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72
272
아메리칸 갓 아이돌. (2)
“*이안, 인터뷰 시작하죠.”
지역 오디션은 계속됐다. 심사위원 중간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이안에게 스태프 두 명이 붙어서 머리와 옷매무새를 정리해 줬다.
“*이제 지역 오디션도 얼마 안 남았네요. 소감이 어떠세요?”
“*빨리 가르쳐 보고 싶네요, 제가 뽑은 지원자들이 사실 재능이 넘친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아이작 쿠퍼는 두 번의 지역 오디션을 함께하더니 막힌 게 뚫렸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이안과 잠시 작별 인사를 했다. 지역 오디션을 일일이 다 지켜볼 수 없었다. 그는 바빴으니까.
“*아이작이 진짜 신났어요.”
“*왜죠?”
“*이안 씨가 ‘갓 패스’를 많이 써서요.”
아, 역시. 묘하게 신나 보이더라니. 프로그램 출연 계약서에 악의적인 편집을 넣지 않겠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어그로를 안 끌 거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데, 컨셉인가요? 카이저 피셔에게 안 밀리려는 고도의 전략?”
개인적으로 궁금하긴 뭘, 지금 이 장면을 녹화 중이라는 것을 안 이안이 작게 웃었다.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지역 오디션에서 심사를 보면서 많은 지원자의 간절함을 보았다. 이안의 ‘갓 패스’로 간신히 통과하고 통곡하는 지원자도 있었다.
아직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지역 오디션에 통과했다고 세상에 모든 기회를 다 쥐어 본 것처럼 기뻐하는 지원자를 보면 심사위원이라는 게 고작 카이저 피셔에게 안 밀리겠다고 컨셉을 잡는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심사위원이 아니라 오디션에 참여하는 지원자들이라는 걸 계속 상기했다.
“*제가 그렇게 많이 쓴 거 같지는 않은 거 같은데요…. 정말 아니다 싶은 사람들은 다 떨어뜨렸잖아요.”
“*하지만 이안 씨가 ‘갓 패스’로 통과시킨 지원자가 다른 통과자보다 심각하게 수준 미달인 것도 맞잖아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미래에 알려질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사람들을 이안이 다 알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안은 자신이 가르쳐서 이 지원자들이 어디까지 실력이 향상될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역 오디션은 ‘몇 명 이상 통과시키면 안 된다.’라는 제약도 없었기에 마음껏 ‘갓 패스’를 썼다.
“*그냥, 가르치면 잘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개인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오, 개인의 가능성이라…. 보이그룹을 만들겠다는 ‘아메리칸 갓 아이돌’의 취지와는 좀 어긋나는 거 같은데요. 당장 2차 평가부터가 그룹을 짜야 하잖아요?”
“*개인이 돋보여야 하나의 완성된 그룹이 되는 거죠.”
이안은 능청스럽게 넘어갔다.
“*트레이너는 얼추 구했나요?”
“*네, 어느 정도는….”
지역 예선의 통과자는 1차 평가 무대로 한번 걸러진다. 1차 평가는 2주의 트레이닝을 받은 뒤 시작하는데, 심사위원은 자신이 지역 오디션에서 통과시켰던 지원자를 가르친다.
물론 통과자 자체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제작진 측에서 미리 섭외한 트레이너도 있었다. 하지만 메인 심사위원은 각자 재량껏 트레이너를 추가로 섭외할 수 있었다.
이안은 마침 외국물 먹고 싶었다는 안무가 서준영과 그의 안무팀을 불렀고, 보컬 트레이닝은 이안과 BHL엔터에서 아위를 가르쳤던 이희진의 인맥, 제작진 측에서 준비해 준 트레이너를 활용할 예정이었다.
“*이제 한 명 남았어요. 사실 제일 섭외하기 어려운 사람이에요.”
“*누군가요?”
우리 멤버요. 이안은 그 말을 삼키고 씨익 웃었다.
인터뷰를 마친 이안은 호텔로 향하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시차를 검색해 본 그가 망설임 없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형 안 바쁜가 보네? 전화를 금방 받는 거 보니까.”
이안의 전화를 받은 김 현이 코웃음을 쳤다.
“형, 이제 급한 스케줄은 이제 없지?”
(아닌데. 나 바빠.)
“거짓말 치고 있네. 이미 명진이 형한테 확인받았어.”
(아니, 이럴 거면 왜 물어봤냐?)
수화기 너머로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김 현의 소리가 다 들렸다. 이안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형, 나랑 일 하나 하자.”
(뭐야, 영화 봤어?)
“아, 말 돌리지 말고.”
(‘아메리칸 갓 아이돌’ 말하는 거지?)
“형 춤 가르치는 거 잘하잖아.”
이안이 웃으며 말했다. 얼굴과 노래 실력이야 자신 있었지만, 춤 실력은 영 아니었던 연습생 시절 이안이 지금 멤버들과 어렵지 않게 안무 호흡을 맞춰 갈 수 있는 것은 김 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아 씨, 영어 못하는데.)
이안이 소리 내 웃었다. 김 현의 입에서 저 말이 나왔다는 것은 결국은 조만간 이쪽으로 오겠다는 얘기였으니까.
* * *
지역 오디션을 다 본 이안은 메인 심사위원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했다.
“*이안, 잘 지냈어요?”
“*카이저, 지역 오디션에서 아주 굉장했다면서요?”
“*아이작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이안은 이미 구면인 카이저와 반갑게 인사하고 고개를 돌려 다른 메인 심사위원을 바라봤다.
“*여러분과는 처음이네요. 최이안입니다.”
“*이안, 크리스토퍼 브룩스예요. 편하게 크리스라고 불러요.”
다른 메인 심사위원인 크리스토퍼 브룩스는 미국의 유명 작곡가이자 제작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아메리칸 갓 아이돌’에서 카이저 피셔와 겹치는 위치에 있었다. 강력한 캐릭터를 잡은 카이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었다.
“*나탈리 벨이에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본 적 있죠?”
“*대기실에서 본 적 있죠.”
“*설마 여기서 다시 마주칠 줄은 몰랐어요. 아위는 언제 앨범 내나요?”
나탈리 벨이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 갔다.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나도 소개할 시간을 주세요, 이안. 엘라 헤이즈예요.”
“*반갑습니다.”
엘라 헤이즈는 17년 경력의 댄서로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유명 팝 스타를 가르친 적도 있었고, 춤에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 활발히 얼굴을 비췄던 연기자이기도 했다.
“*여러분 통성명은 끝났으면 이제 촬영 시작할게요.”
아이작 쿠퍼가 손뼉을 짝, 치고 분위기를 환기했다. 지금 찍을 것은 지역 오디션에서 각 심사위원이 뽑았던 지원자가 누구인지,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에 대한 짤막한 평가를 하는 장면이었다.
“*먼저 나탈리가 통과한 지원자를 봅시다.”
나탈리 벨이 통과시킨 지원자들은 종잡을 수 없었다. 제작진이 방송에 맞게 편집한 부분이 있겠지만, 노래는 괜찮게 하는 거 같은데 이상한 지렁이 춤 같은 걸 보여 주질 않나 차력 같은 개인기를 준비해 온 지원자들도 있었다. 지켜보던 카이저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래서 레슨 따라갈 수 있겠어?”
“*저는 스타성을 많이 본 거예요.”
“*스타성이 아니라 그냥 나대는 거 아니야?”
“*아니다 싶으면 탈락하는 거죠. 어차피 지원자는 많으니까요.”
그녀는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 뒤로 크리스토퍼 브룩스와 엘라 헤이즈가 통과한 지원자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왔다.
크리스토퍼 브룩스는 외모와 노래 실력을 위주로 전체적으로 균형을 잘 맞춘 지원자들을 통과시켰고 엘라 헤이즈는 역시 춤 실력, 리듬감 위주로 통과시켰다는 게 눈에 띄었다.
“*다음으로… 카이저가 통과시킨 지원자를 보시죠, 딱히 다듬지 않아도 이대로 데뷔할 만한 지원자들이 많았어요.”
스태프가 동영상을 틀었다. 처음부터 고음으로 유명한 팝 곡을 막힘 없이 부르는 지원자가 나왔다.
“*오.”
“*딱히 가르칠 게 없겠네요.”
이안도 놀란 눈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그 뒤로도 춤 대회 입상을 많이 했다는 지원자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지원자, 자신의 자작곡을 부르는 지원자도 있었다.
“*다음은, 이안 씨가 심사를 봤던 지역입니다. 여기도 참… 특색 있어요.”
이안이 아이작 쿠퍼를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아이작은 그 시선을 눈치챘음에도 고개를 돌려 무시했다.
카이저 피셔에게 저렇게 잘하는 사람이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안이 봤던 지역에도 저런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이저가 뽑았던 재능 있는 지원자를 일부러 보여 주고 이안이 다른 심사위원의 반대에도 ‘갓 패스’를 써서 통과시킨 지원자를 보여 줘서 비교되게끔 만들려는 것이었다.
‘방송 나오면 시끄럽겠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안이 ‘갓 패스’를 외치는 편집 모음집이 나왔다. 엘라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뒤로 뺐다.
“*‘갓 패스’를 많이 썼네요? 놓치기 싫은 지원자가 많았나 보죠?”
“*기대되는데요.”
아니, 기대하지 마세요. 이안은 곤란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를 찍는 카메라에 줌이 들어갔다.
“*오 세상에.”
“*이안, 진심이에요?”
심각하게 음치인 한 지원자의 영상이 나왔다.
“*목소리가 좋잖아요.”
“*그건 그런데… 제대로 된 음정 하나 못 잡으면 목소리가 좋고 나쁘고가 중요하지 않을 텐데요.”
크리스토퍼 브룩스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안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한번 가르쳐 보면 달라질 수도 있죠.”
“*오, 좋아요. 아직 모르는 거죠. 저도 처음에는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진 못했잖아요?”
나탈리 벨이 옆에서 환호했다.
이어서 이안이 ‘갓 패스’를 써서 통과시킨 다른 지원자가 나왔다. 이번엔 심각하게 몸치인 지원자가 나왔다.
“*와우….”
엘라 헤이즈가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기본부터 숙지시키려면 좀 걸리겠네요.”
솔직히 저 지원자는 노래를 잘해서 괜찮았다. 안무는 동선만 잘 찾아가게, 동작만 어느 정도 따라가게끔 만들면 안무 수납 대형에 끼워 넣으면 되는 것이다.
‘근데 노래 실력을 쏙 빼고 보여 주네.’
역시 한국이나 미국이나 방송국 놈들을 믿으면 안 된다. 이어서 이안이 ‘갓 패스’를 썼던 제이든 모랄레스가 나왔다.
“*와 맙소사.”
“*그래도 살 빼면 괜찮을 거 같지 않아요?”
그 짧은 사이 뚜렷한 이목구비를 확인한 나탈리 벨이 이안 대신 변호했다.
이안이 뽑은 지원자를 말없이 보고만 있던 카이저 피셔가 동영상이 끝나고 검은 화면만 있는 스크린에서 고개를 돌렸다.
“*이안, 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려는 거 같은데…. 가망이 없어요.”
“*아직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못 받아서 그래요. 잘 가르치면 달라질 수도 있겠죠.”
“*아뇨, 저 지원자들은 가르친다고 될 수준이 아니에요. 쟤네는 글렀어요.”
벌써 예단하는 건 이르지 않나? 이안은 입가에 띤 미소를 잃지 않고 받아 챘다.
“*십대 소년들의 가능성을 벌써 꺾으면 안 되죠. 제가 ‘직접’ 가르칠 건데요.”
카이저 피셔는 사석에서야 몇 개월간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할 사람들에게 예의가 있었지만, 방송에 들어가니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와 나랑 진짜 안 맞는다.’
마이튜브를 통해 그의 방송 패턴을 잘 알았지만, 같이 방송해 보니까 더 때리고 싶다.
같은 심사위원임에도 특유의 독설로 일관하는 카이저 피셔. 거기서 웃음을 잃지 않고 받아치는 이안.
그리고 그 묘한 신경전을 지켜보던 총 책임자, 아이작 쿠퍼가 웃음을 참았다.
‘그래,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