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14
314
[외전] 너는 왜 항상 드라마만 하냐?
“네, 1위는… 서담 님 축하드립니다!”
MC에게서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은 박서담이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 스태프분들 그리고 곁에서 늘 응원해 주는 우리 형들 고마워요.”
앙코르는 코러스가 깔려 있지 않은 생라이브가 관례처럼 되었는데, 라이브에 자신 없는 가수는 인사나 팬 서비스로 때우곤 했지만 박서담은 달랐다.
오히려 안무를 추지 않고 부르니 더 크고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서다미 ㅊㅋㅊㅋ
-라이브 개잘하네
-아까 립싱아니냐는 라이브 감별사 나와라
-그새 성량 늘은듯
박서담이 음악 방송 활동을 시작하고, 조태웅도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 예능 촬영과 영화관을 돌며 무대 인사 스케줄을 시작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쯤, 감독을 시작으로 영화에 출연한 중요 배우들이 한 명씩 입장했다. 마지막으로 조태웅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관객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안녕하세요. ‘모래사장’의 연출을 맡은 최주완입니다.”
감독에 이어서 주연 배우의 인사가 끝나고 마지막은 조태웅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옆 배우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조태웅이 한마디 하자마자 비명과 가까운 함성이 영화관을 울렸다. 진정될 때까지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아위, 조태웅입니다.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
원래는 이름 석 자만 말했던 그는 이안의 영향을 받아 자신을 소개할 때 아위의 이름을 먼저 말하게 됐다.
관객이 ‘네!’라고 대답하며 꺄악 소리쳤다. 그의 직캠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도 있었고, 슬로건을 든 팬도 있었다.
“추격전 어땠어요? 저 진짜 힘들었는데 감독님이 자꾸 더 뛰라고 하셔서….”
조태웅은 능숙하게 말을 이어 갔다. 그는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태웅 씨 팬들은 막 2차도 뛰고 3차도 뛴다며?”
“겨우 3차요? 개봉부터 쭉 보는 사람도 있대요. 그럼 지금 한 7차 되나?”
“에이,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얼마 없을걸요?”
다른 영화관으로 향하는 길, 감독과 조연출의 호들갑에 조태웅이 손을 흔들었다.
“잘나가는 아이돌이니까 당연하지. 팬이 좀 많아?”
“많으니까 해외 판권도 빨리 팔렸지.”
동료 배우 몇몇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팬 덕분에 티켓 파워 좀 생겼다고 나대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들은 갖지 못한 팬 파워와 인지도였다.
그리고 무대 인사마다 큰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는 조태웅이 등장하면 독보적으로 잦아졌다.
“이야, 좋네. 역시 인기는 많을수록 좋다니까?”
웃으면서 하는 말에 조롱과 질투를 읽은 조태웅은 그저 미소 지었다. 이런 이죽거리는 소리는 이미 면역이 된 지 오래다.
“해외 동시 상영도 호평이야.”
“태웅이 덕분에 흥행 잘되면 좋죠.”
유독 조태웅에게 호의적인 한 배우는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나 러닝 개런티 걸었거든, 이라고 속삭였다. 조태웅은 자기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관객 추이도 좋고, 느낌이 좋아. 역시 태웅 씨 덕분인가?”
“감독님이 잘 만드셔서 그렇죠. 저 너무 띄워 주시지 마세요.”
그는 뻔뻔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이런 편애가 조금 불편했다. 아역 때부터 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소문난 그는 감독과 스태프의 관심을 받았고 그들의 연기력 비교로 같은 아역 배우에게도 시기와 질투를 받았었다.
지금은 그룹의 인기 덕분에 좋은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거지 연기력은 뛰어나지 않다며 후려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부러우면 당신들도 아위 하든가.’
조태웅이 남몰래 코웃음 쳤다.
* * *
영화가 개봉하고 3주 차가 시작되는 날, 그가 출연한 영화 ‘모래사장’이 천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영화계에서도 화제였다. OTT 플랫폼이 시장 점유율을 점점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의 천만 영화였다. 당연히 여론이 들썩였다.
아이돌도 배우도 탑 찍은 아위 태웅… 영화계 관계자, 이후 행보 주목 중
‘천만 배우’ 반열에 들어선 조태웅, 반전 연기 통했다.
-조태웅 아역때부터 봤는데 그 애가 이렇게 크다니 진짜 세월ㅋㅋㅋㅋ
필모 훑어보니까 다 잘들어갔네 작품 보는 눈이 있는듯?
└ㄹㅇ 갑자기 아이돌한다고 안보이더니 월클 아이돌 찍고 온것도 ㄹㅇ임 계속 배우했으면 필모 탄탄하게 잘 쌓았을듯
└소속그룹이 아위인게 간지오져
└솔직히 아이돌계에 뺏긴 인재임
└조태웅 인생이 영화다ㅋㅋ 쟤 인생 누가 일부러 써도 설정과다라고 말나올듯
-그래봤자 3롤이잖아 천만배우 수식어 붙이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냐?
└ㄴㄴ3롤아님 거의 2롤임 비중 많음ㅇㅇ
└(작성자) 2롤이면 2롤이지 거의 2롤은 뭐냐ㅋㅋ
└(작성자) 근데 어떻게 비중많음?
└스포라서 못말함 직접가서 봐 임팩트 쩔음
└개재밌어서 내일 4차찍으러간다
└근데 영화도 안 보고 3롤이니 뭐니 발작했던거?ㅋㅋㅋ
└어쨌든 원탑물도 아니고 떼주물이잖아 천만 붙이긴 애매한거 사실맞는데
-영화 개별로던데 어떻게 천만됐냐ㅋㅋ 아위덤빨이냐
└그냥 영화가 잘빠짐ㅇㅇ 작감배 다 좋고ㅇㅇ
└아니 아위덤빨로 천만이면 그게 더 대박아니냐ㅋㅋㅋ후려치려는거냐 올려치려는거냐
└아위덤 천만양병설ㅋㅋㅋㅋㅋ
-솔직히 천만 찍는거 운 좋으면 다 찍는거 아니냐
└이젠 천만관객을 후려치네
└아위덤 그냥 지나가라 조태웅 연기 좋더라
좋은 반응 속에 견제하려고 어그로를 끄는 반응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좋았다. 동시 상영한 해외 반응도 좋았다.
“서담이 1위랑 태웅이 천만 축하해.”
“아니, 뭐 그런 거 가지고 케이크를 사 와.”
“와! 잘 먹겠습니다!”
사실 천만은 핑계였고 지옥의 식단 조절을 회피하려는 명분이 더 컸지만, 생각보다 더 기뻐하는 얼굴에 멤버들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근데 진짜 이거 먹어도 돼요?”
“괜찮아. 명진이 형이 허락했어.”
천만이 어디 쉬운가. 솔로로 1위 찍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멤버들은 매니저를 붙잡고 설득한 끝에 케이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입 안으로 들어오는 단 음식에 멤버들이 황홀한 얼굴로 케이크를 퍼먹었다.
“형 진짜 축하해요. 저 먼저 잘게요.”
“벌써? 더 먹고 가지.”
“졸려요….”
박서담은 이제 마지막 방송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하품을 쩍 하면서 일찍 방으로 들어갔다.
‘예상보다 빠른데?’
이안은 포크를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도 천만 관객이 넘는 작품인데 조태웅의 합류로 무서운 기세로 관객 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누적 관객이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많아지겠네.’
최단기 천만 돌파가 보름 정도였던가? 서담이가 음방 활동을 3주 꽉 채우니까…. 그렇게 생각한 이안은 입을 열었다.
“다음에는 주연으로 천만 찍자.”
“좋지. 와 근데 개소름, 어떻게 천만 넘는 거 맞췄냐. 감독님도 1,200만까지 갈 거라고 예상하더라.”
“나 이러는 거 한두 번 봐?”
당연한 듯 흘리는 대답에 멤버들이 또 외계인 보듯 이안을 쳐다봤다.
“근데 너네는 섭외 온 거 중에 같은 작품 겹친 적 없어? 둘이 촬영같이 하면 재밌을 거 같은데.”
“특출 말고?”
“어, 둘이 같이 주조연급 배역 들어오는 거.”
아쉬운 얼굴로 포크에 묻은 생크림을 핥아 먹던 김주영이 포크를 돌려 이안과 조태웅을 가리켰다.
“있었지. 우리가 뭐뭐 겹쳐서 받았더라?”
“겹친 건 많았는데, 작품이 좀… 애매했지.”
“맞아.”
거의 십 대 애들을 공략하는 남장여자 학원물이라거나, 캠퍼스물 아이돌물 등 청춘 드라마 위주였다.
“그것도 얘랑 나랑 친구로 나오는 배역이 가장 많았어. 아무래도 같은 그룹 멤버라 그런가?”
“같이하면 재밌긴 하겠는데, 난 정극이 좋더라.”
“아하, 알 거 같아.”
이안과 조태웅의 말에 김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 둘이 한 작품에 얼굴 비추면 좀….”
“보는 사람 몰입이 깨질지도 모르거든.”
“맞아.”
이안의 한 줄 요약에 조태웅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마 그 때문에 관계자들도 동시 섭외는 꺼릴 것이다.
“그런가? 근데 그쯤은 연기력으로 커버하면 안 되는 거야?”
“눈에 보이는 게 있잖아. 이미 머리에 박힌 이미지는 쉽게 안 없어지지. 그래서 다들 이미지 관리에 목매기도 하고.”
슈퍼히어로 영화라든가 시리즈 영화에 출연했다가 이미지가 세게 박혀서 다른 작품을 할 때 얼굴만 봐도 ‘어 쟤는 걔 아니야?’라고 생각되는 것처럼.
‘쟤는 같은 그룹 멤버가 아닌가? 아, 쟤 아이돌이지.’ 하고 몰입하던 극에 부조화를 느낀다든가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딱 특별 출연 정도가 적당했다.
“그리고 제작사 영향도 있고.”
“제작사?”
이안의 말에 엿듣고 있던 김 현이 되물었다.
제작사는 배우 엔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혹은 친한 배우 엔터에서 대가를 받고 그 엔터 소속 배우를 쓰거나 한다.
“그래서 같은 작품 들어오는 게 우리 신인 때나 들어왔지 요즘은 안 들어와.”
“우리 정도 인지도의 아이돌 두 명을 동시에 쓰는 것보다는 제작사나 친한 엔터 소속 신인 배우를 끼워 넣는 게 나은 거지.”
그리고 이안과 조태웅의 몸값도 어지간한 톱 배우 수준으로 받으니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김영준네 소속사가 배우 엔터 먹은 거잖아. 아이돌이랑 배우업계는 다르니까.”
“뭐야, 그럼 김영준 연기해?”
“그룹이 잘 안 됐으니 그러겠지.”
김영준이 누구였더라…. 잠시 생각하던 이안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아위 데뷔조였다가 회사 옮기고 ‘프로젝트 아이돌’ 나간 걔였지.
사실 이안과는 연습생 시절이 겹치지 않아서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둘이 같은 작품 들어가면 재밌긴 하겠다.”
“그러게, 그때 같이해 볼 걸 그랬나?”
“맞아. 그때는 우리가 작품 가릴 처지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괜찮은 작품에서 둘 다 괜찮은 배역이 들어온다면 안 할 이유는 없다. 이안과 조태웅은 뒤늦게 아쉬움을 느꼈다.
“혹시 모르지. 우리 둘 다 쓰고 싶어 하는 작품이 나올지도.”
조태웅은 이안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근데 너는 왜 항상 드라마만 하냐?”
“어?”
“아니, 너 필모 다 드라마잖아. 영화는 생각 없어?”
이안은 정곡을 찔린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게?”
“아니 니가 이유를 모르면 어떡해.”
“몰라, 그냥 드라마가 더 끌려서?”
정확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김용민 시절 때의 기억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안은 생각에 잠겼다.
* * *
‘프로젝트 아이돌’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워낙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12위인 김용민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었다.
일단 소속사, 아이돌 가수의 꿈을 접고 각 잡고 알아본 배우 소속사는 업계에서도 이름있고 소속 배우진도 탄탄한 회사였다.
‘나중에 소속사가 중국에 팔려서 대표가 바뀌었었지.’
대표가 바뀌니 소속사 운영이 갈수록 이상해졌고, 소속 배우 중 인지도 있는 배우 위주로 굴러가서 김용민은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작품, 영화는 티켓 파워가 약해서, 검증이 안 된 배우였기 때문에 드라마 위주로 들어왔었다.
하지만 제법 대본이 많이 들어왔다. 웹 드라마이긴 하지만 주연 제안도 들어온 적도 있었고, 공중파 드라마의 비중 있는 조연 역할도 들어왔었다.
‘근데 잡은 작품이 다 망했고.’
그 때문에 국밥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그리고 ‘프로젝트 아이돌’의 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즌 2가 나와서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래서 그에게 들어오는 작품도 점점 적어졌다.
‘그래도 드라마는 마지막 남은 희망의 동아줄 같은 거였어.’
아니, 애써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