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4
234
이게 몇 번째야!
“얘들아, 옷 갈아입기 전에 여기다 사인해.”
김명진이 내민 것은 이번 콘서트의 단체 포스터였다. 이안은 그가 시키는 대로 포스터 속 자신의 얼굴 위에 사인했다.
“근데 이건 왜요? 누가 달래요?”
“여기 공연장 복도 아카이브존에 걸릴 거야.”
“그런 것도 있어요?”
이안에 이어 사인을 하던 멤버들이 고개를 들었다. 어리둥절한 멤버들의 표정을 확인한 김명진이 씨익 웃었다.
“보러 갈래?”
김명진의 뒤를 쪼르르 따라온 멤버들은 벽면에 부착된 다른 가수의 포스터를 구경했다. 모두 이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 사람들이었다.
“오, 주피터.”
“마이디어도 있다.”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가수들 끝에 아위도 나란히 걸리게 됐다. 그 사실이 기분 좋아서 멤버들의 잇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이쯤에 걸리려나?”
“모르지.”
그때, 멀찍이서 지켜보던 공연장 스태프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지금 걸까요?”
“그래도 되나요?”
“네, 액자 미리 준비돼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공연장 측에서 준비한 액자는 주문 제작 액자도 아니고, 아위의 포스터와 옆에 걸린 포스터 크기가 다 똑같아서 가능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스태프가 벽면에 아위의 사인 포스터를 걸었다.
“우와.”
“무슨 명예의 전당 오른 거 같다.”
한 해에도 아이돌 그룹이 몇십 그룹이나 쏟아지는데, 그중에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그룹도 많았다.
아위와 같은 해에 데뷔한 그룹 중 살아남은 그룹도 얼마 없었다.
[여기서 공연한 아이돌이 열 손가락 안에 들긴 하지.]하물며 이런 규모 있는 공연장을 채울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들 알고 있었다.
[너네가 운이 좋았지. 물론 내가 너한테 이 회사를 추천해 준 이유도 있는 거 알지?]‘글쎄….’
[야, 빨리 그렇다고 말해.]단순히 운이 좋다고 설명할 순 없었다. 운 좋게 데뷔 시기에 대형 소속사 아이돌이 없어서, 멤버들이 능력이 좋아서 혹은 소속사가 잘 밀어줘서 같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오늘 막콘이니까 앵콜 길게 불러도 되겠지?”
가장 확실한 건 팬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안의 혼잣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지.”
“일단 명진이 형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된다면 우리 막차 시간만 넘기지 말자.”
한걸음 뒤로 떨어진 멤버들은 포스터 속 자신의 얼굴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찾아보니까 외국 스타디움 같은 곳에는 벽에 공연한 가수 이름까지 새겨 준대.”
“대박.”
“우리 이제 거길 노려볼까?”
그리고 아위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 * *
[아카이브존에 박제된 게 그렇게 기뻤었나.]공연장을 살핀 진이 탄식했다. 아위는 콘서트를 무사히 마치고 앙코르, 그리고 두 번째 앙코르 곡까지 다 부른 상태였다.
“한 번 더!”
“여러분… 뛰어!”
원래라면 돌출 무대를 다 돌고 중앙에 갈라지는 대형 스크린 속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막콘이라고 앙코르곡을 더 불러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고삐 풀린 아위가 문제였다.
“우리 이대로 끝내긴 아쉬운데!”
“여러분 아직 막차 시간까지 시간 남았죠?”
“내일 월요일인데 다들 괜찮겠어요?”
팬들이 ‘네!’ 하고 소리쳤다.
“좋아 한 번 더 가자아!”
“소리 질러!”
멤버들이 무대 위를 빠르게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밴드로 편곡된 그들의 노래가 신나게 울려 퍼졌다.
“너와 우리가 함께하는 무한대의 시간
우리는 영원해”
하필 곡 제목도 ‘Infinity’였다. 무한한 앙코르곡 속에 갇힌 팬들은 처음에는 기뻐서 같이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Infinity 영원히 놓치지 않을 거야
우리의 행복한 시간”
[이야, 가사까지 절묘하네.]마치 이날을 위해 만든 곡 같았다.
아위 멤버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한 번 더!’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몸은 점점 지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 형!”
“멈춰 있을 시간 없어!”
지치는 것은 멤버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멤버들보다 체력이 약한 박서담은 아예 무대에 철푸덕 앉아서 물을 마시려다가 뒤에서 물통을 강제로 기울이는 조태웅 때문에 몸이 물 범벅이 되었다.
“핸드폰! 주세요!”
나중에는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애매한 걸음걸이로 무대를 돌아다녔다.
이안은 한 팬이 내미는 핸드폰을 받아서 셀카를 찍어 돌려주기도 했고, 박진혁은 쓰고 있던 모자를 던지기도 했다. 협찬이 아닌 개인 소장 물건이라서 다행이었다.
“으악!”
김 현과 조태웅은 어깨동무를 한 채 뛰다가 무대 위에서 또 슬라이딩했다.
이주혁은 이마에 흐르는 땀 때문에 눈두덩이에 발랐던 화장이 눈에 들어갔는데, 한쪽 눈을 찡그린 채로도 신나게 돌아다녔다.
“저희는 아위덤만 봐도 하나도 지치지 않거든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괜찮다고요? 그럼 한 번 더 해야지!”
그 신호를 받은 음향 스태프가 또 음원을 틀었고, 멤버들은 또 뛰었다.
“야! 그만해 미친놈들아! 이게 몇 번째야!”
보다 못한 김명진이 무대 밑에서 소리쳤다.
난리가 난 건 공연장 밖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와 진짜 힘들어….”
“엄마!”
무한 앙코르 지옥에 갇힌 팬 중 지쳐서 도중에 나온 팬들도 있었다.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렸어?”
“앵콜이… 끝나지 않아. 끝까지 보고 싶었는데…. 많이 기다렸어?”
“한 15분 기다린 거 같은데…. 그래도 넌 중간에 나오길 잘했다.”
한 부모는 지친 아이의 손을 잡고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아직 공연장 안에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데, 그들이 찾는 얼굴은 보이지 않아서 아이를 데리러 온 보호자들이 공연장 앞에서 수군거렸다.
“우리 애는 언제 나와?”
“이미 한참 전에 끝났을 텐데….”
“저기요, 혹시 언제 끝나는지 아세요? 공연 두 시간 반 한다는데 지나지 않았어요?”
“네…. 앵콜 곡만… 지금 다섯 번째예요.”
“세상에….”
한 사람은 지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 사람은 사람들이 몰려나올 걸 대비해 핸드폰 전광판 앱을 켜 아이의 이름 석 자를 입력했다.
(여러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끝나나 보다.”
(진짜 너무 고마워요, 아위덤! 집에 조심히 들어가고!)
지친 그들의 눈에서 희망의 빛이 보였다가 이어지는 김 현의 말에 소리를 질렀다.
(아직 끝내긴 아쉽지?)
“뭐?!”
(우리 더 즐기다 가자! 소리 질러!)
“…노래가 또 나오는데요?”
지친 표정을 한 보호자들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그놈의 인피니티….”
두 시간 반이었던 콘서트 공연 시간은 앙코르로 세 시간을 꽉 채웠다.
팬들은 콘서트 끝난 후의 허망함을 느낄 새도 없이 목이 다 쉰 채 공연장 밖을 나왔다. 특히 스탠딩석에 서 있었던 팬들은 거의 기어가다시피 빠져나와 바깥의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으어… 허억, 힘들어.”
“드디어 끝났어…!”
“해방이다!”
마치 긴 수감생활을 끝낸 탈옥수 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땀 범벅이 된 스탠딩석 사람들은 지하철까지 패딩을 벗은 채 걸어가기도 했다.
아위 고척 콘서트 ‘또피니티’ 해프닝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아위 막콘 미친 가성비였다
-자리 좀 안좋게 갔지만 막콘으로 교환한 거 후회하지 않음ㅇㅇ
-4층 시야 개구려서 좀 후회했는데 앵콜때 안전 때문에 못 뛰게 하니까 다행이었음 스탠딩석 사람들 괜찮냐?
└좀 쓰러질 뻔하고 토할 거 같았지만 애들 보면서 참았다
└나 스탠딩 펜스 잡았었는데 다리에 감각이 없어서 휘청이니까 시큐가 뽑아감ㅋㅋㅋ
└공연 끝나고 체중 재 보니까 2키로나 빠져 있었음
└넘 힘들어서 마지막엔 울면서 기어나왔어ㅠㅠ
* * *
아위(AWY), 첫 고척돔 공연 ‘RUN TOGETHER’ 성료
아위, 총 12만 관객 동원했다… 끝나지 않는 앵콜 공연에 커뮤니티 “화제”
나흘 동안 십이만 명을 동원한 서울 콘서트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월드 투어가 시작됐다.
소속사에서 계획한 유럽, 아시아 그리고 미국까지 거의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일정은 그동안 투어를 못 돌렸던 게 한이 맺혔는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으억….”
“오늘 고생했고… 나는 가서 자야겠다.”
“나도. 개피곤해. 다들 내일 봐.”
“형들 잘 자요.”
“안녕.”
그만큼 갈리는 것은 멤버들이었다. 공연 전까지만 해도 끝나면 같이 모여서 매운 라면이나 먹자는 계획은 지친 몸 앞에서 다 틀어지고 말았다.
“아… 힘들어.”
영국 공연을 마친 이안은 다른 것 할 생각도 없이 호텔 침대 위에 엎어졌다.
한참을 엎어져서 죽은 듯 움직이지 않던 그를 깨운 건 진이었다.
[안 씻어?]‘…씻어야지.’
이안이 지친 몸을 일으켜서 비척비척 욕실로 향했다. 두 명, 혹은 세 명이 썼던 호텔 방은 쓰지 않았다.
이제는 별 네 개 이상의 좋은 호텔에 각 멤버 별 독방, 복도에서는 사생으로부터 그들을 지키기 위한 경호원이 상시 대기 중이었고 룸서비스를 마음대로 시켜 먹어도 될 정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샤워를 마친 이안이 침대 위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오늘 공연도 재밌었지…. 조금, 아쉽긴 했지만.’
[뭐가 아쉬워?]아위가 첫 월드 투어를 돌았을 때 유럽에서는 아직 팬덤 화력이 약했기 때문에 소극장에서 진행했었다.
그만큼 스탠딩에서, 2층에서 팬들의 모습이 잘 보였었는데 눈이 마주치면 자신을 마치 숭배하듯 보던 그 표정이 보일 정도였고, 아직도 그 모습을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너 무대에서 무슨 실수 했었냐? 못 봤는데.]‘그건 아니고….’
그리고 유럽 팬들은 공연 전에 국기에 아위를 향한 응원 메시지를 적어 무대 위에 던지기도 했는데, 이안이 핸드폰에 머리를 맞을 뻔한 사건이 있던 후로 소속사에서는 무대 위에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아예 금지하고 보안 규정을 강화했다.
‘그냥 아쉽다고.’
[…배가 불렀네.]물론 오늘 했던 그 큰 공연장을 자신들을 보기 위해 채운 팬들에게 유감인 것은 아니었다.
큰 공연장에 팬들의 응원봉이 물결처럼 일렁였을 때, 서로 쓰는 언어가 달라도 응원법을 달달 외워 와 떼창을 부르는 팬들을 향한 감동을 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런 게 콘서트 끝나면 느끼는 공허함인가?’
예전, 소극장만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더는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졸려…. 난 잔다.’
이안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무거운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아이버스도 슬슬 들어가야 하는데….’
요즘 팬들과 자주 대화를 못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너무 피곤하고 힘든 나머지 까무룩 잠에 빠졌다.
-애들 요즘 소통 잘 안하지 않아?
└원래 소통 잘했잖아 월투 도느라 바쁜가보지
-근데 Y앱에서 아이버스로 갈아타서 좋긴한데 아이버스 별로 안오더라
-뜸할수도 있는 거지 그걸 누가 왔네 안왔네 누가 효자니 불효자니 줄세우고 앉아있냐 아이돌 진짜 할게못되네ㅉㅉ
└근데 아이버스는 유료 월정액제잖아ㅋㅋ 내돈주고 팬서비스 받겠다는데 안오는 거 불평하는게 잘못됐어?
└애들 어제도 아이버스 왔다갔는데요ㅋㅋㅋㅋㅋ
└아예 안했던게 아니라 자주 하다가 바빠서 조금 안온거가지고 ㅈㄴ머라하네ㅋㅋ 바쁘면 안올수도 있지 소통충들 극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