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22
222
최고다 진짜….
이주혁은 화장실에 들렸다가 방향을 잠시 헷갈려서 길을 잃은 상태였다.
‘어, 이안이다.’
마침 잘됐다 싶은 이주혁이 이안의 뒤에 붙어서 그의 어깨를 툭 치려는 순간, 흡연실의 문이 열린 것이다.
“나만 믿어. 내가 오늘 안에 걔가 곡 준다고 약속받아 낸다.”
“와! 그럼 우리도 음방에서 상 탈 수 있나?”
“탈 수 있지. 아위 팬이 한 번씩만 들어 줘도 차트 상위권 아니냐?”
[와, 진짜 가오 없어.]욕은 하고 싶고 이주혁의 곡도 갖고 싶다 이건가. 이안이 무섭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주혁도 꽤 화가 났지만, 이안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삐죽 나왔다. 대신 화내 주는 게 기특했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일 칠 거 같아서 이안의 팔뚝을 잡아당겼다.
“일단 가자.”
“형.”
이주혁의 단호한 표정에 이안이 힘을 풀고 질질 끌려갔다. 이안은 연신 뒤를 돌아보면서 이주혁에게 속삭였다.
“저걸 놔두게?”
“놔두고 말고가 어딨어.”
이게 다야? 이안은 이주혁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괜찮아. 저러는 거 미리 알아서 됐어.”
[이러니까 호구 소리 듣지.]“우리 대상 탈 거잖아.”
[……?]신나게 이주혁을 까려던 진이 멈췄다. 이안도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앞장선 이주혁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렇겠지?”
“쟤네 저 마인드면 상은 무슨, 평생 못 타. 우리 수상소감 하는 거 보면서 손가락이나 빨라고 해.”
“…….”
“가자. 이제 시작했겠다.”
그렇게 말한 이주혁은 먼저 가수석으로 향했다. 우두커니 선 이안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허….”
[그 상담의 명의네.]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위, 축하드립니다.”
“꺄아아아악!”
아위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출 무대로 향하는 그들을 따라서 스탠딩석에 있던 사람들도 파도처럼 움직였다.
‘아씨, 밀지 말라고….’
난생처음 스탠딩석에 들어온 김은하가 힘들어서 끙끙댔다. 스탠딩 곳곳에서 언성이 오갔다.
“뒤에 밀지 마세요!”
“아, 밀지 말라고!”
아위를 따라 공내 사진을 찍고, 같은 비행기를 타고 들어온 김은하는 잠시 쉰 뒤 곧바로 시상식을 찾은 것이다.
‘이안아… 앞으로 나와라. 안 보이잖아.’
그녀는 사진을 찍기 위해 무거운 DSLR 카메라까지 들고 있었는데, 게다가 많은 사람이 부대끼고 있으니 땀이 절로 났다.
‘좋아….’
드디어 이안이 스탠드 마이크 쪽으로 나와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꾸욱 눌렀다.
“저기, 시큐 와요.”
순간, 근처에 있던 사람이 속삭이자 김은하가 카메라를 빠르게 밑으로 내렸다. 다행히 걸려서 뽑혀 나가지는 않았다. 근처에 인간 방패를 해 준 몇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이안이 홈마세요?”
“네.”
“혹시 어느 홈이에요?”
도와줬으니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김은하가 홈 이름을 말하자 상대방이 깜짝 놀랐다.
“이번에 이안이 공항 레전드 찍으신 분 맞죠?”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 커뮤에서 엄청 유명해요. 레전드 홈마 나타났다고.”
그 사진 덕분에 팔로워도 폭발적으로 늘었었지…. 곱씹어 보던 김은하의 볼이 순식간에 상기됐다.
“솔직히 공출목 금지래도 사람들 다 보잖아요.”
“혹시 이거 끝나고 뭐 하세요?”
“별일 없는데요.”
상대의 일행인 듯 보이는 두 명이 다가와 속삭였다.
“끝나고 뒤풀이 가실래요?”
“저희 다 이안이 팬인데… 우리가 시큐 막아 드릴게요.”
“그래요?”
그들은 김은하를 뒤풀이에 모셔 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적어도 김은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내가 이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나?’
주변에서 홈마님, 홈마님 띄워 주니, 김은하는 힘든 것도 잊고 순식간에 안색이 밝아졌다.
* * *
아위는 오로지 네티즌의 투표만 반영되는 인기상을 받았고, 퍼포먼스 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상위 10팀만 주는 본상에서도 상을 받아서 무려 세 개의 트로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대박.”
“우리 트로피 부자 되겠다.”
2부가 끝나고 3부만이 남았고, 아위 멤버들의 무대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다.
“진짜… 우리 무대 열심히 하자.”
“오늘 무대 다 씹어먹는다.”
생각보다 많은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진 아위 멤버들이 열의를 불태웠다.
“저… 주혁아.”
“어?”
아위가 무대 준비를 위해 가수석을 빠져나와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뒤따라 나온 문호진이 쭈뼛쭈뼛 말했다.
“잠시 시간 돼?”
“우리 무대 준비해야 하는데… 잠시만.”
적당히 무시하려던 이주혁이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말 하는지 한번 들어나 볼까?’
그는 문득 이 상황을 즐기는 자세가 되었다. 이 상태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이주혁은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멤버들을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먼저 가 있어.”
“형.”
살짝 미간을 찌푸린 이안을 보며 이주혁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진.’
[알았어.]사실 이안은 진을 통해 멤버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에 죄책감을 늘 품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자제해야지.’
이주혁의 밝은 표정을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평소 그의 성격을 짐작하면 호구처럼 다 들어줄 것만 같았다.
‘어째 우리 멤버들은 물가에 내놓은 애 같단 말이야.’
김용민 때의 기억이 합쳐져서 그런가, 가끔 멤버들이 동생 같을 때가 있었다.
* * *
이주혁이 집중 상담을 시작했을 때, 의사에게 들은 첫마디였다.
아니었다. 늘 이주혁은 들어 달라는 대로 다 들어줬고,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는 편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게 옳다고 배웠으니까.
멤버들은 그렇게 뻔뻔하지 않았다.
‘아 이런 거 날먹하는 거 아니야. 제대로 보답해야지.’
‘주혁이 형이 무슨 우리 엄마야? 혼자서 할 수 있잖아.’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한 터라 물정에 밝지 않았던 멤버들을 사회생활 몇 년 해 본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이안이 나서서 교육한 영향이 컸다.
상담의의 말을 마음 깊숙이 새긴 이주혁이 문호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예전에 우리 친했잖아. 너 실력도 좋고….”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 우리 킹스타 다음 앨범에 프로듀싱 좀 맡아 주면 안 될까?”
바로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던 이주혁이 말이 없자 급해진 문호진이 황급히 덧붙였다.
“아니면 곡 하나라도 써 주라.”
아까 당당히 말했던 것은 어디 가고 굽실거리는 초라한 사람이 남았다.
‘누가 보면 곡 맡겨 놓은 줄 알겠네.’
그 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본 이주혁이 피식 웃었다.
‘내가 다 들어줄 줄 알았나? 진짜 내가 잘못 살았었네.’
이제 와 알아서 다행인 건가. 할 말을 다 들었으니 여기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주혁이 벽에 기댔던 등을 떼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 잠깐… 어디 가?”
문호진이 황급히 이주혁의 어깨를 잡았다.
“미안한데….”
이주혁은 그 손을 부드럽게 떼어 내고는 입을 열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애써 미소 지었던 문호진의 얼굴에 균열이 일었다.
“내가 너희 팀 프로듀싱을 맡아 줄 정도로 한가하진 않아서.”
“뭐?”
“바쁘다고. 너한테 곡 써 줄 만큼 우리가 친한 것도 아니잖아. 연락 한번 없다가 이제 만나놓고 하는 말이… 아, 됐고.”
“…….”
“할 말 다 했으면 간다.”
더는 문호진에게 내어 줄 시간이 아까웠다. 이주혁이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대기실로 자리를 옮기려는 그때, 문호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야 이주혁. 니가 아위로 데뷔한 거, 내가 도와준 것도 있는 거 아냐?”
“뭐?”
“나 아니었으면 니가 BHL엔터 오디션을 봤겠냐? 어디 이상한 회사 가서 데뷔도 못 하고 군대나 갔겠지?”
“야, 착각하지 마.”
이주혁이 이를 부득 갈고서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자존심 상해 억지를 부린 문호진은 피가 차게 식는 것을 느꼈다.
“내가 오디션 붙은 건 내 실력이 좋아서지. 그리고, 너는 뭐 하다 이제 데뷔했냐? 이러고 있는 거 쪽팔리지 않아?”
“…….”
“내가 아직도 예전처럼 호구짓 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잘못 찾았어. 다른 사람 알아봐.”
이주혁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복도에 홀로 남은 문호진이 이를 악물었다.
“이 씨… 발. 다 들었네.”
어쩐지 문이 살짝 열려 있더라니. 애써 만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트린 문호진이 터벅터벅 다시 가수석으로 향했다.
‘아씨 애들한테는 뭐라 말하지? 내가 꼭 받아 온다고 했는데.’
한참 동생인 멤버들 눈치를 미리 보면서.
* * *
막상 질러 놓고 나니 속이 후련해진 이주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기실에 들어왔다.
“어떻게 됐어?”
문 근처에 있던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
사실 다 보고 있었지만, 이주혁의 입을 통해 들으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황급히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는 이주혁의 뒷모습을 보며 이안이 작게 한숨 쉬었다.
‘나도 이제 걱정은 그만해야지.’
[뭐래 실컷 봐 놓고선.]‘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진의 능력은 유용했지만 적어도 멤버들의 뒤를 캐는 짓은 이제 안 하기로 했다.
* * *
이안도 대상을 받을 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대상에 해당하는 세 개의 상 중 ‘올해의 음악상’과 ‘올해의 앨범상’을 모두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대상 두 개 받은 거지?”
“네. 한 개 남았어요.”
“우리 대상 다 받을 각이야?”
“…설마.”
시상식의 마지막 무대까지 완벽하게 보여 준 아위 멤버들은 가수석에 앉아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래 봤자 다리를 떨고 있었지만 말이다.
‘진짜 우리가 상 다 받는 건가?’
이안도 초조한 눈빛으로 돌출 무대에 선 MC를 바라봤다.
“올해의 아티스트상은….”
문득 뭐가 생각난 이안이 고개를 숙였다. 시상식 시작이 예정된 시간보다 몇십 분 늦게 시작했었다. 그렇다면….
이안은 제 손에 찬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분침이 한 칸 옮겨 가더니 자정이 되어 12월 12일이 되는 순간, MC가 크게 소리쳤다.
“아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꺄아아악!”
멤버들이 펄쩍 뛰어올랐다. 그들이 뛰듯이 걸어가 돌출 무대 중앙에 섰다.
MC에게 꽃다발과 트로피를 받은 멤버들이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멍하니 관객석을 바라봤다.
“어… 저희가 대상을 다 받을 줄은 몰랐는데요…. 상을 너무 많이 받아서 수상소감이 다 떨어졌어요.”
얼떨떨한 박진혁의 말에 객석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우선 저희들을 위해 애써 주시는 스태프분들, 대표님 이사님 매니저 형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
이안은 다른 멤버에게 먼저 순서를 양보해 맨 마지막으로 수상소감을 말하게 되었다.
“지금 열두 시 넘었죠? 12월 12일, 저희가 데뷔한 지 딱 4주년 되는 날이에요.”
이안의 말에 팬들이 크게 환호성을 질렀고, 대상 세 개를 다 받았다는 거에 정신이 팔렸던 멤버들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김주영이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고, 박서담은 이미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저희에게 의미 있는 날에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기쁘고요. 무엇보다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우리 팬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위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안의 눈에도 물기가 차 있어서 조명을 받아 눈동자가 유독 반짝거렸다.
“…감사합니다!”
수상소감이 끝나자, 무대에서 팡!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이 꽃가루가 날렸다. 가수석에 있던 가수들이 무대 위를 돌아다니며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와, 날짜 바뀐 거 이제 알았어….”
“나도.”
멤버들이 멍하니 말했다.
아위의 데뷔 4주년, 딱 맞춰 받은 대상 석권. 그것을 곱씹어 보던 7명의 멤버 전원이 울컥해서 하늘을 바라봤다.
“최고다 진짜….”
흩날리는 종이 꽃가루가 마치 아위를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 그걸 느낀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