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65
265
때가 되면 알게 될 겁니다.
…병원 측은 “심정지 상태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회복해도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의식 깨어나 봐야 알 것.”이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경찰 측, “유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타살 가능성 전무”… 마이킷 세온 수사 종결.
― 아… ㅠㅠ 팬 아닌데 맘 아프네
― 솔직히 박세온 까는 거 너무 과열되긴 했었음….
― 마이스타 댓글 보면 진짜 누구 하나 죽일라고 작정한 거 같던데
― 마이킷 일본 많이 돌지 않았어? 생활고라는 게 말이 돼?
ㄴ 지하돌 생활해서 얼마나 벌었겠어
― 내 친구가 세온 팬인데 전화를 안 받아;;; 어떡해? 뭐라고 말해 줘?
ㄴ 그냥 둬
흐느끼다 못해 통곡하는 김철민을 진정시키고 꼭 다시 연락 달라 말한 이안은 눈에 맺힌 눈물을 옷 소매로 대충 닦았다.
기쁜 소식이지만, 그가 알던 미래와 달라져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게 무슨….”
[그때와는 달라진 게 있지 않습니까.]저승사자가 이안을 가리켰다. 김용민에서 제 자리로 돌아온 이안의 혼, 그걸 말하는 것이었다.
이안은 저승사자의 표정 없는 얼굴을 응시했다.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기계적인 행동이 마치 무생물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뭐라 물어도, 너는 대답해 주지 않겠지.”
저승사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희미해진 카메라, 진을 목에 걸었다.
[…멤버 분들이 왔군요.]저승사자는 어서 나가 보라는 듯 문을 향해 고갯짓했다. 그 자리에 못 박힌 이안은 그를 노려봤다. 눈을 떼면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안은 이 의문을 평생 간직한 채 삶을 보내겠지.
[안 가십니까?]하지만 지금은 멤버들도 중요했다. 이안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방문을 열었다. 저승사자는 이안의 뒤에 붙어 그를 따라갔다.
‘나를 따라다니려는 건가. 진처럼.’
저승사자의 목에 걸린 진은 아무 말도 없었다. 깜빡거리는 불빛도 없는 것을 보니 마치 배터리가 없어서 꺼진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둘 다 당장 사라지지 않을 거 같으니 다행인가.
이안이 방에서 나오자 2층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명진이 벌떡 일어났다.
“괜찮니?”
그는 눈가가 붉어진 이안의 얼굴을 살폈다. 이안이 방 안에 들어간 뒤 정확한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큰 소리가 들렸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네, 괜찮아요. 멤버들 왔죠?”
“아니, 아직….”
그 순간, 현관에서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멤버들이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원래라면 자기 왔다며 요란하게 광고할 멤버들이 조용했다. 이안은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왔어?”
제일 먼저 들어온 이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눈가가 붉은 것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물론, 이안도 거울을 볼 수 있다면 멤버들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안이 금방 왔네. 바로 와서 힘들지 않았어?”
“전 괜찮아요. 근데 형도 왔어요?”
마지막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닫은 박동수가 이안의 어깨를 토닥였다.
“어, 걱정돼서.”
거실로 들어선 멤버들은 소파에,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말없이 창밖 한강을 쳐다봤다.
“어때? 방금 철민이한테 고비는 넘겼다고 들었는데.”
“아직 위독하대요.”
이안의 말에 박서담이 울먹이면서 대답했다. 박동수는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을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거야?”
“치훈이가… 세온이 형 계속 연락 안 받는 게 수상해서 바로 경찰에 신고했대요.”
이치훈, 마이킷의 두 막내 중 하나였다. 연락을 안 받는다고 바로 신고할 정도면 아마 그 전부터 박세온의 변화를 눈치챈 것일 수도 있다.
“…심정지 상태로 오래 있어서 깨어나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도 있대. 당연히 병원은 가족 외에는 들어갈 수 없고.”
“다른 애들은 어때?”
“말이 아니지. 그래도 지수 형이 잘 추스르는 것 같더라.”
“난 그 형이 제일 걱정인데.”
속이 말이 아닐 텐데. 조태웅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후 다시 정적이 이어졌다. 박세온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쉽게 말을 옮기기 조심스러웠다. 말을 꺼내는 거로 가십거리를 소비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였다.
“…얘들아 일단 자자. 내일 스케줄도 있잖아.”
잠이 올지 모르겠지만….
멤버들은 박동수의 말에 미적거리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이런 상태로 내일 스케줄을 잘 할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불참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박세온은 죽은 게 아니었고, 절친은 맞지만, 가족도 아니고 같은 그룹 멤버도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스케쥴을 취소할 순 없었다. 그들은 프로였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형이 바로 갈 테니까.”
내일 시상식 참석이 그렇게 바쁜 상황도 아니었는데, 현관 옆 작은 방에 김명진이 이불을 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였다.
* * *
이안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풀썩 누웠다. 몸이 무겁고 머리는 누가 드릴로 뚫는 것처럼 아팠다. 한참을 뒤척인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야, 진.’
저승사자는 다시 온다는 한마디를 하고는 미동 없는 진을 두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안은 진의 앞에서 손을 휘저었다. 진은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형체를 유지하고를 반복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박세온은 다행히 그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안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만 가득했다.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인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해외 스케줄을 끝내고 바로 와서 피곤할 만도 한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별생각이 다 들어서 잠이 올 수 없었다.
방 밖으로 나온 이안은 어두운 집 안에 희미한 불빛을 봤다. 주방 쪽이었다.
“뭐야, 안 자고 있었어?”
“잠이 안 와서. 너도?”
“어.”
주방 식탁에는 초췌한 얼굴의 조태웅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안도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컵 안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조태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악플 때문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지.”
국민 밉상이 된 박세온, 사람들은 그를 욕하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어 보였다.
박세온은 소위 말하는 ‘어그로’가 잘 끌려서 악플을 조장하는 선동 기사도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이런데, 개인 공간인 SNS는 더 심했을 것이다.
“…그때 버티지 못했더라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었어.”
“야!”
이안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말이 그렇다고.”
“말로도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래, 알았어.”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조태웅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이안의 굳은 표정이 심각해 보여서 조태웅은 바로 사과했다.
“어쨌든 나는 괜찮아졌잖아. 바로 상담까지 했고, 다들 연락도 많이 주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조태웅은 아까부터 계속 한숨을 쉬었다. 조태웅과 이안이 같이 마피아 게임을 하자고 먼저 권한 이후, 마이킷은 그들이 데뷔하고 친해진 첫 번째 그룹이었다.
교류가 끊어진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맞는다면 같이 모여서 연예계 생활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서로 연락이 뜸해도, 각자 다른 위치가 되었지만 늘 응원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었던.
“만약에, 우리가 좀만 더 관심을 가졌었으면 뭐가 달라졌을까?”
“확실히 말할 순 없지.”
“그런가….”
“조태웅, 만약은 없어.”
이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꾸 이유를 찾지 마. 걔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다른 게 있었겠지. 하지만 우리 탓이 아니야.”
“…그래.”
핸드폰을 매만지던 조태웅은 자신에게 온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이안에게 보여 줬다. 그 내용을 확인한 이안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야, 너는 왜 이런 걸 보고 있어.”
“그냥. 세온이 마이스타 들어가 봤다가 잠깐?”
“괜찮냐?”
“이런 건 이제 일상이지.”
조태웅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핸드폰을 가져간 이안은 그 메시지를 삭제하려다가 관두고 그냥 꺼 버렸다.
“가끔 우리가 뭘 위해 이런 걸 다 감당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어.”
“….”
“너도 그래?”
잠시 숨을 멈춘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실에는 고요하고 어두운 한강이 보였다. 아마 누군가 지금 상황을 보고 있다면 배부른 소리 한다며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른다.
누구 덕분에 한강이 보이는 숙소에 있는데. 대중이 해 준 돈으로 고급 시계를 차고, 온갖 명품을 걸치고 다니면서 이런 것 하나 못 견디냐고.
당연히 팬들 덕분이고, 받은 사랑만큼 돌려 주려는 멤버들의 노력과 고생이 가장 컸다.
하지만 그들이 연예인,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못도 안 했는데 과한 비난을 남기고 악의적으로 루머를 퍼뜨리고 조롱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었다.
이안은 조태웅이 보여 줬던 다이렉트 메시지가 눈앞에 잔상처럼 남았다.
그 메시지는 박세온을 따라 너도 자살하지 그랬냐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위는 연예인으로서 분명히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은 그들이 여태까지 했던 노력의 결실이지, 이런 비난을 무조건 감내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 * *
[단독] 아위(AWY), 대한가요대상 예정 대로 참석…측근에 의하면 “멤버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으나 잘 추스르고 있다”라고 전하며 “시상식 참석은 팬들과의 약속이라 빠질 수 없다는 아위 멤버들의 의지가 강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대한가요대상 레드카펫] 아위(AWY), 무거운 표정 [대한가요대상 PHOTO] 아위 이안, 애써 웃어보지만….원래라면 오래 했을 레드카펫 인터뷰는 BHL엔터의 요청에 취소되었다.
아위는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섰다. 팬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현장은 이렇군요.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입니다.]‘뭐?’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고, 멀리서 보는 건 처음이 아니다? 그거 마치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로 들리는데?
이안의 말에 저승사자가 씨익 웃었다. 그래 봤자 입만 어색하게 웃고 있어서 더 이상해 보였다.
[‘아래’서 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아래라고? 대체 뭔… 아니, 됐다.’
어차피 물어 봤자 대답해 주지 않을 거라는 걸 학습한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저승사자는 자신을 무시하고 앞장서 걸어가고 있는 이안의 뒷모습에 대고 작게 말했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때가 되면 알게 될 겁니다.]* * *
시상식 무대가 끝나고, 인기상과 남자 그룹상을 받은 아위는 대상 격인 음원상을 받아 마이크 앞에 섰다.
“늘 묵묵히 뒤에서 저희를 서포트해 주시는 회사 스태프분들, 매니저 형들 그리고 우리 멤버들….”
“가장 중요한 우리 아위덤,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이주혁과 김현이 시상식에서 늘 말했던 수상 소감을 남기고 뒤로 물러섰다.
아직 수상 소감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옆에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이안이 조심스레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 세온이가 빨리 의식을 차릴 수 있도록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을 받는 기쁜 자리에 이런 일을 언급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누가, 어떤 게 박세온을 이렇게까지 몰아넣었는지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했다.
이안의 수상 소감이 끝나고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 *
백스테이지에서 이안과 마주친 대한가요대상의 MC, 나인세븐의 엄지환은 자신을 지나쳐 성큼성큼 걸어가는 이안을 붙잡았다.
“…저기.”
“무슨 일이죠?”
눈이 마주친 엄지환이 그를 붙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전해 줄 말이 있었는데….
이안의 눈동자가 메말라 있었다. 엄지환은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안은 그런 엄지환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멤버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