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67
267
진 (1)
‘그냥… 그럴 것 같았어.’
말투로, 행동으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카메라 상태의 진이 행동으로 보여 주는 건 없었지만, 묘하게 사람의 신경을 긁는 말투가 양인준과 유사했으니까.
‘내가 알아채길 기다렸던 거지?’
[맞습니다.]이안의 예리한 감각이 진과 양인준이 설마 동일인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었다. 진과 양인준은 분리되어 있었고, 진은 양인준을 아무 상관 없는 타인처럼 대했으니까.
‘이제 나한테 설명해.’
[어떤 것부터 설명해 드릴까요?]‘모든 것들을, 전부.’
이안의 단호하게 말했다. 저승사자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단번에 이안의 앞에 바짝 붙었다.
[직접 확인해 보시죠.]이안은 그 거리감이 부담스러워서 다시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저승사자가 그의 이마를 툭 쳤다. 몸이 붕 떠오르면서 뒤로 넘어졌다.
이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 차려 보니 스튜디오처럼 꾸민 공간에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뭐야….’
이안은 제 손을 내려다봤다. 반투명한 모습. 한 손으로 다른 손을 휘저어보았지만, 잡히지 않았다.
[직접 손을 써야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전부는 아닙니다.]‘….’
[펜대로도, 키보드로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습니다.]어느새 이안의 옆에 와 있는 저승사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인준이 그랬죠.]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바뀌더니 어딘가의 송년회 자리에서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는 누군가를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올해 최다 클릭상… 양인준 기자.”
상장을 받아드는 양인준의 얼굴이 젊었다. 끽해야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빨리 감기를 한 듯 주변이 빠르게 바뀌었다. 언론사에서 승승장구 하던 양인준은 줄을 잘 못 타는 바람에 직장 내 정치 싸움에서 밀려나게 된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언론사를 세워야겠어.”
양인준은 특유의 수완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외국 파파라치를 표방한 언론사, 팩트 픽스를 만든다.
사생 홈마와 접선해 연예인의 은밀한 사진을 사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작은 일에 불과했다.
“이 기사, 이대로 내보내도 됩니까?”
“돼! 대중들은 개돼지야. 선동하면 잘만 넘어간다고!”
“하지만….”
“보도윤리는 개나 줘. 내가 허락한다. 진행해.”
오로지 자극적인 소재로, 사회적 불안감과 과격한 선동을 조장하는 기사를 흘린다. 루머를 물고 늘어지고 악플을 선동하고. 결국, 양인준의 영향으로 한 연예인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나도 알고 있었어.’
저 때에는 악플러를 고소하는 문화가 아직 활발하지 않을 때였다. 고소해도 선처를 하는 게 미덕이었고, 말도 안 되는 기사가 나오면 휩쓸리지 않고 ‘기레기가 기레기했다’라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선동하는 사람이나 선동당하는 사람이나… 똑같잖아.’
이 사건은 억울한 피해자만 남긴 채 나중에서야 과한 선동질을 했던 언론사가 질타받았던 사건이었다.
“난 이걸로 만족하지 않아.”
자신의 펜대로 사람이 죽었지만, 양인준의 야망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정재계 인사들과 끈이 닿은 양인준은 그들에게 대가를 받고 뒤에서 정보를 조작하고 비리를 덮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 비밀리에 암약했다.
“정보가 힘이고 내 무기야.”
누군가는 그를 보고 고작 재벌들 뒤 닦아 주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손가락질했지만, 양인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평생 내 발끝도 못 미칠 것들이… 나는 니들이 상상도 못 할 일들을 알고 있다고.’
그는 난다긴다하는 재벌 그룹의 자제들과 어울려 다니며 특권 의식을 갖게 되었고 점차 세상에 있는 모든 정보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언론 재벌’의 꿈을 꿨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저 시간대에 다이아몬드가… 왜 없어야 할 사람이 있지?
이안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다이아몬드의 모습을 보고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속도위반 결혼으로 탈퇴했어야 할 정민준이 멀쩡히 무대 위에 있었다.
이후 임태우와 김용민이 마지막으로 노력해서 낸 곡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차트 밖으로 사라졌고, 더는 소속 가수를 밀어 줄 의지가 없는 소속사는 다이아몬드를 또 방치한다.
‘뭐야?’
그가 겪은 일과는 달랐다. 저 곡은 끝내 발매되지 못하고 사라졌고, 이안의 시간대에서는 아위에게 돌아갔으니까.
하지만 그 의문을 당장 풀 수는 없었다. 다시 빨리 감기가 되더니 배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거 걸리면 어쩌나?”
“피디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누굽니까?”
“우리 양 기자님이 알아서 잘 덮어 주시겠지.”
“덮어 줄 일도 만들지 않겠죠. 걱정 마세요.”
N넷의 오디션 조작 사건에도 양인준의 역할이 컸다. N넷의 강 PD와 김 CP에게 소속사 사장과 접대 자리를 만들고,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연습생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피해자 중에는 김용민도 있었다.
‘이런 씨….’
대체 안 손 댄 게 뭐야? 이안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재밌으시죠?]‘지금 그걸 농담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안은 옆에서 이상한 말만 하는 저승사자를 때리고 싶었다.
주변 상황이 다시 빨리 감기가 된다. 양인준은 새로운 희생양을 찾았고, 여기서 마이킷 박세온이 목숨을 잃고 조용히 장례식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
‘박세온까지…?’
이안은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후로도 양인준의 악행은 계속되었다. 박세온 뒤로 또 한 사람이 양인준의 펜대로 목숨을 잃었다. 사건을 덮기 위해 다른 사건을 조장하고, 만만하고 파급력이 큰 연예인의 이슈를 터뜨렸다.
‘이것도… 원래는 다르지 않았었나?’
그렇게 궁금했던 진의 실체였는데, 이안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양인준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가 알던 사건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이거 터뜨리면 어떨 거 같아? 재밌을 거 같지 않아?”
“….”
“가서 밥만 먹으면 된다니까? 너도 유명해지면 좋잖아.”
양인준에게 손에 굴릴 수 있는 정보는 넘쳐 났다. 약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찾아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에게는 뒷배가 있었으니까.
(양 기자… 요즘 말 나오는 사건에 우리 딸내미가 걸쳐 있어. 이거 참, 곤란하게 됐네.)
“아, 그 사건이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 제가 덮어 보겠습니다.”
(역시 인준이 밖에 없어. 조만간 식사나 같이하자고.)
“식사로 퉁 치시는 건 아니시겠죠?”
(그럼. 섭섭지 않게 챙겨 주지.)
그들 입장에서 양인준은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좋은 장기말이었고 양인준은 자신의 성공 발판으로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장기 말이 된 그는 연예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마약 게이트와 주가 조작, 각종 비리 등 모든 사건에 한 발씩 걸쳐 있었다.
이안이 기억하는 모든 사건에 양인준의 손이 닿아 있었다. 이안은 영혼 상태임에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래서였군.’
진은 단순히 연예부 기자가 알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어디 주식이 곧 급등하겠다느니 어디 그룹의 누가 무슨 취향인지 자랑하듯 말하면서 으스댔었지.
‘그게 이런 일을 하고 얻은 정보였다니.’
그 정보를 이용해서 정류원과 함께 회사를 키운 이안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이안은 제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저승사자를 흘끔 바라봤다. 이걸 보여 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배경이 바뀐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한 사람을 보필하는 양인준, 그리고 그 한 사람은….
“내가 너랑 좀 어울려 줬다고 너도 나랑 같은 급이 됐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청화 그룹의 3세, 재벌, 사생아, 이대열이었다. 양인준은 청화 그룹이라면 사생아의 끈이라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온갖 수모를 겪는다.
“그래 봤자 넌 내 뒤나 닦아 주는 하층민 새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
“양 기자, 주제 파악해.”
하지만 이대열이 양인준의 어떠한 스위치를 건드렸고, 양인준은 이대열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를 빠드득 물었다.
“그래 봤자 첩 새끼인 주제에….”
또다시 빨리 감기가 되더니 한 클럽, 넓은 룸에서 술에 취해 눈을 붙이고 있는 이대열에게 양인준이 주사기를 든다.
“너, 나한테 무슨….”
“몰래뽕이라는 말, 들어 보셨습니까?”
양인준이 씨익 웃었다. 몰래뽕, 음료에 섞거나 자는 사이에 주사기로 필로폰을 투여하는 범죄 수법. 연예계에서도 양인준과 친했던 소속사 팀장이 가수 지망생들에게 이 방법을 썼다가 구속된 적도 있었다.
“이 방법은 안 쓰려고 했는데….”
정재계가 얽힌 마약 게이트를 처리하고, 마약 유통책과도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양인준은 약 구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이대열은 자신의 팔뚝에 남겨진 멍 자국을 쳐다봤고, 그의 떨리는 눈동자를 양인준은 낄낄 웃으며 촬영했다.
“아무튼, 기분 좋으시죠?”
“너… 이새끼…!”
“괜찮아요, 친구분들 다 하시던데.”
“감히… 감히….”
감히 날 약쟁이로 만들어?
이대열은 술은 마셔도 고작 약에 취해서 욕망에 굴복하는 천박한 짓은 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었다.
“이 감각을 못 잊으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나에게 제발 더 달라고 매달리게 되겠지. 양인준이 빈 주사기를 바닥에 던졌다. 둥근 주사기가 핑그르르 돌더니 이대열의 신발에 부딪혀 멈췄다.
“이… 이런 씨발….”
이대열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순적이게도 몸이 구름 위를 거니는 듯 붕 떠오르는 감각이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한배를 타게 된 겁니다, 이대열 씨. 청화 그룹이 당신 이러고 사는 걸 봐줄 거 같아요? 고작 첩 아들 따위한테?”
“너…! 니가 했잖아! 내가 아빠한테 말하면…!”
“증거 있습니까? 그리고 그분은 이대열 씨보다 나를 더 신뢰할 텐데….”
증거, 지금 양인준이 찍고 있는 동영상. 이대열이 벌떡 일어나 양인준의 손에 든 핸드폰을 뺏으려 했다.
하지만 제 몸도 못 가누는 사람의 손길이야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이대열의 허우적거림을 피해 상체를 뒤로 뺀 양인준은 녹화를 멈추지 않았다.
“아버님, 이번에 건설 비리 터져서 그거 수습하느라 바쁘실 텐데… 약쟁이가 된 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걸 내가 막아 주지 않는다면?”
“이 새끼….”
“이거, 가지고 싶죠?”
“이… 이….”
“이대열 씨 목숨줄 내가 잡고 있는 거예요.”
이대열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경악한 표정, 양인준은 속이 다 시원해짐을 느꼈다.
“처신 잘하시길 바랍니다.”
도망치듯 나가는 이대열이 비틀거리면서 주차장으로 향한다. 간신히 차를 타고, 그곳을 빠르게 빠져나간다.
그런데 도로 위를 질주하는 이대열의 자동차는 뭔가 익숙한 차였다.
‘저 차, 저 번호판….’
익숙한데….
이안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이 속도라면 누구 하나 들이받으면 바로 즉사일 것 같았는데, 마침 건널목을 건너는 누군가가 보였다.
‘저건….’
나잖아.
약에 취한 이대열이 김용민을 들이받아 버리고는 도로 끝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뺑소니를 당한 김용민은 차가운 바닥에 통통 튀다가 살이 짓이겨지는 소리 끝에 멈춘다. 도로 위에 서서히 피가 번졌다.
‘이런 미친….’
이게 이렇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