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96
296
우리가 잡아야 하는 거 아냐?
‘문제는 매니저 중 누구냐는 거야.’
아위의 매니저는 김명진과 임진우, 박지환. 그리고 새로 뽑은 로드 매니저 세 명.
몇 년간 봐서 친해진 김명진과 임진우, 박지환은 아니길 빌었지만, 혹시 모른다. 후보가 여섯 명이나 되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했다.
‘섣불리 매니저에게 알렸다가는 범인도 놓치고 증거도 놓쳐.’
서수련이나 박동수에게 알려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결국은 현장 검거를 해야 한다는 건데….
다행히 이주혁도 이안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입을 꾸욱 다물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핸드폰 화면을 다다다 두들겼고, 새로운 메시지에 이안은 화면을 바라봤다.
(이주혁6) 일단 애들한테 비밀로해? 아님 말할까?
(이안9) 형생각은ㅇㄸ
(이주혁6) 말해야지
이안은 콘서트 직전 ‘Z-Day’의 시즌 2 촬영을 하러 가야 해서 바쁘다. 이주혁도 투어 후 컴백 일정을 위해 틈틈이 곡 작업을 하고 있었다. 두 명이서 범인을 잡기엔 역부족이고 그룹 전체의 일인데 멤버들에게 비밀로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얼굴에 표가 다 나는 박진혁과 김주영이 조금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를 따로 소외시킬 순 없다.
(이안9) 나도ㅇㅇ
(이주혁6) 그럼 스케끝나고 숙소에서ㄱㄱ
그렇게 말하고 화면을 끈 이주혁이 복잡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 * *
광고 촬영 현장에 도착한 아위는 바로 촬영 준비에 돌입했다. 아위는 한 제품의 광고가 아닌 고급 라인으로 새로 출시하는 가전 7종의 모델이 되었다.
고급 라인이라고 광고 모델도 고급 정장 차림에 머리도 깔끔히 넘기고 준비를 마친 이주혁이 이안의 옆에 밀착하고는 속삭였다.
“근데 밴에다 녹음기 붙일 정도면 숙소에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냐?”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본 이주혁은 화장이 망가진다며 표정을 풀라고 했다.
“만약 있다면 이따 숙소 가서 말하기도 조심스러운데…. 어디 식당이라도 가야 하나?”
“그건….”
잠시 망설인 이안은 입을 열었다. 누군가가 몰래 아위의 일상을 녹음하고 있다는 심각한 얘기를 하는데 식당보다는 숙소가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 믿는 구석도 있고.
“괜찮아, 내가 알 수 있을 거야.”
“그래?”
아까는 당황해서 깨닫지 못했는데, 이주혁은 이안이 녹음기를 어떻게 찾았는지 뒤늦게 의문스러웠다.
녹음기는 멤버들의 시선이 절대 닿을 수 없는 의자 밑에서 발견됐다.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보아하니 단단히 고정했던 것 같은데 저 녀석은 어떻게 발견한 거지?
“근데 너 진짜 녹음기는 어떻게 찾았냐?”
“그냥 거슬리던데?”
이주혁이 신기한 얼굴로 이안을 쳐다봤다. 마침, 스태프가 이안을 불렀다.
“이안 씨 먼저 촬영 갈게요.”
“네.”
쟤 저러다 진짜 신내림 받는다고 어디 지리산 같은 데 훌쩍 떠나는 거 아냐? 이주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와 무슨 몸이 냉장고만 한데요.”
“키는 더 큰데? 와, 얼굴 진짜 대박. 실물이 더 쩔어.”
“나중에 사인해 달라고 해도 될까요?”
“사인은 무슨, 사진까지 찍어 달라면 열 장은 찍어 줄걸?”
“진짜요?”
“아위 업계에서는 유명해. 성격 좋다고. 대신 유출 금지인 거 알지?”
“네, 와 따라오길 잘했다.”
광고주 쪽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속닥거렸다. 지나가다가 그 얘기를 엿들은 임진우가 뿌듯하게 웃었다.
그는 혼자 벽에 붙어서 생각에 잠긴 이주혁의 옆에 섰다. 어딘지 모르게 축 처진 분위기였다. 무슨 일 있었나? 악플 같은 거 봤나? 임진우가 밝게 말을 건넸다.
“이야, 멋있다. 왜 이렇게 구석에 있어?”
“진우 형.”
“이안이랑 둘이 붙어서 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렇게 죽상이야? 무슨 일 있어?”
분위기를 풀어 주려는 기색을 보아하니 떠보는 건 아닌 거 같았다. 아마 임진우는 별생각 없이 질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주혁은 녹음기를 발견한 순간부터 매니저들에 대한 강한 의심이 들었다.
‘매니저 형들에게 잘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이주혁뿐만 아니라 아위는 같이 함께할 스태프들에게 개인적인 선물도 많이 주고 가족의 경조사까지 후하게 챙겨 주기도 했다.
자신의 수발을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막 대하는 것이 아닌 아위의 끝까지 함께할 ‘팀원’으로 존중했다.
그래서 아직 누구 소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다.
“저는 뭐 촬영해요?”
“이안이 다음에, 넌 김치냉장고래.”
“네.”
임진우가 범인일까? 아직 속단하긴 일렀다. 하지만 색안경을 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냐, 매니저형이 아닐 가능성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리고 만약 매니저들이 아니라면?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주혁이 한숨을 쉬자, 임진우는 옆에서 묵묵히 이주혁의 안색을 살폈다.
‘애들끼리 싸웠나?’
이주혁의 속도 모르고 임진우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 * *
광고 스케줄이 끝난 아위는 바로 숙소로 향했다. 멤버들이 웃으며 떠들고 있는 가운데 이주혁과 이안만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어디서 말할까? 형이 그러니까 진짜 집 안에도 있을 거 같잖아.”
“…설마 녹음기를 각자 방에다가도 두진 않았겠지?”
“아마도?”
“그럼 일단 내 방으로.”
“잠시만. 나도 들어갈래.”
이안이 먼저 이주혁의 방을 열었다. 이주혁이 자신의 방을 뒤지면서 녹음기를 찾았고, 이안은 가만히 서서 사방을 훑었다. 다행히 거슬리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괜찮을 거 같아.”
“그래?”
방을 뒤진 건 나고 쟤는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인데 신기하게 믿음이 간단 말이야. 이주혁이 이안을 잠시 응시하다가 방 밖으로 나갔다.
“얘들아, 모여 봐.”
“응?”
멤버들은 심각한 이주혁과 이안의 표정에 군말 없이 이주혁의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안이 문까지 잠그자, 멤버들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무슨 일 있어?”
“그게….”
이주혁은 밴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멤버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헐.”
“녹음기라고?”
“진짜야?”
“어, 이안이가 발견했어.”
멤버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할 때, 이안은 포털 사이트에서 녹음기를 검색했다. 진의 메모리 카드 영향을 받은 것인가, 짧게 보고 다시 원위치시켜 놨던 녹음기를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맞아, 이거였어.”
이주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들은 이안과 이주혁의 말을 금세 믿었다. 요새 조태웅과 콤비를 이뤄 장난을 치느라 이미지가 퇴색됐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이안은 아위 내 신뢰의 아이콘이었다. 정신적 지주인 이주혁은 말할 것도 없었고.
“와씨….”
“이런 거 할 사람은 매니저 형들밖에 없지?”
“아마도. 설마 사생이 차 문까지 땄겠어? 우리 아파트 보안도 살벌한데.”
그렇게 말한 멤버들이 허탈하게 웃기만 했다. 그들도 이주혁이 느꼈을 배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제 머리를 부여잡은 김 현이 말했다.
“그래서, 이거 우리가 잡아야 하는 거 아냐?”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요? 그냥 이사님한테 말하면 안 돼요?”
그걸 안 생각해 본 건 아니다. 하지만 이사가 따로 조사하다가 꼬리가 밟혀서 들키고, 찾을 수 없게 된다면?
차라리 같이 스케줄을 다니는 멤버들이 현장에서 잡는 게 더 확실하고 빠를 것이다.
“그럼, 작전을 좀 짜자.”
“어떻게 하지?”
“관리실에서 CCTV 영상을 볼 수는 없겠지?”
“확실한 이유 없이는 못 보지. 우리도 심증뿐이잖아.”
멤버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뾰족한 수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안도 지쳐서 바닥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우리 처음으로 돌아가자, 왜 밴에 녹음기를 설치했을까? 대체 뭘 위해서?”
멤버들이 홀린 듯 이안의 말을 경청했다.
“자세히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회사가 직장 내 왕따가 있는 분위기는 아니잖아. 우리 정도면 꽤 얌전한 축에 속하고.”
이안의 말에 설득된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렇지 우리가 좀 시끄럽긴 해도 말 잘 듣고 통제 잘 되고 인간적으로 잘 챙겨주지 않는가?
“고발 분위기는 아니지, 그럼 뭐 하나밖에 없네. 돈 때문이지 않겠어?”
김 현이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돈 표시를 만들었다.
“맞아. 우리 정보라면 엄청 비싸게 팔릴걸?”
“기자들 사생발 정보도 많이 산다더라.”
막말로 아위 멤버들이 지나가는 말로 요즘 어디 음식점에 자주 간다, 요즘 차트 상위권에 있는 여자 아이돌 곡이 좋더라라는 말도 돈이 된다.
얘는 어디에 있는 음식점에서 볼 수 있다. 얘는 여자 아이돌에게 관심이 있더라. 라는 말로 왜곡되어서 찌라시가 된다.
“근데 왜 돈이 필요하지? 우리 회사는 연봉도 쎄고 인센도 많이 주잖아.”
“조태웅 너 우리 회사 직원들 급여 상황은 또 어떻게 알아?”
“신개팀 주민이 형 피셜.”
조태웅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저는 매니저 형들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러진 않았을 거 같아요. 급전이 필요할 만큼 집에 큰일 있는 거 아니에요? 한 번 떠보는 건 어때요?”
“어떻게?”
“예를 들어서 ‘우리 할머니가 병원에 다녀오셨는데 형네는 어떠냐?’ 이런 정도라면 눈치 못 깔 거 같은데.”
“박서담 머리 좋은데?”
일단 상황을 살펴보고 멤버들 나름대로 의심 가는 사람을 추리기로 했다. 결론이 나자, 그들이 끙차 일어나서 거실로 향했다.
“아 기분도 꿀꿀한데 뭐 시켜 먹자.”
“응 아냐, 닭가슴살.”
“근데 좀 충격이긴 하다. 녹음기라니….”
마지막으로 거실로 나서려던 박진혁이 잠시 멈췄다. 굳이 녹음기까지 쓸 필요가 있나?
“블랙박스도 음성 녹음이 될 텐데…?”
누가 누군지 정확하게 목소리를 구분하려고? 그런 이유는 아닐 것 같았다.
아위가 단체로 밴에 탈 때 멀미가 없는 이안의 자리는 맨 뒤 자리였다. 굳이 맨 뒤에 정확히 녹음기를 붙였다면…. 이안이를 겨냥한 건가? 오늘따라 드물게 예리한 촉이 발동한 박진혁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방에 들어온 이안이 침대에 풀썩 누웠다.
밴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는 아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 상대방의 동의가 없다면 도청이고, 도청은 범죄다.
‘뒤에 사주한 사람이 있겠지.’
무조건 자기가 책임진다고, 누가 시킨 거라고 하라고 했겠지. 사실 이안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누가 뒤에 없고 순전히 매니저의 독단으로 이랬다면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게 김명진이나 임진우, 박지환이면 더더욱.
‘설마.’
범죄인 걸 알면서도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 만한 뒷배가 있거나 혹은 이제 지킬 것도 없어서 벼랑 끝에 있거나.
“양인준 이 개….”
* * *
그 뒤로 아위는 ‘매니저 떠보기 작전’에 열중했다.
“이번에 우리 부모님 건강검진 했잖아요. 형네는 어때요?”
“나도 해 드렸지. 크, 회사 잘 들어왔다. 직계가족 건강검진까지 해 주는 엔터사는 여기가 처음일걸?”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요?”
“너무 건강하셔서 탈이던데.”
“…그래요?”
혹여 집안에 큰 변고가 있을까? 싶었지만 다들 평범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번에 우리 사촌이 또 전화한 거 알아요, 형?”
“뭐라고 하는데?”
“자기 카페 차리게 돈 좀 달래요. 아니 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달래.”
“태웅이 너도 피곤하겠다. 무시하고 차단해. 유명해지면 별 날파리가 달라붙는 거 알잖아.”
“근데, 너‘도’요?”
“주혁이도 비슷한 말 하던데?”
“진짜요? 아씨, 또 그 사람은 아니겠지?”
떠보려다가 오히려 내 멤버의 TMI를 얻게 되어서 걱정거리만 늘었다.
“형도 인수인계 다 받았으면 혼자 다녀도 되지 않아요? 다른 형들이 차 키 안 줘요?”
“나는 아직 배울 기간이 남아서…. 키 관리는 다른 분이 하실걸?”
“그래요?”
새로 온 로드 매니저들에게는 밴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수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