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52
252
숙소 이사.
아위, 성수동 최고가 아파트로 숙소 이전… 톱스타의 남다른 품격
원래는 멤버들에게 서프라이즈로 전해 주려고 했던 숙소의 위치는 기사가 미리 올라와서 망했다.
연예인이 무슨 빌딩을 샀다느니 어디 아파트를 샀다느니 기사는 많이 올라왔다. 홍보나 집값을 올리려고 부동산 쪽에서 뿌리거나, 등기부 등본을 쉽게 떼 볼 수 있어서 알 수도 있었다. 아위는 후자였다. 집요한 기자의 승리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홍보해 준다고 하고 집값 좀 깎을 걸 그랬어….”
소속사 대표, 이병헌이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멤버들은 신나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얘들아, 귀중품은 이게 다야?”
“넵.”
거실 한복판에 각자 이름이 쓰인 이사 박스가 쌓여 있었다.
“좋아. 스케줄 끝나면 새 숙소로 간다.”
“한강뷰! 한강뷰!”
김명진의 말에 멤버들이 환호했다. 그들은 어쩐지 허전한 숙소를 슬쩍 바라보다가 현관 밖을 나섰다.
“나 사실 이 숙소가 끝일 줄 알았어.”
“나도.”
아위 멤버들은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연습생 시절부터 썼던 숙소는 화장실도 하나밖에 없었던 열악한 곳이라서 씁쓸한 기분보다는 해방감이 더욱 컸는데, 김포 숙소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여운이 남아 있었다.
“우리 어차피 숙소도 다 까였는데 라방 켜서 숙소 공개나 할까?”
“좋은데?”
* * *
아위는 단체 스케줄을 마치고 드디어 기대하던 새 숙소로 향했다.
“입지 좋은 곳이라 근처에 다 있네. 우리 이따가 뭐 시켜 먹어도 되겠다.”
“좋아.”
“와… 주차장부터 분위기가 다르지 않냐?”
“형, 저 대박 떨려요.”
맨 뒷좌석에 앉은 조태웅과 김주영, 박서담이 앞자리의 등받이를 거세게 두들겼다. 평소라면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을 김 현이 아무 말도 없었다.
임진우가 부드럽게 주차를 마치고, 멤버들이 빠른 속도로 밴에서 내렸다.
“명진이 형, 우리 몇 동이에요?”
“야 나도 이런 아파트 자주 와 본 줄 아냐. 기다려 봐…. 아, 저기다.”
잠시 헤맸던 김명진이 앞장서 걸어갔다. 멤버들이 종종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갔다. 임진우는 그 뒷모습이 펭귄 같아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
“보안 철저한 아파트로 골랐으니까 기자나 사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 무슨 일 있으면 경비실로 바로 호출해도 되고.”
“주혁이 형, 우리 시간 나면 경비실에 인사하러 가자.”
박진혁이 이주혁의 팔뚝을 툭 쳤다. 이안의 사회생활 주입식 교육이 멤버들에게 잘 먹히고 있었다.
김명진이 크으, 감탄하더니 엄지를 척 내밀었다.
“그래, 이런 처세술도 필요해. 대신 입주민들 불편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마주치면 인사 잘하고.”
“넵.”
“혹시 몰라. 주민 인터뷰로도 성격 나쁘다 뭐다 기사가 뜰 수도 있으니까. 피곤하더라도 참아.”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빨리 새 숙소를 보고 싶어서 다들 표정이 비장해졌다.
“너네 숙소는 여기, 주소는 톡으로도 보내 놓을게.”
“42층? 42층이라고?”
멤버들이 입을 떠억 벌렸다.
“벌써 도착이야?”
“고속 엘베 오진다.”
고속 엘리베이터는 전 숙소에도 있었는데? 사소한 것에도 과한 반응을 보이는 멤버들을 보며 김명진과 임진우가 웃음을 참았다.
“문은 일단 내가 딸게, 비번은 톡방에.”
“형, 현기증 나요 빨리 열어 주세요.”
조태웅이 발을 동동 굴렀다.
멤버들의 설렌 기분이 전염되듯, 김명진도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문을 벌컥 열었고, 멤버들은 집 인테리어를 변신시켜 줬었던 옛날 예능 프로그램 BGM을 입으로 불렀다.
“오, 미친. 신발장 불 들어오는 거 봐.”
“신발장 넓다. 우리 신발 다 들어가겠는데?”
“여기 문 있어. 방인가?”
넓은 신발장이 먼저 보였고, 현관 바로 옆에 문이 있었다.
“아 거긴 입주 가사도우미 방이래. 우린 입주 도우미는 안 할 거라…. 너네 스케줄 급할 때 매니저 방으로 쓸 거야.”
“와….”
비싼 아파트는 도우미용 방이라는 게 따로 있구나. 멤버들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여기도 문 있다.”
“열어 봐.”
이제 그들이 쓸 방이 나올 줄 알았던 문은 열어 보니 주방으로 통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감탄했다.
“아, 장 보고 바로 들어가라고 이렇게 되어 있나 봐.”
“대애박.”
“역시 고오급 아파트는 뭐가 다르네?”
“일단 거실, 거실부터 보자.”
“한강뷰! 한강뷰를 보자!”
멍한 것도 잠시뿐,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멤버들이 우다다 뛰어갔다.
“와….”
가장 먼저 거실 창을 확인한 박진혁이 걸음을 우뚝 멈췄다. 뒤따라온 멤버들이 그의 옆에 섰다.
다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새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시간대라서, 한강 물에 비치는 야경이 저절로 감상에 잠기게 했다. 강뿐만 아니라 한쪽에는 심지어 서울숲까지 보였다.
“우리 이 정도로 돈 벌었어?”
“진짜 열심히 살았다….”
급하게 뛰어가 거실에 불도 안 켜 놓은 상태였다. 김명진은 멤버들이 감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잠시 기다렸다가, 거실 불을 켰다.
“어? 이건 다 뭐예요?”
“대표님 선물. 제발 여기서 오랫동안 있어 달라고 꼭 전해 달래.”
휑할 줄 알았던 거실은 꽤 채워져 있었다. 초대형 TV와 가격이 상당해 보이는 스피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소파와 카펫, 안마의자까지 있었다.
“와! 킹갓빛!”
“갓병헌! 갓병헌!”
“대표님, 그는 신이야!”
멤버들이 침대에 눕듯 소파에 털썩 누워 뒹굴었다. 일곱 명이 잘 수납해서 누우면 다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크기였다.
“형! 형형! 집 안에 계단이 있어요!”
“뭐? 집 안에 계단이 왜 있어?”
잠시 누워 한강뷰의 여운을 즐기던 그들이 박서담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여기 복층 구조야. 위에 방 네 개, 여기는 방 세 개. 너네들이 그렇게 원하던 개인 독방이다.”
멤버들의 사진을 찍어 이병헌에게 보내던 김명진이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아니 형! 그걸 이제 말하면!”
“아니, 너네가 너무 행복해 보이길래.”
“가자가자!”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 위층으로 향했다. 김명진과 임진우는 그런 내버려 두고 소파에 앉았다.
“오 역시 비싼 소파는 다르네.”
“애들 위에서 오래 있다 올 거 같은데 좀 쉬고 있을까요?”
* * *
방을 다 보고 온 멤버들이 거실 바닥에 앉았다. 굳이 비싼 소파 놔두고 바닥에 앉는 것은 한국 사람 특징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방은 어떻게 나눠? 게임 해?”
이주혁의 말에 멤버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어느 방이든 다 좋아 보였다. 화장실 딸린 방을 다들 탐내긴 했는데, 그렇게 간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우리 좀 배고프지 않아? 빨리 정하고 뭐 시켜 먹자.”
“맞아요. 그리고 피곤해요, 형.”
그들은 피로와 식욕에 졌다. 그리고 이 정도 넓은 숙소라면 어느 방을 쓰던 천국일 것 같았다.
“일단 우리 중에 제일 바쁜 사람이나 회사 갈 일 많은 사람이 밑에 층 쓰는 거 어때?”
아위 중 제일 바쁜 사람은 이안이었고, 회사 갈 일 많은 사람은 작업실 출석률 1위인 이주혁이었다.
이주혁의 말에 김 현이 손을 들었다.
“아니지, 나중에 관절 나갈 거 같은 사람이 밑에 층 써야지. 계단 왔다 갔다 하는 게 얼마나 관절에 안 좋은데.”
“아, 그러네. 어떡하지?”
나중에 관절 나갈 확률이 높은 사람은 메인 댄서인 김 현과 김주영이었다.
이주혁은 쉽게 납득했지만, 박진혁은 달랐다.
“근데 우리 중에 관절 멀쩡한 사람이 있긴 있어?”
“아 그것도 그러네.”
“깔끔떠는 사람한테 화장실 딸린 방 주기 어때?”
김주영이 이때다 싶어서 자기 사심을 담았다.
“이럴 땐 국룰이 있죠, 형들.”
말없이 지켜보던 박서담이 태블릿 패드를 꺼냈다. 그가 실행한 것은 제비뽑기 앱이었다.
“방 번호 매기고 이거로 돌리죠.”
“저기서부터 1번 방…. 얘들아 한 번에 끝내자. 다들 결과 맘에 안 들어서 다시 하자고 하지 말기.”
“오케.”
결과를 확인한 멤버들이 난리가 났다.
“아악! 나 화장실 딸린 방 쓸래!”
“아 나 위층 별로야!”
“쓰읍… 거실 가까운 방은 시끄러운데.”
“아니! 얘들아! 다시 하자고 하지 말자고 했잖아.”
김주영과 김 현, 조태웅이 차례로 불만을 토하자, 이주혁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때, 아위 대신 비싼 소파에 누워 잠시 피로를 풀고 있던 김명진이 손을 휘적거렸다.
“얘들아 방은 며칠 머물 용으로 써. 어차피 사는 곳 다 까발려진 김에 숙소 방 정하기 자컨 찍을 거니까.”
“네?”
“형이 말했잖아. 너네 숨 쉬는 것도 컨텐츠라고.”
순간 얼빠진 멤버들이 벌떡 일어났다.
“에이! 뭐예요!”
“이럴 거면 우리 토론은 왜 했어?!”
“아싸! 아직 기회 있는 거지?”
* * *
[I★LIVE] 숙소 이사♥ 함께 보실래요?숙소에 적응됐을 때쯤, 아위는 오랜만에 단체 라이브 방송을 켰다. 이제 백만 명, 하트 1억은 우스웠다. 그들의 방송 소식에 실시간 해시 태그는 아위에 대한 라이브 방송으로 순위권에 올랐다.
“이제 방 다 봤고…. 여기가 거실. 좋죠? 이 가구들 다 대표님이 선물해 주셨어요.”
“방은 어떻게 정했냐고요? 일단 임시 방이에요. 나중에 숙소 방 정하기 게임 할 거라….”
-우리 애들 성공했따ㅠㅠㅠㅜㅜㅠㅜㅜ
-더더더 좋은 곳으로 가자ㅠㅠㅠ! 넘넘 고생했어♥
“근데 좀 아쉬워요.”
팬들의 채팅창을 보고 있던 박진혁이 입을 열었다.
“지금 숙소 이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별로 쓰지도 못하고 바로 비울 일이 생기니까….”
어? 잠깐. 저 형 입을 막아야 할 거 같은데? 이안이 고개를 홱 돌렸다.
“왜 비우냐고요? 아, 우리 미국 가거든요.”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미국 가는 것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박진혁은 그 분위기도 눈치채지 못하고 팬의 질문에 대답하려 했다.
“미국에 왜 가냐면….”
“으아, 형!”
이안이 뒤늦게 박진혁의 입을 막았다.
“야! 박진혁!”
“아 형!”
역시 아위의 공식 눈새, 스포 요정이었다. 멤버들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 호들갑 떠는 그들의 모습에 팬들은 이미 뭐가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누가 쟤 입 좀 막아… 야 했는데, 이미 늦은 거 같지만.”
이주혁이 미간을 문지르며 한숨 쉬듯 말했다.
* * *
나인세븐의 엄지환은 예정된 일 때문에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 아위가 케이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미 유명 시상식에 퍼포머로 초대받았고,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전문가는 아위의 시상식 수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조용한 택시 안에 기사가 틀어 놓은 라디오 소리만 들렸다.
(…또한 아위는 영국의 유명 페스티벌에 참여가 확정되었으며 뉴욕 신년 행사에도 2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릴 거라 예상됩니다….)
엄지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라디오 좀 꺼 주시겠어요?”
“네?”
“…아뇨, 아닙니다.”
엄지환은 한숨을 쉬고는 주머니 깊숙이 있던 무선 이어폰을 찾아 귀에 꽂았다.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나서야 어지러운 마음이 정리되었다. 초조해서 다리를 달달 떨던 그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숙였던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가 무거운 걸음을 이끌고 로비를 지나려 할 때, 문자 메시지가 울렸다.
“…씨발.”
메시지를 확인한 엄지환이 이를 까드득 물었다.
잠시 상념에 잠긴 그가 문득 로비에 마련된 소파에서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이런 공개된 자리에 오면서 선글라스나 모자 같은 걸 쓰지 않고 오다니. 엄지환은 홀린 듯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네, 네?”
“보니까 양 기자한테 말린 거 같은데…. 그쪽, 이 일 안 어울려요.”
그냥, 촉이 왔다. 그리고 이 사람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냥 가세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엄지환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잠시 후, 그가 뒤를 돌아봤을 때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도망치듯 건물 밖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래, 도망쳐라. 그게 더 나으니까.’
무슨 변덕이 들어서 이러는 것인지 엄지환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오지랖이 부리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엄지환이 허공에 뻗은 손을 멈칫했다.
나도 이렇게 막아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지금쯤 뭐가 달라졌을까?
아니,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이 한 명 있긴 있었다.
(그 사람이랑 가까이하지 마세요.)
최이안.
‘이제 와 후회하면 뭐 해.’
후회하기에는 이미… 한숨을 쉰 엄지환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