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63
263
[속보]
“어?”
중국 공항에 들어선 이안의 눈에 띈 게 있었다. 바로 아위의 데뷔 5주년을 축하하는 광고판이었다.
“형, 진짜 잠시만요.”
“빨리 찍고 가자. 사람 몰리겠다.”
“넵.”
이안은 그 광고판 앞에 멈춰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주변에 이안을 따라온 사생 홈마들이 많아서 빨리 나가야 했지만, 이것만큼은 찍어서 멤버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 단체 톡방에 보낸 이안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뛰듯이 걸었다.
“어? 이안아, 저기 너 있다.”
“네?”
갑자기 뒤를 돌아 이안을 쳐다본 김명진이 한곳을 가리켰다. 이안은 벽에 큼직하게 걸려 있는 자신의 음료 광고에 당황해서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내가 저 정도였나?’
외국 가수가 사람이 많은 공항에 그것도 이렇게 큼직하게 걸린 광고판은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화 미디어 그룹에서 손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우상유니 이후로 가끔 그들이 투자하는 오디션 프로나 보컬 경연 프로그램에 나와 달라는 요청이 있긴 했지만, 그룹 활동만으로도 바빠서 다 거절했었다.
그 때문에 이안과 신화 미디어 그룹의 예웬리가 스폰 관계라는 질 나쁜 찌라시는 서서히 가라앉더니 이젠 언급도 되지 않았다.
“가자, 이안아. 이러다가 갇히겠다.”
“넵.”
공항을 찾아온 이안의 팬도 많았다. 찢어질 듯한 함성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안은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김명진의 뒤에 딱 붙어 걸어갔다. 경호원이 서로 손을 잡아 넓은 공간을 만들어 이안을 둘러쌌다. 하지만 주변에 몰려든 팬이 밀고 밀어서 경호원과 서로 밀착될 수밖에 없었다.
“어우, 사람 너무 많네.”
패션쇼 주최 측에서 마련해 준 차에 탄 김명진은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먼지를 털었다.
몰려든 사람 때문에 이안을 거의 감싸다시피 안고 이동한 그는 벌써 피곤한 듯 눈 아래 다크서클이 짙게 물들어 있었다.
“고생했어요, 형.”
“고생은 무슨, 호텔 가면 바로 쉬어. 내일 아침부터 스케줄 있는 거 알지?”
“오올, 팀장님 멋있어요.”
“너까지 놀리는 거야?”
“놀리다니. 승진 축하해 주는 거죠.”
새해가 되고, 김명진도 승진했다. ‘아메리칸 갓 아이돌’에서는 김명진이 이안을 따라 다닐 예정이었다. 그 외에도 각자 활동을 앞둔 아위를 위해 새로운 로드 매니저를 뽑는 중이라고 했다.
(이주혁5) 대박 지금 중국 아니야? – 22:21
(이안8) ㅇㅇ 이쪽 공항에서 찍음 – 22:22
(죠탱5) 오 대박 광고 이쁘네 – 22:22
(현현5) 중국 팬들 우리보다 낫다 – 22:23
(춤신춤왕김주영4) 갑자기 뼈때리네ㅋ 최이안 ㅊㅊ – 22:23
(서다미4) 맞다 형 상받은것도 ㅊㅋㅊㅋ – 22:23
(박진혁4) ㅊㅊ – 22:24
이안의 사진을 확인한 멤버들이 신나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아위의 데뷔 5주년 당일은 어디서 대충 사 온 케이크를 잘라서 먹고, 팬들과의 소통 방송으로 조용히 마무리했었다.
멤버들끼리 평소에도 대화를 많이 해서 딱히 과거를 추억할 만한 화제도 없었고 자체 콘텐츠 촬영차 MT를 갔을 때 이미 5주년을 기념했기 때문도 있었다.
‘현이 형, 그걸 맘에 담아 두고 있었나.’
안 그렇게 생겨서 기념일은 엄청 챙긴다. 그들은 대신 멤버 수가 7명이니 7주년 때 크게 기념하자고 약속했었다.
이안은 대충 고맙다는 답장을 주고는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오늘따라 인터넷 커뮤니티도, SNS도 보기 싫었다.
호텔에서 하루를 보낸 이안은 스케줄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중국 잡지의 인터뷰가 있었고, A 브랜드의 뮤즈로서 새로운 컬렉션의 화보 촬영을 한다. 그리고 바로 A 브랜드의 패션쇼장으로 향한다.
“무슨 일 있어요?”
방에서 나온 이안은 호텔 직원과 김명진이 심각하게 대화하는 것을 멀뚱히 쳐다봤다. 분위기가 꽤 심각했다.
“밖에 너 보려고 사람들이 몰렸나 봐. 직원들이 쓰는 출입구로 나갈 거야.”
“그래요?”
이안을 본 호텔 측 직원이 놀라서 숨을 헉 삼켰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멍하니 이안을 쳐다보는 직원을 보면서 김명진은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안을 가까이서 본 사람들의 흔한 반응이었다.
“가자.”
직원들만 쓰는 통로로 나왔는데도 몇몇 사람들이 이안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호텔 직원을 돈으로 매수해 통로를 알아낸 것이다. 그들을 피해 차에 탄 이안과 김명진이 혀를 내둘렀다.
“불편하지만 참아.”
“괜찮아요. 이제 익숙해져야죠.”
이안이 한숨을 푹 쉬었다. 로비의 상황을 보고 온 진이 [진짜 많은데?]라고 놀랄 정도였다. 호텔까지 이렇게 사람이 몰릴 정도라니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팬이에요.”
“*‘너를 알고 싶어’ 잘 봤는데, 사인 좀….”
“*있다가 같이 사진 찍어 주시겠어요?”
잡지사 인터뷰를 위해 한 스튜디오를 찾은 이안은 주변에 몰려든 사람으로 또 한 번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주변에서, 매체에서 인기 많다 인기 많다 했지만, 막상 피부로 와 닿으니 묘했다. 게다가 중국은 한한령도 있었고, 커뮤니티로 체감되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이안은 다음 스케줄에 늦지 않는 선에서 팬 서비스를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어서 A 브랜드의 화보 촬영 때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안이 어떤 포즈를 취해도 좋다고 엄지를 들어 올렸고, 촬영에 따라온 관계자들의 감탄사도 귀를 따갑게 했다.
‘팬사인회 하는 거 같네.’
뭘 하든 잘한다며 추켜세우는 것이 기분이 좋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어쨌든, 역시 인기는 많고 볼 일이었다.
화보 촬영이 끝나고 브랜드 관계자가 이안의 팔목에 시계를 직접 채워 주었다.
[아주 사심을 꽉꽉 채웠구만.]“*이건, 수석 디자이너님의 선물입니다.”
“*고마워요.”
이안은 화보 촬영에 입었던 옷과 시계 등을 그대로 착용한 채 패션쇼장으로 향했다.
레드 카펫에서 눈이 따가울 정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제일 앞줄에 앉아 패션쇼를 관람했다.
‘저 사람, 설마.’
[아이언하트네. 얼마나 금수저야?]어쩐지 건너편에서 붉은 십자 표식이 사라지질 않더라니, 이안의 톱시드 홈마라던 아이언하트도 따라와 쇼를 관람하는 그를 찍고 있었다. 대단한 재력과 열정이었다.
쇼가 끝나고, 애프터 파티까지 참석한 이안은 반가운 얼굴을 마주쳤다.
“*형, 오랜만이에요.”
“*신휘, 오랜만이야. 요즘 잘나간다며. 니가 나온 광고가 길거리에 널렸던데.”
“*형만 하겠어요?”
그룹, 탑파이브였던 천신휘와 짧은 포옹으로 인사했고, 우상유니에서 같이 심사위원을 맡았던 왕이펑과 자오가가와도 오랜만에 인사를 했다.
“*선생님!”
[뭐야, 누구야?]뒤에서 자신을 반갑게 부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녀를 못 알아볼 뻔했다.
‘양자링이잖아….’
[미친, 양자링이라고?!]우상유니 초반에 이안이 처참하다고 평가했었던 양자링은 중국의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연기자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녀는 A 브랜드의 중국 앰버서더로 쇼에 참석했다.
연습생 때에 화장기 없는 얼굴이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 지금 모습은 아주 달랐다.
“*와, 양자링 연습생.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저 어때요?”
“*몰라볼 뻔했어요. 멋있어졌네요. 영어는 언제 배웠어요?”
양자링은 언젠가 이안과 마주칠 상황을 대비해서 영어 공부에 집중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며 볼을 붉혔다.
“*꼭 유명해져서 선생님이랑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양자링의 당찬 대답에 이안이 작게 웃었다.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꼬박꼬박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제 덕분인가요. 다 양자링 연습생이 잘해서지. 아, 이젠 연습생도 아니죠.”
“*저기 있다! 선생님!”
그 외에도 이안이 집중 류설영과 장려려, 쯔쉬에까지 우상유니 출신 연예인들이 그에게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우상유니 동창회인가.’
순식간에 중국 톱스타에게 둘러싸인 이안은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연습생 시절에 고생했던 것을 눈앞에서 지켜봤었는데, 이젠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해서 만난 것이다.
‘이 맛에 누굴 가르치는구나.’
이안은 뿌듯한 감정이 앞섰다. 그가 중국 스케줄을 하는 사이 길거리에 걸린 광고를 바라보며 새삼 그녀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몰라보게 달라졌네요.”
“*선생님은 더 잘생겨지셨어요!”
그녀들이 꺄르륵 웃었다. 주변에서 그들을 찍는 카메라가 분주하게 셔터를 눌러 대고 있었다.
“*저 선생님 SNS 팔로우했어요!”
“*마이스타그램? 그거 여기서는 못하지 않나요?”
“*쉿, 다 하는 방법이 있죠. 어쨌든, 사진 찍어 주세요!”
이안은 그녀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녀들은 아쉬워했지만,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구석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김명진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명진 씨.”
“네?”
이안을 따라온 스태프 중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손짓했다.
“이거 좀 보셔야 할 거 같아요.”
얼떨결에 스태프를 따라 밖으로 나온 김명진은 그가 내미는 핸드폰 화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
* * *
“*이안, 드디어 보네요. 수석 디자이너, 샤를 로베르예요.”
“*반갑습니다. 아위의 이안입니다.”
이안과 악수한 A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샤를 로베르가 씨익 웃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레드 카펫에서 입었던 의상은 이안 씨가 직접 매치한 건가요?”
“*네. 그냥 어울릴 거 같아서 매치해 봤는데요, 이상한가요?”
“*아뇨, 잘 어울려서요. 감각이 뛰어나신가 보네요. 안 그래도 제안드릴 게 있는데….”
샤를 로베르의 제안에 이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 디자인을요?”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안 씨만의 그림이라든가, 낙서도 괜찮고 아니면 앞으로 나올 저희 컬렉션을 이안 씨만의 감각으로 매치해 보는 프로젝트도 괜찮고요.”
실제로 이안이 뮤즈로 발탁되고 나서 아시아에서 남성복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했었다. 여성복, 가방 등 패션 잡화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패션이라….’
그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디자인에서 이안의 비중이 큰 것도 아니고 옆에 누군가 보조해 줄 사람은 당연히 붙을 것이다.
“*일단 스케줄을 봐야 알겠네요.”
“*아, ‘아메리칸 갓 아이돌’ 때문이군요. 이쪽에서도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가요?”
이안과 샤를 로베르가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 갔다.
“*잠시, 죄송합니다.”
그런 그들 사이를 김명진이 급히 다가오더니 이안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안아…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야겠다.”
“네?”
김명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이안은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 * *
‘아직 끝나려면 멀었는데, 어디 가는 거지?’
이안을 따라 애프터 파티까지 참석한 홈마스터, 아이언하트는 매니저를 따라 급하게 밖으로 나가는 이안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뭐야, 안 따라갈 거야?”
“*가야지.”
아이언하트와 같이 다니는 중국의 금수저 홈마, 루나드림이 그녀를 툭 쳤다.
그녀들이 밖에 나와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저 끝에서 이안과 매니저 그리고 스태프들이 이안을 둘러싸고 있었다.
‘뭔가 심각한 거 같은데….’
매니저의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던 그는 이어서 매니저가 보여 주는 핸드폰 화면을 보고서 몸을 비틀거렸다.
“어어?”
중심을 잃은 이안의 팔뚝을 매니저가 급하게 잡았다. 어느새 이안을 따라온 몇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습관적으로 이안의 모습을 찍고 있었던 아이언하트가 카메라를 내렸다. 저런 상태의 이안은 찍기 싫었다.
데뷔 때부터 그를 찍어 온 그녀는 이안의 저런 표정을 처음 목격한 것이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이게 대체….”
“*한국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그런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루나드림은 녹화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언하트는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은 핸드폰을 켰다. 굳이 소식을 찾아보지 않아도 톡방이 불타고 있었다.
(???) 언니 이거 봤어?
메시지를 확인한 그녀가 숨을 헉, 들이켰다.
[속보] 마이킷 세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1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