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0
230
형은 나가 있어.
아림픽이 끝나고 피버는 신곡 준비로, 아위는 콘서트 준비로 사이좋게 소속사 연습실을 찾았다.
“그래서, 노을이 너는 무슨 몰카 준비했는데?”
“맞아. 시나리오 짠 거 좀 들어 보자.”
새벽이라 잠도 쏟아지고, 지친 터라 휴식 시간을 이용해 서로 모인 아위와 피버는 본격적으로 연습생 몰래카메라에 대한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형들이 군기를 잡고요. 저희가 막 엎드려뻗쳐 있는 거죠.”
“너무 뻔하지 않을까?”
“뻔하니까 몰래카메라죠. 어쨌든 하얀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다음에 ‘니들은 이런 데 오지 마라.’ 하면서 겁을 주고.”
“오… 괜찮은데?”
그 반응에 신이 난 피버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계획을 설명했다.
“주혁이 형이나 진혁이 형이 앞에서 무게를 잡아요. 이렇게, 막 삼대장처럼.”
임노을이 의자를 끌고 와 앉아서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아, 진혁이는 안 돼. 연기 못 해서 다 티나.”
“크흑… 미안하다.”
“맞아. 진혁이 형은 빨리 아웃시켜야 해. 들켜.”
김 현의 말에 박진혁이 바닥에 털썩 앉았다. 박진혁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연기를 너무 못했다.
“아무튼, 거기서 ‘내가 우습게 보여?’ 이렇게 소리치시는 거예요.”
“초장부터 분위기를 확 사로잡자 이거지?”
“네!”
피버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아위 멤버들이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무난하고 괜찮은 계획 같았다.
그때, 뭔가 생각하던 김 현이 입을 열었다.
“얘들아, 재미있는 의견인데…. 난 좀 다르게 가고 싶다.”
“네! 어떻게요?”
“솔직히 선배가 후배를 갈구는 몰카는 너무 많아.”
많고 구조가 뻔했다. 김 현은 이런 유형의 몰래카메라를 예전 소속사에서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반대로 하면 어때?”
“반대요?”
“어, 너네가 군기를 잡고 우리가 혼나는 거지. 참신하지 않냐?”
피버는 아직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신선하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연습생들이 속을지 의문스러웠다.
“근데… 연습생들이 속을까요? 너무 억지 같지 않을까요?”
“그거야 방법이 있지. 야 이안아, 태웅아. 어떻게 생각하냐?”
조태웅이 어깨를 으쓱했다.
“쉬운데?”
“쉽다고요?”
동시에 되묻는 피버를 보며 이안이 웃었다.
“그거야 연기로 납득시키면 되지.”
“크, 들었냐? 이게 우리 애들 클라쓰야.”
박진혁과 김주영이 손뼉을 쳤다. 이안과 조태웅이 선망에 가득 찬 시선을 보내는 피버를 보며 씨익 웃었다.
“이 중에 연기 배운 사람?”
* * *
그래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형들 똑바로 안 하지?”
임노을이 인상 팍 쓰면서 무게를 잡는데 벌써 웃음이 터질 뻔한 박서담이 고개를 푸욱 숙였다.
“미, 미안.”
김주영도 마찬가지였다. 간신히 웃음을 참은 그가 말을 더듬었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노을아, 재연아. 그만해.”
“주환이 형.”
임노을과 박재연이 뒤를 돌아보자, 뒤에 편하게 앉아 있던 송주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사람이 팀장님도 조심하라는 그 송주환인가. 연습생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송주환은 이안에게 지시받은 대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 무표정을 유지했다.
“손님 왔잖아.”
“어?”
사실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제야 눈치챈 척 고개를 돌렸다. 피버와 아위의 시선이 자신들에게로 향하자 연습생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팀장님, 뭐예요? 지금 기강 잡는 거 안 보이세요?”
“미안…. 그냥 갈까?”
“아뇨. 쟤들은 누군데요? 새로 온 연습생?”
송주환은 듣는 사람도 기분 나쁘게 틱틱 내뱉었다. 이안과 조태웅의 연기 10분 강좌를 빠르게 흡수한 덕분이었다.
“어… 어어. 오늘 계약한 새 연습생들이야.”
“주민이 형… 내가 그렇게 연습생 뽑지 말라고 했는데…!”
몸을 숙이고 있던 이안이 고개를 스르륵 들었다. 눈이 붉게 충혈돼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오. 진짜 촬영하는 거 같은데?’
‘대박.’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위 멤버들과 함께 웃음을 참았었는데,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자 옆에 앉아 있던 김주영과 이주혁이 연습생들이 보지 않게 엄지를 살짝 치켜들었다.
“우리, 우리만으로 족하잖아요…!”
“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주환이 안 보여?”
조태웅이 이안의 팔을 툭 치고는 겁먹은 듯 송주환의 눈치를 살폈다. 몸을 움츠리고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 참 찌질해 보였다.
“하지만…! 쟤네들은 무슨 죄야! 우리처럼 되게 놔둘 수 없잖아!”
이안이 말리는 조태웅의 팔을 거칠게 쳐 내고는 크게 소리쳤다. 그 격한 몸짓에 결국 눈에 맺힌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이게 지금 무슨….”
연습생들이 술렁였다. 그들은 피버가 왜 아위에게 뭐라 하는지 이상함을 눈치챌 새도 없었다.
문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무거워지는 분위기,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펼쳐지는 상황 그 중심에는 이안과 조태웅이 있었다.
“너희들끼리 얘기하고 있을래?”
“팀장님?”
어리둥절한 연습생들 틈 사이에서 박주민이 제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뒷걸음질 쳤다.
“저, 저희만 두고요?”
“내가 있어 봐야 뭐 해. 애들은 애들끼리 있어야 빨리 친해지고 그러지.”
“친해져요?”
이 상황에서요?
“그럼 대화 나누고 있어. 금방 데리러 올게.”
연습생들의 간절한 눈빛이 마치 가지 말라는 듯 붙잡는 것 같았지만 박주민으로서는 여기가 한계였다. 당장 1층으로 뛰어올라 가 폭소하고 싶었다.
박주민의 도망치듯 급한 발걸음이 마치 피버의 송주환과 같이 있는 상황을 피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 연습생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하….”
임노을이 고개를 나른히 돌리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반쯤 감은 눈에서 빡침이 느껴졌다.
‘노을이 연기 잘하네.’
연기를 따로 배우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꽤 수준급이었다.
이안은 임노을에게 연기를 권유해 볼까 생각하는 와중에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뒤늦게 실수를 알아챈 듯한 표정을 연기하고 있었다.
“…하얀이랑 서담이 형은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
“그, 그래. 고맙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왜, 왜 내보내는데요?’ 그렇게 생각한 연습생들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송주환의 말에 박서담과 이하얀이 후다닥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이안이 형, 우리만으로 족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주, 주환아.”
이안이 흠칫 몸을 떨었다. 이안과 조태웅이 일어서자, 남은 아위 멤버들도 일어나서 송주환의 눈치를 봤다.
“우, 우리가 무슨 틀린 말 했어?”
“맞아!”
조태웅이 용기 내 한 말에 다른 아위 멤버들이 항의하듯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너, 너 집안 빽 좀 있다고 우리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순전히 조태웅의 애드리브였다. 송주환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외동아들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한테 더 잘해야지 형들. 지금 형들 큰 게 누구 덕인 줄 알아?”
송주환은 당황하지 않고 받아쳤다.
“맞아. 주환이 형 아버지 없었으면 형들이 지금처럼 떴을 거 같아?”
임노을이 옆에서 거들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연습생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 하극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구나. 빽이 얼마나 대단하면.
그 순간, 마이스타그램으로 캐스팅됐었던 한 연습생이 소심하게 손을 들었다.
“저, 저기요.”
“뭐야?”
송주환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연습생이 이렇게 치고 들어올 줄 예상도 못 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 소리에 손을 들었던 연습생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하지만 눈을 꼭 감고 크게 외쳤다.
“이건,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송주환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인상이 험악해졌지만, 사실 웃음을 참으려는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임노을과 박재연이 몸으로 송주환의 얼굴을 가렸다.
“야, 귀엽네.”
“지금 상황파악이 안 돼?”
피식 웃으며 연습생들에게로 다가오는 임노을과 박재연을 막은 것은 이주혁이었다.
“얘들아, 이제 그만하자.”
연습생들이 감격한 얼굴로 이주혁의 등을 바라봤다. 이주혁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야, 나 이제 더는 못 해.’
이주혁의 입을 꾹 다물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서 생각을 읽은 피버 멤버들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들도 한계였다.
“이 형들 안 되겠다. 손 좀 봐야겠다.”
“형님들 부를까요?”
임노을이 간신배처럼 몸을 굽실거렸다.
“그래. 저기 연습생들도 군기 잡을 겸.”
송주환이 검지로 연습생들을 가리켰다. 연습생들이 당황해서 서로를 쳐다봤다.
“진짜야?”
“뭐야, 어떡해?”
“팀장님은 어디 가셨어?”
연습생들이 우왕좌왕해서 술렁이고 있던 순간, 밖에 나갔었던 박진혁과 박서담, 이하얀이 종이 폭죽을 들고 연습실 안에 난입해 폭죽을 터뜨렸다.
“형님들 왔다!”
“입사 축하합니다! 입사 축하합니다!”
얼이 빠져서 눈동자만 굴려 상황 파악을 하고 있던 연습생들은 이하얀이 들고 있는 케이크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뭐, 뭐예요?”
“뭐긴 몰래카메라지.”
이안은 소매로 대충 눈물을 쓰윽 닦고는 벌떡 일어났다. 순식간에 멀쩡해진 이안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연습생들이 퍼뜩 정신 차렸다. 피버와 아위가 폭소를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니 그럼 그게 다….”
“다 연기지.”
“허….”
이하얀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박주민 팀장을 보며 연습생 중 몇 명이 다리가 풀려서 털썩 주저앉았다.
“얘들아 고생했어. 연기 진짜 잘하네.”
미리 영상 통화를 걸어 놓아서 먼저 나갔던 사람들도 연습실 안 상황을 다 지켜볼 수 있었다.
박주민이 피버와 아위의 연기에 퍽 감격한 듯 손뼉을 쳤다. 그는 다리가 풀린 연습생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많이 놀랐니?”
“팀장니임!”
“텃세 없다면서요!”
“텃세는 아니지. 그냥 좀… 장난일 뿐. 너무 지나쳤나?”
그런 연습생들에게 피버와 아위가 다가와서 분위기를 풀었다.
“다들 속았어요? 어때요?”
“저 진짜인 줄 알았어요….”
조태웅과 이안, 김주영은 실실 웃으면서 한 연습생 앞에 섰다.
‘와씨, 개멋있네. 이게 연예인인가.’
연습생이 숨을 참았다. 이안은 말할 것도 없었고 조태웅과 김주영도 카메라 마사지를 받아서 데뷔 때보다 훨씬 더 얼굴이 폈다.
“이름이 뭐예요?”
“저요? 저… 차하준이요.”
“이름 좋네,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패기 장난 아니던데?”
“아… 으아악!”
연습생이 머리를 쥐어뜯고는 바닥에 엎어졌다. 뒤늦게 쪽팔림이 밀려온 것이다.
아위의 세 동갑즈는 그런 연습생을 쿡쿡 찔렀다.
“에이, 왜 그래요. 멋있던데?”
“그러니까. 나라면 못 했다. 걍 구석에서 쭈그러져 있었지.”
“근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요?”
연습생, 차하준은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이주혁이 뒤에서 세 명을 말렸다.
“얘들아, 너무 놀리지 마. 그러다가 도망가면 어떡해.”
“그건 안 되지.”
잠시 나가 있던 임노을과 박재연이 양손 가득 과자를 들고 와 연습실 중앙에 쏟았다.
“환영 파티해요!”
“너네가 이거 다 샀어?”
“형, 저희도 돈 있어요.”
“오, 정산? 빠르네.”
“형들 덕분이죠.”
임노을과 김 현이 훈훈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남은 아위와 피버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과자 봉투를 뜯었다. 연습생들이 뒤늦게 후다닥 달려갔다.
“저희도 할게요!”
“아니, 앉아 있어요.”
피버와 아위는 연습생의 환영식 핑계로 연습을 쉴 수 있어서 좋았고, 연습생들은 난데없는 환영 파티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얼굴이 점점 상기됐다.
이렇게 연습생의 환영 파티를 해 주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 그것도 지금 세계적으로 잘나가고 있는 아위가 먼저 나서서.
“분위기 진짜 좋다….”
“계약하길 잘한 거 같아.”
여기서 살아남아서 무사히 데뷔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회사 분위기가 좋아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