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19
219
형 얘기야?
이안은 옷을 대충 꿰어 입고 방 밖으로 나섰다.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과 눈인사를 한 이안이 이주혁의 방문을 노크했다.
“바로 왔네?”
“무슨 일이야?”
“별건 아니고….”
이주혁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온 이안은 침대 위에 널브러진 이주혁의 노트북과 헤드폰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업했었어?”
“어, 조금.”
이주혁이 냉장고에서 물 한 병을 꺼내 이안에게 던졌다. 이안은 그것을 한 번에 착 받고는 병뚜껑을 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거 좀 들어 봐.”
이안은 군말 없이 헤드폰을 썼다. 편하게 듣고 있던 이안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리듬을 탔다.
“곡 좋은데? 누구 곡이야?”
“내 솔로 곡….”
이주혁이 고개를 돌려 이안과 눈을 마주쳤다.
“근데 우리 곡 아닌 건 어떻게 알았어?”
“글쎄… 그냥?”
왜라고 물으신다면 그룹 곡 스타일은 아니라고 느꼈다고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안은 헤드폰을 벗어 옆에 두고는 뒤로 털썩 누웠다.
“근데 솔로 곡은 갑자기 왜?”
“콘서트에 개인 무대 있잖아. 거기에 추가할까 하고.”
“음원은 안 내고? 콘서트에만 내기에는 아까운데….”
“그래? 그렇게 괜찮아?”
“괜찮은 게 아니라 좋다니까.”
이주혁이 제 볼을 긁적거리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때,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던 이안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근데 곡 들은 건 내가 제일 처음이야? 진혁이 형이나 주영이는? 나보단 더 잘 들을 거 같은데.”
“니가 잘 들었다면 좋은 곡이겠지. 그리고….”
이안이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이주혁을 쳐다봤다.
“애들 다 자나 봐 내 연락을 안 받더라고. 니가 답장 제일 빨랐음.”
“에라이.”
거창한 대답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선착순이었다니…. 이안이 발로 이주혁을 툭툭 쳤다. 이주혁이 간지러워서 몸을 비틀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콘서트가 외국 팬도 있잖아.”
“그렇지.”
“번역 좀 도와줘. 괄호 표시된 곳만 하면 돼.”
이안은 이주혁이 내민 가사지를 받아 빠르게 훑었다. 나름 고민을 했는지 글씨 위에 죽죽 그어진 선들이 많았다.
“가사가… 형 얘기야?”
이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지금은 어떤데?”
이안의 표정을 본 이주혁이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었다.
“사실 이런 말 하면 좀 그런데…. 태웅이 그렇게 되고 우리 다 상담받았잖아. 그게 도움이 됐어.”
“…그래? 그러면 됐고. 일단 이 부분은 잘했는데 다음이….”
이안은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면서 생각에 잠겼다.
가사 같은 경우는 이주혁이 어느 정도 번역을 시도한 흔적이 보여서 빠르게 훑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근데 곡 제목은 정했어?”
“아직 가제긴 한데….”
이주혁이 가사지의 맨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 * *
제 방으로 돌아온 이안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주혁이 가제로 붙인 자신의 솔로 곡 이름은 ‘Nice Guy Syndrome’이었다.
“착한 사람 증후군이라….”
검색 엔진에 쳐 보니 여러 가지 사례가 나왔다. 이안은 가장 잘 정리된 한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자신의 안 좋은 일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라…. 그랬었지.’
빚투 때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얘기만 나눴을 뿐 자신의 속마음은 조금 속상하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가 다였으니까.
그나마 ‘Our time’에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정도는 됐었다.
‘주혁이 형이 거절을 잘 못 하기도 했고…. 제대로 표현도 안 하고 듣기만 하기도 하지.’
이안은 예시로 든 사례들이 이주혁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진은 호구라고 칭하는 것들은 멤버들 사이에서는 부처로 부르고 있지만, 콤플렉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랬던 것이라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곡으로 만들 정도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자신의 콤플렉스를 남에게 아무렇지 않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다 들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모르겠다.’
이안은 핸드폰을 옆에 던져두고 공항에서 받았던 팬들의 팬레터를 하나씩 뜯어 보기 시작했다.
번역기를 썼는지 서투른 한국어로, 또는 영어로 전하는 말들이 다 자신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어서 흐뭇하게 웃으며 팬레터를 짐 가방 깊숙이 담았다.
* * *
“쫄지 마. 내 집 안방처럼 즐기다 오는 거야.”
“진혁이 형이 더 쫄은 거 같은데요.”
“아닌데? 아뉜뒈?”
박진혁이 턱을 쭉 내밀며 웅얼거리는 모습에 이안이 피식 웃었다.
‘저 형 긴장했네.’
일본이든 한국이든 간에 무대는 무대일 뿐, 실수 없이 완벽히 마치면 될 일이었다.
“근데 좀 걱정이다…. 우리 안무 괜찮겠지?”
“아, 쫄지 마. 이따 리허설에서 맞춰 보면 되겠지.”
“그래도 완곡 안 해서 다행이다.”
계속 미뤄졌던 앨범 발매는 결국 헤일리 폴스와 같이 작업했던 ‘Happy Christmas’가 공개된 지 일주일 뒤인 오늘 발매되게 되었다.
“우리 ‘Blue hour’랑 ‘챗’ 반반씩 하는 거야?”
“어, 모여 봐. 어디 하는지 맞춰 보자.”
그래서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멤버들은 짧은 버전으로 편곡된 자신들의 노래를 들으며 허밍을 불렀다.
“근데 그거 알아? 오늘 방송 4시간 넘는대.”
“헐.”
“그리고 이거 하고 바로 수박 차트 리허설 가야 함.”
멤버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준비 시간이 너무 없어서 아쉽다.”
“어쩔 수 없지.”
원래 연말 무대도 색다른 컨셉으로 준비했었던 아위는 이번 연말 무대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었다.
다가올 월드 투어 전에 소속사가 무리하게 스케줄을 잡은 탓이었다.
“우리 성의 없다고 까이는 거 아니야?”
“에반데.”
김주영이 벌떡 일어나서는 소리쳤다. 멤버들이 야유를 보냈다.
[원래 안 하다가 하면 찬사를 얻지만, 하다가 안 하면 욕먹는 법이야.]‘설마….’
[연기도 그렇잖아. 발연기하던 사람이 연기 좀 잘했다고 연기 늘었다고 하고, 반대로 잘하던 사람이 좀 못 하면 감 떨어졌다고 욕 오지게 먹었지.]진은 김주영의 말에 동감하면서 킬킬 웃었다.
“얘들아 슬슬 리허설 하러 가자.”
“넵.”
멤버들이 마이크를 챙기고는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그런 멤버들의 뒤를 김명진이 따르려는 찰나, 소속사 스태프가 김명진을 다급히 불렀다.
“명진 씨!”
“네?”
“이거 보셨어요?”
“뭔데요?”
김명진은 스태프가 내민 핸드폰 화면을 보며 비명을 지르려다가 황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백스테이지에 왔는데도 있어야 할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이안은 주위를 돌아보다가 임진우에게 물었다.
“명진이 형 어디 갔어요?”
“잠깐 급한 일이 생겼나 봐. 통역가도 붙었으니까 소통에는 문제없을 거야.”
“그래요?”
“왜, 형으로는 안심이 안 돼?”
“그건 아니고… 근데 뭐 좋은 일 있어요, 형?”
김명진 대신 따라붙은 매니저, 임진우가 어딘지 모르게 상기된 얼굴로 멤버들의 등을 밀었다.
“음… 나중에 말해 줄게.”
이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임진우의 광대뼈가 한껏 솟아 있었다.
[나는 왜 저러는지 알지.]‘아, 스포 금지.’
김명진이 자리를 비우고, 임진우와 진이 이러는 걸 보니 우리한테 기쁜 소식이 있나 본데…. 이안은 미리 아는 것보다는 멤버들과 함께 알고 싶었다.
‘다 같이 기뻐해야지.’
[그게 뭐냐면….]‘아, 하지 말라고.’
때마침 통역가가 멤버들을 불렀다.
“이쪽으로 오시랍니다.”
멤버들이 후다닥 자리를 이동했다.
“그냥 계단 걸어서 올라간 다음에 내려가면 된대요.”
“오. 서담이 일어 많이 늘었는데.”
“저 식당에서 봤잖아요.”
“봤지. 오졌었지.”
이안이 영어라면 박서담은 일어를 중심으로 배웠는데, 이제는 메뉴판 위에 어려운 한자까지 척척 읽어 낼 정도까지 됐다.
“그냥 올라갔다가 내려가면 되는 건가?”
“올라가서 짧게 손 인사하고 바로 내려가야지, 사람 엄청 많잖아.”
‘뮤직 스튜디오 연말 스페셜’의 오프닝은 모든 출연진의 이름을 부르며 한 팀씩 입장한다. 그래서 미리 동선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오늘 그… 팀에 사람 엄청 많은 여 그룹 나오잖아.”
“일본 프.아 데뷔조도 나온다는데.”
“일본에서도 프.아를 했어?”
이안이 질색했다. 그 시스템을 일본에까지 전파하다니 N넷 참 대단하다.
“한국 그룹은 우리밖에 없나?”
“루나걸즈 온다는데?”
멤버들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이안을 쳐다봤다.
“아, 그만 좀 우려먹어 사골 맛없어.”
“에이….”
이안을 진짜 의심하는 건 아니고 무슨 반응이 튀어나올까 장난기가 다분한 의도였지만 이안은 장난에 순순히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장난치는 거 상대방한테 실례야.”
“맞아. 이제 그만 하자.”
이안과 이주혁의 단호한 말에 멤버들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은 계단을 내려가 다른 출연진이 들어올 때까지 잠시 대기하는 자리에 어정쩡하게 섰다.
“*저… 여기에 서는 게 맞나요?”
“*네.”
이안의 서투른 일본어에 엠스튜 측 스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 중앙이랑 꽤 가깝네?]워낙 출연하는 가수도 많고 팀별로 인원도 많아 무대를 꽉 채우고도 가장자리 조명이 덜 들어오는 곳까지 찰 예정이었는데. 중앙 MC와 가까운 곳에 아위가 설 예정이었다.
‘의외네.’
[인기를 의식한 거지.]‘우리가 그렇게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나?’
요새 일본에서 공연을 안 했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멤버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밝게 웃고 있었다.
‘카메라에 잘 잡히면 더 좋지.’
이어서 리허설을 진행했다. 첫 무대라서 리허설도 대충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임진우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멤버들을 바라봤다.
안무 난이도가 세서 이러다가 어디 하나 삐끗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음향은 오지는데?”
“우리나라 음방은 이렇게 안 해 주나.”
“우리나라는… 카메라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 인정.”
기껏 준비해 온 안무나 표정을 발카메라 때문에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멤버들이 허탈하게 웃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온 아위는 스태프들의 박수 소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멈춰 섰다.
“뭐야, 뭐예요?”
“우리 누구 생일 있었어?”
“진혁이 형 며칠 전에 끝났잖아.”
생일도 하반기에 몰려있는 아위 멤버들은 12월 3일 박진혁의 생일을 끝으로 모든 멤버들의 이벤트가 끝난 상태였다.
“얘들아 축하한다.”
“어… 일단 감사합니다? 근데 무슨 일로 축하해요?”
“우리 벌써 밀리언 찍은 건 아니죠?”
김명진이 씨익 웃으며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박진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에 얼굴을 밀착했다.
“뭐야, 다 영언데?”
“…형 위에 봐 봐.”
뒤에 서 있던 이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소속사 스태프가 아위의 몰래카메라를 하려고 정교하게 조작한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너네 빌보드 핫 100 먹었어.”
“허억….”
멤버들이 숨을 삼켰다.
2 Happy Christmas AWY Ft. Haley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