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84
284
우리 대단한 거 맞잖아.
“설마 우리가 터뜨린 건가?”
“그럴지도?”
아위의 음원이 공개된 시간에 음원 사이트도 몇 분간 터졌다고 했다. 마이튜브도 아마 아위의 쇼케이스 때문에 터진 게 맞을 것이다. 박서담은 괜히 불안해서 형들을 바라봤다.
“근데 복구 안 되면 어떡해요?”
“에이….”
계속 무대 위에 있을 순 없어서 일단 대기실로 돌아온 아위 멤버들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나만 안들어가져?
-터진듯
-마이튭 터짐ㅋㅋㅋㅋㅋㅋ
-아 쇼케봐야한다고ㅠㅠ 빨리 열어조요
-마이튭 왜 터짐?
└아위 쇼케때문에 터진듯 전에도 누가 터뜨리지않았나
└ㄹㅇ
상황을 수습하고 돌아온 김명진이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 일단 7시에 다시 시작한다고 공지는 올려놨어.”
“형 근데 계속 터져 있으면 우리 쇼케 어떡해요?”
“8시까지는 지켜보다가 안 되면 일단 녹화하고 나중에 공개하는 거로… 설마 마이튜브인데 계속 이 상태겠어? 금방 복구될 거야.”
김명진은 아위의 매니저를 하면서 이런 돌발 상황 대처에 익숙해졌다. 공연장은 혹시 몰라 하루 더 빌렸고, 외주 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퇴근이 좀 늦어지겠지만 어차피 매니저 일이라는 게 출퇴근이 불투명하니까.
“형, 그럼 지금 라방 켜도 괜찮죠?”
“라방? 음….”
김명진이 제 턱을 쓸어내리면서 멤버들을 살폈다.
“해도 괜찮은데…. 옷은 가려야 하지 않을까?”
“아 맞다.”
쇼케이스 세트 리스트가 미리 공개되었지만, 나름 신비주의라고 일부 곡은 공백으로 남겨 뒀었다. 첫 곡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이 할 첫 곡은 바로 데뷔곡이었다.
의상도 데뷔했을 때의 컨셉에 맞게 장식이 과하게 달린 화려한 제복 차림이었는데, 자칫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었다.
“자켓 벗고 담요로 가리면 괜찮지 않을까.”
“난 어떡해?”
박진혁이 팔자 눈썹을 만들고서는 멤버들을 쳐다봤다. 하필 장식이 엮여 있어서 쉽게 벗을 수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저걸 다 해체하고 다시 입는 데에는 스타일리스트의 손이 필요했는데, 라방 한다고 스태프들을 다 물려 놓은 상태였다.
“어쩔 수 없지.”
이안은 근처에 있던 담요를 몇 장 가져와 박진혁의 상체를 둘둘 감쌌다. 휘황찬란한 캐릭터 담요에 감싸진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만 이상하지 않아?”
포대기에 싸인 아이처럼 손도 내밀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웃음을 참았다.
“아냐 멋있어. 힙합이네.”
“형이 하니까 유행을 선도하는 거 같다.”
이안과 조태웅은 연기 멤버답게 진지하게 받아쳤다. 그것에 속은 박진혁은 의심을 거두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준비 다 했지? 킨다?”
“오케.”
김 현이 방송용 핸드폰을 거치대에 놓고 화면을 터치했다. 알림 수신을 허용한 팬들에게 즉각 알림이 왔다.
-애들 아이버스 라방옴
-아이버스ㄱㄱ
-진혁이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됐나?”
“아위덤 안녕! 방송 되고 있어요?”
말하기가 무섭게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아니 담요 뭔데ㅋㅋㅋㅋㅋ
-ㅠㅠㅠㅜㅜㅜ라방 오랜만이다ㅠㅠㅠㅠ
-다들 옷 가리고 있네 스포 있어요?
-진혁이 오빠 왜저래요? 벌칙했어요? 마피아?
-진혁님 미안한데 너무 시강이에요… 안좋은 쪽으로…
다른 핸드폰으로 채팅창 반응을 살피던 박서담이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진혁이 형, 지금 팬분들이 형 독특하고 멋있대요.”
“그, 그래?”
채팅창을 볼 수 없는 박진혁은 그 말에 속아 넘어가서 가슴을 당당히 내밀었다.
-또 속는다ㅋㅋㅋㅋ
-오늘은 똥촉진혁인가봐ㅋㅋㅋㅋ
-ㄱㅇㅇ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팬들이 그를 놀렸다.
“라방 왜 켰냐면, 우리 쇼케가 미뤄졌잖아요?”
“여러분들이 기다릴까 봐 미리 보려고 켰어요. 우리도 빨리 여러분 보고 싶었고.”
“근데 어떻게 마이튭이 터지지? 이런 일이 흔해요?”
팬들이 너무 좋다며 우는 이모티콘과 기뻐하는 이모티콘을 남발했다.
“저희 이번 앨범 어때요?”
“노래 괜찮았어요?”
팬들 반응은 좋은 반응만 있는 게 당연했다. 영어 곡은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곡으로 정했고, 국내 타이틀 곡은 팬들이 좋아할 컨셉을 잡았다.
작곡멤에 대한 불만도 없는 편이었다. 신 내린 공산주의 파트 분배에 불만도 적었고 곡 자체가 대중적인 곡이어서 호불호도 거의 없었다. 팬 아닌 다른 사람들의 귀에도 착 달라붙는 중독성 있는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어 잠깐.”
채팅창을 보면서 팬들의 질문에 대답해 주던 멤버들 사이로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방송용 핸드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해 보던 이안이 허망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이거도 터졌는데?”
* * *
다행히 마이튜브는 금방 복구되었고 아위의 온라인 쇼케이스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방송 동안 모였던 후원금은 마이튜브 수익금과 합쳐 복지단체에 기부했다.
이번 앨범으로 아위는 3주간의 음악 방송 활동을 한다. 그마저도 토요일 음방은 방송국과 싸워서 빠지게 되었고,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일요일 음방에만 출석할 예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일요일 음방에 출석한 아위는 신인 후배들의 인사를 받고서는 대기실로 들어왔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분들인가?”
“모르는 사람들밖에 없네.”
세계적인 케이팝 유행에 뛰어드는 장사꾼들이 넘쳐 났다. 저들 중에서는 1년도 채 활동하지 못하고 묻힐 그룹이 태반일 것이다.
박세온 사건 이후 자격 없는 소속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악플러들이 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솔직히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얘들아 슬슬 무대 할 시간이다.”
“넵.”
아위가 컴백하고 난 다음 주 월요일, 루나걸즈가 컴백했고 금요일에는 마이디어가 컴백했다.
-초동 미쳤다
-근데 요즘 음반 인플레 더 심해진거 같지않음?
-솔직히 난 마이디어 이번 앨범 ㅂㄹ임
-마이디어는 전부터 계속 트렌드만 따라가는듯?
호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차트에 아이돌 노래뿐이네
-차트개편한거 맞아? 죄다 아이돌인데
-그래도 아위 노래는 좋던데
-솔직히 우리나라 음악시장 아이돌 외에 다 죽은듯
출석할 음방이 적어지자 소속사는 그 시간을 공백으로 두지 않았다. 팬사인회 일정과 광고 일정 등으로 꽉 채웠는데, 코로나19 이후 아이돌판에 굳어진 영상 통화 팬사인회 일정이 제일 많았다.
“우리 팬들은 우리 웃기는 데 진심인 거 같아.”
“점점 신박한 드립이 늘어간다니까.”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좋았다. 팬들은 아위를 위해서 예쁘고 웃긴 말만 연구하는 것인지 늘 기분 좋은 말만 했고, 멤버들도 그 마음을 알아서 진심으로 팬들을 대했다.
“해외 팬도 많았지.”
“나 아까 아랍 팬 봤어.”
“진짜? 통역 어떻게 했음? 그쪽 통역사는 없지 않아?”
“영어가 통하더라고.”
이안의 집중 과외 덕에 영어 실력은 늘었어도, 해외 팬을 위한 통역사는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중국 팬들은 좀… 거침 없지 않냐?”
“맞아. 전에 나보고는 ‘살찌지 않았어?’라고 대놓고 물어보더라.”
“와, 돌직구.”
“순간 찔렸잖아. 나 살찌지도 않았는데.”
“아냐, 김주영. 넌 쪘어.”
“진짜?”
이안의 진지한 대답에 김주영이 먹던 빵을 툭 떨궜다. 어느새 다가온 조태웅도 김주영의 얼굴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헐, 진짠데? 얼굴 부은 거야? 살찐 거야?”
“쪘나?!”
“그러게 먹을 거 그만 좋아하랬지.”
“나 진짜 쪘어? 형, 진짜야?”
김주영에게 소매를 붙잡힌 이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냐, 쟤네 너 놀리는 거야. 요새 자주 저러잖아.”
“아씨, 디질래?”
김주영이 휘두른 주먹을 여유롭게 피한 이안과 조태웅이 아쉬운 듯 웃었다. 최근에 그들은 연기력을 발휘해서 멤버들을 놀리는 장난에 맛들려 있었다.
“근데 팬분들이랑 얘기하고 있으면 우리가 진짜 대단한 사람인 줄 착각할 거 같아요.”
“우리 대단한 거 맞잖아.”
“아 그렇지.”
멤버들이 고개를 들어 쉽게 납득한 이주혁을 바라봤다. 잠시 간에 정적, 이내 서로를 바라보고서는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우리가 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매니저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저래?
* * *
컴백 다음 주, 일요일. 아위는 음악 방송에서 마이디어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안녕하세요.”
못 본 새 금세 서먹해져서는 인사만 하고 각자 대기실로 들어갔다.
‘설마 견제인가.’
이안은 그 짧은 와중에 마이디어 멤버 중 몇 명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눈치챘다. 그리고 마이디어 쪽 스태프들의 이상한 기류까지.
‘우리 많이 컸네.’
설마 그 마이디어의 견제를 받을 줄은 몰랐다. 견제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뜻이었으니까. 데뷔 이후로는 살아남는 게 목표였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자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높은 목표는 이젠 현실이 되었다.
“이번 주 1위는….”
“아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날 음방 트로피는 아위가 가져갔다. 마이디어는 아직 집계 기간이 아니라서 후보에 들지 못한 것이지, 다음 주가 진짜였다.
* * *
“네 11월 마지막 주 1위는… 마이디어입니다!”
“1위… 마이디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 음악 방송에서는 마이디어가 1위를 차지했다. 아위처럼 금요일 컴백임에도 팬들의 첫 주 화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위도 마이디어한테는 안되네ㅋㅋ
-근데 음원은 아위 넘사 아니야?
-방점 오지게 받았네
-소속사랑 싸웠다고 후보에도 없는거 졸렬하고 유치함
-집계 방식이 이상하지 않아?
└지 돌 못받았다고 집계가 이상하대ㅋㅋㅋㅋ
└추하다ㅋ
팬 코스프레를 하고 두 팬덤을 긁는 어그로도 있었지만, 그것에 낚인 ‘일부’ 팬들도 싸움판을 부추기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케이팝 팬들에게는 대형 남자 아이돌 두 그룹의 정면 승부로 보였다.
성적충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각 그룹의 초동 기록과 음원 기록을 보기 쉽게 표와 그래프로 정리해 두 그룹을 비교했고, 모니터링하던 소속사는 그것을 몰래 참고 삼았다.
-요즘 돌판 개꿀잼
└음방도 개재밌음
-커뮤 분위기 시상식 티저같음ㅋㅋㅋㅋ
└그러고보니 곧 시상식인데
└이제 무대 엔딩 누가 하냐 누가 무대시간 많이 받았냐 개싸움하겠지
└└커뮤학석사
차트에는 아이돌 음악밖에 없다며 불평해도, 어쨌든 케이팝 호황기였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팝콘 가져오라고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빌보드 핫 100이 발표되었다.
1. AWY – Eyes on you
“허억… 미친.”
마침 소속사 연습실에서 연말 시상식 무대를 준비하던 아위 멤버들은 핸드폰을 확인하고 갑자기 숨을 삼킨 이안의 주위로 모였다.
“뭐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이안이 말해 주려던 찰나, 연습실의 문이 쾅 하고 열렸다. 거구의 중년 남성, BHL엔터의 대표 이병헌이었다.
“얘들아!”
“어? 대표님?”
대표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찾아왔지? 우리가 뭐 잘못한 거 있나 생각하던 멤버들은 갑자기 자신을 얼싸안는 이병헌의 행동에 눈을 크게 떴다.
“내 새끼들!”
“뭐야, 뭐예요?”
이안이 소리쳤다.
“우리 빌보드 1위 진입!”
“어억, 미친.”
“우와아악!”
누군가와의 피처링곡도 아니었고, 오로지 아위 7명의 곡으로 차트에 오른 것이다.
“대박!”
“얘들아! 봤어?”
“헐, 대표님은 언제 오셨어요?”
멤버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소리를 질렀다. 대표에 이어 이사, 매니저와 직원들도 연습실로 몰려왔다. 피버와 연습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위에 이어 마이디어도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이름을 올랐지만, 결과가 예전 성적보다는 낮게 나왔다.
-마이디어도 해외는 이제 슬슬 죽는듯?
-마이디어 적어도 20위 안으로는 들 줄 알았는데 의외다
-솔직히 노래가 별로였어 팬빨로 버티는것도 한계지
-그래도 차트에 꾸준히 든것만으로 대단하지 않냐
그리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사람은 어떤 글을 보고서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을 멈췄다.
-하지만 아위는 1위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