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79
279
아메리칸 갓 아이돌. (9)
5차 평가에서 엘라 헤이즈의 팀이 탈락하고 남은 팀은 ‘팀 이안’ ‘팀 카이저’만 남은 상태였다. 이제 ‘아메리칸 갓 아이돌’도 파이널 무대만을 앞두고 있었다.
‘아메리칸 갓 아이돌’의 인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남미 등에 퍼졌다. 한국으로 치면 ‘프로젝트 아이돌’급 인기였다. 이안이 나온다는 소식에 프로그램을 사 갔던 아시아 지역에서도 반응이 터졌다.
-‘팀 이안’말고 그냥 이안을 뽑으면 안돼? 내 남편 자리로 말이야
└내가 먼저야 줄 서
└무슨 소리야? 그는 이미 내 옆에 있는데?
-동양인이 저렇게 아름다울수가 있다는걸 이안을 보고 알았어
-현, 이사람 춤을 진짜 잘 가르치는 것 같아
막대한 자본을 들여서 만든 만큼 프로그램 회차도 길었다. 그만큼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심사위원까지 한 명 한 명 조명했었는데, 그중에서 주목받는 사람은 단연 이안이었다.
-엔플릭스에서 Z-Day 본 사람? 액션 멋지다!
└그거 마이튜브에서 비하인드 봐봐 스턴트 없이 했더라
-아위 시상식 무대 진짜 멋진데?
-아위의 컨텐츠가 너무 많아서 뭘 봐야할지 모르겠어. 뭐부터 봐야 돼?
└뉴비 어서와! WMA 무대는 꼭 보도록 해!
그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다가 그가 출연한 드라마에 빠지고, 마이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아위의 팬 튜브에 빠져서 결국 그룹에 입덕하게 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어떤 팀이 이길 거 같아요?”
“*저는 ‘팀 카이저’에 배팅이요.”
“*어? 내기하는 거예요? 난 그럼 ‘팀 이안’에 걸게요.”
자신이 맡은 팀이 아쉽게 떨어지고, 짐을 덜어 놓은 다른 심사위원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두 팀을 가지고 신나게 내기를 걸고 있었다.
“*이안, 너도 걸어.”
“*전 당연히 우리 애들한테 걸어야죠.”
“*오, 저 자신감 봐요. 카이저도 긴장해야겠는데?”
나탈리 벨과 크리스토퍼 브룩스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안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안. 우리 애한테 뭐라고 했지?”
옆에 선 카이저 피셔가 작게 말했다.
우리 애라…. 리암 디아즈를 말하는 거겠지. 이안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인 카이저가 피식 웃었다.
“*리암, 걔가 아주 열심히 하던데….”
“*잘됐네요.”
“*불을 붙인 걸 후회하게 될걸?”
“*아, 그건 좀 곤란한데.”
리암 디아즈는 갑자기 변한 모습을 보여서 카이저를 놀라게 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가장 열심히 하니 자극받은 다른 멤버들도 순식간에 의욕을 불태웠다. 마이스타 중독인 그 조쉬 페레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아이작 말로는 다음 시즌도 확정이라는데.”
“*이만큼 터진 프로그램이 몇 년간 없었잖아요.”
“*맞아. 나도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아질 줄 몰랐어. 아이작은 벌써 시즌3까지 하자고 계약서를 들이밀더군.”
“*당신만큼 프로그램의 상징도 없죠.”
“*너도 마찬가지야.”
“*제가요?”
그렇게 말한 이안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카이저 피셔는 손에 든 잔을 내려놓고 이안을 쳐다봤다.
“*다음 시즌에 나와 주면 안 되나? 나랑 같이 말이야.”
“*제가 뭐라고요.”
“*한국 가수들은 겸손을 너무 좋아해. 마이디어도 그렇고. 동양인들은 원래 다 이런가?”
“*그거 편견인데요.”
카이저 피셔가 다시 잔을 들어 와인을 마셨다. 마이디어와는 시상식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지금 프로그램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것, 참가자들이 라이벌 의식을 불태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너잖아.”
“*에이, 그건 저도 알죠.”
이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카이저 피셔 특유의 독설은 전 시즌에서부터 이미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사위원 중에서 유일한 케이팝 가수인 이안이 지역 오디션에서 ‘갓 패스’를 쓴 이후나 탈락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점점 계단식으로 상승했었다.
“*나는 너무 옛날 사람이야. 윽박지르고 욕하면서 가르치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고.”
“*갑자기 고해성사예요?”
“*들어 봐. 어쩌면 나보다 이안, 니가 더 교육자 자질이 있는 거 같아. 내 말은 그렇게 안 듣던 리암이나 조쉬가 그렇게 변한 걸 보니 말이야.”
“*칭찬 고맙지만, 그래 봤자 다음 시즌 안 나가요. 저도 본업 활동해야죠.”
“*이런.”
제안 자체는 고마운 일이나, ‘아메리칸 갓 아이돌’을 계속해서 할 계획은 없었다. 일단 촬영이 너무 길어서 본업 활동에 지장이 생겼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계속 나와 봤자 이미지 소비만 될 뿐, 딱히 메리트가 없었다. 이런 것은 한 번 나와서 관심을 이끈 것으로 충분했다.
주머니 안에 든 핸드폰의 진동음이 느껴지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이만 가 봐야겠어요.”
“*멤버들 왔대요?”
“*네.”
“*내일 봐요. 멤버들 소개해 주는 거 잊지 말고요.”
나탈리 벨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이미 아위의 팬이 되어 있었다.
* * *
이안이 숙소 앞으로 느릿하게 걸어가자, 차에서 내린 멤버들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왔어?”
“억!”
이안은 조태웅의 무릎 뒷면을 자신의 무릎으로 건드려 그의 다리를 무너뜨렸다.
“이안이 형!”
“몇 개월 만이냐 이게.”
“잘 지냈어?”
‘아메리칸 갓 아이돌’의 파이널 축하 공연을 위해 아위 멤버 전원이 모였다. 원래 예상했던 촬영 기간 3개월이 훌쩍 지나고 약 5개월 만이었다.
“야 근데 하필 건드려도 쟤를 건드리냐. 쟤 영화 촬영하다가 발목 삐끗했잖아.”
“아 진짜?”
박진혁이 이안의 팔뚝을 툭 치며 꾸짖었다. 이안은 상체를 푹 숙여 자신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조태웅을 바라봤다.
“야 괜찮냐? 우리 내일 무대 하는데 어떡하지?”
끙끙거리던 조태웅이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
“구라지.”
“아 미친.”
이안이 조태웅의 등을 퍽 때렸다. 꽤 세게 맞았는데도 그는 실실 웃었다.
“오랜만이다? 형님들 없으니까 심심했지?”
“응, 지랄 노.”
이안은 멤버들의 히죽 웃는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오랜만에 봤다고 좀 반갑게 맞이했더니 다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이안이 형 좋으면서 저런다.”
“야 광대 집어넣어.”
“쟤가 안 그렇게 생겨도 외로움 오지게 타잖아.”
“아니거든.”
멤버들은 이안을 신나게 놀리면서 물어뜯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들도 이안이 퍽 반가웠다.
“야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면 되냐?”
“따라와.”
김주영의 말에 이안이 고갯짓했다.
아위는 따로 호텔을 잡지 않고 이안의 방 근처에서 머물기로 했다. 어차피 참가자들이 많이 빠져서 빈방은 많았다. 그런 아위의 뒤를 ‘아갓아’의 VJ들이 촬영하고 있었다.
“저기 불 켜진 데는 뭐예요?”
“연습실. 아, 컨디션 관리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 더럽게 안 들어요.”
“형네 애들? 열심히 하면 좋잖아요.”
멤버들이 슬금슬금 연습실 문 앞으로 서서 기웃거렸다. 제작진을 통해 데뷔곡과 안무를 받아 온 참가자들이 열심히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방해하지 말고 가자.”
이안은 그런 멤버들을 이끌었다.
“야씨,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젊다 젊어.”
“아니, 왜 다 늙은 것처럼 말해요 형들.”
숙소에 도착해 짐을 아무렇게나 두고 넓은 거실로 모인 아위 멤버들은 낯선 곳임에도 제집 안방처럼 편하게 앉거나 누워 있었다. 이안은 그 모습을 보고선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한국에는 별일 없었어?”
“이 형님 1위 한 거는 알고 있지?”
“그건 알지. 형 말고 유닛 1위 한 것도 알고. 태웅이 너는 개봉 언제야?”
“CG 작업 하려면 멀었어. 내년에나 될걸?”
조태웅이 참여했던 영화는 이안도 잘 알고 있는 영화였다. 미래에 천만 관객을 달성하게 되니까.
“아 맞아. 무슨 게이트 터져서 분위기 이상하던데?”
“그래? 나도 기사는 몇 개 봤는데.”
이안이 반쯤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사실 그 게이트를 터뜨린 장본인은 이안이었지만, 애써 모른 척 멤버들의 말을 들었다.
“그 기사 터진 게 끝이 아니래. 아직 빙산의 일각이라던데?”
“맞아. 아직 터질 거 많은데 기사가 안 뜬 거래. 연루된 사람이 꽤 많나 봐? 스케줄 때문에 샵 들렀을 때 분위기 묘하더라고.”
“아이돌도 몇 있다던데요?”
“와 무슨 우리 빼고 다 마약 하나 봐.”
멤버들 귀에까지 들어갔다면 소문이 꽤 커졌다는 것. 이안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우리 또 고소한대.”
“이번이 몇 번째더라?”
“마이스타 디엠 같은 것도 다 고소한다고 자료 보내 달라더라. 넌 뭐 받은 거 없어?”
이안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팬들을 위해 사진 몇 장 올린 게 다일 뿐 댓글이나 디엠 같은 것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었다.
“바빠서 확인할 시간이 있어야지. 그냥 아이디 넘겨주는 게 빠르겠다.”
“우리도 그러기로 했어.”
“솔직히 아무렇지 않긴 한데, 확인하는 거 기 빨려요.”
멤버들도 연차가 쌓여서 이제 악플 같은 것에는 면역이 됐지만, 그래도 직접 확인하기는 싫었다.
“야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늘어져 있던 조태웅이 벌떡 일어났다.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김주영 후배한테 번호 따인 썰 푼다!”
“헐 진짜? 배신자!”
“아니! 조태웅 미친놈아! 그걸 니가 왜 말해!”
“잠깐, 저건 나도 못 들은 얘긴데?”
“주영이 형, 아니죠?”
김주영이 벌떡 일어나 조태웅의 입을 막으러 뛰었다. 다른 멤버들도 처음 듣는 소리였는지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줬어? 번호 줬어?”
“당연히 안 줬지!”
“야 죠탱, 너는 그거 어떻게 알았어?”
“당연히 뒤에서 몰래 보고 있었지.”
“야! 김주영 잡아! 주소록 확인해! 공개처형이다!”
* * *
‘아메리칸 갓 아이돌’의 파이널 무대는 약 2만 명 정도 수용 가능한 공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리허설을 위해 아침 일찍 모인 아위는 심사위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의 리허설 무대를 구경했다.
“오, 쟤네가 니가 가르친 애들이야?”
“잘하는데?”
“많이 늘었다.”
이안은 뿌듯한 표정으로 무대 위 아이들을 바라봤다. 부쩍 살이 많이 빠져 묻힌 이목구비가 살아난 제이든 모랄레스는 소극적인 성격을 많이 벗어나 같은 팀 멤버를 챙기기도 했고, 춤을 가르치기도 했다.
‘내가 봐줄 것도 없네.’
이안이 조언을 주지 않아도 이미 알아서 보완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팀 이안’의 차례가 끝나고, ‘팀 카이저’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을 때, 이안의 옆에 있던 이주혁이 작게 말했다.
“그래서, 애들 그룹 이름은 뭐로 하겠대? 계속 ‘팀 이안’은 아닐 거 아니야.”
“그게, ‘아이언’으로 하겠다는데?”
그 대답에 멤버들의 시선이 이안에게로 모였다.
“아이언이요?”
“아이언, 이안. 발음 비슷하지 않아?”
“그러니까.”
어, 그러고 보니. 그건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이안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그를 본 멤버들이 웃음을 참았다.
“애들이 너 진짜 좋아하나 보다.”
“그런가?”
이안은 괜히 멋쩍은 마음에 볼을 긁적거렸다.
“너는 아이돌 안 했으면 선생님 해도 잘했겠다.”
“하지만 우리랑 같이 데뷔했지.”
“유감.”
멤버들이 실실 웃으며 이안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 사이를 김명진이 조심히 다가왔다.
“얘들아, 너네도 슬슬 리허설 하러 올라가야겠다.”
“넵.”
아위는 인이어와 마이크를 챙기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스태프에게 동선 관련해서 얘기를 듣고, 이안은 무대 위에서 발목을 돌리며 마이크를 체크했다.
어째 참가자들이 리허설 할 때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린 것 같은데.
심사위원은 말할 것도 없었고 조명을 만지고 있던 스태프도 잠시 일에서 손을 떼고선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우더 룸에서 참가자들의 메이크업을 만져 주던 스태프까지 아위의 리허설을 지켜보러 나와 있었다.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아위의 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이안이 마이크를 들었다.
아래에서 보고 있던 참가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리허설이라 대충 하고 있는 것임에도 동작이 딱딱 맞았다. 노래할 때는 AR를 뚫을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 맞다. 선생님도 아이돌이었지.”
“*호흡 딱딱 맞는 거 봐. 얼마나 연습했으면.”
누굴 가르치는 이안을 보다가 자신의 멤버들과 무대를 함께하는 이안을 직접 지켜보는 것은 느낌이 정말 달랐다.
“*와 진짜… 리허설인데도 장난 아니다.”
“*역시 프로는 프로네.”
백업 댄서도 없이 단 일곱 명이서 넓은 무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멤버들과의 유대감 같은 것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서 무대를 쳐다보고 있는 리암 디아즈와 제이든 모랄레스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