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11
311
[외전] 설날 집 순회. (4)
“에반데.”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박서담이 중얼거렸다. 이안과 이주혁도 마찬가지였다.
“김주영 너… 꼭 오라고 한 게 이거 때문이냐.”
“어, 아닌데. 우리 엄마가 꼭 초대하라고 해서 부른 건데.”
김주영은 애써 그들의 눈빛을 피하고는 얼버무렸다. 이따가 꼭 데리고 가 달라는 김주영의 말은 진심이었다.
친척들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많았는데, 김주영의 사촌 형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세 명의 어린이가 달라붙어 있었다. 김주영도 아이들에게 시달린 듯 옷매무새가 고르지 않았다.
“사실 맞아.”
김주영은 이안의 시선에 못 이겨 이실직고했다. 아위가 들어오자마자 각자 대화를 나누던 김주영의 친척들이 몇 초간 고요해졌다. 이내 웅성거리며 그들을 대놓고 쳐다봤다.
“우리 아들들 왔어?”
“안녕하세요.”
“이렇게 정신없을 때 오라고 해서 미안해.”
사실 이안만 잠시 들르기로 했던 게 박서담과 이주혁까지 합류해서 갑자기 설날 원정대가 되어 버렸다.
“괜찮아요. 저희도 오래 못 있어요.”
“그래?”
“차 막히기 전에 현이네 가려고요.”
“그래도 좀 더 있다 가지….”
어차피 김주영의 본가가 아닌 큰집이기 때문에 그들도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김주영의 어머니는 그들을 가볍게 안아 주고는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래도 와서 좋으시죠?”
“그걸 말이라고 하니.”
“엄마. 내가 올 때랑 좀 다르다?”
김주영의 작은 항의에 그의 어머니가 김주영의 등을 철썩 때렸다.
“번잡스럽겠지만 밥은 먹고 가.”
“네 감사합니다.”
김주영의 어린 사촌들이 타깃을 바꿨다. 방금까지만 해도 시달렸던 김주영의 사촌 형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연예인 형이다!”
“우와!”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그들에게 다가왔고, 어른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 흡사 동물원 원숭이가 된 느낌이었지만, 이런 시선이야 워낙 익숙해서 괜찮았다.
“진짜 잘생겼다….”
“실물이 더 잘생겼는데?”
“사진 찍어 달라고 하면 찍어 주나?”
“주영이한테 부탁하자.”
친척인 김주영도 카메라 마사지를 받아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서 볼 때마다 초면 같아서 낯을 가리게 되는데, 같은 그룹 멤버를 마주하니 더 벽이 느껴졌다.
“이 친구 그 친구 아냐? 나으리?”
“어머! 반가워요!”
“요즘은 티비에서 안 나오더라?”
이안과 박서담, 이주혁은 밥만 먹고 가기에는 염치가 없어서 아이들을 놀아 주고, 같이 사진을 찍어 주고 거실에 앉아 질문 세례를 받아 냈다. 김주영은 이미 짐을 싸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엄마! 우리 이제 가야 해!”
“얘는! 가만히 있어 봐!”
신난 건 김주영의 어머니였다. 특히 김주영을 앞에 내세우고는 이 애가 아이돌 돼서 유명해진 게 다 자기 덕분이라며 자랑하곤 했다.
* * *
헐레벌떡 분위기를 수습하고 밖으로 나온 김주영은 속이 후련한 얼굴이었다. 그는 멋쩍은 얼굴로 세 명을 바라봤다.
“아씨, 미안. 우리 엄마가 요즘 주책이야.”
“우린 괜찮은데? 아줌마 기분 좋아 보이시더라.”
“장난 아니지. 지나가다가 모르는 사람한테도 아위 김주영 엄마예요. 이런다니까.”
“헐. 그거 나중에 문제 되는 거 아니에요?”
나중에 그걸 이용해서 사기를 친다거나 누가 안 좋게 말을 해서 괜한 구설수를 만들거나 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김주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것도 엄마 덕이 크니까.”
“에이, 형이 잘해서 그런 거죠.”
“역시 박서담.”
김주영이 웃으며 박서담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서담은 그 손에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나 피해 갈 행동은 전혀 안 하시니까.”
소속사에 들어간 계기가 처음에는 어머니의 치맛바람이라고 해도, 김주영은 지금 현실에 만족하고 있었다.
“막말로 내가 아이돌 안 했으면 뭘 했겠어. 지금쯤 어디 피시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을지도?”
“게임은 지금도 하잖아.”
“아씨,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우리 엄마 최대 업적은 바로 나다 이거야. 즐기시게 내버려 두는 게 나아.”
김주영이 차 문을 열고 털썩 앉았다. 안전벨트를 멘 그가 옆에서 차의 시동을 거는 이안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근데 너 이렇게 큰 차도 몰 수 있어?”
“가능하니까 여기까지 무사히 왔지.”
“야 쟤 운전 장난 아니야. 매니저 형들이 운전하는 줄.”
이주혁의 칭찬에 김주영이 이열, 하고는 엄지를 들어 올렸다. 사실 이렇게 한 명씩 따라올 줄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큰 차를 렌트한 것이다.
“야 조수석 국룰 알지?”
“뭔데.”
“오지는 음악 세팅하고 절대 잘 수 없는 거.”
“아, 알지알지.”
* * *
“야, 너 데뷔는 언제 해?”
“…나도 몰라.”
“누가 너 데뷔 언제 하냐고 물어보길래.”
“몰라.”
김 현의 동갑내기 사촌인 김윤형이 불퉁하게 내뱉는 김 현을 말없이 응시했다. 소속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김 현은 중학교 시절 1년간 김윤형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 서바이벌 나가면 데뷔할 수 있을걸?”
“그건 아무나 되냐?”
“아냐, 나 데뷔조 확정이니까 이번엔 될 거야.”
그렇게 말하는 김 현의 눈동자는 반짝 빛나고 있었다. 김윤형은 거기서 희망을 읽었다.
“그래? 오올, 드디어 아이돌 사촌 있다고 자랑할 수 있겠다.”
“…아직 모르지.”
그리고 간절 감별사 사건이 터졌다. 김 현은 좌절했고 공황장애를 얻었다.
연습생 생활을 하느라 깊게 사귄 친구도 없었던 그를 걱정하던 그의 어머니가 김윤형에게 동갑 사촌이니 신경 좀 써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였다.
김윤형은 그 부탁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당장 김 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김 현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나 그냥 하지 말까?)
“왜?”
(일찍 그만둬야 다른 길 찾지.)
“야, 너 초딩 때부터 했잖아. 너무 아깝지 않냐?”
(…….)
김 현은 말이 없었다.
“이제 와서 공부해서 인서울 갈 거 같아? 너 공부 못하잖아.”
(아니거든. 나도 하면 할 수 있거든.)
“그럼 데뷔도 할 수 있겠네.”
(…….)
김윤형이 대단한 말을 한 게 아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냥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자신보다는 일찍 꿈을 좇아가는 김 현이 멋있어 보였다.
악성 편집으로 분량이 많이 없었지만, 그 짧은 분량에도 무대 위에서 춤추는 김 현은 무대를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지금 포기하기에는 그가 봐도 아까웠다.
“딱 한 번만 더 해 봐. 너 잘하더라.”
그리고 그건 누군가의 응원 한마디가 필요했던 김 현에게 큰 힘이 되었다.
김윤형은 그 이후에도 심심할 때마다 김 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요즘은 어떠냐?”
(다른 회사로 옮기기로 했어. 거기 대표님이 꼭 데뷔시켜 주겠다고 약속했거든.)
“사기꾼은 아니지?”
(그건 아닐걸? 블랙러시라고 알아? 거기 소속사래.)
“오, 들어 봤어.”
(이제 데뷔할 수 있겠지? 잘될 수 있겠지?)
데뷔를 해도 살아남는 것은 별개였지만, 김윤형은 아이돌 시스템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고 그때부터 연습생 생활로 고생한 사촌이자 친구가 빛을 봐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오래 준비했는데 데뷔를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라는 의리 넘치는 마음에 크게 말했다.
“야 당연하지. 니가 안 되면 누가 되냐.”
그 이후 BHL엔터로 옮긴 김 현은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에 전념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연습생을 같이 보낸 사람들이 데뷔하는 걸 티브이를 통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새 연습생 들어왔거든? 이제 데뷔조 다 꾸려지고 앨범 작업할 거래.)
“오, 축하한다.”
(근데 걔가 진짜 잘생겼어. 와씨, 인간이 무슨….)
김 현과 김윤형이 한 마지막 통화였다. 아위가 데뷔하고 바빠진 김 현과는 짧은 근황 메시지만 주고받았다.
아위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김윤형의 주변에서도 아위의 팬인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신기하단 말이야.’
그리고 지금, 월드클래스 아이돌이 된 김 현은 방에서 죽은 듯 엎드려 있었다. 데뷔는 할 줄 알았지만, 정상을 찍어 버릴 줄은 몰랐지. 김윤형이 그를 콕 찔렀다.
“근데 너 왜 그러고 있냐?”
“아, 허리가 좀 불편해서. 디스크 위험이래.”
“아니 미친, 벌써?”
“원래 다 이래.”
김윤형은 김 현의 목 뒤에 새겨진 아위의 타투를 멍하니 쳐다봤다. 아위는 바빴고, 명절에 시간을 낸 적은 손에 꼽았다. 김윤형과 김 현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이게 백수야 아이돌이야.’
오랜만에 봤지만, 김윤형의 눈에는 그냥 흔한 사촌 1일뿐이다.
“병원은 어때? 너 인턴 한다며.”
“야 진짜 뒤지겠어. 장난 아니야.”
“관두고 싶으면 말해. 내가 가게 차려 줄게.”
“아, 건방지게. 니가 내 형이냐? 됐어. 내 등록금도 큰엄마가 도와줬다며.”
큰엄마란 김 현의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었다. 김 현이 내준 거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그래서 싫어?”
“형, 나는 큰 거 필요 없고 소박하게 2층 카페가 좋겠어.”
김 현이 피식 웃었다. 친척끼리 사이가 안 좋은 조태웅과는 다르게 그의 친척들은 김 현의 꿈을 비웃지 않고 응원해 줬다.
어린 나이에 고생한다며 꽂아 주는 용돈은 연습생 생활을 하는 데 보탬이 됐었고,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얼마 없었던 김 현은 김윤형과의 통화에서 위안을 받았다. 그 보답을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니 멤버들은 언제 온대?”
“근처라는데.”
말하기 무섭게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왔나 보다. 엄마! 왔어!”
김 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뒤따라 거실로 나오던 김윤형은 어이없어서 허, 숨을 내뱉었다. 허리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친척들이 벌떡 일어나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고, 김 현이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김 현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이안을 보고는 입을 떠억 벌렸다.
“와씨, 미쳤네.”
김윤형이 중얼거렸다. 저게 인간인가? 다른 사촌들도 숨을 삼키고는 작게 소리를 질렀고, 발을 동동 구르는 동생도 있었다. 이안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연예인은 연예인이었다. 화면에서 보는 것 보다 마르고 길쭉하고 관리가 잘된 피부가 그랬다.
“어서 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윤형이 의외인 듯 소리 없이 오,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침대에 백수처럼 누워 있던 김 현이 멤버들과 함께 있으니 진짜 연예인처럼 보였다.
이안과 김주영, 이주혁과 박서담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김 현의 사촌들에게 인사했다.
“얘가 내 동갑 사촌, 김윤형.”
“아, 형이 나 닮았다는 그분이 이분? 안녕하세요.”
“제, 제가요?”
김윤형은 말을 더듬었다. 아니 얼굴부터 차원이 다른데 대체 어디가 닮은 건데? 그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김 현을 응시했다.
“너 뭐라고 입을 털었냐? 나 놀리냐?”
“아냐, 그런 게 있어.”
당연히 외적으로 닮은 게 아니었다. 무심한 척하면서도 은근히 주변을 신경 쓰고 있는 점이라거나, 별거 아닌 듯 내뱉는 말 한마디가 위안이 되는 부분 말이다.
이안도 이유가 궁금한 듯 김 현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김 현은 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