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21
321
[외전] 마이킷과 합동 방송. (3)
“나.”
“저요.”
이안과 마이킷의 정지수, 이치훈이 손을 들었다. 서로를 확인한 그들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니, 민초파가 이렇게 없어?”
“아니, 민초를 왜 먹어?”
정지수의 말에 박진혁이 되물었다. 그는 도저히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맛있잖아.”
“이 닦으면서 치약 안 먹잖아.”
“꼭 민초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 한다?”
김주영의 말에 정지수가 고개를 뒤로 빼고 두 턱을 만들었다.
“민트 초코는 영국 왕실에서도 인정했다고.”
“그렇지만… 영국은 밥이 맛없는 나라잖아.”
“어? 그거 영국 사람들한테 실례되는 말인 거 알지?”
이안의 항변에 김철민이 뜨끔해서 입을 꾸욱 다물었다. 정지수는 이 미개한 반민초단과는 말이 안 통한다며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민트 초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우우, 야유했다.
“그럼 하와이안 피자는? 아까 이안이는 없어서 못 먹는다고 했고.”
“난 그건 맛있던데.”
“난 불호. 대체 왜 먹어요?”
김주영과 박서담의 반응이 극명히 갈렸다.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안과 김주영, 박진혁과 박세온뿐이었다.
“아니 그럼 완전 파인애플 피자 말고, 그냥 토핑으로 조금 올려진 것도 안 먹어?”
“전 다 빼요.”
“나도.”
“음식 버리는 버릇은 안 좋아.”
“빼서 이안이 형 피자에 올려 주죠.”
점점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게 되면서 마이킷과 아위의 자세가 편해지고 있었다.
“다들 토마토 구운 거는 먹잖아.”
“그건 맛있잖아.”
“어? 저는 안 먹는데요. 물컹해서 싫은데.”
“파스타 같은 거에 들어간 것도 안 먹어?”
분위기만 보면 세계 정상 회의인데, 주제가 하찮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임가윤 피디가 황당해서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이게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토론할 일인가?’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서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별소리 안 했는데 억양 자체에서 재밌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마이킷과 아위였다.
“그럼 콩국수에는 설탕이냐 소금이냐.”
“아 당연히 소금이지.”
“설탕 뿌려 먹는 사람도 있어?”
“설탕 아니야? 난 어릴 때부터 설탕 뿌려 먹었는데.”
아위의 여섯 명은 전부 소금파였고, 마이킷의 두 명은 설탕에 손을 들었다. 그들은 아직 대답하지 않은 이안을 동시에 쳐다봤다.
“난 설탕.”
“자네, 고향이 어디인가?”
“뉴욕시 맨해튼 구입니다.”
마이킷의 설탕파, 박재형과 정지수가 손을 들어 이안에게 하이파이브 요청을 했다. 이주혁이 이안을 엄지로 가리키면서 자신의 멤버들을 돌아봤다.
“이안이 마이킷에 자꾸 붙는다?”
“그렇지? 우리 팀 해야겠어. 이안이 우리한테 줘.”
“응, 안 돼.”
아위가 동시에 대답했다. 능청을 부리던 김철민이 쳇, 하고 혀를 찼다. 정지수가 또 질문했다.
“그럼 탕수육은?”
“처먹.”
아위 전원이 동시에 대답했다. 마이킷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서 갑자기 팀 워크를…?”
“부먹이든 찍먹이든 맛있으면 그만이지.”
김 현이 말했다. 정지수는 그래도 부먹과 찍먹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했다.
“찍어 먹으면 바삭해서 맛있고 부어 먹으면 빨리 먹을 수 있어서 좋고.”
“난 부어서 눅눅해진 것도 좋더라. 요새 이빨 건강이 안 좋아서.”
박진혁의 말에 조태웅이 뭐가 생각났는지 앉은 자리에서 몸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맞다. 이빨 하니까 생각났는데, 우리 휴가받고 치과를 갔거든?”
“치과… 무섭지.”
“주영이 치료할 거 많다고 해서 뒤에서 엄청 놀렸는데 나보고 이빨 뽑아야 한다고….”
“사랑니?”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논하다가 점점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저들끼리 재밌어서 떠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진짜 술만 안 먹었지 재밌게 노네.’
임가윤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퍼뜩 정신 차렸다.
‘그래서, 마피아 게임은 언제 하지….’
마이킷과 아위는 치과에서 있었던 일화를 풀다가 갑자기 화제를 전환해 우리 이제 건강 챙겨야 한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했다. 그사이 맛없는 협찬 음료는 이안이 이미 먹어 치운 지 오래다.
“헐, 잠깐. 지금 몇 시예요?”
한참을 떠들던 정지수가 놀라서 임가윤을 쳐다봤다. 아위는 마이킷과 점심을 먹고 바로 다른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냥 앉아서 얘기만 했을 뿐인데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래도 같이 모였는데 마피아 게임을 안 할 수 없어서 다들 자리를 정리했다.
“사회자는 누가 해?”
“내가. 다들 둥글게 앉아 주세요.”
김철민이 벌떡 일어났다. 스태프들이 어지러워진 현장을 정리하고, 마이킷과 아위는 시키는 대로 반원 모양으로 둥글게 앉았다. 김철민은 고개를 숙인 그들의 뒤에 어슬렁거리면서 마피아를 선택했다.
“자, 다들 일어나세요.”
직업을 정한 김철민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게임을 시작하자, 조태웅이 대뜸 말했다.
“일단 최이안 달자.”
“나는 왜?!”
“민트 초코는 용납할 수 없어!”
“맞아! 어디서 민트 초코를 주장하나!”
일어나자마자 저격당한 이안은 억울해서 입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반민초파에서 찬동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감성 추리하는 거 아냐? 근데 나도 이안이 형에 한 표.”
“왜! 너는 민초파잖아!”
“민초는 맛있지만…. 파인애플 피자는 용서할 수 없어!”
이안과 같이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는 김주영과 박진혁이 손사래를 치고는 이안의 편에 붙었다.
“갑자기 저격하는 거 수상해 둘이 마피아 아냐?”
“파인애플이 뭐가 어때서? 태웅이랑 치훈이 달아.”
“맞아. 민트 초코 때문에 마피아라는 주장은 너무 약해.”
이안의 말에 다른 아위 멤버 여섯이 단호하게 말했다.
“민트 초코는 그래도 돼.”
“예, 좋습니다. 빛나는 팀워크를 보여 주고 계십니다.”
김철민은 뒤에서 박수를 치며 관전하고 있었다.
“난 이안이 할게.”
“지수 형, 형마저.”
“오늘도 잘생겨서 짜증 나니까 이안이 먼저 죽이자.”
“그건 인정.”
이안의 억울한 표정도 처연하면서 어딘지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들 정지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야 아위 얘들아, 쟤 맨날 얼굴로 사기 치니?”
“어, 무슨 관리도 안 하러 다니는데 혼자 막 빛나.”
“전날 라면 먹어서 살짝 부은 얼굴도 치트키라니까?”
“자자, 여러분. 저희 게임 합시다.”
이러다간 또 토크로 이어질 거 같아서 김철민이 중재했고, 이안은 답답해서 뒤로 넘어갔다. 사실 그는 의사였다. 근데 의사라고 섣불리 주장했다가는 더 몰릴 거 같았다.
“근데 처음에 누구 죽일 필요 있어?”
“우리 인원 많아서 빨리 솎아 내고 새 게임 하는 게 나을걸?”
“그럼 그냥 이안이 형 죽이죠?”
이안이 배신감에 박서담을 쳐다봤다. 김철민이 웃음을 띤 채 이안의 뒤에서 그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자. 이안 씨, 마지막 변론 시간입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이안이 반쯤 일어나 좌중을 살폈다.
“그저 민초를 좋아했을 뿐인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이 방송을 보고 계실 수많은 민초파분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안이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애절하게 쳐다봤다. 그를 찍고 있던 카메라 기사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안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
“어허, 눈물 그거 연기하지 마세요. 넘어갈 뻔했잖습니까.”
“만약에 우리가 살릴 수 있다면 어떤 공약을 걸 거야?”
“자, 이안아. 우린 여섯 명이고 저쪽은 사회자 빼면 네 명이다? 우리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 알지?”
김주영과 김 현, 박진혁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게임을 빌미로 원하는 걸 얻으려는 수작에 이안은 체념의 웃음을 지었다.
“우리 멤버들이 시키는 거 한 가지 들어 드리겠습니다.”
“오, 진짜?”
“구체적으로 어떤 거요, 형?”
마이킷은 여기 팝콘 없냐며 스태프에게 말했고, 마침 협찬 물품 중에 팝콘이 있었다.
“서담이 쎄다….”
“우리도 치훈이랑 재형이한테 꼼짝 못 하잖아.”
“형, 우리가 왜요.”
그들이 팝콘을 먹으면서 관전 모드에 돌입했다. 이안은 앞머리를 거칠게 뒤로 넘겼다. 머리 세팅이 망가졌지만, 그것도 그림 같아서 오오, 감탄했다. 카메라도 이안을 클로즈업했다.
“자, 공약은 알아서 잘 이행하시고. 최이안 씨를 죽이시겠습니까?”
“우리 민초 연합은 이안 씨를 살리겠습니다.”
마이킷의 민초파, 박세온과 박재형은 엄지를 위로 치켜들었다. 어차피 아위와는 쪽수에서 밀리기 때문에 그들이 죽이니 살리니 해 봤자 결과는 아위가 정할 것이다.
“음, 일단 살려.”
“시키는 거 해 준 댔으니까 일단 살리죠?”
“이야, 기대된다. 어떤 걸 시키지?”
아위 멤버들은 고심하는 척하더니 사악하게 웃었다. 그들이 전부 엄지를 치켜세웠다. 살리겠다는 뜻이었다.
“아 또 당했네, 또 당했어.”
이안이 탄식했다. 이럴 거면 그냥 의사라고 밝힐 걸 그랬나? 아니, 이들에게는 정당한 주장도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게임은 뒷전이고 그사이 원하는 걸 얻으려는 수작일 뿐. 아주 눈물 나는 팀워크였다.
“아니 그러게 누가 원하는 거 들어 달라고 했나?”
“맞아요. 형이 먼저 하겠다고 한 건데?”
조태웅과 박서담이 이죽거렸다. 그냥 나를 죽이소. 할 수도 없는 게 카메라가 녹화하고 있었고, 이런 게임은 진심으로 해야 재밌는 법이다.
“자 일단 다들 숙이시고…. 밤이 되었습니다. 의사 누구를 살릴래요?”
고개를 살짝 든 이안이 소리 없이 ‘나.’라고 말했다. 그걸 알아들은 김철민이 손짓했다.
“경찰, 누구를 조사할래요?”
슬쩍 일어난 박세온은 조태웅을 지목했다. 김철민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은 마피아 차례였다.
“낮이 되었습니다. 자, 퍼스트 킬. 사망자는… 없습니다.”
“죽은 사람이 없다고?”
“뭐지?”
마이킷과 아위가 웅성거렸다.
“왜 안 죽여? 사람도 이렇게 많은데.”
“우리 놀리려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좀 신선한데…?”
그들의 뒤에 서 있는 김철민이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었다.
“야 사람 안 죽는 거 수상하다. 처음에 몰린 사람 누구더라?”
“이안이 형.”
“여러분, 저는 시키는 거 한다고 했어요.”
“우리한테는 안 했잖아.”
마이킷이 히죽 웃었다. 이안을 제외한 아위 멤버들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맞아. 저 팀도 들어 줘야지.”
“주혁이 형,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안이 배신감에 몸을 살짝 떨었다. 마치 수사물에서 억울하게 몰린 피해자 같았다.
“와, 뭐야. 좀 불쌍한데?”
“지수야. 속지 마. 저거 다 연기야.”
역시 같은 멤버를 속일 순 없었다. 이주혁에게 간파당한 이안이 뒤로 누워 버둥거렸다.
“아! 그냥 죽여!”
“에이, 우리 부탁 들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베프 섭섭해용.”
“이렇게 노예가 될 순 없어!”
그렇게 이안은 시민의 투표로 죽었다.
“아니 이렇게 죽었는데 게임이 안 끝나?”
“마피아가 대체 누구야?”
그런데, 점점 게임을 진행할수록 마피아가 사람을 안 죽이고 시민끼리의 토론으로 한 명씩 죽어 가고 있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수상함을 느낄 무렵, 김철민은 ‘아, 이제 그만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네! 시민의 승리로 끝!”
“뭐야, 갑자기 얼레벌레 엔딩?”
“마피아가 누군데?”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갑자기 끊겨서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철민을 바라봤다.
“사실… 마피아는 없어.”
“뭐?”
“마피아 없는 마피아 게임이라고, 들어는 보셨나?”
몇 초간 정적이 이어졌다. 그때, 이안이 크게 소리쳤다.
“쟤 잡아!”
이안과 마찬가지로 억울하게 몰려 공약을 걸어야 했던 박진혁과 정지수를 시작으로 모두가 김철민에게 뛰어가 그를 덮쳤다.
“악! 피디님!”
“너 이 자식! 우리가 노예 되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와?!”
“악, 아파! 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