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15
215
이런 파트 분배가 진짜 어렵거든요.
-??
-애들 뭐해ㅋㅋㅋㅋㅋㅋㅋ
-ㅁㅊ 진짜 스태프 간식 터네
-야 이 도른자들아ㅋㅋㅋㅋㅋㅋ
화면 속 조태웅과 김주영이 현관문을 열어 고개만 밖으로 내밀었다. 마당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들이 살금살금 걸어 나와 스태프 숙소로 향했다.
(어때?)
(다 자고 계시는데? 지금이야.)
(가자 가자.)
새벽 시간이라 스태프들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핸드폰의 플래시를 켜고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가서는 주방을 뒤졌다.
(튀어 튀어!)
부시럭거릴 때마다 자는 스태프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간식을 빼낸 그들이 종종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섰다.
스태프 숙소를 빠져 나와 정신없이 뛰던 그들이 마당에 널부러졌다.
(야, 뭐가 이렇게 많아?)
(몰라, 그냥 잡히는 거 다 담아 왔는데.)
(대도다 대도.)
김주영은 조태웅이 털어 온 것들을 보며 입을 벌렸다.
(근데 우리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왜 우리만 먹어 정 없게.)
털어도 너무 털었다. 양손 한가득 짐을 보며 이안이 옆에 앉은 조태웅에게 귓속말했다.
“너 저래서 피디님이 편집 안 한 거 아냐?”
“그렇지.”
현장에 함께 앉아 있는 조태웅과 화면 속 조태웅이 동시에 씨익 웃었다.
(우리만 먹으면 우리만 범인 되잖아. 하지만 같이 먹으면 공범이지.)
(역시, 그래야 내 친구지.)
김주영과 조태웅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른 팀 숙소로 향했다.
(뭐야, 벌써 자나?)
(불은 켜져 있는데?)
벨을 눌러도 답이 없어서 현관문을 쿵쿵 두들긴 조태웅과 김주영은 문을 연 이안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뒤로 뺐다.
(아 뭐야 깜짝이야. 이불 뒤집어쓰고 뭐 해?)
(그런 게 있어.)
(야, 이거 먹어.)
한창 이불 가지고 명화를 따라 하던 이안이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조태웅과 김주영의 방문에 제정신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간식거리들을 우수수 쏟아 내자 이안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야? 이거 어디서 났어?)
(그런 게 있어.)
(그래? 잘 먹을게.)
이안은 별 의심 없이 먹을 것을 챙겨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자막으로는 ‘아위의 산타클로스’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문구 위에는 ‘Happy Christmas’라고 작게 쓰여 있었는데, 곧 나올 헤일리 폴스와의 캐럴 곡 스포일러였다.
‘이걸 이렇게 연결하네.’
이 피디도 어지간히 스포일러를 좋아하나 보다.
이어서 박진혁과 박서담의 숙소로 가서 같이 물구나무를 서는 김주영과 조태웅이 나왔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슬슬 준비하자.”
이주혁이 벌떡 일어났다. 방송분을 보는 중간중간 무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아위 멤버들이 단체로 객석을 벗어나자 관객석에서 술렁거렸다.
“뭐야?”
“무대 하나 봐.”
관객석에 앉은 팬들은 주섬주섬 응원봉을 꺼내고 멤버들의 무대를 기다렸다.
주로 코믹한 상황에 대한 편집본이 나오는 사이, 인이어를 끼고 마이크를 든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꺄아아악!”
관객석에 있는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1분 남짓한 곡을 3곡 연달아 부른 아위 멤버들이 관객석을 바라봤다.
시간이 촉박해 안무를 제대로 짤 시간이 없어서 대충 살랑살랑 추는 안무에도 팬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너무 짧다….”
“그래도 노래 다 좋지 않았어?”
“무대 더 있겠지?”
팬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얼마 가지 않았다. 바로 합숙 때의 영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까는 코믹한 상황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지한 상황이 나왔다.
(너네는 불안하지 않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이주혁이 넌지시 말했다. 화면 속 김 현이 고개만 들어서 이주혁을 쳐다봤다.
(주영이가 ‘귀촌 생활’에서 말했던 거 말이야. 나도 비슷했거든. 우리가 생각한 거보다 이룬 게 너무 많아서 이대로 식어 버리면 어쩌나 하고.)
(야, 이안아. 너도 그랬어?)
(조금?)
가만히 듣고 있던 김 현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니, 불안해할 게 아니라 기뻐해야지.)
벌떡 일어난 김 현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기우뚱했다.
(내가 우리 그룹 중에서 연습생 기간이 제일 길었잖아. 데뷔조 터진 곳도 겪었고. 나는 데뷔만 하면 진짜 여한이 없었거든?)
(그래, 그랬지.)
(난 우리가 성공적으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다고 생각하는데.)
김 현은 데뷔 엎어져서 시기 놓치고 배운 건 없는데 돈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상상을 했을 때가 더 끔찍했다. 반면 지금은 데뷔도 멀쩡히 하고 인기가 있어서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불안해하면 그건 우리 팬들한테 못 할 짓이지.)
(오오.)
(이 형 좀 멋있는데?)
관객석에 앉아 있는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김 현이 일어나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함성이 더 커졌다.
(너네가 목표치가 높아서 그래. 그러니까 불안한 거지. 나는 솔직히 지금도 만족한다.)
-일침갑
-인생은 김현처럼
-맞말이지 솔직히ㅋㅋㅋㅋ아위 정도면 저러는것도 기만이지ㅋㅋㅋㅋ
김 현의 일침에 갑자기 의욕이 생긴 그들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모니터를 보면서 무언가를 상의하는 이주혁과 김 현, 이안의 뒷모습을 짧게 비춰 주더니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 나온 팀은 김주영과 조태웅이었다.
(그게 다 나 때문인가 생각한 적은 있었어.)
관객석에서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팬들과 함께 영상을 보고 있던 조태웅이 벌떡 일어나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악플러 죽어ㅠㅠㅠㅠㅠ
-또 한처먹이네ㅋㅋ
└ㅂㅁㄱ
└아이디 안 아깝냐? 잘가 멀리 안간다
-나 지금 현장인데 태웅이 자기 괜찮다고 손흔들어준다ㅠㅠㅠㅠ
뭐가 생각났다며 음악 프로그램을 만지던 김주영이 의자를 빙글 돌려 조태웅과 눈을 맞췄다.
(지금은 어때? 그때보다 나아졌으니까 지금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거잖아.)
(가끔, 진짜 아주 가끔. 자기 전에 그랬던 적이 있다 이거지. 지금은 완전 괜찮지.)
(그럼 이 곡은 그때의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곡으로 쓰면 좋을 거 같아. 위로 곡 같은 느낌으로.)
김주영은 확신에 가득 찼지만, 조태웅은 아직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근데 너무 우울해지지 않을까? 타이틀에는 안 어울릴 거 같은데. 너는 괜찮아?)
(나도 타이틀 욕심 안 나는 거 아닌데…. 그래도 주제가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너도 할 말 많지 않아? 내가 너를 위해 곡 써 준다.)
(그래?)
망설이던 조태웅이 펜을 잡았다. 종이 위에 막힘없이 써 내려가는 가사를 보고 김주영이 틈틈이 멜로디를 만들어 냈다. 조금 만졌을 뿐인데 근사한 멜로디가 나왔다.
(형,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잘하네. 역시 우리 막내.)
(진짜요?)
(내 말을 믿어 봐. 삶이 달라질 거야.)
(형 가수 안 됐으면 사이비 교주 됐을 거 같아요.)
잠깐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박진혁과 박서담이 띄워 줬다. 잠을 못 자서 멍한 얼굴의 박서담이 점점 박진혁에게 세뇌되어 가는 과정이 나오면서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이어서 남은 곡 무대를 진행한 멤버들은 중앙에 남아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네, 여러분 잘 보셨나요?”
관객석에서 네! 소리가 크게 울렸다.
“무대가 너무 짧죠? 아쉽지만 앨범이 발매되면 그때 만나도록 해요. 자! 이제 심사위원분들의 심사평과 투표 결과만이 남았습니다.”
“다들 바쁘신 분들인데 저희를 위해 시간을 내주셨어요. 아쉽게도 이 현장에 오지는 못하셨지만, 영상으로 대신한다고 합니다. 그럼 함께 보실까요?”
뒤에 있는 LED 스크린에서 VI엔터테인먼트의 최지민 대표가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를 듣고 있었다.
(지민 씨는 어떤 곡을 선택하셨나요?)
(저는… 솔직히 말하면 ‘7’이 진짜 혁신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타이틀로 하기는 너무 길어요. 그러니 ‘Night night’으로 하겠습니다.)
(오, 두 곡 다 같은 팀에서 만들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그래요? 몰랐어요. 저는 ‘Night night’의 재즈풍이 좋거든요. 계절과도 알맞고, 여태껏 나온 아위의 타이틀과는 조금 다른 것이 마음에 드네요.)
다음은 블루믹이었다. 블루믹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제 앞에 있는 종이를 들었다. 종이에는 ‘챗(Chat)’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는 이거요. 딱 타이틀 같아요. 이거 주혁이네 팀이죠?)
(네, 근데 한 가지 질문할게요. 주혁 씨한테 왜 그런 조언을 하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애들이랑 친한 만큼 아위에게 거는 기대가 컸어요. 장르 스펙트럼을 넓혀서 음악 시장에 큰 변화를 바랄 만큼요.)
(그거 때문에 주혁 씨가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거 같던데….)
(그래요? 내가 괜히 말했나….)
블루믹은 화면을 응시하고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주혁이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주혁이는 모르겠지만 주혁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걸요.)
멤버들은 소리 없이 입을 벌리고서는 이주혁을 쳐다봤다. 이안은 제 옆에 있는 이주혁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이주혁이 멋쩍은 듯 작게 웃었다.
(현아 씨는 어떤 곡이 제일 좋은 거 같으세요?)
(제 취향은 ‘괜찮아’와 ‘추락’이에요. 둘 다 마음에 들지만…. 후렴구에서 사운드가 폭발적으로 터지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추락’을 선택하겠습니다.)
(이 팀이 현아 씨의 조언을 잘 들은 거 같은데 기분이 어떠세요?)
(아, 주영 님 팀인가요?)
이현아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저는 이 팀의 결과물이 이렇게 잘 나올 줄은 예상도 못 했거든요. 지금은 곡이 너무 잘 나와서 콜라보 제안까지 드려 보고 싶네요. 바쁘지 않다면요.)
이현아의 심사평이 지나갔고 마지막은 김희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추락’에 한 표를 던지고 싶지만…. 요즘 애들 취향이면 타이틀 곡은 역시 ‘챗’이지.)
(그렇군요.)
(근데 다 너무 아까운 곡이야. 더블 타이틀로는 안 되겠나?)
그 말에 친히 김희상의 인터뷰를 담당한 이 피디가 하하 웃었다.
그 밖에도 객원 심사위원이 아위 멤버들의 곡을 듣고 평가하는 시간도 있었다.
(세준 씨는 어떤 곡이 제일 마음에 드세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Night night’이 좋았는데…. 타이틀을 꼽자면 ‘챗’이죠. 파트 분배도 좋고 춤추기도 좋고.)
같은 소속사 가수뿐만 아니라 다른 소속사 가수의 프로듀서 일을 맡은 정세준이 오랜만에 방송에 얼굴을 비췄다.
(임태우 씨. 아이돌 선배로서 어떤 곡이 제일 타이틀에 가깝나요?)
(저는… 역시 ‘챗’이네요.)
임태우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주혁이네 팀이 한 거죠?)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 곡은 주혁 씨가 중심을 잡았어요.)
(역시… 고민 많이 한 거 같던데요. 각 멤버별 파트 분배가 흔히들 공산주의 파트 분배라고 하죠? 진짜 환상적이에요.)
임태우의 말에 제작진이 따로 준비한 ‘챗(Chat)’의 파트 분배표가 나왔다. 원형의 그래프에 각 멤버의 분량이 그어지면서 이름의 색을 다르게 칠해 보여 줬는데, 마치 피자 조각으로 나뉜 것처럼 일정했다.
-와
-이건 생각 못했는데
-대박
인터뷰를 담당한 작가가 뒤늦게 깨달은 듯 입을 벌렸다.
(오, 저도 그건 생각 못 해 봤는데 역시네요.)
(저는 작곡을 겉핥기로 배웠지만, 이런 파트 분배가 진짜 어렵거든요. 분배도 잘해 놨는데 다 멤버들의 장점을 살렸어요. 진짜 대단해요.)
이안이 혀를 내둘렀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고 감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아마 시간이 남는 동안 공부를 한 게 분명했다.
‘정확하게 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