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02
302
AWY WORLD TOUR : EVER AFTER. (3)
이안이 ‘아메리칸 갓 아이돌’의 심사위원 겸 멘토로 미국에 있을 때였다.
아이들을 다 봐주고 자기 전 짧은 개인 시간, 노트북 앞에 앉은 이안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상한가?”
자신이 만든 트랙을 다시 들어 보면서 이안은 고개를 기우뚱했다.
아무래도 이주혁과 박진혁, 김주영이 만드는 곡을 자주 듣다 보니, 자신이 만든 곡은 그들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서 만족스럽지 않았다.
“으아… 힘들어.”
이안은 의자에 눕듯이 기대 기지개를 켰다. 바쁜 스케줄 사이 곡까지 만들려니 피곤했다.
아위의 곡에 저작권자로 여럿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이안은 사실 곡을 만드는 건 자신의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굳이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아위의 작곡 멤버들의 완성된 곡을 듣다 보니 기준이 높아졌다.
그리고 가끔 짤막한 멜로디나 가사 정도는 괜찮지만, 완곡을 혼자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사실 다이아몬드 시절 때문일지도.’
죽어도 꼭 뜨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던 그 시절만큼의 열정은 없다. 막말로 이안이 아무 곡이나 내도 팬들의 화력으로 금세 음원 차트 상위권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좀 완성된 곡을 만들고 싶은데….’
물론 그걸 노리고 곡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다이아몬드 시절의 곡은 객관적으로 봐도 결과물이 뛰어나진 않았다. 임태우의 요청으로 우연히 재탄생하게 되었지만, 그것도 아위의 입맛대로 편곡해 아예 새로운 곡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상념에 잠긴 이안이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아, 모르겠다.’
어차피 정식 음원으로 낼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그냥 콘서트에 올 팬들을 위한 일회성 무대로 만족해야지.
하지만 그런 결심은 꺾은 건 역시 멤버들이었다. 편곡을 혼자서 할 수 없어서 스케줄이 끝나고 작업실에 데모곡을 가져간 이안은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뭐야, 다들 여기서 뭐 해?”
각자 스케줄이 있었을 텐데 따로 연락한 것 없이 일곱 명 전원이 작업실에 모여 있었다.
“제가 곡을 써 봤는데, 형들한테 의견 좀 들어 보려고요.”
“나도.”
박서담과 김 현이 말했다. 다들 이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대본 좀 보다가 재밌어 보여서 꼽사리 꼈지.”
조태웅만 빼고.
“너는 왜?”
“나도.”
이안은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이미 앞사람의 곡은 다 봐주고 수다나 떨고 있었던 멤버들이 신나서 컴퓨터에 연결했다.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진지한 표정으로 곡을 듣고 있던 이주혁이 입을 열었다.
“구성이 괜찮은데? 이거 니가 썼다고?”
이 형 또 립서비스하네. 라고 생각한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박진혁과 김주영도 같은 의견이었다.
“예전부터 센스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사는 뭐, 원래 잘 쓰니까. 좋은데? 이거 너 솔로 활동할 때 낼 거야?”
이안은 그냥 콘서트 솔로 무대에 단발성으로 보일 것이라 얘기했지만, 그 말을 들은 멤버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음원으로 안 낸다고? 아까운데.”
“아니, 립서비스 하지 말고 진지하게 평가 좀 해 봐.”
“안 어울리게 왜 뒤로 빼냐?”
김주영이 피식 웃었다.
“니가 여기서 작업을 안 해 봐서 모르겠지만, 우린 깔 때 확실히 까거든?”
작곡 멤버인 세 사람은 이미 서로를 향한 가감 없는 독설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후한 평가였다.
“설마 칭찬이 듣고 싶은 거야?”
“아니거든.”
“얘 안 그렇게 생겨서는 감성적인 면이 있다니까.”
“아니라고.”
이안은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아무튼 좋은 반응이었다.
“이거 콘서트 무대에 첫 공개하고, 음원도 내자. 너 나중에 솔로 안 할 거도 아니잖아.”
“안 할 건… 아니지.”
근데 왜 확정된 것처럼 말하지? 이안의 의문에 박진혁이 말했다.
“우리 공백기에 돌아가면서 솔로 내기로 했어. 내 다음 타자는 서담이야.”
“아니 내가 미국 다녀온 사이에 왜 나도 모르는 일이 착착 진행 중인 건데?”
이안의 말은 듣지 않은 채 벌써 편곡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 세 사람을 보며 이안은 어이없어서 웃었다.
* * *
모든 멤버의 개인 무대가 끝나고 마지막, 이안의 차례였다. 함성을 지르던 팬들은 생소한 멜로디에 응원봉을 흔들면서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곡인지 알아요?”
“뭐 편곡한 거 아닐까요?”
뭐지? 내가 모르는 팝송의 커버곡인가? 싶던 그들은 이안이 마이크를 들어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악!”
모르는 곡이면 뭐 어때! 도입부부터 좋은데!
-이안이 곡 뭐야?
-노래 좋다
-처음 들어보는데?
-헉 춤춘다
편하게 그루브를 타던 이안의 뒤로 댄서들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 이안은 댄서와 함께 춤을 췄다.
아위의 안무가 칼군무에 강력한 느낌에 맞춰져 있다면, 지금 이안이 추는 춤은 부드러우면서도 포인트 안무에만 힘을 주는 느낌이었다.
첫 자작곡 무대를 끝낸 이안은 팬들이 함성이 잦아들 때쯤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 무대 어땠어요? 좋았어요?”
팬들이 네! 하고 소리쳤다. 가까운 무대에 있는 팬이 무슨 곡이냐며 크게 외쳤다.
“방금 한 곡이 무슨 곡이냐면… 제 자작곡이에요. 여기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거예요.”
이안이 웃으면서 말했다. 바쁜 와중에도 연습을 꾸준히 했고, 결과물이 좋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의 웃음에 객석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나왔다.
-너무좋아ㅠㅠㅠ 어떡해ㅠㅠㅠㅠ
-누가 내 관짝 좀 닫아줘
-최이안 유죄 아무튼 유죄
-나 맨 꼭대기층인데 성량 미쳤어 대박임
-얼굴공격 미쳤어
-노래 진심 좋지않아?
“곡은 잠실 콘서트 마지막 날이 끝나면 음원 사이트에 공개될 예정이에요.”
멤버들의 설득에 넘어갔다. 음악 방송 무대는 없지만, 음원 발매는 한다. 깜짝 음원 발표에 실시간 채팅창도 빠르게 올라갔다.
“다들 재밌게 즐기고 있나요?”
팬들이 소리를 지르고, 들고 있는 응원봉이 구역마다 다른 색깔로 빛났다.
“우리 끝까지 함께해요!”
그 말을 끝으로 무대의 불이 꺼지고, 이안은 빠르게 백스테이지로 뛰어갔다.
스크린에서는 콘서트를 위해 찍었던 VCR이 나오고 있었다. 멤버들의 셀프 캠이었는데, 단체 타투를 하고 나온 다음 날이었는지 다들 타투 자랑을 하고 있었다.
“빨리빨리.”
안으로 들어온 이안은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스태프에게 핸드 마이크를 건네고, 이어 마이크로 교체했다. 앞서 준비를 마친 멤버들이 이안의 어깨들 두드렸다.
“무대 좋았다.”
“아 이걸 음방에서도 보여 줘야 하는데.”
물 한 통을 다 비워 낸 이안은 작게 웃었다.
“와 근데 체력 후달리는 거 느껴지지 않아?”
“나도.”
에구구 중얼거린 조태웅이 기지개를 켰다. 콘서트도 이제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다들 체력적 한계가 느껴졌다.
“우리 예전에는 이 정도로 안 지쳤잖아.”
“앵콜 여러 곡 부른 다음에 밥 때리러 가도 멀쩡했는데.”
“20대 후반 이주혁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물일곱이 벌써 후반인가? 이주혁은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김주영과 조태웅을 상대하는 가드 불능 기술이 있었다.
“그건 너희들이 운동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아, 형. 조용히 해.”
뼈 맞은 조태웅과 김주영이 인상을 팍 썼다. 본인들이 말을 걸었으면서 이제는 조용히 하라니. 이주혁은 이미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라서 무시했다.
“가자.”
* * *
‘다 좋은데 너무 멀다.’
욕심은 끝이 없다고, 좌석에 앉은 이다솔은 막상 티켓팅을 성공해 현장에 왔지만 좋은 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막상 현장에 왔는데 육안으로는 절대 멤버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고, 무거운 망원경이나 핸드폰 카메라의 줌을 당겨 보는 수밖에 없었는데 자주 놓치다 보니 차라리 전광판으로 보는 게 나았다.
“와….”
하지만 그 생각도 오래가지 않았다. 하늘도 어두워지고, 전광판과 무대의 모든 불이 꺼졌을 때, 하늘에서 반짝임이 느껴졌다. 고개를 든 이다솔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대박….”
그사이, 준비를 마치고 무대 위로 나온 아위가 자리를 잡고 서서 ‘Dawn’을 불렀다.
“꺄아아아악!”
이다솔을 비롯한 팬들이 크게 소리쳤고, 몽환적인 후렴구에 맞춰서 하늘에 드론이 간격을 맞춰 반짝거렸다.
드론 쇼는 아위의 로고가 되었다가, 아위덤의 로고가 되었다. 가사 키워드에 맞춰서 다른 문양으로도 변했다.
-항공샷 대박
-내가 저기있어야 했어ㅅㅂ
-나도 현장ㅠㅠㅠㅠ
-난 막콘감ㅋ
멤버들은 무빙 카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위층 팬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콘서트도 점점 끝나가고, 마지막 앙코르 곡, ‘Firework’를 부르는 순간에는 드론 대신 불꽃놀이가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럼 지금까지!”
“We are who we are! 아위였습니다! 안녕!”
돌출 무대와 본 무대를 오가며 팬들과 인사한 아위는 서로 손을 잡고 일렬로 섰다. 그들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양옆으로 열린 LED 스크린 사이에 들어간 멤버들이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조심히 들어가세요!”
“목 관리 꼭 하고!”
“와 주셔서 감사해요!”
“위험하니까 어디 가지 말고 집에 꼭 가요!”
아위는 스크린이 닫힐 때까지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마침내, 스크린도 닫히고 검은 화면에 아위의 로고만 떠 있었다.
“너무 좋아….”
멍하니 중얼거린 이다솔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장민희와 미리 약속했던 장소로 나갔다. 일행과 만난 한 팬은 발을 동동 구르며 오늘 미쳤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한 팬은 핸드폰을 보며 공연 후기를 쓰다가 누군가와 부딪히기도 했다.
“언니!”
“봤어? 봤어?”
“와 미친 대박이야.”
이다솔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걷다가, 장민희의 뒤쪽에 익숙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
이다솔이 장민희를 제치고 그쪽으로 향했다.
“은하야!”
그 사람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잘못 본 건가? 이다솔은 다시 장민희에게로 돌아갔다.
“뭐야, 은하? 그 친구 여기 왔어?”
“…아니. 잘못 봤나 봐. 언니는 형부 차 타고 가지?”
“어, 이럴 때는 어디 술집 같은 데 가서 썰을 풀어야 하는데.”
“사람도 많은데 어디 갈 데도 없어. 먼저 가.”
장민희와 헤어진 이다솔은 터덜터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간식 외에는 먹은 것도 없는데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이 아픈 거 빼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붕 뜬 상태였다.
‘진짜 너무 좋았는데 개피곤하다….’
공연에 뭘 했는지 기억도 휘발되었고, 지하철은 오지도 않았다.
뒤늦게 지친 몸이 느껴질 무렵 한 팬이 아위의 곡인 ‘Firework’를 흥얼거렸다. 이다솔도 홀린 듯 입을 열었다. 근처에 있는 몇 명도 따라 부르더니 어느새 그곳에 모인 모든 아위덤이 떼창을 불렀다.
‘온라인이었으면 이런 기분 느끼지 못했겠지.’
이 순간만큼은 나중에 현생에 복귀해야 한다든가, 얄팍해진 지갑 사정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다솔은 몽롱한 표정으로 지하철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