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01
301
AWY WORLD TOUR : EVER AFTER. (2)
핑크빛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가운데, 뮤직비디오가 나오던 큰 전광판에서 돌연 쿵, 하는 묵직한 효과음과 동시에 아위의 로고가 떴다.
“꺄아아아아악!”
함성이 지축을 흔드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렁찼다. 온라인 동시 생중계를 시청 중이던 아위의 팬들도 채팅을 올렸는데, 채팅방이 잠시 먹통이 될 정도였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아위의 콘서트를 달리는 불판에 새로 고침 할수록 새로운 댓글이 페이지를 채웠다.
전광판의 로고는 아위 멤버들이 몸에 새겼던 디자인을 그대로 따 왔는데, 눈썰미 있는 팬들은 금세 눈치챘다.
-드디어시작한다
-로고 저거 타투했던거지?
-**개떨러
-아ㅠㅠㅠㅠ내가 저기있어야하는데ㅠㅠㅠㅠ현장가고싶오
콘서트를 위해 찍은 짧은 영상이 지나가고, 이주혁이 특별 편곡한 음악이 웅장하게 시작했다. 본 무대의 리프트가 천천히 올라오면서 멤버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악ㅁㅊ
-현이 은발이다!!
-이안이 연보라임? 헐 ㅁㅊ
-근데 중간에 저거 뭐지?
-ㅅㅂ
-서깅이 빨머ㅠㅠㅠㅠㅠㅠㅠ
멤버들이 탄 리프트가 전부 올라가고, 팬들의 손에 들린 아위의 응원봉이 동시에 켜졌다.
‘와….’
이안은 그 순간을 눈에 담았다. 아름답게 채색된 노을 하늘 아래 동시에 켜져 물결처럼 흔들리는 응원봉 불빛, 그리고 함성까지. 팬뿐만 아니라 가수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억ㅁㅊ 유앤아
-첫곡 유앤아ㅠㅠㅠㅠ
자리를 잡은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응원봉은 음악에 맞춰 팬들이 앉은 구역에 따라 다른 색깔로 빛났다.
“허억….”
관객석에 있는 이다솔과 장민희도 잠시 숨을 삼키다가 목이 쉴 만큼 응원법을 열창했다.
첫 곡이 끝나고, 두 번째 곡을 연달아 부른 멤버들은 제복 재킷을 벗어 무대 구석에 던지고 바로 세 번째 곡을 불렀다.
-ㅁㅊㅁㅊ
-연보라 최이안 유죄
-라이브미쳤어ㅠㅠㅠㅠ
-탈색머리 봤으니 여한없다 관짝 닫는다
노래가 중반부를 향할 때쯤, 멤버들이 뒤돌아 한곳으로 모였다. 전광판으로 이안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던 이다솔이 고개를 미어캣처럼 뻗었다.
“어?”
멤버들은 리프트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무언가를 들더니 펼치면서 돌출 무대로 향했다.
-헉 머야
-애들 이벤트준비했나봐!
-슬로건이벤트야?
-미친ㅋㅋㅋㅋㅋ넘 커서ㅋㅋ국기인줄알았는데ㅋㅋㅋ
-아니 근데 애들아 잘좀들어봐ㅋㅋㅋ뭐라 써있는지 안보여ㅋㅋㅋㅋ
멤버들이 준비한 역슬로건 이벤트였다. 슬로건이라 치기에는 크기가 많이 커서 대형 현수막이 되었지만.
이안은 제 오른쪽에 있는 김 현을 흘끔 보다가 전방을 주시했다.
‘무대 진짜 좋다.’
아직 세 곡 밖에 안 불렀는데 벌써 이대로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더 커지는 함성에 멤버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 잠깐, 현이 형이 왜 여깄어?’
퍼뜩 정신을 차린 이안이 고개를 홱 돌렸다. 김 현은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아니 저기요ㅋㅋㅋㅋ안보이는데요ㅋㅋㅋ
-아ㅋㅋㅋㅋㅋ
-그… 재밌는건 알겠는데… 우리도 좀 보여줄래?
원래는 오른쪽 끝에 있어야 할 김 현이 중앙에 있는 이안의 옆에 서 있는 것이다.
‘아니 이 형 아까 그렇게 긴장하더니….’
결국 사고를 치고 만 것인가…. 나름 리허설때 미리 합을 맞춰 놓았는데.
-이안이 고개 젓는다ㅋㅋㅋㅋㅋ
-아니 저러는 와중에도 라이브 오지는거봐ㅋㅋ
이안은 음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팔꿈치로 김 현을 툭툭 쳤다. 빨리 제자리로 가라는 무언의 신호였는데, 김 현은 눈치채지 못하고 팬들을 보고 있었다.
“아….”
그리고 그사이 곡이 끝났다.
‘망했군.’
* * *
멤버들은 콘서트 무대를 연습하는 와중에 이 이벤트를 생각해 냈다.
“이번 콘서트도 팬들이 슬로건 이벤트 하겠지?”
“그렇겠지.”
잠시 쉬는 시간, 연습실 소파에 널브러진 아위는 녹음기 범인에 대한 작전 토론을 하는 김에 콘서트 이벤트로 화제를 옮겨 갔다.
“우리도 팬들한테 이벤트 한번 하자.”
“좋은 생각인데…. 뭐 하지?”
박진혁의 제안에 누워 있던 멤버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푸드 트럭 같은 건 어때? 사람 많아서 입장 다 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굿즈 산다고 미리 대기하고 있을 텐데.”
“오, 밥 좋지.”
역시 밥이 빠질 수 없지. 그리고 공짜로 밥을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인 법이다. 김주영의 의견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많이 먹으라고 우리 사진 같은 거 박아 놓고. 컵 홀더 이벤트처럼.”
“나쁘지 않은데?”
“근데 그거 몇 달 전에 예약했어야 해. 지금 하면 늦을걸?”
콘서트에 오는 모든 팬에게 제공하려면 양도 양이지만 미리 업체와 얘기가 되어야 했다. 이주혁의 반박에 멤버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그건 탈락.”
“전에 다른 선배님 콘서트 보니까 좌석에 랜덤으로 선물 같은 거 붙여 놓더라?”
“오.”
“좌석 주인만 가져가게 좌석 밑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붙이더라고.”
“그렇게 몰래 붙이면 좌석 주인도 모르는 거 아냐?”
“선물 붙이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서 현장에 보여 주는 거야. 어디 구역 몇 열인지 보여 줘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하는 거지.”
나름 그럴싸했다. 깜짝 선물 느낌도 들고, 선물 받은 팬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멤버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지만, 이안은 달랐다.
“근데, 선택된 사람 몇 명이 혜택을 받을 거면 아예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못 받은 사람은 박탈감 들지도 모르고.”
“어?”
그의 반박에 멤버들이 생각지 못한 사실을 깨달아 눈을 크게 떴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고, 첫날에 이런 게 알려지면 중간 날이나 마지막 날에 자기 자리도 아닌데 찾아서 누가 떼 갈 우려도 있었다.
“그것도 그르네….”
“하긴, 똑같은 돈 주고 왔는데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는 거는 좀….”
“그럼 뭐 하지?”
멤버들이 고민으로 끙 앓고 있을 때 김 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아까 슬로건 이벤트 나와서 말인데…. 우리가 역으로 하면 어때?”
“어, 헐. 그거 좋다.”
“오올, 현이 형.”
본인이 의견을 냈는데도 뿌듯했는지 김 현은 조태웅이 내미는 손에 하이파이브를 했다.
“근데, 슬로건이 팬들이 드는 크기로 하면 너무 작지 않아? 멀리 있는 팬 눈에 보일까?”
“안 보일 거 같은데.”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했다. 박진혁이 크게 소리쳤다.
“그럼 크게 하자!”
“그래!”
크게 하고 일곱 명 같이 들면 되겠지. 다른 멤버들도 신나서 소리쳤다.
멤버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는데, 바로 그들의 콘서트에는 초대형 LED가 설치된다는 것이다. 크기가 매우 거대해서 나중에 콘서트 역대급이라고 평가받는 정도였다.
“그럼 우리 어떤 문구로 넣어?”
“우리 팬들 보면 되게 감성적이고 이쁜 말만 써 놓던데.”
“그건 우리도 할 수 있지, 그동안 쓴 가사가 몇 개인데.”
그것도 모르고 희희낙락 이벤트 준비에 열중했다.
디자인 검수와 업체 선정 정도는 직원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정성을 담기 위해 아위의 타투를 총대 멘 박진혁과 멤버들이 공인한 패셔니스트, 이안이 떠밀리듯 디자인을 맡았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즈 측정 실패로 대형 현수막이 탄생한 것이다.
* * *
세 번째 곡도 끝나고, 잠시 오프닝 멘트를 위해 본 무대로 향하면서 멤버들이 김 현의 등과 어깨를 툭툭 쳤다.
“김 현… 아….”
“아… 망했어요….”
“형, 이번엔 좀 실망했어요.”
마이크를 떼고 말했지만, 워낙 항의가 세서 돌출 무대 근처에 있는 팬에게는 들렸을 것이다.
멤버들은 재빨리 프롬프터 옆에 마련되어 있는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입술을 축였다.
“지금이라도 잘 들어 봐.”
그리고 본 무대에 일렬로 선 멤버들이 이주혁의 주도로 꼬인 현수막을 풀고 팬들에게 잘 보이게 펼쳐 들었다.
우리 함께 있으면 끝은 없어
영원한 시작을 약속해
문구를 확인한 팬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위의 재계약으로 워낙 말을 얹는 사람들이 많아서 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빳빳하게 퍼진 현수막을 본 조태웅이 마이크를 들었다.
“이게 희망편이지.”
그 말에 곳곳에 있는 팬들이 웃었다. 박진혁이 무대 가까이 있는 팬들에게 질문했다.
“어때요, 여러분?”
말하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아우성치는 것으로 들렸지만, 앞사람의 얘기를 들어 보니, 다들 좋다는 반응이었다.
이주혁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이걸 왜 하게 됐냐면…. 여러분들이 늘 콘서트 이벤트를 해 주시잖아요? 그렇죠?”
팬들이 네! 하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저희가 먼저 하고 싶었어요.”
“사실 여러분들이 슬로건을 들기 직전에 딱, 깜짝 선물로 먼저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여러분이 언제 이벤트를 하시는지 저희가 몰라요.”
“네, 그렇죠. 매니저 형이 얘기를 안 해 줘.”
역슬로건 이벤트를 기획하고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직원에게 찾아가 팬들이 미리 소속사와 상의했던 슬로건 이벤트가 어떻게 되고 있나 찾아본 일이었다.
“맞아요. 어디 노래쯤에 나온다고 협의를 미리 해 놓으시잖아요. 문구 같은 거도 상의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근데, 우리 회사 직원분들도 비밀이라고 절대 안 알려 준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니 근데 왜 안 알려 주셨지? 우리가 막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서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 스포는 안된다고요
-귀여워ㅠㅠㅠㅠ
-아냐 애들아 너넨 팬들 계획도 스포할거잖아ㅋㅋㅋㅋ
“같은 시기에 딱 맞춰서 하면 우리도 감동받고 여러분들도 감동받고 얼마나 좋아요? 근데 잘 안 됐어요.”
긴장이 꽤 풀린 김 현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이안은 슬쩍 프롬프터를 바라봤다. 다행히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럼 아예 오프닝 때 보여 드리자.’라고 결론이 나왔습니다.”
“근데 이렇게 크게 나올 줄은 저희도 예상 못 했어요. 이거 사이즈 누가 했어?”
박진혁이 죄인이 된 것마냥 어깨를 움츠러들고 손을 들었다. 다시 고개를 팬들 쪽으로 향한 이주혁이 뿌듯한 듯 웃었다.
“이거 저희가 직접 디자인했어요.”
“어땠어요? 저희 역슬로건 이벤트가?”
“내일은 저희가 더 연습해서 잘 펼쳐 보도록 할게요.”
박진혁과 이안이 뒤이어 말했다.
-진혁이 쫄았닼ㅋㅋㅋㅋㅋ
-근데 슬로건이 아니라 현수막인데요ㅋㅋㅋㅋㅋ
-무조건 왕큰게 좋은 아이돌
-아니ㅋㅋㅋ그냥 우리처럼 작은거 들고있으면 전광판에 알아서 확대돼서 나올텐데 저건ㅋㅋㅋ올림픽 국기같잖아
-행복한 바보들ㅋㅋㅋㅋㅋㅋ
온라인 채팅창 반응도 모른 채 멤버들은 활짝 웃었다. 현장 팬 반응으로 보아 이 이벤트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할 만한 무대 잔뜩 있으니까요. 우리 오늘도 같이 놀아 볼까요!”
팬들이 네! 소리쳤다. 발에서부터 진동이 느껴졌다.
“여기도!”
멤버들이 신나서 무대 가까이 가서 구역을 나눠 소리치게 했다.
“뒤에 시제석에 계신 분들도 소리 질러!”
응원봉이 동시에 깜빡깜빡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박서담이 크게 외쳤고, 무대에 설치된 폭죽이 터지면서 네 번째 곡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