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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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형, 이건 어때요?”
“이런 옷은 우리도 어렸을 때 많이 입었잖아.”
오늘 안에 이안의 흑역사를 발견할 거라는 기대는 실망으로 번졌다.
“얘는 어릴 때부터 얼굴 장난 아니네.”
“그래서 지금의 저 얼굴이잖아.”
“사진이 점점 멋져지는 거 기분 탓이냐.”
“젠장, 이 사진 봐. 무슨 하이틴 영화? 그런 느낌인데.”
이안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흑역사는 개인 SNS에 남아 있을지언정 이런 실물 사진에는 어릴 때의 아기자기한 추억밖에 없었다.
“아 아깝다. 몰래 사진 찍어서 카페에 올리려고 했는데.”
“뭐?”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이안은 멤버들을 따라와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앨범을 닫았다.
“다들 안 피곤해? 이제 자야 할 텐데.”
“어쩔 수 없다. 이거라도 찍어.”
김주영은 이안이 미식축구복을 입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팬 카페에 올렸다.
[김주영] 머시따이안이네 집 왔어요 흑역사 털려고 왔는데 이거밖에 못 건짐ㅋㅋ 아위덤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아요!
└헐 오빠
└멋있어요ㅠㅠㅠㅠㅠ
└더 보여주세요!
역시 팬 카페는 반응이 말랑말랑했다. 잠시 댓글을 살펴본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몇 시에 일어나야 해?”
“적어도 일곱 시? 명진이 형 오기 전에는 준비 다 해 놔야지.”
“그럼 슬슬 자러 가자.”
“그래, 다들 잘 자.”
내일 스케줄을 위해 일찍 자기로 한 멤버들은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이안의 방에서 함께 자게 된 조태웅이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안아, 자?”
“아니. 잠 안 온다.”
“나도.”
내일 공연에 대한 설렘 때문일까 아니면 시차 적응이 안 된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이안과 조태웅은 각자 침대에 누운 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너 진짜 미래 잘 맞추잖아.”
“뭐래.”
“너는 우리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 예상했었냐? 뉴욕 신년 무대 찍고 20개 넘는 도시에 월드 투어 도는 거?”
조태웅의 물음에 이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
미래를 아니까 전생보다는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들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무대를 나가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이게 상상으로 될 클라쓰냐. 누가 들으면 개꿈 꾸지 말라고 했을걸.”
“맞아.”
지금은 앞으로도 더 잘되고 싶다고, 첫 월드 투어 때 지나가듯 봤던 스타디움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진짜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태웅이 기분 좋은 듯 헤헤 웃었다.
“내일 무대 재밌겠지?”
“재밌겠지. 이제 진짜 자자.”
조태웅은 몇 번을 뒤척거리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 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이러다 아침까지 깨어 있는 거 아니야?’
잠들지 않아 불안해하던 이안의 발치에서 뭔가가 사뿐히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안을 계속 피했던 고양이, 덕배가 그르릉거리면서 이안의 옆으로 파고들었다. 이안은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고서는 고양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졌다.
* * *
아침, 한 잡지사의 화보를 찍은 아위는 빌보드지의 인터뷰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다들 피곤해 보이네.”
“*헤일리, 너도.”
헤일리가 먼저 스튜디오에 도착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안을 비롯한 멤버들이 현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했다.
“*긴장돼서 잠을 설쳤어. 너네 몰골을 보니 나랑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네.”
“*맞아.”
“*너네는 이런 거에 익숙할 줄 알았는데. ‘원래 스타’였다며.”
농담이었는데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나. 이안이 피식 웃었다.
“*우리는 이 무대뿐만 아니라 모든 무대가 다 떨려.”
“*그래?”
모든 무대에 진심이었으니까. 적어도 이안은 그렇게 생각했고 멤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그나저나, 주혁에게서 들었는데. 니가 그렇게 예언을 잘한다며?”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내 동생한테 다 들었어. 너무 잘 맞혀서 쟤네들은 너를 샤먼 같은 존재로 취급한다고.”
아, 헤일리의 동생이 아위덤이라고 했었지. 이안이 곤란한 듯 볼을 긁적였다.
“*너무 믿지는 마.”
“*내가 알아서 할게. 근데 나한테 조언해 줄 생각은 없어?”
헤일리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 이안은 미래를 곱씹어 봤다.
클래식 기타를 든 채 컨트리 음악만 하던 헤일리는 라틴 음악을 시작하면서 파격 변신을 하게 된다.
‘조금 스포일러를 해 둘까.’
[그래, 빚도 남겨 둘 겸.]나비효과에 대한 약간의 망설임이 남아 있었지만, 이안은 무심코 입을 열었다.
“*다음 곡은… 라틴을 해 보는 게 어때?”
“*라틴? 오, 마침 생각해 둔 곡이 그런 풍이야. 어떻게 알았어?”
어차피 이안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이안은 말없이 씨익 웃고는 등을 돌려 자신을 부르는 스태프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신도 하나가 늘었군.]‘설마….’
앞서 사진을 찍고 있던 김주영과 바통을 터치한 이안이 카메라 앞에 섰다. 구석에서 보이는 헤일리의 눈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각자 사진을 찍는 시간이 지나고, 인터뷰는 아위와 헤일리 폴스가 어떻게 협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먼저 쏟아져 나왔다.
“*당신들과 헤일리의 접점이 있었나요? 어떻게 ‘Happy Christmas’가 탄생하게 됐나요?”
“*없었죠. 저의 뮤직 클라우드에 헤일리가 먼저 연락을 해 왔어요.”
“*우연히 헤일리가 당신에게 협업 제안을 했고, 그래서 여러분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건가요?”
인터뷰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아위와, 이안과 어떠한 접점이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멤버들과 헤일리가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제게 협업을 제안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하나씩 다 들어 봐요.”
이주혁은 아직 영어가 서툴렀지만, 이안의 도움 없이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 정도라면 제안이 많이 왔을 텐데, 그걸 다요?”
인터뷰어가 깜짝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멤버들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이안의 빠른 통역에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멤버들도 입을 쩍 벌렸다.
“와… 나한테도 진짜 많이 오던데 그걸 다 들어 봤다고? 저 형은 쉬는 시간이 없나?”
박진혁이 중얼거렸다.
“*네. 시간 날 때 되도록 빠짐없이 듣는 편이에요.”
“*다른 분들도 모르는 사실이었나 보군요. 정말 대단해요.”
“*어쨌든, 헤일리의 제안을 보고 채널로 들어가서 곡을 들어 봤어요. 아, 이 사람이라면 같이 협업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멤버들에게 말했죠.”
이주혁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헤일리는 그때가 생각났는지 하하 웃었다.
“*저는 주혁이 아위라는 사실을 몰랐어요. 이름도 주혁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요. 팬들은 알고 있었다지만 어쨌든, 찔러보길 잘했죠.”
“*오늘 공연을 하게 될 히트곡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그런 것도 있지만… 제 동생이 아위의 팬이거든요. 동생에게 아주 극진한 수발을 받았죠. ‘아위 콘서트 티켓이 생긴다면 꼭 달라’는 당부를 받고요.”
그녀의 능청에 인터뷰어가 소리 내 웃었다. 그가 아위에게로 몸을 틀었다.
“*좋습니다. 주혁, 그렇다면 헤일리 말고도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일단, 몇 주 전에 연락했던… 스웨덴의 DJ가 있어요 이름이….”
이주혁은 막힘없이 세 명의 뮤지션을 술술 내뱉었다. 인터뷰어가 씨익 웃고는 바로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묻고 싶은 게 많았기 때문이다.
헤일리의 무명 시절에 대한 인터뷰와 음악에 관한 얘기가 지나고, 아위의 차례가 돌아왔다.
“*좋아요, 다시 아위로 돌아가서… 이제 당신들의 경쟁자가 될 마이디어가 내년이면 군 복무를 끝내고 활동을 시작하잖아요.”
이런 함정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멤버들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안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 저희는 마이디어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각자의 음악을 하는 거죠, 판단은 대중의 몫이에요.”
이안이 입을 떼자, 다른 멤버들이 안심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안이라면 어떤 대답을 하든 믿음직스러웠다.
“*그런가요? 어쨌든 마이디어가 활동을 하게 되면 당신들과 어떻게든 겹치게 되겠죠, 안 그런가요?”
“*그렇겠죠.”
“*음원차트에서 순위를 다투고, 오늘 같은 무대에 순서가 밀려서 다시 서지 못할지도 모르죠. 불안하진 않은가요?”
“*어제 멤버들을 데리고 뉴욕 관광을 한 적이 있어요.”
이안의 뜬금없는 말에 인터뷰어가 입을 다물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거리에서 간간이 한국 뮤지션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공원에는 케이팝으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이런 상황이 흔한가요?”
“*간혹 있죠. 요새 더 늘기도 했고요.”
“*저희는 여기서도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이안의 말을 뒤에 대기하고 있던 통역사가 빠르게 전달했다.
“마이디어 곡이 제일 많았지.”
“맞아. 그래도 우리 노래 나온 적도 있잖아.”
멤버들도 공감이 되어서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팝이 이곳 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들리는 것에는 마이디어의 영향이 컸죠, 안 그래요?”
“*맞아요. 부정할 수 없죠.”
이안에게 말려 버린 인터뷰어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마이디어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이고 경쟁자라기보다는… 미국 시장의 개척자죠. 그런 사람들과 차트에서 붙을 정도로 저희가 성장했다는 게 기쁘고 영광스럽기도 하고요.”
“*…역시 쉽지 않다고 하더니 정말이군요.”
인터뷰어가 등을 의자에 편히 기대고는 짝짝 손뼉을 쳤다.
“*이제 떠보는 건 그만할게요.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누가 이런 질문을 해 달라고 해서요.”
“*그 사람이 누구죠? 설마….”
이안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함정성 질문은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저 사람의 특기였으니까.
“*여러분 안녕하세요.”
“*케이든.”
케이든 허트가 손을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위 멤버들이 케이든과 어깨를 부딪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인터뷰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어는 오늘 인터뷰가 꽤 만족스러웠는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오늘 행사의 진행을 맡았어요. 잠시 밖을 봐 보겠어요?”
그가 가리킨 창밖에서 행사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LED 볼이 서서히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에 맞춰 낮부터 모여든 군중들이 크게 환호했다.
“오, 뭐야?”
“이제 슬슬 시작하는 건가?”
이안은 멍하니 보고 있는 멤버들에게 짤막하게 설명했다.
“열두 시 되면 저 볼이 내려가면서 종이 꽃가루가 막 휘날릴 거야. 불꽃놀이도 하고.”
“대박.”
아래 무대에서 앞 순서의 가수가 공연을 시작하고, 멤버들이 신나서 떠들었다. 케이든은 이안과 이주혁 사이에 섰다.
“*영상 통화 이후로는 처음이죠? 여러분을 실물로 보니까 정말 좋네요.”
“*저희도요.”
여기서는 영향력 있는 진행자 중 한 명이기에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었다.
다만 갑자기 허를 찌르는 질문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안은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여러분의 무대를 화면에서만 봐서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눈앞에서 보게 되네요. 기분이 어떤가요?”
“*벌써 인터뷰하시는 건가요?”
“*직업병이라 어쩔 수 없어요.”
케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아래 가 봐야 더 실감이 날 거 같네요.”
이안은 소속사 스태프가 들고 오는 마이크 가방을 보며 씨익 웃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