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25
325
[외전] XOXO. (2)
이안과 조태웅의 연기 속성 강의를 받은 아위 멤버들은 하이틴 드라마 ‘XOXO’ 촬영장에 도착했다.
“*조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아위의 퍼블리시스트, 조엘 영도 촬영 현장에서 아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안의 질문에 조엘이 씨익 웃었다.
“*여러분이 촬영장에서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하니까요.”
“*그렇구나.”
“*사실 여러분이라면 걱정 없지만요.”
조엘 영은 아위에게 미국 미디어를 다루는 법을 알려 주고 홍보, 이미지메이킹을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촬영 현장에도 나와 감독과 인맥을 만들고 있었다.
“와 어떡해요? 카메라 진짜 많다.”
“천천히 긴장 풀어. 지금 스탭들 반응 보니까 우리가 발연기해도 박수 쳐 줄 것 같은데.”
조태웅의 말에 박서담이 사람들을 살폈다. 인기로 돌아가는 연예계 사회에서 스태프들의 시선은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아위의 이름값 덕분이었다.
“얘들아. 감독이 배우들한테 인사하러 가자고 하는데?”
“가야지.”
박서담이 긴장한 얼굴로 후우, 한숨을 쉬었다. 시즌 1이 대박 터진 기대작이라 그런지 촬영 장소의 규모나 스태프 수가 압도적이었다.
“*이쪽입니다.”
조엘이 촬영장 스태프와 나란히 걸으며 앞장섰다.
“*헤이즐, 특별 출연자 왔는데….”
“*진짜요?! 잠시만요!”
‘XOXO’의 주연 배우들은 전부 신인이었다. 오로지 나이와 얼굴 합만을 보고 뽑은 오디션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의 이름을 따 극 중 배역에 그대로 썼으니, 신인이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는 최적의 드라마였다. 아위도 극 중 배역의 이름은 따로 없고 본명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트레일러 안쪽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스티븐, 미리 얘기해 주기로 했잖아요.”
“*오, 셋이 같이 있었네요?”
“*네….”
눈만 빼꼼 내밀은 헤이즐과 엠버, 유리가 눈동자를 굴려 스태프 뒤에 서 있는 아위를 쳐다봤다. 이안은 눈이 마주친 헤이즐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와, 어떡해!”
트레일러의 문이 다시 쾅 닫혔다. 안에서는 작은 비명과 꺄르륵 웃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는데, 딱 십 대 소녀의 반응이었다.
“*여러분, 빨리 나와요. 손님분들도 촬영 준비해야 해요.”
“*네, 네!”
스티븐이라 불린 스태프의 말에 주연 세 명이 쭈뼛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특별 출연하실 아위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주연 세 명, 헤이즐과 엠버 유리가 빨개진 얼굴로 수줍게 인사했다. 아위는 팬사인회에서 자주 보이는 웃음을 장착하고는 그들과 통성명을 했다.
“*지금은 인사만 하시고, 준비 끝나고 서로 대사 맞춰 볼 시간 있으니까 그때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죠.”
“*네!”
세 명은 부끄러워하던 것도 잊고 아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 있었다. 아위는 나중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 자신들의 대기실로 향했다.
“귀엽네요. 우리 동생 보는 거 같다.”
“아, 그러네. 다예랑 나이대가 똑같겠다.”
제 동생과 비슷한 주연 배우들을 보니 긴장이 풀린 듯 박서담은 한결 밝은 얼굴이었다.
“다예는 어때?”
“형이랑 같이 영통했던 거 학교에 다 퍼진 거 알아요?”
“마이튜브에도 떴더라.”
이안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박다예의 절친이 소문을 너무 잘 냈다.
“그리고 저 솔로 이후에 분위기가 좀 달라진 거 같더래요. 좋은 쪽으로.”
“그래? 잘됐네.”
이안과의 영상 통화, 박서담의 솔로 무대 이후 박다예도 학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잘나가는 오빠를 둬 질투하는 마음에 박서담을 억지로 까 내리는 뒷담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는데, 박서담이 솔로로 실력과 성적을 증명하자 쏙 들어갔다고 한다.
아위는 자리를 이동해 파우더 룸으로 왔다. 촬영장 스태프는 아위의 옷차림을 보며 감탄했다.
“*어쩜 이렇게 옷을 잘 입고 왔어요? 딱 고등학생 같다.”
“*머리만 좀 만지면 되겠는데?”
이안의 조언과 여러 자료를 수집해 고심한 스타일리스트의 공이 가장 컸다. 그들이 거울 앞에 앉아서 머리 손질을 받고 있을 때, 준비를 마친 주연 배우 세 명이 뒤에 서서 아위를 구경했다.
“*대사 꽤 있던데 괜찮겠어요?”
“*그럼요. 저희 준비 많이 했어요.”
“*못 하셔도 상관없어요. 저희가 이끌어 줄게요.”
수줍게 인사하던 것은 어디 가고 당당하게 선배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며 아위 멤버들은 웃음을 참았다. 이제 와 기를 세워 봤자 그냥 동생처럼 귀여울 뿐이다.
“*이따가 같이 대사 맞춰 볼래요?”
“*좋아요. 근데 말 편하게 해요. 아저씨들 아니에요?”
“*아저씨는 아닌데….”
세 명이 까르르 웃었다. 어디서 이런 애들을 캐스팅한 건지, 작가가 배우 본체를 보고 대본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주연 세 명과 어느 정도 친해진 아위는 자리를 이동해 촬영 순서에 관한 브리핑을 들었다.
“저, 저요?”
가장 먼저 호명된 박진혁이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도와 달라는 눈빛을 멤버들에게 쏘았지만, 멤버들은 히죽 웃었다.
“형, 인생은 실전이야.”
“맞아. 우리가 하라고 했던 대로만 해.”
이안과 조태웅이 박진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박진혁을 격려했다. 박진혁이 울상을 지으며 극 중 유리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아위 멤버들은 모니터 앞에서 카메라의 시선을 공유했다.
“*아직 시간 있는데 대사 맞춰 볼까요?”
“*그래.”
유리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위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긴 하지만, 두 명 빼고는 연기가 거의 처음이지 않겠는가. 그녀도 ‘XOXO’로 반짝 떠오른 신인 배우지만, 아까 채신머리없이 좋아한 게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서 일부러 도도하게 굴고 있었다.
“*대본 안 봐도 돼요?”
“*다 외웠어. 대사 얼마 안 되잖아.”
그녀가 놀란 듯 눈썹을 위로 치켜들었다가 자신의 대사에 막힘 없이 호응하는 박진혁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억양도 잘 살리고 대사에 섞는 몸짓도 범상치 않았다.
‘형은 딱 형 같은 캐릭터야. 눈치 없고 해맑고 장난 잘 치는 대형견 느낌. 하지만 유리가 의지하는 사촌 오빠 포지션이지.’
박진혁은 이안의 조언을 듣고 비슷한 연기 유형을 펼쳤던 영상을 찾아봤다. 요즘은 마이튜브에 검색만 하면 다 나와서 편리했다.
‘서담이한테 하던 것처럼 해. 적당히 장난치고, 귀여워하고. 형도 서현 누나한테 누나 대우는 잘 안 해 주잖아. 그냥 엄마 아빠 딸로 보지. 그거랑 비슷한 맥락으로 가.’
박진혁은 진유리를 차근차근 뜯어봤다. 딱 10살 차이인데 뽀시래기 같은 게 연기 선배라고 이끌어 주려는 것을 보면 귀엽긴 했다.
“*진혁, 촬영 시작해도 되겠어요?”
“*네!”
자신감이 붙은 박진혁이 의욕적으로 말했다. 그 모습을 모니터로 살펴본 ‘XOXO’의 감독이 씨익 웃었다. 톱 아이돌 특별 출연에 연기는 어차피 바라지도 않았으니 태도라도 좋아야 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가 촬영을 시작하자는 사인을 보냈다.
현관 밖에 서 있는 유리가 문을 열었다.
“*엄마. 나 왔어!”
“*유리 안녕.”
소파에 누운 박진혁이 손을 휘적 흔들었다. 카메라가 느릿하게 박진혁의 전신을 훑었다. 기다란 다리에서부터 탄탄한 상체를 지나 장난스럽게 웃는 표정이 화면에 한가득 담겼다.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던 멤버들의 광대가 볼록 솟았다. 이열, 박진혁. 잘하는데.
“*뭐야. 박진혁, 니가 왜 여기 있어?”
“너라니. 야, 너는 오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박진혁이 한국어로 말했다. 같은 한국계이니 한국어를 섞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작가의 생각이 들어가 있었다. ‘오빠’라는 단어는 미국에서도 꽤 친숙한 편이고.
박진혁이 끙차, 일어나고는 유리의 어릴 적 애칭, 유리는 흑역사로 생각하는 단어를 내뱉으며 그녀를 놀렸다.
“*엄마! 얘 왜 여기 있어?”
“*진혁이 온다고 했잖아. 내가 얘기 안 했었니?”
아위가 주인공 세 명의 마을로 온 이유는 허리케인으로 학교가 박살 나 근처 학교로 잠시 편입했기 때문이란 설정이었다.
모니터 속 박진혁은 유리의 방에서 빼 온 일기장을 약오르게 흔들었다. 유리가 그 일기장을 뺏으려고 박진혁에게 달려들었지만, 키 차이를 극복 못 하고 뒤로 물러났다. 카메라에 담긴 박진혁의 표정은 귀여운 동생을 바라보듯 웃고 있었다.
“*뭐야, 연기 잘하는데?”
‘XOXO’의 감독이 놀라서 중얼거렸다. 연기 경력도 없었고, 해외 드라마는 처음일 텐데 대사도 절지 않고 몸 쓰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진짜 남매 사이 같았다.
감독의 혼잣말을 들은 조엘 영이 옆으로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이 틈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면 멤버들에게 이득이었다.
“*이때를 위해 며칠간 연습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원래 이렇게 열심히 하나요?”
“*네, 멤버들 전부 ‘XOXO’에 의욕적이었습니다. 배우 활동도 병행하는 이안, 태웅이 많은 지도를 했다고 합니다.”
“*오… 그 두 명이면….”
감독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아위의 특별 출연이 결정되고 이안과 조태웅 위주로 지난 연기에 대한 클립 영상을 훑어본 적이 있었다.
한 명은 천만 영화의 주역이고 한 명은 높은 시청률의 필모를 보유하고 미국인이라 문화적 차이도 거의 없을 거라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남은 다섯 멤버에 대한 연기 기대는 0에 가까웠다. 그저 대사만 까먹지 말고 촬영을 오래 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진혁의 첫 신 촬영이 한 큐에 끝날 정도로 괜찮아서 점점 다른 멤버들에 대한 기대도 급상승했다.
“*바로 다음 씬 촬영 가자.”
“*준비하세요.”
남은 여섯의 멤버들이 카메라의 시야 안쪽으로 들어왔다. 아위의 첫 등장 장면이었다. 그들이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 위를 올라가 현관의 초인종을 눌렀다.
“*진혁, 친구들 왔다!”
“*뭐야. 오빠 너 친구도 불렀어?”
박진혁의 정강이를 걷어차려던 유리가 집 안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아쉬운 듯 발을 내렸다.
“*너도 인사할래? 앞으로 몇 개월간 너네 학교에서 신세 질 건데.”
“*오빠 친구면 별 볼 일 없는 거 아냐?”
“*직접 보든가.”
“*됐네요.”
유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궁금해서 제 엄마 뒤에 바짝 붙었다.
“*왔어? 이모, 내 친구들이에요.”
“*안녕 얘들아.”
카메라가 여섯의 멤버를 느릿하게 훑었다. 특히 마지막, 이안의 얼굴에서 잠시 멈추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뒤에는 누구야?”
“*내 사촌 동생. 진유리.”
박진혁이 유리 쪽으로 고갯짓했다. 유리가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멋쩍게 인사했다.
“*안녕.”
“*안녕. 그럼 같은 학교 다니겠네?”
김주영의 말에 유리가 경직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 외에 이렇게 많은 남자와 마주한 적이 별로 없어서 어색했다.
박진혁은 그런 유리를 보고 히죽 웃었다. ‘내가 너 이런 반응 보일 줄 알았다.’라는 표정이었다. 언뜻 잘생긴 친구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지켜보던 감독이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감탄했다.
“*이모, 저 애들이랑 운동하고 올게요.”
“*그러렴.”
“*나중에 학교에서 보자.”
유리와 눈이 마주친 이안이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관문이 닫히고 몇 초간 멍하니 서 있던 그녀가 크게 소리쳤다.
“*뭐야! 잘생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