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85
285
어디 한번 파 봐.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아, 맞다. 아위도 1위 축하드려요.”
이안이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오늘 음방 트로피는 마이디어의 손에 있는데 무슨 1위를 말하는 거지?
마이디어의 리더, 박희준이 덧붙였다.
“빌보드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안은 앙코르를 부르는 마이디어를 등지고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아위의 음원은 국내와 빌보드 차트뿐만 아니라 각국의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소수의 전문가는 잠시 반짝이고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는 연일 신기록을 뚫고 있었고, 이름을 알 만한 셀럽들은 아위의 곡을 가지고 동영상 챌린지를 하기도 했다.
“아 오늘은 우리가 탈 줄 알았는데.”
하지만 국내 음악 방송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다. 몇몇 음방에서 1위 트로피를 받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전부 마이디어가 독식하고 있었다.
이안은 옆에 있든 박서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왜, 아쉬워?”
“그건 아니고… 그냥 이상하지 않아요?”
음악 방송 1위 해서 트로피 받으면 기분이야 좋긴 하겠지만, 딱히 받든 못 받든 상관은 없었다. 아위가 음방 성적에 연연할 정도로 애매한 상황도 아니었고.
“하긴, 이상하긴 하지.”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 모레 음방만 하면 이제 활동도 끝인데. 시상식 무대나 준비하자고.”
박서담의 의문에 다른 멤버들도 한 마디씩 보탰다. 음반 판매량은 비슷했지만, 음원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난 알 거 같은데….’
음악 방송의 1위 집계 방식은 겉으로는 체계적으로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방송국은 자기들 맘에 안 들었다고 의도적으로 후보에 누락하고 집계 방식이 달라졌다는 얘기로 무마하는 갑질의 전적이 있었다.
‘결국 소속사랑 방송국이 얼마냐 친하냐겠지.’
컴백을 금요일에 했는데 쇼케이스 때문에 컴백 당일 음방을 빠졌으니, ‘삐진’ 것 같았고 토요일 음방은 그쪽 방송국이랑 사이가 틀어져서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일요일은 아위가 1위 트로피를, 목요일은 엄 CP와의 사이가 괜찮아졌음에도 결국 1위는 마이디어의 손으로 돌아갔다.
‘진의 메모리 카드 영향인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가끔 든단 말이야.’
마이디어의 소속사도 여러 방송국과 척을 진 적이 있었으나 새로 런칭하는 신인 그룹 때문에 굽히고 들어갔다.
‘아위와 마이디어의 성적이 비슷하기도 하니 결국 우리와 친한 소속사에게 주자.’라는 상황일 것이다.
-엥 마이디어가 1위는 좀 아니지않냐?
-받든 말든 빌보드 1위 유지중인데 국내 음방이 뭔 상관임
-이번에 자컨 뜬거봤음?
-마이디어 후려치면서 국내 음방 후려치고있네
-아위랑 마이디어 컴백하니까 어그로 개판이다 진짜
-정작 디어랑 아위덤은 아무 생각 없을듯ㅋㅋㅋ
└떡밥 줍느라 정신없음ㅋ
-아깅이들 예능 나온다! 단체!
-뮤비 비하인드 떴어!
어그로가 많이 끼어 있어서 그렇지, 정작 두 팬덤의 사이는 논할 거리도 없었다. 어차피 내 가수만 보고 가는 덕질. 성적에 신경 쓰지 않는 팬들은 활동기 콘텐츠 떡밥 홍수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 * *
“그래서, 언제 소개시켜 주실 거에요?”
“뭐가?”
“대표님 뒤에 있는 비선실세요. 우리 리얼 보스.”
술을 마시던 정류원의 손이 잠깐 멈췄지만, 잠깐뿐이었다. 맞은편에 있던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고기를 집어 먹고 있었다.
“리얼 보스? 너네는 젊은 애들이 말투가 왜 이렇게 쌈마이하냐.”
“그래서, 저희 소개는 안 시켜 주실 거예요?”
“맞아요. 우리를 이 회사에 꽂아 주신 분 아닌가? 고맙다고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맞은편에 있던 강서욱 기자와 박청아 기자가 재잘재잘 떠들었다. 마치 학생을 인솔하는 교사 느낌을 받은 정류원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대표인데 보스 얘기가 왜 나와? 우리 기자님들 오늘 월급날이라 기분 좋은가 보네.”
“쓰읍… 아닌 거 같은데…. 저희도 기자의 감이라는 게 있다고요.”
박청아의 말에 정류원이 피식 웃었다.
“양인준 저격하는 거랑 연예계 관련 소스가 많은 거 보면….”
“연예인인가?”
“배우? 가수?”
“아이돌일 수도 있지.”
“아이돌? 연령대가 너무 낮지 않아? 이런 정보를 어디서 구해 와?”
“90년대 아이돌은 40대 되지 않았어? 가능성 있지.”
정류원은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날카로운데….’
처음엔 이안이 직접 지목한 기자들이길래 호기심에 다가갔다가 그들의 붙임성 덕분에 어쩌다 보니 친해졌다.
아직 경력도 얼마 없고 정류원보다 나이도 한참 어렸지만, 서툴어도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있었다. 삐딱선 한번 잘못 탔으면 저들이 말하는 양인준 기자 꼴이 났을지도 모른다.
“근데 오바야. 아이돌일 리가 없지.”
“맞아. 차라리 같은 언론사 라이벌이 더 신빙성 있겠다.”
“더러운 짓 청소부질 하다가 역관광 당하게 생겼네. 업보다 업보.”
정류원이 피식 웃었다. 그들은 이안의 정보로 이미 양인준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양인준의 업계 소문도 원래 안 좋기도 했고.
‘음, 아직 무디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친 강서욱이 손에 든 USB를 살짝 두들겼다.
“근데 이 정보는 사실이에요?”
“내가 준 정보가 여태까지 거짓인 적이 있었나?”
“없었죠.”
쉽게 납득한 그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류원도 이 정보가 사실인지 알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내일부터 이거 취재하려면 바쁘겠다. 야근비는 주실 거죠?”
“내가 언제 섭섭하게 해 준 적 있었나? 특종이나 잘 잡아 와.”
“잘만 하면… 와, 박 의원 나가리 되겠는데?”
미래의 기억을 정리한 이안은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짜서 정류원에게 넘겼다. 정류원은 그 정보를 가지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이 의원은 노났네 노났어.”
“어 잠깐, 이 의원 막내아들이 아이돌 한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진짜 아이돌?”
두 명의 시선이 정류원에게로 향했다. 정류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자, 그만해. 너넨 연예부 출신이 뭐 이렇게 관심이 많아?”
“저희 원래 정치부 가려고 했어요.”
“전에는 사회부라며?”
“아, 그런 게 있어요. 대표님.”
쉽게 말을 바꾸는 그들을 보며 정류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라는 얘기가 나왔어.”
“오, 촉 좋네.”
정류원과 잠시 만난 이안이 휘파람을 살짝 불었다. 한정된 정보로 여기까지? 역시 그 양인준이 경계하던 사람들다웠다.
“그래서, 전에 그 일로 제법 재미 좀 봤죠?”
“대박 났지. 근데 넌 이 기업이 단기간에 성장할 거라는 건 어떻게 예측했냐. 진짜 머릿속을 뜯어 보고 싶단 말이야.”
이안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더는 묻지 말라 이거지? 정류원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댔다. 가져오는 정보마다 백발백중이니 계속 찔러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됐다. 됐어. 너네 팬들도 너 무당이라고 부른다며.”
“그런 것도 알아요?”
“주변에서 다 너랑 아위 얘기해서 귀에 익었어. 내 비서도 너네 얘기밖에 안 해.”
“그분은 누구 좋아한대요?”
“뭐라더라…. 올팬? 이라는데? 올팬이 뭐냐?”
“멤버들 다 좋아하는 거요.”
아마 성격 좋은 정류원이 직원들을 막 대하지 않아서 이런 말 저런 말 다 하나 보다. 근데 직장 상사에게 덕밍아웃을 할 정도라고? 이건 좀 놀라웠다.
“이 의원님은 직접 만나려고요?”
“그래 봐야지…. 아, 그 양반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같이 갈까요? 어쨌든 저도 이민하 친구긴 한데.”
“친구면 그냥 친구지 어쨌든 친구는 뭐야?”
“바빠서 연락도 뜸했거든요.”
정치 수저를 물고 태어난 미라클의 이민하. 그의 아버지는 불사조급의 정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나중에는 대권에도 도전하게 되니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건 없었다.
“근데 너까지 따라오면 들키는 거 아니야? 여태까지 신비주의였잖아.”
“음… 그럼 좀 고민해 봐야겠네요.”
“그래, 아직 시간 있으니까.”
입을 다문 이안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굳이 대리인이 있는데 이안이 수면 위로 올라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 의원도 만만찮은 인물이라는 게 문제였다.
‘내 얘기가 통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이 건은 보류해 둘까.
정류원은 겉옷을 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안도 내일 스케줄이 있어서 일찍 가야 했다.
“이제 가 봐야 겠다. 누가 시킨 일이 많아서.”
“그렇게 눈치 주기예요?”
“구박당하기 싫으면 빨리 은퇴해서 니 자리 찾으라고.”
“제가 그렇게 쉽게 은퇴할 거 같아요?”
“그건… 아니.”
이안이라면 죽기 전까지 가수를 하든 배우를 하든 어쨌든 연예계 생활을 이어 갈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먼저 간다. 숙소까지 데려다줘?”
“아뇨, 매니저 형 온다고 했어요.”
“면허 안 따? 남들은 다 외제 차 몰고 다니는데 혼자 뚜벅이야.”
이안도 정류원의 뒤를 따라 식당 밖으로 이동했다.
“저 말고 우리 멤버들 다 면허 없어요.”
“특이하네.”
“아마 바쁜 거 어느 정도 지나가면 같이 따러 갈 걸요?”
“너네가 안 바쁠 날이 있을까?”
“…그건 그렇네.”
딱히 아위가 면허 따는 것을 막은 적은 없었지만, 그들의 매니저들은 혹시 모를 사건을 피하려고 멤버들의 운전기사를 자처했었다. 멤버들은 그 편안함에 취해 면허도 따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연차도 쌓였고, 자체 콘텐츠를 찍을 때 운전이 가능한 멤버가 없어서 콘텐츠 아이디어를 짜는 데 제한이 있기도 했다.
“매니저는 언제 온대?”
“곧 온대요.”
이안이 고개를 홱 돌려 길 어딘가를 응시했다. 누가 쳐다보는 것 같은… 거슬리는 시선을 느꼈다.
‘사생인가?’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넘기기 힘든 감각이었다.
“왜 그래?”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먼저 가요, 형.”
* * *
그 이후 습관적으로 뉴스를 살펴보던 이안은 눈에 익은 회사 이름을 발견했다.
투자의 신, 감마 인베스트먼트의 실질 소유주는 누구?
별 내용이 없는 기사였고, 단 하나밖에 없는 기사였지만 이안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감마 인베스트먼트는 정류원이 대표로 있고 이안이 뒤에 있는 바로 그 회사였다.
“어쩐지 거슬리더라.”
의심 가는 건 정류원과의 식사 자리 그때 감각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었다.
‘내가 어떻게 눈치챘지?’
아무리 감이 좋은 이안이라도 숨어 있는 사람을 감지할 능력은 없었다.
‘진의 능력도 나에게 흡수된 건가?’
가장 의심되는 것은 진의 메모리 카드. 그것밖에 없었다. 이안은 쯧, 혀를 찼다. 꽤 유용하지만, 진의 일부가 남아 있다는 것은 퍽 기분 나쁜 일이었다.
‘어쨌든, 양인준이 꼬리를 물었다는 건데….’
양인준이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너 같지는 않다고.’
투자하는 것마다 성공하니 어떤 불법적인 게 있다고 확신한 것이겠지. 그래서 이안을 압박하는 듯한 기사를 냈을 것이다.
‘어디 한번 파 봐.’
그래 봤자 양인준이 원하는 정보는 절대 안 나올 것이다. 미래 정보를 활용한 것이라 누구보다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나에게 득이 되면 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