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28
328
[외전] XOXO (5)
주인공 삼인방은 안경 하나 벗었다고 분위기가 달라진 조태웅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학교 복구가 끝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위한 배웅 파티에서 조태웅을 변신시킬 계획을 짠다.
“*몸 움직이지 말고. 차라리 눈 감고 있어.”
“*이런 것까지 해야 해?”
조태웅이 작게 항의했지만, 엠버는 단호했다. 그녀가 눈썹을 뽑자, 조태웅이 몸을 움찔 떨었다.
“*엄살은.”
엠버는 옆에서 구경하는 유리를 힐끔 쳐다봤다. 남자 쪽은 유리한테 관심 있는 거 같은데 유리는 자신이 조태웅에게 가까이 가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엠버는 조태웅이 불쌍해졌다.
“*이렇게 좀 꾸미고 다니지 그래? 얼굴 아깝게.”
“*그냥….”
엠버의 말에 조태웅은 쭈뼛거렸다. 보다 못한 유리가 한마디 한다.
“*엠버, 싫어하는 거 같은데 그만하자.”
“*기다려 봐.”
글쎄, 조태웅은 이 변신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반기는 거 같은데. 엠버는 눈을 반짝 빛냈다. 헤이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엠버와 표정이 비슷해졌다.
“*파티 전에 시험 삼아 이렇게 하고 다녀 볼래?”
“*근데 나 안경 없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렌즈 껴.”
헤이즐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조태웅은 엠버와 헤이즐에게 시달린 끝에 달라진 모습으로 학교에 등장한다.
“*쟤 누구야?”
“*저런 애가 있었어?”
달라진 그의 등장에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이안이 뒤에서 다가가 조태웅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어?”
“*그냥….”
“*잘 어울리네.”
조태웅이 맞은편에서 유리를 보고 작게 손을 흔든다. 이안과 뒤따라오던 아위 멤버들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아위가 유리를 지나쳐 갔다. 유리는 그들의 뒷모습, 정확히는 조태웅의 뒷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러긴, 너 쟤한테 관심 있냐?”
유리가 화들짝 놀라 뒤에 붙은 박진혁을 보고 소리친다.
“*아, 놀랐잖아!”
“*우리 내일이면 마지막인데, 연락처라도 따야 하는 거 아냐? 빨리하지 않으면 늦는다.”
박진혁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는 제 할 말만 하고 뛰어가서 멤버들에게 합류했다. 유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잠시 고민한다.
유리는 수업을 받는 동안 조태웅을 계속 힐끔거렸다. 렌즈가 어색한지 눈을 깜빡거리고 인상 쓰는 모습이 제가 알던 조태웅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걸려는 조태웅을 은근히 피한다. 남겨진 조태웅은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다른 교실로 향한다.
“*컷! 좋아요. 잠시 쉬다가 다음 씬 촬영 갑시다.”
스태프가 분주히 움직였다. 비 맞은 개처럼 불쌍했던 조태웅은 바로 표정이 바뀌어서 헤헤 웃고 있었다.
“우리 예상보다 촬영이 일찍 끝날 거 같은데?”
“그러게.”
아위의 촬영은 순조로웠다. 연기 멤버가 아닌 다섯 명은 놀랍게도 NG가 나온 적이 별로 없었다. 김명진이 진지하게 다섯 명의 연기 도전을 준비하려는 것을 임진우가 만류했다고 한다.
“얘들아 옷 갈아입으러 가자.”
“넵.”
아위가 대기실로 들어가고 있을 때, 멀리 떨어진 주연 세 명도 같이 트레일러로 들어가고 있었다. 엠버가 속을 털어놓으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슬슬 시작하죠!”
세트가 마련되고, 준비를 마친 멤버들이 카메라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잠시 전학 왔던 학생들을 배웅하기 위한 파티장이 강당에 마련된다.
한참 파티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아위가 강당에 등장한다. 학생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모였다.
“*어?”
조태웅은 전날 변신한 모습이 아닌, 도수 높은 안경을 썼던 원래 그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뭐야, 어제랑 똑같이 하고 오라니까.”
엠버가 실망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뭐라고 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서 표정만 구겼다. 아위가 세 명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다가간다.
“*안녕.”
“*…돌아왔네.”
유리는 제 앞에 선 조태웅을 보며 멋쩍게 말했다. 어제 괜히 거리를 뒀나 싶어서 괜히 부끄러워졌다.
“*난 이게 편해.”
“*그래?”
“*억지로 달라질 필요는 없잖아. 내가 나라는 건 변함없을 건데….”
옆에서 듣고 있던 엠버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너랑 쟤네랑 친한 이유를 알겠다.”
치어리더 애들과 같이 있으면 즐겁냐고 묻던 이안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는 멤버들과 있을 때 즐거워 보였다. 내가 즐거우면, 내가 생각하기 나름인 거 아닌가? 억지로 무리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잖아?
엠버는 그동안 치어리더 무리에 끼려고 노력했던 자신이 허무해져서 발걸음을 옮긴다.
아위는 어느새 조태웅을 빼고는 뿔뿔이 흩어져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헤이즐이 음흉하게 웃더니 자리를 피했고, 남겨진 건 조태웅과 유리였다.
“*어, 다들 없네….”
“*그러게….”
눈이 마주친 유리와 조태웅이 서로 쭈뼛거렸다. 그들을 지나친 카메라는 다른 사람을 찍었다.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엠버의 옆에 이안이 슬그머니 붙었다.
“*엠버, 끝나고 뭐 해?”
“*어?”
엠버가 그렇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웃으며 받아 줘도 벽을 세웠던 이안이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것이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엠버는 불퉁하게 대답했다.
“*글쎄?”
“*음… 아직 파티 끝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이안의 의도를 간파한 엠버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씨익 웃었다.
“*그래서?”
어디 한번 말해 봐. 당당한 여왕의 모습에 이안도 마주 웃어 보이고서는 상체를 숙여 엠버의 귓가에 속삭인다.
“*이 노래 끝나고 나갈래?”
갑자기 훅 들어온 거리 좁히기에 엠버는 자신이 말렸다는 게 분해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하지만 거절의 말은 하지 않았다.
“놀았네.”
“놀았어.”
꼬시는 게 보통이 아니야. 방금 촬영분을 모니터하고 있던 멤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엠버는 또래 나이치고 큰 키의 소유자였지만, 이안에게는 한 뼘 이상 작았다. 덩치 차이에서부터 케미가 장난 아니었는데, 작정하고 잘생긴 얼굴을 활용하니 엠버도 현실 반응이 튀어나온 것이다.
“너 진짜 고딩 때 뭐 아무것도 없었어?”
“있어도 우리한테 아니라고 거짓말 치는 거겠지.”
이안은 두 손을 들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나는 지문에 나온 대로 연기한 거밖에 없는데?”
“형들, 지금 이안이 형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서담아… 나 좀 상처받았다.”
이안은 팔을 교차로 들어 자신의 어깨를 토닥였다. 하지만 박서담의 말에 이견은 없었다. 이제 자신의 분량도 끝나고 조태웅의 마지막 촬영이 남아 있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장면이었다.
“*저….”
“*그….”
모니터 안에서 조태웅과 유리가 동시에 말하고 있었다. 서로 먼저 얘기하라고 양보하다가 그 상황이 웃겨서 둘이 웃는다. 풋풋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후 뭐라뭐라 대화를 나누던 유리와 조태웅의 눈이 서로 마주치고 기류가 심상치 않게 바뀐다. 서로를 향해 점점 다가오는 얼굴. 마치 입을 맞출 듯 고개 각도를 바꾸는 조태웅. 입술과 입술의 거리가 몇 센티 안 남았을 때 감독이 크게 외쳤다.
“*컷! 좋아요! 끝났습니다!”
오늘의 촬영분이 끝난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멤버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이야아!”
“아, 아쉽다!”
그 걸쭉한 반응에 현장 스태프가 놀라서 아위를 바라봤고, 임진우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이때 아니면 언제 썸타냐.”
“아씨, 그만하라고.”
뻔뻔하게 받아치던 조태웅은 멤버들의 반응이 1절 2절을 넘어서 뇌절 수준까지 가자 멤버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당연히 멤버들은 맞지 않았다.
“*오늘 촬영 마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이 아위를 이끌었다. 스태프들이 미리 짠 것처럼 모였고, 빈 공간에 아위가 일렬로 섰다. 이안이 익숙한 듯 입을 뗐다.
“*좋은 기회로 특별 출연을 하게 됐는데요, 다들 친절히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촬영 재밌게 잘하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위가 상체를 꾸벅 숙여 인사하자, 스태프들이 크게 환호하고 박수쳤다. 다들 진심으로 배웅하는 느낌이었는데, 멤버들이 NG를 잘 안 내서 예상보다 일찍 끝났기 때문이다.
“*단체 사진 한 방 찍죠?”
감독의 요청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사인해 주고, 사진을 찍었다. 거의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요청해서 시간은 오래 걸렸다.
“*우리도 사진 찍어 주세요!”
“*당연하지.”
마지막은 3일 동안 호흡을 맞췄던 주연 세 명이었다. 흔쾌히 사진을 찍어 주고 남는 시간에 이안은 엠버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애들이랑 얘기는 해 봤어?”
엠버가 헤이즐과 유리를 힐끔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아까보다 더 밝아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두 친구와 함께 헤쳐 나가기로 했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글세….”
이안은 어젯밤, 조엘에게 들었던 제안이 생각났다.
‘연기 활동을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 없습니까? 여기, 미국에서요.’
‘아, 당장 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안 씨에게 그룹 활동이 중요한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있으면 멤버 분들이 군대에 가지 않겠습니까? 그 시간에 여기서 작품 하나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겁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멤버들은 맏형인 이주혁이 군대 갈 나이가 되면 동반 입대를 하기로 약속했고 남은 시간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멤버들의 군백기 동안 마냥 놀 수는 없으니 이참에 미국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니가 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이안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나중에 또 보자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후, 이안은 3년 뒤에 미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시리즈 영화에 오디션을 봤고 합격한다. 그리고 조연으로 엠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으아, 끝났다.”
“우리 바로 공항으로 가요?”
‘XOXO’의 촬영이 미국 스케줄의 마지막이었다. 곧바로 한국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멤버들이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그래도 우리 다 같이 연기하니까 재밌었어.”
“진짜 자컨으로 단편 드라마 해 달라고 할까?”
“아, 그건 좀….”
박진혁의 진지한 말에 멤버들이 질색을 했다.
“한국 가서 뭐 하지?”
“일단 한식 조지러 가자.”
“그건 필수고.”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서 멤버들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미국에 고작 몇 개월 있었을 뿐인데 아쉬움이 몰아쳤다. 한국에 돌아가는 게 아쉬워질 정도로.
“다음에 올 때는 관광도 하고 그러자.”
“좋아.”
“근데 우리가 관광을 할 수 있을까요? 파파라치 엄청나던데….”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다시 이곳에 올 수 있다는 확신도 자리 잡았다.
“얘들아, 가면 바로 연말 무대 준비해야 하는 거 알지?”
“아, 혀엉!”
김명진의 단호한 말에 멤버들이 아우성쳤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연말 시상식 시즌이었다. 무대 준비에 진심인 아위는 무대 구성을 새롭게 변경할 예정이었고, 바뀐 동선과 안무를 익히려면 쉴 틈이 없었다.
“우리는 연차도 찼는데 왜 이렇게 바쁘냐.”
“좋은 일이긴 한데… 고생을 사서 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