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45
245
너를 알고 싶어. (3)
“얘들아 너네 동수 형 톡 봤어?”
“어. 다들 받았지?”
추가 녹음을 위해 작업실로 모인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SNS라….”
“어떻게 할 거예요, 형들?”
6년 차, 만으로 5년이 되어 가는 아위에게도 드디어 SNS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계약서에서 SNS 금지라고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서수련과의 면담 이후 당분간은 하지 말자고 합의를 봤었다.
하지만 이제 멤버들의 연차도 제법 찼고, 경험이 쌓이니 저급한 어그로에도 휩쓸리지 않게 되었다. 소속사에서는 멤버들 개개인의 브랜드화 혹은 영향력을 위해 이제 SNS 정도는 해도 괜찮다는 결정을 내렸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나는 하고 싶긴 해.”
이주혁의 말에 박진혁이 손을 들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게 직업이라서 그런지 아위 멤버들 대부분은 관심 종자 기질이 있었다.
“보니까 다들 하는 거 같던데.”
“안 하는 사람이 드물걸?”
말실수라든지 악플 문제는 둘째치고, 연예인 아이돌을 떠나서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SNS였다.
그들이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데뷔 전에는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 활발히 했었던 적도 있어서 가끔 다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근데 이런 거 하면 도움이 돼? 우리 팬 커뮤도 있는데.”
“도움 되지. 우리 광고 협찬받는 걸 팬 커뮤에 올릴 수는 없잖아.”
김주영의 말에 김 현이 대답했다.
물론 팬 커뮤니티에 셀카 사진 같은 건 올리고 있었고, 유출 금지라지만 팬들을 통해 알음알음 유출되어서 퍼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팬들이 찾아보는 것과 아위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 팔로우해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근데 이런 거 잘못 올렸다가는 멘탈 털리는 거 아냐?”
“전에 세준이 형 디엠 받은 거 다 봤지? 개무섭던데.”
“내가 마이킷 애들한테 물어봤거든? 디엠 받은 거 보내 준대.”
망설이는 것은 역시 이상한 사람들에게 시달릴까 봐.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아위보다 먼저 개인 SNS를 오픈한 마이킷은 아위를 위해 자신이 받았던 가장 악질적인 댓글과 다이렉트 메시지를 캡처해 보내 줬다.
(정지수) ‘그걸’ 하게? 안하는게 좋을텐데 – 19:12
(철민갓) (사진) – 19:15
(철민갓) 얘네들은 지능적으로 멘탈 터트림ㅇㅇ 되도록하지않는걸 ㅊㅊ – 19:15
“와….”
메시지는 단순히 쌍욕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인신 공격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었다.
성희롱이 담긴 내용, 부모와 가족을 욕하는 패드립은 기본 정신병자 같다며 제발 자살하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와… 이게 같은 인간이 할 소리인가?”
“보는 내가 공황 도질 거 같은데.”
“아니 근데 정신병자 단어를 욕으로 쓰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에반데. 난 더 못 보겠다.”
조태웅과 김주영이 화면에 시선을 거두고서 괜히 먼 곳만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철민갓) 근데 문제는 그만하라고 스토리에 박제하면 더 이런다? 어메이징 연예계 – 19:20
(정지수) 이런 디엠은 아예 못받게 설정도 못하는거알지? 니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멘탈 약한 사람은 하지마ㅇㅇ – 19:20
“미쳤다 진짜.”
“이런 거 받고도 제정신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저는 못 할 거 같아요.”
아위 멤버들이 기겁을 했다. 마이킷의 김철민은 이거도 있다며 쉴 새 없이 자신이 받은 다이렉트 메시지를 공유했다. 멤버들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우리 당장 결정하지는 말고 고민 좀 해 보고 결정하자.”
이미 하려고 마음먹은 박진혁마저 끙끙대고 있으니, 이주혁이 적당히 상황을 정리했다.
순간, 그들의 팬 커뮤니티 앱에서 알림이 울렸다.
“뭐야?”
이안이 팬들 보는 게시판에 자신의 셀카 사진을 올린 것이다.
“오.”
“…이런 사진을 팬들만 보는 건 아깝긴 하다.”
사진 속 이안은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한쪽 귀에 무전기 이어폰을 낀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흐트러진 머리에 얼굴은 뭐에 긁힌 듯 피가 흐르는 분장을 하고 있었다.
“이안이 형은 SNS 하겠죠? 전에도 자주 했던 거 같은데.”
“할걸? 얘는 SNS 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입덕시켜야 한다니까.”
“하긴, 얘는 멘탈도 좋잖아.”
멤버들이 생각하는 이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잘할 거 같았다. 악질적이고 저급한 사람들에게 쉽게 안 휘둘리면서 논란 없이 말이다.
“근데 이안이 지금 하는 드라마가 정확히 어떤 설정이길래 갑자기 장르가 바뀐 거야?”
“극 중 탑 배우 역할이라는데? 탑 배우가 찍는 드라마를 찍는 탑 아이돌 최이안.”
“뭐야, 액자식 구성이야?”
* * *
‘너를 알고 싶어’ 속 이하나 작가는 최우진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대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떤 말을 할지 두려워서였다.
‘왜 번호만 받아 가고 그냥 갔지? 나중에 무슨 말을 하려고?’
‘아씨, 그게 사실일 줄 알았으면 소재로 안 썼지.’
‘근데 막말로, 이게 최우진 얘기라는 걸 누가 알아? 대중이 알겠어? 업계 관계자만 알겠지.’
메시지가 도통 오지 않으니 기분이 널을 뛰었다. 띠링 하는 알림음이 울리고, 이하나가 황급히 핸드폰을 켰다.
(최우진) 작가님
이하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알림음이 또 울렸다.
(최우진) 밥 먹었어요?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상적인 메시지에 눈을 게슴츠레 뜬 이하나가 핸드폰 화면을 응시했다.
“…뭐야?”
이후로도 똑같았다. 최우진은 웹툰 작가면 몸을 신경 써야 하지 않겠냐. 오늘 밥은 뭐 먹었냐. 나는 오늘 뭐 했다. 같은 내용밖에 없었다.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답장하지 않으면.
(최우진) 작가님 근데 내 루머는 어디서 들었어요? 정말 궁금하다^^
라고 은근히 눈치를 주기도 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경직됐던 이하나는 한결같은 그의 태도에 적당히 대답해 주면서 넘길 정도까지 되었다.
(최우진) 작가님 아직도 작업해요?
(최우진) 어서 자요
‘무슨 썸타는 거 같네….’
문득 웃음이 터져 나온 이하나가 금세 정색했다. 아무리 그래도 썸이라니. 상대는 이름이 알려진 톱스타다. 팬덤이 어마무시하고 근처에 정서하 같은 사람이 차고 넘치는데 일개 웹툰 작가인 자신을 신경 쓰겠는가?
‘루머가 만약 사실이라면….’
최우진은 그냥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 거리를 두는 게 낫겠지.’
그 결심이 무색하게 최우진은 이하나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작가님, 배우 일 하는 거 취재하고 싶지 않아요?)
“할래요!”
그렇게 최우진의 신입 스타일리스트로 위장해 촬영장까지 따라온 이하나는 그의 촬영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자, 스탠바이! 큐!”
여기서 이안의 경호원 착장 셀카가 나왔다. 최우진이 톱 배우라는 설정에 맞게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장면도 ‘너를 알고 싶어’에 나올 예정이었다.
“오….”
이하나가 감탄을 내뱉었다. 세트장에 미리 설치해 둔 화약이 터지고 권총을 든 최우진이 화면 안에서 멋지게 움직였다.
“네! 좋아요!”
감독이 컷 사인을 줬다. 원래라면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을 최우진은 분장을 지우지 않고 먼저 이하나의 앞까지 직진했다.
“작가님, 어때요?”
멍하니 최우진의 얼굴을 응시하던 이하나가 정신을 차리고는 허둥지둥 말했다.
“좀 멋있긴 하네요.”
“아니, 참고가 됐냐고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최우진이 푸학 웃으면서 말했다. 이하나의 얼굴이 금세 새빨개졌다.
“의도하고 말한 거죠?”
“들켰네.”
이하나와 최우진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썸을 탈 때의 간질간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때, ‘너를 알고 싶어’의 유성민 감독이 크게 외쳤다.
“컷!”
이안과 이채은이 감독의 옆으로 다가왔다. 방금 했던 연기를 지켜보던 이안이 한쪽 눈을 살짝 찌푸렸다. 화면으로 보니 어색한 점이 눈에 띄게 다가왔다.
‘아 여기서 이렇게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유 감독도 이안이 느낀 것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보며 두 배우를 바라봤다.
“이안 씨랑 채은 씨 두 분 케미 좋은데, 이안 씨 눈빛이 너무 달달한 거 아니야? 이안 씨 이러니까 채은 씨도 여기서 분위기 바뀌잖아.”
“아, 역시 그렇죠?”
이안이 멋쩍게 웃었다.
“이 씬은 아직 최우진이 이하나한테 호기심을 느끼는 거에 그치거든. 지금처럼 막 사귀기 직전 분위기는 풍기면 안 될 거 같은데. 박 작가는 어때요?”
“저도 감독님이랑 같은 의견이에요.”
이채은이 팔꿈치로 이안의 옆구리를 툭툭치고는 장난스레 말했다.
“맞아 너 멜로 눈깔 좀 죽여. 어? 이러다 반하겠어.”
“넵.”
“눈빛이 아주… 아이돌 연애 금지라더니, 이거 어디서 해 본 적 있는 거 아니야?”
이안이 억울하다는 듯 팔자 눈썹을 만들었다.
“근데 저 억울해요. 누나, 아직 제가 연습해 온 멜로 눈깔에 반도 안 했어요.”
“뭐? 연습해 온 멜로 눈깔?”
이채은이 크게 웃었다.
“아니, 진짜라니까요? 제가 연애를 해 봤겠어요, 이렇게 작정하고 로맨스 작품을 해 봤겠어요. 연습 진짜 많이 했어요.”
“오구 그랬어요?”
이안이 항변하자, 이채은은 남동생을 다루듯 알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럼 한번 보여 줘 봐. 감독님이랑 작가님도 궁금하시죠?”
감독과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호기심을 띠고서 모여들었다. 이안은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지그시 감다가 느릿하게 떴다.
그 눈을 마주친 이채은이 숨을 헉, 삼켰다. 그녀는 연기 경력이 긴 만큼 로맨스 장르의 작품도 많이 했었는데, 이안의 눈빛은 여타 배우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오히려 더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보는 사람이 명치께가 간지럽고 벅차오르는 설렘이 가득한 분위기와 그걸 자유롭게 연기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쉬운 건 아니었다.
“와… 너, 너 진짜 장난 아니다. 타고난 거야?”
“잠깐만요, 이안 씨. 그 연기 나중에도 할 수 있는 거죠?”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 작가가 황급히 말했다.
“당연하죠. 연습했으니까요.”
“잠깐, 감독님. 이 장면은 이대로 그냥 가도 될 거 같아요. 어떠세요?”
마찬가지로 뒤에서 보고 있던 감독이 큼큼 헛기침을 했다. 아까 연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더 진득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면 방금 찍었던 장면을 그대로 써도 될 것 같았다.
“눈빛 죽이네. 그럼, 이 씬은 그냥 이대로 갑시다.”
* * *
드라마 촬영은 대본 속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는다. 출연 배우의 스케줄에 맞게, 촬영 현장의 여건에 맞게 조율하는 편인데 극 초반을 찍다가 갑자기 결말 부분을 미리 찍는 경우도 허다했다.
“영현 씨, 준비됐어요?”
“네!”
서브 남주 역할을 맡은 김영현은 곧 블랙러시 활동을 하게 되어 바빴다. 제작진은 김영현이 나오는 장면을 미리 찍기로 합의했다.
이안은 김영현과의 첫 만남 신과 갈등 신 등 서로 마주치는 장면을 오늘 하루 만에 다 촬영한다.
“형 괜찮아?”
이안은 피곤한 얼굴을 메이크업으로 가린 김영현에게 다가갔다.
“어, 나 링거 맞고 왔어. 괜찮아.”
“진짜? 활동 시기랑 너무 겹치는 거 아니야?”
“스케줄 조율이 까다로웠거든. 사실 컴백 못 할 뻔했어.”
김영현이 고개를 느릿하게 돌리며 뻐근한 목 스트레칭을 했다.
“얘는 이 스케줄 하니까 다음에 하자, 이러면 다음에 스케줄 할 쟤가 또 걸려. 그러면 우리는 컴백을 언제 해? 이런 거지. 내가 좀 피곤하면 돼. 컴백도, 이 드라마도 놓치기 싫었고.”
“아, 하긴 그렇겠다.”
“게다가 소속사도 달라서 조율하는 것도 힘들었어. 너네는 재계약할 거지?”
김영현이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우리 실장님이 너한테 밑 작업한 거 알아. 조건 좋다고 휘둘리지 말고. 그룹 활동할 생각 있으면 되도록 재계약해. BHL 엔터 좋잖아. 대표님도 좋고. 조건 잘 쳐 주시겠지.”
“내가 한다고 다 되나, 다른 멤버들도 다 한다고 해야지. 근데 나는….”
이안은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김영현을 쳐다봤다.
“당연히 재계약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