짓는 박서담을 보며 멤버들이 수군거렸다.
“서담이 쟤 진혁이한테 세뇌당한 거 아니야?”
“합리적 의심이다.”
김 현과 조태웅이 머리를 손질받는 박서담의 뒷모습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근데 우리 투표 결과 어떻게 될까요?”
“그건….”
멤버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다들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누가 더 많이 나올 거 같다고 쉽게 점칠 수 없었다.
정적 속에서 바나나를 우물거리던 이안이 넌지시 말했다.
“투표 결과는 몰라도 하나는 알 수 있어.”
“뭔데?”
“분명히 다들 곡 너무 잘 썼다고 트리플 타이틀 하자는 얘기 나온다.”
이안의 말에 몇 명은 그럴 거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몇 명은 반신반의했다.
“에이 설마. 우승 상품을 그렇게 막 바꿀까?”
“아니지, 킹능성 있다. 한 곡만 타이틀 된다고 극적인 연출 빡! 나온 다음에 갑자기 빡! 하고 세 곡 동시에 나오는 거지.”
“맞아, 그리고 우리 팀 예언자가 말하는 거잖아.”
“최이안 가라사대….”
멤버들이 이안을 보며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이안은 익숙한 듯 두 팔을 벌렸다.
* * *
준비를 마치고 방송국으로 향한 아위 멤버들은 팬과 스태프들을 위한 커피 차 역조공 인증 사진을 먼저 찍고 대기실로 들어왔다.
“얘들아.”
“피디님.”
이종수 피디도 커피 차를 다녀 왔는지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너넨 참 역조공을 잘한다.”
“칭찬이시죠?”
“칭찬이지. 팬한테 해 주는 게 의무는 아니잖아. 그 덕에 우리도 좀 얻어먹고.”
“그렇죠. 팬들이 저희한테 해 주는 것도 의무는 아니고.”
“내가 이래서 너네를 좋아하는 거야.”
푸근하게 웃던 이 피디가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뭐가 타이틀 될 거 같아? 너네끼리 얘기 안 해 봤어? 신경전 있었을 거 같은데.”
“아 피디님. 이간질하지 마세요. 저희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에이 나한테는 말해도 돼.”
이안은 계속 질척대는 이 피디에게 대뜸 물었다.
“근데요, 피디님. 이거 한 곡만 뽑는 거 아니고 트리플 타이틀 되는 거 아니에요?”
“어? 뭐라고?”
“트리플 타이틀이요. 오늘 우승 특전이요.”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한 곡이라고 이미 다 보도자료 뿌렸어.”
“그래요?”
이안의 시선이 집요하게 이 피디의 얼굴을 쫓았다. 이 피디의 표정 변화는 없었다.
‘애써 포커페이스 유지하는 거 같은데.’
그때, 김명진이 대기실에서 나와 멤버들에게 이제 준비해야 한다며 손짓했다.
“피디님, 리허설 때 봬요.”
“그래. 음향 제대로 신경 써 줄게.”
멤버들이 대기실로 들어가고 복도에 혼자 남은 이 피디는 제 목덜미를 긁적거리면서 탄식하듯 말했다.
“와… 귀신같은 놈.”
* * *
앞 방영분의 요약본이 짧게 송출되고, JBTC 스튜디오로 화면이 바뀌었다. 양쪽으로 갈라지는 LED 스크린 사이로 아위 멤버들이 튀어나와 무대 중앙에 섰다.
“Who we are? AWY! 안녕하세요, 아위입니다!”
일렬로 선 멤버들이 이주혁의 신호에 맞춰서 인사말을 크게 외쳤고 큐 카드를 든 박서담과 이안이 중앙으로 나와 진행을 시작했다.
“네 여러분 1주일간의 투표가 끝나고, ‘Our time’ 마지막 화 생방송 무대를 남겨 두고 있는데요!”
“여러분들 어떤 곡에 투표하셨어요?”
관객석을 꽉 채운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아마 여러분들은 어느 팀이 어떤 곡을 작업했는지 모르시겠죠?”
“지금 바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멤버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들이 나왔던 LED 스크린이 밝아지면서 각 팀의 곡명이 발표됐다.
주혁&현&이안 – 챗(Chat), 괜찮아
진혁&서담 – 7, Night night
주영&태웅 – In Your Eyes, 추락
관객석 여기저기서 함성이 울렸다. 현장엔 오지 못해도 집에서 본방사수를 하고 있던 팬들이 실시간으로 반응을 올렸다.
-7 진짜 박진혁이네ㅋㅋㅋㅋㅋ
└이런 정신나간 곡 역시 진혁이일줄 알았어ㅋㅋㅋㅋ
-챗 진짜 좋던데
-추락 가사 태웅이 같더라니ㅠㅠㅠ 노래는 좋은데 맘아프다
-인유어아이즈 충분히 타이틀 감인데 후보에서 빠진거 안타깝다ㅠㅠ
갈라졌던 멤버들이 다시 중앙으로 모였다. 이안은 큐 카드를 흘끔 보고는 카메라를 쳐다봤다.
“우리 멤버들이 어떤 식으로 작업을 했을지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맞아요. 저희도 다른 팀이 어떻게 했는지 전혀 모르거든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관객석에서 네! 하고 대답이 나왔다.
“그럼 지금 바로 공개됩니다!”
카메라의 불이 꺼지고, LED 스크린에서 멤버들의 작업 과정 편집본이 나왔다. 멤버들은 따로 마련된 좌석에 앉아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아악!)
이안이 몸을 움찔 떨었다. 저 비명은 작업하다 지친 자신이 질렀던 비명이었다.
검은 화면이 사라지고 머리를 쥐어뜯는 이안이 화면에 한가득 잡혔다.
(정신 나갈 거 같아!)
(야, 이거 봐.)
(뭐 하는 거야 형들? 피에타야?)
(작업하다 지친 현이를 굽어살피는 중이야.)
침착하게 돌아 있는 이주혁과 그의 무릎에 쓰러진 채 반쯤 잠에 취해 있는 김 현이 보였다.
장면이 전환되고 이번엔 박서담과 박진혁의 모습이 나왔다.
(형,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요!)
(나처럼 물구나무서 봐. 피가 머리로 통하면 뭔가 생각날지 몰라.)
박진혁이 멍청하게 웃으며 물구나무를 섰다. 평소 같으면 ‘형! 헛소리하지 마요!’라고 일침을 가했을 박서담이 그를 따라 하다가 옆으로 발라당 쓰러졌다.
(야 운전하니까 배고프지 않냐.)
(어… 근데 우리 냉장고에 뭐 없잖아.)
(저기 스태프 숙소 보니까 먹을 거 많던데…. 몰래 가서 털어 올까?)
조태웅과 김주영은 바퀴 달린 의자를 가지고 경주를 하다가 지쳐서 스태프들의 간식을 털어 올 계획을 짜고 있었다.
“아… 피디님 저거 편집 안 했네….”
자신들의 추태가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멤버들이 고개를 푸욱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