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6
26
어그로 오지겠다.
결국 이안은 단막극 출연을 확정한다.
그도 사람인지라 과격한 악플을 보면 속이 좀 쓰리긴 하겠지만, 그거 무섭다고 괜찮은 작품을 들어가지 못한다는 건 직업정신 없다고 광고하는 수준이었다.
‘
애들은 괜찮겠지?’
그럼에도 잠시 망설였던 이유는 멤버들이 같은 그룹 멤버라고 까일까 봐, 연대책임이니 뭐니로 그룹 이름에 먹칠을 당할까 봐였고 두 번째는 팬들이 걱정돼서였다.
-(링크) 이 댓글 ㅊㅊ좀
-댓관 ㄱㄱ 공카 어그로 신고ㄱㄱ
-(링크) 이 카페 회원인사람? 피뎊좀 따러 가줘
프.아 때 과거 말실수나 욱일기 의상을 입은 것 때문에 전 커뮤에 박제되고 조리돌림당할 때
악플이 베스트 댓글이 되면 안 되니까 먼저 베댓 먹을라고 뜨는 기사마다 좌표 찍어서 댓글 방어 하고 쉴새 없이 정정 글을 쓰면서 밤을 새던 소수의 팬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위로 데뷔한 이안에게도 그런 팬들이 없을 리가 없다. 내 최애가 욕먹으면 팬 자신도 욕먹은 기분일 거다.
내 최애 보호하려고 밥도 못 먹고 모니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서 살도 빠졌다는 사람도 있는데, 스스로 논란거리 사이로 들어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이런 여론전은 무조건 선빵이 필수인데, 아는 사람은 없고. 소속사에 얘기해 봤자 이안의 말을 믿어 줄지 미지수였다.
[일단 지켜봐. 노이즈마케팅은 되겠네.]참 답답한 일이지만, 진의 말이 맞다. 지금은 뭘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니가 아는 기자 좀 소개시켜 주라.’
[말만 해. 다섯 명은 확보할 수 있… 잠깐 뭐라고?]‘너 그쪽 사람이었잖아.’
이안이 이미 다 눈치챘다며 진을 흘겨보았다. 진이 빠르게 찰칵거렸다. 짱구를 굴리면 셔터가 빠르게 움직이나 보군.
[너….]“최이안 여깄었냐. 시간 됐는데 왜 안 와? 셋팅 다 됐대.”
“아 헐. 미안해요, 형.”
진이 뭐라 하려고 했지만, 김 현이 연습실의 문을 벌컥 여는 게 빨랐다.
‘나중에 얘기해.’
김 현은 이안이 들고 있던 대본을 빤히 바라봤다.
“무슨 역할인데?”
“청각장애인 대학생이요.”
“와 어그로 오지겠다.”
“어그로요?”
아직 그 관종 놈이 판에 글도 안 썼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3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이면 저절로 어그로 감별사가 되나.
이안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분명히 비장애인이 장애인 역할 한다고 말 나올걸?”
“하하… 설마. 그럴 일이 있겠어요?”
이안은 김 현의 예언 능력에 감탄했다. 미래에는 논란이 되긴 한다.
원작에서 흑인 역할이 영화에선 백인으로 캐스팅됐다고 화이트워싱이라며 주장하고, 갑론을박 펼치면서 꽤나 시끌시끌했는데 영화는 성공했다.
히어로 영화 ‘블랙 매직’, 화이트워싱 논란 속 촬영 강행
‘블랙 매직’ 논란 해명은 없었다. 내달 개봉 앞둬
물론 이건 논란의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대처가 잘못된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퀴어 영화에서 진짜 동성애자를 캐스팅 안 했다며 차별이라고 주장한 사례도 있었는데 그건 너무 억지에 역차별이라며 논란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어그러진 정치적 올바름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점점 창조논란에 별 잘못도 없는데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논란 한번 휩쓸리면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친 사람들 우리 생각보다 많잖아. 게다가 우린 아이돌이라 더 샌드백이고.”
“그건 그렇죠.”
이안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김 현이 너무 겁을 줬나 싶어 이안의 어깨를 툭 쳤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별일 없을 거야.”
“그러기엔 형이 너무 겁을 줬는데?”
“니가 연기로 다 압살해 버리면 논란은 종결이지. 그 마라톤 영화 봤지?”
“봤죠. 근데 그분은 연기 신이잖아요.”
게다가 그건 2000년대 초반 영화라 지금처럼 예민한 사람도 별로 없을 때 아닌가? 이안의 반응에 김 현이 흐흐 웃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들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삼각대에 핸드폰이 세팅되어 있었는데, 바로 아위의 단체 Y앱 생방송을 하기 위해서였다.
“얘들아 앉자.”
“진혁이 형 없는데요?”
“걔 장실 갔어. 일단 우리 방송 켜야 돼.”
모두가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명함 크기의 종이가 엎어져 있었는데, 그룹 로고가 박혀 있었다.
“방송 시작 누른다? 다들 방송 모드 해.”
이주혁이 화면의 버튼을 눌렀다. 멤버들은 기대에 가득 차서 화면만 응시했다.
“꺼멓다?”
“뭐지?”
그렇게 대기하길 2분이 지났을 때였다. 아직도 까만 화면에 멤버들이 핸드폰 앞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회사 와이파이가 약한 거 아니에요?”
박서담이 설정창을 껐다 켰다.
“하필 진혁이 형도 없네.”
“진혁이 형이 왜?”
“몰랐어? 진혁이 형이 우리 그룹 용산전자상가잖아.”
이안은 조태웅의 말에 오, 하고 수긍했다. 전에 티브이 고장 났을 때도 박진혁이 몇 번 만지니 말끔하게 고쳐진 사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하드웨어 한정 아니냐?”
“그런가?”
“제가 동수 형 불러올게요.”
박서담이 벌떡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향했다. 그가 문을 열려고 하자, 밖에서 문이 열렸다. 박진혁이였다.
“무슨 일이야?”
“형형! 방송 안 돼요!”
그래? 박진혁이 방송용 핸드폰으로 다가가 화면을 유심히 보았다.
“방송 켜져 있는데?”
“엥?”
“화면 뮤트, 이거 누른 거 아냐?”
박진혁이 화면을 터치하자, 화면이 켜지면서 그들의 얼굴이 나왔다. 이미 많은 팬들이 채팅을 올리고 있었다.
-와 드디어 켜졌다!
-애들앜ㅋㅋㅋㅋㅋ방송 이미 켜졌엌ㅋㅋㅋㅋ
“오 우와 우리 시청자 수 대박.”
방송 시작인 것도 모르고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멤버 전원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뭐에 홀린 듯 화면만 보는 게, 흡사 낚싯대를 앞에 둔 고양이들 같았다.
“얘들아 자리! 자리!”
이주혁이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멤버들을 뒤로 물렸다.
각자 자리로 후다닥 들어가 단체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았다.
“여러분 잘 지내셨어요?”
박서담이 능숙하게 진행하자, 멤버들이 댓글 확인용 핸드폰으로 몰려가 화면을 빤히 보았다.
영어는 기본에 중국어와 태국어 댓글도 많이 보였다.
“아 형들, 화면만 보지 말고….”
박서담이 눈치를 줬다. 멤버들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일단 마이킷과 했던 마피아 게임은 서로 놀아서 별 신경도 안 썼었는데,
이 작은 휴대폰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다고 상상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임진각 어땠어요?’라고 하시네요. 어땠어요?”
이안이 댓글에서 질문만 쏙 뽑아 멤버들에게 되물었다.
“솔직히 너무 추워서 기억에 없어요.”
“이안이가 전날에 핫팩이니 담요니 바리바리 사 와서 다행이었지.”
“그럼 다음에 임진각 또 가라고 하면 갈 거예요?”
박서담의 기습 질문에 모두가 떨떠름하게 웃었다.
“마이크 고장 썰 좀 풀어 달래요.”
김주영이 황급히 댓글을 읽었다. 이주혁과 이안이 서로 상황극을 하며 그때의 일화를 풀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12월 31일….”
“아 너무 길다. 요약 좀.”
조태웅이 초를 쳤다. 이안이 조태웅의 귓가에 대고 말을 이었다.
“무대 박살 내러 가자고 왔는데 주혁이 형이 갑자기 뒷짐을 져서….”
“악! 미안! 내가 잘못했습니다!”
조태웅이 이안을 밀쳤다.
‘나도 하기 싫다 새끼야.’
이안이 속으로 극도의 혐오를 내비쳤다. 그가 왜 이런 짓을 했나? 팬들은 관계성이라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안이 김용민으로 활동하던 아이돌 2세대 시절에는. 비게퍼, a.k.a. 비즈니스 게이 퍼포먼스가 유행할 때였다.
팬들이 좋아하니, 김용민도 관심 끌려고 몇 번 비게퍼를 하긴 했지만 진짜 떠올리기 싫은 시절이었다.
[그때 어그로 오졌었지. 너도 비게퍼 심한 아이돌이라고 알계 리스트 올라가 있었을걸?]‘그거 때문에 프.아 나가고 오지게 까였지.’
3세대인 지금, 그게 없어졌나? 아니다 요즘은 관계성이라고 친한 멤버들끼리 묶는 걸 잘했다.
아위만 해도 이주혁과 박진혁을 투혁으로 묶고, 동갑인 조태웅 최이안 김주영을 묶어서 트리플즈라고 불렀다. 그 외에도 여러 관계성이 즐비했다.
문제는 관계성을 진짜 우정으로 파는 사람도 있다지만, 비게퍼의 연장으로 파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팬서비스다, 팬서비스.’
[암요. 암요.]몇 번 해 주면 대부분은 좋아하기 때문에 속으론 질색해도 웃으며 해 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임진각 앵무새 저도 봤어요.”
“맞아요. 그 추운데도 응원 되게 열심히 해 주시는데 저희가 다 감동 먹었잖아요.”
“그분 팬카페에 인증 글 올려 주시면 안 되려나?”
이안은 열정적인 앵무새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 외에도 마이킷과의 마피아 썰, 화보 촬영 썰을 풀었다.
[한 사람이 자꾸 너 국적 물어본다.]‘알아. 무시하고 있었지.’
“이안이 처음 우리 회사 들어왔을 때 나 무슨 빛이 걸어오는 줄 알았어요.”
“너 턱 빠질 정도로 입 벌리더라? 그거 사진 찍었어야 했는데.”
이안이 웃으며 조태웅의 말을 맞받아쳤다.
아위가 폭발적으로 떡상하자 당연히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프로 불편러’들이 시동을 걸었다.
그중에서도 아위의 인기 원톱 최이안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는데 처음에는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좋아서 깔 거리가 없자 실력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근데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따라가니 깔 거리가 없는 것이다.
“주혁이 형은 화 잘 안 내요. 우리들이 부처라고 불러요.”
-최이안 어디 출신임?
연기는 말할 것도 없으니 이젠 국적을 파고드는 거다. 프로필에 출생지도 안 써 있고, 마이스타그램 파 보니 미국에 살았던 것 같고 혹시 그럼 미국인인가?에서 시작된 것이다.
“저희 아이돌 올림픽 나가요. 이건 스포 아니죠? 오전에 기사 떴으니까.”
멤버들도 도배하다시피 올라가는 그 댓글은 무시하고 다른 질문에 답했다.
최이안이 미국인인 게 뭐가 문제냐? 그건 바로 병역에 있다. 병역 문제는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민감해지는 문제다.
병역 기피하는 연예인은 아마 죽을 때까지 가루가 되도록 까일 거다.
그 때문에 건수 하나 잡아서 부모가 원정출산 아니냐,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며 까려고 드릉드릉 시동 거는 것이다. 논란은 만들면 그만이니까.
‘맘대로 떠들라고 해.’
그럼에도 이안이 왜 제대로 된 대답을 안 하느냐? 원하는 대답을 해도 까고 안 해도 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나중에 기 모아서 고소 때리려고 그런 거다.
‘나만 욕하면 상관이 없어. 다른 애들만 안 욕하면 돼.’
하물며 이런 억지스러운 주장은, 이안에게도 그렇고 다른 네티즌들한텐 먹히지 않는다.
까 들이 아위만 까지 않는다. 그냥 전 방위로 악플과 루머를 생산하고 다니는데, 나중에 고소 하고 보면 이 그룹 까던 사람이 저 그룹도 까고 있어서 고소장을 몇 장이나 받는 사람도 있었다.
[아하.]‘나중에 고소 공지 올라가면 팬들이 알아서 증거 보내 줄걸.’
그러니 아위의 팬들 외에도 다른 그룹 팬들도 증거를 발견해서 보내 줄 것이다.
‘그리고 난 선고소 후통보다.’
글삭튀 해서 한 번에 400페이지가 없어지는 기적을 보겠지. 하지만 그때가 되면 늦을 거다. 이미 고소를 한 후일 테니.
이안은 그때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악플은 참아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