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86
286
곧 기사 터질 거야.
“이런 씨…!”
양인준이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을 바닥으로 거칠게 내던졌다.
그가 연관되어 있던 연예인과 재벌 자제가 껴 있는 대규모 마약 스캔들은 아껴 뒀던 톱 배우의 열애설을 터뜨려 어느 정도 무마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식지 않고 계속 언급이 되고 있었다. 뉴스에도 시사 프로그램에도 다뤄지고 있었다.
“이거 양 기자님 맞는 거 같은데?”
“Y 씨? 이거 설마….”
전부 그와 연관이 되어 있는 사건들이었다. 양인준을 압박하는 기사가 간보듯 올라왔고. 직장 동료와 부하 직원들까지 의심의 눈으로 자신을 살피고 있었다.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판을 짠 것처럼, 그리고 자신은 그것에 놀아나고 있었다.
“실망스럽네…. 양 기자 믿고 맡겼는데. 이번 한 번뿐이야.”
기껏 잡은 ‘물주’에게 빌어서 수사망을 피해 갔지만, 당연히 좋은 소리는 못 들었다.
‘누군가 개입한 거 아니고서야 이런 상황이….’
자신의 기반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양인준은 그 실체를 찾기 위해 하던 일도 멈추고 몰두했다.
교묘하게 빠져나갔지만, 그의 눈에 걸린 한 언론사 그곳을 깊숙이 파 보니 한 외국계 투자 회사가 나왔다. 양인준은 직접 몸을 움직여 ‘취재’를 나갔다.
“저건….”
그러다가 식당에서 나오는 정류원과 이안을 보게 된 것이다.
‘감마 인베스트먼트의 정 대표랑 최이안이 어떻게 접점이 있는 거지?’
카메라로 확인한 정 대표와 이안의 사이가 꽤 친해 보였다. 일단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를 내린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박세온의 극단적 선택 이후 갑자기 자신을 옥죄는 언론 플레이… 설마.
‘고작 애송이 주제에…. 아니, 아니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설립한 지 얼마 안 되는 감마 인베스트먼트는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는 것으로 유명해져서 투자계에서는 신의 손으로 불리고 있는 회사였다. 거기에 연관된 게 고작 아이돌인 최이안이라고?
‘그래도 혹시….’
그냥 친한 사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을 거라는 확신.
이안이 탄 밴의 뒤 꽁무니를 응시하던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어, 난데. 파 볼 회사가 있어.”
* * *
“이안이, 오랜만이야.”
“감독님,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냈지.”
‘Z-Day’ 시즌 2를 하자는 끈질긴 연락 끝에 이안에게 말을 놓기까지 성공한 박표현 감독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요즘 얼굴 보기 힘드네.”
“초 쳐서 죄송하지만, 출국 일정이 있어서 여기도 오래 못 있어요. 들으셨죠?”
“그건 매니저한테 들었어. 아 아쉽네. 술 한잔해야 하는데.”
박 감독의 아쉬운 얼굴 뒤로 문이 벌컥 열렸다.
“제가 늦었나요?”
뛰어온 것인지 이주희 작가가 숨을 몰아쉬었다.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이안 씨 오랜만이네요. 대상 탄 거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이 작가가 내민 손을 잡아 악수한 이안은 자리에 앉았다. 이안은 눈을 끔뻑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상식에서 무대를 했었는데, 인기 아이돌이다 보니 무대 순서도 맨 뒤였다. 시상식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해서 피곤한 상태였다.
“시즌 2 얘기 바로 해 볼까? 우리 제작비도 전보다 많이 받았는데.”
“기사로 봤어요. 감독님 원 없이 CG 쓰겠네요.”
박 감독이 히죽 웃었다. 시즌 1이 세계적으로 톱 10에 들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서 따낸 제작비였다.
“감독님이랑 작가님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그룹 스케줄 때문에 시즌 2 촬영은 특별 출연 형식으로만 가능할 거 같아요.”
“그건 매니저한테서 듣긴 들었어.”
이안이 팔자 눈썹을 만들었다. 내년 초부터 바로 아위가 염원했던 스타디움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예전에 월드 투어를 하다가 잠시 관광차 들렀던 그 웸블리 스타디움도 무려 이틀 동안 공연한다.
“우리한테 죄송할 일이 있나. 따지고 보면 우리가 놓치기 싫어서 붙잡는 거지. 특출로도 괜찮아요.”
“맞아요. 아위 월드 투어 돈다면서요?”
“그래?”
“감독님 기사 못 봤어요? 마이디어 이후로 역대급이라던데?”
아직 소속사 오피셜은 없는데…. 그게 벌써 기사로 떴나.
아마 새로 들어온 소속사 직원 중 누군가 흘린 게 분명했다. 아위의 행보를 미리 아는 것만으로도 클릭 수가 잘 나올 테니까.
“이 작가, 대본은 어때?”
“대본은 얼추 나왔어요.”
물을 벌컥벌컥 마신 이주희 작가가 말했다. 스타 작가인 윤미숙 작가의 밑에서 나와 ‘Z-Day’로 성과를 보여 준 그녀는 요즘 한창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였다.
“저한테 살짝 스포 해 주시면 안 돼요? 저 특출도 스케줄 간신히 뺀 건데.”
이안이 웃음 지으면서 말하자 이주희 작가가 그의 눈을 피하고서는 큼큼, 헛기침했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K를 부활시키긴 할 거예요. 대신 짧게 도와줬다가 다시 죽는 거로….”
“임팩트는 있겠네요.”
“네, 그리고 K의 과거 얘기도 조금 나올 거고….”
주연인 김민재가 맡은 배역, 나우신을 위기에서 구해 주면서 다시 등장할 예정이었다. 또 나우신을 구하고 1화 엔딩에서 진짜 사망하는 것으로.
“이안이 액션은 꼭 넣고 싶은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김강혁은?”
“김강혁은… 모르겠어요. 사실 뒷얘기를 염두에 두고 썼던 캐릭터는 아니라서….”
“배신자의 최후는 보여 줘야 하지 않겠어?”
이안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김강혁, 엄지환이 맡은 배역이었다. 그때,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이안의 핸드폰에서 짧은 진동음이 울렸다.
“저, 잠시 중요한 연락이 와서. 금방 확인하고 올게요.”
회의실 밖으로 나온 이안이 메시지 내용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금방 왔네?”
“아, 별거 아니었어요.”
금방 안으로 들어온 이안이 제 양손을 깍지 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근데요. 감독님, 작가님. 이건 그냥 제 의견인데….”
“응?”
이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강혁은 이대로 빼는 게 나을 거 같아요.”
* * *
박표현 감독과 이주희 작가와의 미팅이 끝나고 다음 날, 아위는 NMA 참여를 위해 홍콩으로 출국했다. 레드 카펫을 밟고,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서니 팬들의 함성으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아위의 무대 순서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당연히 엔딩은 인기와 연차를 고려해 마이디어가 장식하기로 했다.
“이 상을 안겨 준 우리 아위덤, 역시 당신들밖에 없어요.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함성 속에서 아위가 인기상을 받고 내려오고, 시상식의 2부가 끝났다. TV에서는 광고가 송출될 동안 시상식에 있는 가수들은 짧은 휴식 시간이었다.
이안은 나인세븐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인기상 축하드려요.”
나인세븐의 리더, 고유준이 웃으며 반겼다. 다른 나인세븐의 멤버들과도 짧은 인사를 나눈 이안이 고유준에게 물었다.
“감사합니다. 지환 씨 어디 갔어요?”
“지환이요? 잠시 화장실… 아, 저기 오네요.”
엄지환은 이안을 발견하자마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직캠러들에게 동영상이 찍힐 것이지만, 아마 ‘둘이 친한가 봐’라고 오해할 것이다.
“좀 데려갈게요.”
“네? 네….”
고유준은 이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엄지환과는 같은 그룹 멤버이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유준의 눈에는 엄지환의 표정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같이 드라마도 찍었는데 아직 ‘지환 씨’네? 그렇게 친한 건 아닌가. 고유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뭐야?”
“잠시 나와 봐.”
엄지환의 앞을 가로막은 이안은 밖으로 고갯짓했다.
“너랑 할 말 없는데.”
“중요한 일인데? 안 들으면 후회할걸.”
확신에 찬 말에 엄지환이 잠시 멈칫했다. 이안은 그런 그를 두고 시상식장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그런 이안의 뒤를 엄지환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따라왔다. 이안은 미리 봐 둔 사람이 없을 만한 곳으로 그를 이끌었다.
“곧 기사 터질 거야.”
“뭐?”
이안은 말없이 팔뚝을 가리켰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챈 엄지환이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봤다.
“너….”
대체 어떻게 알았지? 누구도 알아선 안 되는 것이었다. 엄지환이 목소리가 한 층 더 커졌다.
“너 미쳤어?”
“내가? 미친 건 너고.”
엄지환의 맞은편 벽에 기댄 이안이 정색했다.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그 표정에서 보이는 위압감에 엄지환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았냐는 게 중요한 게 아니지.”
“…확실한 거야?”
“내가 단순히 너 겁주려고 이런 말 하는 거 같아? 너 이대로면 끝나. 알잖아.”
엄지환이 숨을 삼켰다. 앞서 터진 사람들의 최후가 어땠는지는 그가 제일 잘 알았다. 나도 혹시 걸리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사건의 진행 상황을 살펴봤었으니까.
이안의 눈을 빤히 응시한 엄지환이 작게 숨을 토해 냈다.
“…그래 자세한 건 안 물어본다. 어차피 넌 제대로 알려 주지 않을 거니까.”
“맞아.”
비틀거리던 엄지환이 벽을 타고 스르륵 주저앉았다. 머리를 감싸고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엄지환이 고개를 들어 이안을 쳐다봤다. 절망에 잠긴 표정이었다.
“나에게 이걸 미리 알려 주는 이유는 뭔데?”
“글쎄…. 기회를 주는 거야.”
최이안이 나한테? 기회를 ‘준다’고? 거지에게 적선하듯 건네는 말 같아서 엄지환의 기분이 한순간에 나빠졌다.
“기회? 무슨 기회. 니가 뭐 기사를 덮어 주겠다 뭐 이런 식이야?”
“덮다니, 말도 안 되지.”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지만, 그가 은밀히 회사를 세우고 세를 불리는 것도 자신과 아위를 위해서였지 고작 엄지환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기사가 터질 걸 미리 알려 주는 것도, 박세온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 찾아와서 양인준이 했던 짓을 알려 준 것에 대한 보답일 뿐이었다.
‘이렇게 쫄 거면 왜 한 거야.’
이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엄지환. 니가 그룹에, 팬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이안은 그 말을 남겨 두고는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복도에 남겨진 엄지환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 *
영혼을 빼앗긴 듯 멍하니 있던 엄지환에게 나인세븐의 리더, 고유진이 말했다.
“무슨 얘기 했냐?”
“어?”
“최이안이랑 나가서 뭔 얘기 했냐고.”
엄지환은 고유준이 고갯짓으로 가리킨 이안을 살짝 바라봤다. 인기 아이돌이라고 아위 근처에 숨 막히도록 다닥다닥 모여 있는 관객들. 그리고 그 앞에서 팬 서비스를 하는 최이안. 저 여유로운 표정이 꼴 보기 싫었다.
“형이 알아서 뭐 하게?”
엄지환은 짜증 내듯 말을 내뱉었다가 아차 싶었다. 이건 그냥 화풀이일 뿐이었다.
“…시즌 2 얘기했어.”
“아, 그랬냐. 잘나가는 ‘배우님’이라 다르다 이거지?”
옆에서 엿듣고 있던 다른 멤버가 비아냥거렸다. 그는 나인세븐에서 엄지환만 잘나가는 것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있었다.
“야, 넌 무슨 그런 말을 하냐.”
“뭐, 왜.”
고유준이 눈치를 줬지만, 그 멤버는 굽히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엄지환이 나인세븐 멤버들을 살폈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도 엄지환을 고깝게 보고 있었다.
‘그룹에 애정이 있냐고? 이 꼴을 보고?’
엄지환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관객석으로 향하자, 큰 소리가 났다.
“지환아!”
“지환!”
“꺄악! 여기야!”
관객석에서는 나인세븐을 보러 먼 홍콩까지 온 한국 팬과 자신의 슬로건을 들고 있는 해외 팬이 엄지환과 눈을 마주치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 팬들….’
엄지환은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