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80
280
아메리칸 갓 아이돌. (10)
“*다들 준비 잘하고 있어?”
“*선생님.”
“*오.”
‘아이언’의 대기실로 들어온 이안이 입을 벌렸다. 연습실 안에서 땀에 전 꼬질꼬질한 얼굴들만 보다가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니 제법 아이돌다워진 모습이었다.
이안이 환호하자, ‘아이언’의 멤버들도 양팔을 벌려 환호했다.
“*다들 기분은 어때?”
“*신나요.”
이안이 주먹을 내밀자, 누군가 주먹을 맞댔다. 주먹을 맞댄 ‘아이언’의 콜린 웨스트는 제이든 모랄레스와 마찬가지로 ‘갓 패스’ 통과자였다.
“*신난다고? 나는 첫 무대 때 긴장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던데.”
“*선생님이요?”
“*나도 신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무대 위에서 토할 뻔했었는데.”
이안 나름대로 ‘아이언’의 긴장을 풀어 주려고 왔는데, 쓸모가 없었다. ‘아이언’ 멤버들은 긴장한 구석도 없이 밝게 웃고 있었다.
“*저희 탈락하더라도 뭉쳐서 어디든 계약하기로 했어요.”
“*‘아메리칸 갓 아이돌’ 출신이면 제의 많이 받지 않을까요?”
“*아니, 탈락할 생각이 아니라 이길 생각을 해야지 얘들아.”
그러고 보니 탈락한 그룹을 크리스토퍼 브룩스가 데려가겠다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지. 하지만 이 얘기는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말하기로 했다.
‘그래도 뭐, 팀워크는 좋아 보이네.’
이안은 신나서 떠드는 애들의 얘기를 적당히 들어 주고는 ‘아이언’의 대기실을 나와 복도를 걸어갔다. 이안도 축하 무대에 올라가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했다.
“*리암, 멋있는데?”
“*…선생님.”
화장실에서 나온 리암 디아즈가 이안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팀 카이저’의 최종 그룹명은 ‘뉴 문’이었다. 그룹 이름을 지을 때 초승달이 떠 있어서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금발의 머리를 반쯤 깐 리암 디아즈는 긴장을 많이 했는지 안색이 어두웠다.
“*그 뒤로 연습실에 불이 꺼지지 않던데. 열심히 했나 보네?”
“*네.”
“*기대한다? 무대 잘하고. 떨지 말고.”
리암 디아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지나치려는 순간, 리암이 입을 열었다.
“*저한테 왜 잘해 주세요?”
“*…잘해 주는 거 아닌데?”
그냥 격려 아닌가? 이안이 의아해서 고개를 돌렸다.
“*저는 ‘아이언’의 경쟁자잖아요.”
“*무슨 소리 하나 했더니…. 너도 내 제자나 마찬가지잖아.”
이안은 심사위원 겸 트레이너로 계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언’ 외에도 모든 참가자를 다 봐줘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사실 ‘아이언’이 이겼으면 좋겠는 것도 맞아. 그렇다고 ‘뉴 문’ 제발 탈락하라고 빌 정도로 속 좁진 않은데.”
리암은 뒤늦게 쪽팔림이 밀려왔다. 무대 위 아위의 모습을 보고 나서 이안을 잠재적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기에 건 50달러가 좀 아깝겠지만.”
“*저희 가지고 내기했어요?”
“*당연한 거 아냐?”
이안이 손을 흔들었다.
“*실수해서 내 50달러를 지켜 달라고.”
“*그게 무슨….”
“*잘해라.”
어리긴 어리네, 이런 도발에도 넘어가는 거 보니. 이안은 인상을 팍 쓰고 있는 리암 디아즈를 지나쳐 아위의 대기실로 향했다.
* * *
관객석의 관객이 전부 입장하고, 이안은 심사위원 입장을 위해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제가 마지막인가요?”
“*오, 이안.”
이안은 ‘아메리칸 갓 아이돌’ 촬영 동안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 축하 무대를 위해 작정하고 아이돌 스타일링을 하고 나오니 심사위원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애들이 아니라 이안, 니가 데뷔해야겠는데?”
“*이러다가 애들보다 이안, 너한테만 집중되는 거 아니야?”
그들의 농담에 이안이 작게 웃었다. 막상 무대를 시작하면 ‘아이언’과 ‘뉴 문’에 시선이 갈 것이다.
MC가 ‘아이언’과 ‘뉴 문’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대형 스크린에 심사위원의 영상이 떴다.
(나탈리 벨!)
이안의 옆에 서 있던 나탈리를 시작으로 심사위원들이 한 명씩 무대로 나섰다.
(이안 최!)
이안이 무대 중앙으로 나오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안의 뒤로 카이저 피셔가 나오면서 무대 위에 심사위원들이 다 모였다.
2만 석을 꽉 채운 관중들, 귀가 따가울 정도의 환호성을 듣자 이안은 몸이 근질거렸다.
‘아, 나도 공연하고 싶다.’
단발성 축하 무대가 아닌, 팬들 앞에 선 콘서트를 말이다. 먼저 입장한 심사위원들의 인터뷰가 끝나고 마침내 이안의 차례가 왔다.
“*이안, 기분이 어때요?”
“*후련합니다. 이제 저도 해방이에요.”
이안의 농담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옆에 서 있던 엘라 헤이즈가 마이크를 들었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우리 사이가 그렇게 얄팍했어요?”
“*애들 가르치면서 저도 제 팬이 보고 싶었다고요. 오늘 이후로 저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좋네요.”
반쯤 농담이지만, 그만큼 진심이 담겨 있는 대답이었다. 현장 MC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팀이 최종 데뷔를 할 거라 예상하십니까? 역시 ‘팀 이안’이었던 ‘아이언’?”
“*글쎄요…. 두 팀 다 신경을 많이 썼죠. 저는 ‘아이언’과 ‘뉴 문’ 모두를 가르쳤다고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이언’이 우승하길 바라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표현하긴 애매한 위치였다. 이안이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놓자, MC가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이기기를 바란다기 보다는… 언젠가, 무대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두 팀 다요.”
“*정말 ‘아이돌’스러운 대답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카이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카이저 피셔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뉴 문’이 우승할 겁니다.”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좋습니다! 두 팀의 무대를 만나 보기 전에, 이들이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부터 먼저 보도록 하죠!”
심사위원들이 무대 앞 심사위원석에 앉고,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아이언’과 ‘뉴 문’의 무대 준비 영상이 떴다.
이안을 구심점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풍기는 ‘아이언’과는 다르게 ‘뉴 문’의 분위기가 우중충했다.
“*너무 쎈 거 아니야?”
크리스토퍼 브룩스가 카이저 피셔에게 속삭였다. 화면 속 카이저는 ‘뉴 문’ 멤버들에게 아낌없는 독설을 퍼붓고 있었다.
결국, 도망치듯 연습실을 빠져나가는 리암 디아즈의 뒷모습이 나오다가 다른 연습실에서 나오는 이안이 클로즈업됐다.
‘저게 나오네…. 우리 애들한테 한 소리 듣는 거 아니겠지?’
이안이 리암 디아즈를 ‘각성’시켰을 때의 장면이 나오자,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이안, 무대 준비하러 가야 해요.”
“*네.”
이안은 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한 채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이미 아위 멤버들이 모여서 인이어를 차고 있었다.
“선생님 오셨다.”
“야야 내가 해석한 게 맞냐? ‘지금까지 살아남은 애들을 만만하게 보지 마라?’ 크으.”
“멋있는데?”
“저 형은 나중에 명언집 내야 한다니까요.”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멤버들이 이안을 놀리기 바빴다. 이안은 그들을 사뿐히 무시하고 인이어와 수신기를 챙겼다.
아위가 축하 무대를 준비하는 사이, 영상은 끝나고 벌써 중간 광고 시간이 됐다.
마지막으로 온 이안까지 준비를 마치자, 그들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서로 짠 듯이 둥그렇게 모였다.
“와씨, 우리 다 모여서 구호 외치는 것도 오랜만이지 않냐?”
“몇 개월 됐다고 어색하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손을 모았다. 이주혁이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이 구호 외칠 일도 많아질 거야. 오늘도 무대 재밌게 하다 오자. We are who we are?”
“AWY!”
이안은 구호에 맞춰 가볍게 손을 내리고, 멤버들을 따라 무대 위로 향했다.
-광고 끝났어?
-한다
-ㅁㅊ축하무대 한다
-오랜만에 완전체다ㅠㅠㅠㅠㅠ
-미친ㅠㅠㅜㅠㅜㅠㅠㅠㅜㅠ
아위를 보기 위해 라이브를 시청하려던 팬들이 급증하면서, 중계 링크의 트래픽이 터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 * *
-둘다 잘해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데
-나는 아이언이 우승했으면 하는데 밸런스가 좋았음
-나는 뉴문이 더 좋은듯 리암 디아즈가 이갈고 나왔어ㅇㅇ
└ㅇㅈ
-나는 아위 뽑을래
└걔네는 내꺼임
└지랄노
“*우승 팀은…!”
“*‘뉴 문’입니다!”
‘아이언’의 심사위원의 평가는 ‘뉴 문’보다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관객들의 투표였다. ‘아이언’은 ‘뉴 문’과 근소한 차이로 표가 뒤처졌고 결국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공연 전까지만 해도 해맑았던 ‘아이언’ 멤버들이 울먹거리더니 고개를 숙였고, ‘뉴 문’ 멤버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리암, 우승 소감을 들려주세요.”
“*우선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주신 제작진분들이랑 이 자리에 와 주신 분들 감사하고요. 지도해 주신 트레이너분들 그리고….”
리암의 시선이 이안에게 향했다.
“*뼈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안, 감사해요. 덕분에 제가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었어요.”
진심이 담긴 말, 기분이 안 좋을 수 없었다. 이안은 씨익 웃었다.
“*이안, 기분이 어때요?”
“*사실, 조금 아쉽긴 하네요. 괜히 오지랖 부리지 말고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 봐요. 방송 끝나고 ‘아이언’ 멤버들이 저를 죽이진 않겠죠?”
이안은 다분히 농담조로 말했다. ‘뉴 문’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리암 디아즈였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전 역시 리암이 해낼 줄 알았어요. 그 마음가짐을 가지고 ‘뉴 문’ 활동에 집중해 주세요. 두 팀 다 훌륭했어요. 여러분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안이 마이크를 내려놓자마자 크리스토퍼 브룩스가 급히 마이크를 들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 허락한다면, ‘아이언’은 제가 맡고 싶군요.”
그의 폭탄 선언에 관객들이 경악한 소리를 지르다가, 이내 환호로 번져 갔다. 점점 커지는 환호는 ‘아이언’을 크게 외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카이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반대할 게 있나요. ‘아이언’을 이대로 보내긴 아쉽죠.”
카이저의 긍정적인 반응에 관객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안은 고개를 들어 환하게 미소 짓는 ‘아이언’ 멤버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뉴 문’ 괜찮겠어요? 어떻게 보면 불공평한 처사일 수도 있는데….”
“*라이벌이 있으면 더 좋죠. 저희는 데뷔하고도 지지 않을 겁니다.”
조쉬 페레즈가 당당하게 말했다. MC는 ‘아이언’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언’은 어때요?”
“*저희는… 기회가 된다면 꼭 데뷔하고 싶습니다.”
제이든 모랄레스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뉴 문’과 ‘아이언’이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있을 때 MC가 카메라를 보면서 마무리 멘트를 쳤다.
장장 5개월이 넘었던 ‘아메리칸 갓 아이돌’ 시즌 1도 막을 내렸다.
* * *
‘아메리칸 갓 아이돌’이 끝나고 다음 날, 반응을 확인하려 인터넷에 들어간 이안은 예상치 못한 기사를 발견했다.
카이저 피셔는 인종차별주의자
‘아메리칸 갓 아이돌’도 결국 백인들의 잔치일 뿐… 인종 간 벽은 아직도 멀었다.
다인종 그룹인 ‘아이언’에 비해 백인들만 있는 ‘뉴 문’… 레이시즘은 언제 멈추나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카이저 피셔가 먼저 데려간 애들을 제외하고 다른 아이들을 선택한 것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싹이 보이거나, 가르치면 잘 받아먹을 아이들을 뽑다 보니 인종이 다양하게 섞인 것은 우연이었다.
‘난리네.’
포털 기사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안을, 동양인을 비하한 참가자의 클립 영상이 끌어 올려져 큰 비난을 얻고 있었고, 카이저 피셔가 여태껏 주목했던 참가자들이 전부 백인이라며 이미지 파일로 정리한 것도 있었다.
‘설마 이 논란을 만든 게… 아니겠지?’
그중에서도 이안에게 유리한 뉘앙스의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아마 이안의 퍼블리시스트 조엘 영이 한 것일 게 분명했다.
그에게 손해가 될 기사나 반응은 없었고 오히려 이안에 대한 이미지는 상승하는 효과를 보고 있었다.
“에이, 설마.”
방송이 끝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논란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이미 ‘아메리칸 갓 아이돌’은 이안의 손을 떠났다.
“야! 일어났냐!”
“어!”
이안도 이제 ‘아위’로 돌아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