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82
282
컴백을 좀 미룰 순 없는 거죠?
“얘들아.”
밴에서 내린 아위 멤버들은 이주혁의 신호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박진혁과 김 현이 이안의 양팔을 꽉 구속했다. 이안은 불안함에 눈동자를 굴렸다.
“…뭐야?”
“이제 너밖에 안 남았다.”
“뭐?”
“끌고 가.”
양팔을 구속한 박진혁과 김 현뿐만 아니라 박서담과 김주영, 조태웅이 이안의 앞뒤로 밀착해 발맞춰 걸었다. 답지 않게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끌려간 곳은 회사 녹음실이었다.
의자에 앉은 이주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컴백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이안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문을 닫고서 못 나가도록 몸으로 막은 박서담이 히죽 웃고 있었다. 이안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런 미친.”
* * *
그 이후로 이안은 이주혁이 명명한 컴백 지옥에 빠졌다. ‘아메리칸 갓 아이돌’ 촬영 전에 이미 컴백을 위한 밑 작업은 어느 정도 해 둔 상태였는데,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이안아 다시 한번 가자.)
이주혁은 가차 없었다.
(형, 더 해야 할 거 같지 않아?)
(이 부분에서 좀 힘줘서 하면 느낌 좋을 거 같은데?)
(그래? 하지만 이 부분에서….)
“그런 말은 나 안 들리게 해 줄래?”
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했다. 이주혁의 옆에서 여러 말을 보태고 있던 김주영과 박진혁이 히죽 웃었다.
아위는 정규 앨범으로 컴백한다. 앨범에 들어간 곡 중 세 곡이 영어 곡이었다.
(좋아. 일단 여기서 마무리할게. 나와.)
몇 번의 녹음 끝에 드디어 오케이 사인을 받은 이안은 헤드폰을 벗고 녹음 부스 밖으로 나왔다.
“좋아. 이제 안무 연습하러 가자.”
“뭐야.”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휴먼?”
하지만 그가 나오자마자 김 현과 김주영이 이안의 양팔을 잡고 이끌었다.
복도로 나오자, 마침 연습실을 찾은 피버의 임노을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어? 이안이 형! 오랜만이에요.”
“안녕. 나 구해 줄 순 없지?”
“제가 어떻게 그래요.”
이제 아위의 이상한 행동에도 아주 익숙해진 임노을은 도망치듯 피버의 연습실로 들어갔다.
이안은 고개를 숙인 채 터덜터덜 아위의 연습실로 연행됐다.
“근데 태웅이는 어딨어? 우리 다 같이 연습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만 죽을 수 없지. 이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안을 뒤따라온 이주혁이 웃으며 말했다.
“걔? 영화 후시 녹음하러 갔는데.”
“아, 그래?”
“태웅이는 안무 어느 정도 익혀 둔 상태야.”
김 현이 헛된 꿈 꾸지 말라며 이안의 어깨를 꾹 눌렀다.
“참고로 뮤비 촬영은 사흘 뒤.”
“와 씨.”
“왜? 너 엘라 헤이즈 안무 바로 땄잖아. 금방금방 몸에 익힐 수 있을걸?”
“그건 기초 동작이 많아서 쉬웠잖아. 근데 이건 자신 없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착실히 앉아 안무 시안 동영상을 살펴봤다.
하루를 꼬박 안무 연습에 매달린 끝에 어느 정도 안무를 익힐 수 있었던 이안은 연습실 가운데에 벌러덩 누웠다. 후시 녹음을 하고 돌아온 조태웅도 중간에 합류해서 땀을 뺀 상태였다.
“우리 컴백 일정 잡혔어?”
“어, 11월 중순인가? 아마 그쯤 될 거야.”
“그래?”
이안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이사 온 회사의 연습실은 넓고 쾌적했다.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알림음이 울리고 이안은 흐느적거리며 일어났다.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빨리 무대 하고 싶다.”
“나도.”
* * *
[단독] 마이디어 11월 컴백루나걸즈·아위·마이디어 11월 컴백… ‘K-POP 대 전쟁’ 예고
…케이팝 별들의 전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걸그룹 루나 걸즈와 보이그룹 양대 산맥인 아위와 마이디어가 11월에 컴백을 앞두고 있어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겁다.
-와 ㅁㅊ 마이디어 컴백
-루나걸즈도 11월 컴백이던데
-대박
-아니 미친 쟤네 다 컴백한다고? 내돌 왜 11월이니…
-저때 아위도 컴백하지 않아? 11월 가요계 헬이네
-ㄹㅇ꽉찬집이네ㅋㅋㅋ 근데 개재밌겠을거 같음ㅋㅋㅋㅋㅋㅋ
-음원 음반 들어갈 틈새가 없는데ㅋㅋㅋ 11월 컴백 돌들 미리 애도를 표한다
└명예로운 죽음 당할수 있음ㅋ
컴백 눈치싸움은 장렬히 실패했다. 대형 아이돌이 심지어 한 팀도 아니고 두 팀이나 겹쳐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 음총팀 짹 공지 올라왔다 꼭 봐줘 ※
-프모 모금 언제 시작함?
-이번에도 팬싸 응모권으로 팔려나? 좀 아쉽
-실총 언제임? 내일인가
-음싸 아이디 제출 부탁함
-애들 작정하고 서포트해주자 ㅎㅇㅌㅎㅇㅌ
소식을 들은 아위의 팬들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오랜만의 정규 앨범 컴백이었고, 하필 서로 견제하고 있는 마이디어와도 겹쳐 있었다. 게다가 루나 걸즈도 1년 만의 컴백이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희 프로모션 일정 다시 확인해 주세요.”
“방송국 미팅 다녀오겠습니다.”
“안무 심의는 아직이죠?”
“애들 연습하는 거 보니까 무난하게 통과할 거 같긴 해요.”
바쁜 건 소속사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필 겹쳐도 마이디어랑 루나걸즈가 겹치네.”
“마이디어랑 컨셉이 겹치지는 않겠죠?”
“그럴 리가. 우리 애들이랑 마이디어는 노선이 살짝 다르지 않아요?”
급한 일을 어느 정도 끝낸 직원들이 의자에 편히 기댔다.
“대표님 루나 걸즈 소속사 대표랑 친하지 않아요? 루나 걸즈는 피해 갈 수 있었을 텐데.”
“누가 더 잘나가는지 내기한 거 아닐까?”
“에이, 설마요.”
“우리 대표님이라면 가능성 있는데…. 그리고 루나 걸즈를 왜 피해요. 남돌 여돌 아예 다른데.”
그 대화를 뒤에서 듣고 있던 서수련이 피식 웃었다. 그녀의 옆에 조심스레 다가온 한 직원이 작게 말했다.
“저… 이사님.”
“네?”
“컴백을 좀 미룰 순 없는 거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마 마이디어 때문일 것이다. 아위가 치고 올라와 마이디어와 서로 견제하는 위치까지 왔지만, 그래도 마이디어는 케이팝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주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정면으로 붙었다가 밀리면 어떡하나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왜요? 어차피 애들 계속 활동하려면 그쪽이랑도 어떻게든 겹치게 되어 있어요.”
“역시 그렇죠? 저만 쫄리나 봐요.”
보도 기사까지 다 뿌린 마당에 이제 와 컴백을 연기한다? 누가 봐도 도망치는 모양새였다.
‘사실 나도 좀 쫄리긴 하는데….’
서수련은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그래도 우리 애들이라면 잘할 거 같단 말이야.’
* * *
아위덤 이다솔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운 좋게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다솔 씨, 이 부분은 어두운데 밝은 느낌으로 바꿔 줘.”
“네?”
“‘네?’는 무슨 ‘네?’야? 그리고 여기 이 부분 말이야. 색감이 너무 탄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전체적으로 샤프하게 바꿔 주고. 오늘 퇴근 전까지 가능하지?”
‘일이 밀렸는데…. 그리고 저건 니가 이렇게 수정하라 해서 한 건데요.’라는 말을 꾸욱 삼킨 그녀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해 보겠습니다.”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온 그녀가 이를 갈았다.
‘아예 그냥 처음 했던 걸 줘 버려? 아 개빡치네 진짜. 1년만 버티고 때려치운다.’
그녀가 분노의 마우스질을 하고 있을 때, 책상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의 화면이 반짝 빛났다. 마이튜브 팝업 알림이었다.
AWY(아위) – ‘Existence’ Comeback Teaser
‘티, 티저…!’
이다솔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미어캣처럼 주변을 둘러봤다. 마침 점심시간 직전이라서 괜찮을 것 같았다.
슬그머니 일어난 그녀가 무선 이어폰과 핸드폰을 챙기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빨리, 빨리빨리.’
화장실 한 칸에 급하게 들어간 그녀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황급히 마이튜브를 켰다. 트래픽이 몰렸는지 버벅거리고 있었다.
‘아 왜 안 되는데… 떴다!’
인내심 있게 기다린 끝에 영상이 재생됐다.
아마도 타이틀 곡으로 추정되는 음악이 물에 잠긴 듯 먹먹하게 귀를 간지럽혔다.
불에 타고 있는 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있는 누군가. 얼굴의 점 위치로 보아하니 박서담으로 보였다. 그리고 수트에 베일을 쓴 누군가가 짧게 보이고 천 안대를 쓴 김 현의 뒤로 또 누군가의 손이 감긴다.
그리고 마지막, 꽃이 둥둥 떠 있는 물에 반쯤 잠긴 채 눈을 감고 있던 이안이 눈을 뜬다.
Existence
NOV 10th 13:00KST │ NOV 10th 00:00EST
‘악 시발! 어떡해!’
그녀가 소리 없이 아우성쳤다. 손으로 입을 꾸욱 막은 그녀가 발을 동동 굴렀다.
‘너무 좋아!’
동영상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 반복으로 시청한 그녀는 이 기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팬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역시 갑자기 뜬 티저 영상으로 팬들의 감탄, 대부분은 욕설로 도배된 감탄이 새로 고침 할수록 빠르게 올라왔다.
-ㅅㅂ미쳤어
-이번 티저 개돌았
-이번 컨셉 마라맛이야? 시발 존나좋아!
-마이튜브 아프네ㅠㅠㅠ나도 티저보고싶어ㅠㅠㅠㅠㅠㅠ
└아이버스로 봐! 지금 떴어!
-ㅅㅂㅅㅂ 이게 나라다
-자본냄새나는데? 갓병헌! 갓병헌!
-노래 좋을거같아 이번에도 애들이 작곡했나?
└그런거같아!
└벌써 떨린다ㅠㅠㅠㅠ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욕설이 섞인 감탄과 기대된다는 글을 남긴 채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상사에 대해서 이를 갈고 때려치울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그녀의 기분이 말랑말랑해졌다.
어쨌든 회사를 다녀야 돈을 벌고 이 돈을 덕질하는 데 쓸 수 있으니까. 문득 운 좋게 취업하고 번 돈을 걱정 없이 쓸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함마저 느낀 그녀가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가지 않아서 그녀가 흠칫 놀랐다. 무선 이어폰이 연결되어 메시지 알림음이 크게 울렸던 탓이었다.
(으나) 다솔아 지금 전화 가능해?
‘얘가 무슨 일이지?’
마침 시간도 점심시간이 되었고, 여유가 있던 참이라 그대로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안의 사진을 찍는다고 데면데면해졌던 김은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야. 무슨 일로 전화까지 했어?”
(그게….)
이다솔은 사실 김은하를 의도적으로 멀리했었다. 점점 아위를, 이안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욕을 하는 건지 모를 까빠기질도 있었고, 만나면 돈 타령에 어디서 주워들은 연예인 루머를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질리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먼저 연락해 온 김은하에 미안한 마음도 들어서 이다솔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다. 티저 뜬 거 봤지? 너 이거 보고 전화 한 거지? 진짜 대박. 어떻게 애를 물에 잠기게 할 생각을 하냐 소속사 개변태. 게다가 꽃까지 띄워 가지고. 미쳤어 진짜.”
(저기…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어?”
뜬금없는 소리에 이다솔이 미간을 찌푸렸다. 돈 얘기는 안 하기로 한 거 아닌가?
“무슨 일인데?”
(이유는 묻지 말고. 한 삼백만….)
“삼백, 삼백?! 뭐 때문에 그 돈이 필요한데?”
이다솔이 경악했다.
“정확한 일을 알아야 내가 빌려주든 말든 할 거 아니야.”
(그냥 더는 묻지 말아 주라….)
“너 설마 렌즈 사느라 그런 거야? 카드값 또 못 갚아서?”
(그… 런 셈이긴 한데.)
이다솔이 한숨을 푹 쉬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빌려줄 의향이 있었지만, 이런 이유라면 빌려줄 수 없었다. 아직 그녀도 사회 초년생이라 모아 둔 돈도 없었고.
(아니다. 아냐아냐. 안 빌려줘도 돼. 이건 못 들은 거로 하고. 바쁜데 미안하다. 끊을게.)
이다솔의 한숨 소리를 들은 김은하가 급하게 통화를 끊었다.
‘진짜 뭐야? 갑자기?’
멍하니 선 이다솔이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하지만 황당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위가 컴백한다. 드디어!
그녀는 SNS에 들어가 보정계가 올린 이안의 움짤을 하나씩 저장했다.
‘11월 10일 개멀어…. 내일 컴백이었으면 좋겠다.’
아위의 컴백 날짜를 디데이로 설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