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4
4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 계약서.
BHL엔터는 한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이안은 일단 자본력이 있다는 것에서 맘에 들었다.
“안녕하세요.”
이미지 관리는 중요하다. 이안은 소속사 건물로 들어서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와 방금 봤어?”
“대박, 무슨 빛이 걸어오는 줄 알았잖아.”
“주민 씨가 진짜 큰일했네.”
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BHL엔터 직원들은 박주민이 데려오는 이안의 모습에 입을 크게 벌렸다.
그 반응에 박주민이 괜히 우쭐했다. 저 건너편에서만 봐도 충격적인 외모였으니 당연했다.
이안이 회의실로 들어가자, 여직원들이 다급히 뛰어갔다. 그들은 서로가 자기가 들어간다고 엎치락뒤치락했다.
그 이유는 오디션을 보기 전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서류는 당연히 직원이 갖다 줘야 했다.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요? 무슨 일이에요?”
“헉, 이사님! 대박 사건!”
“주민 씨가 길캐 해서 데려왔거든요? 진짜 쩔어요!”
마침 지나가던 BHL엔터의 이사, 서수련이 그들과 함께 회의실에 붙었다. 불투명한 시트지가 붙어 이목구비를 파악할 순 없었지만, 일단 피부가 흰 게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대박이에요?”
“얼굴 미쳤어요!”
“저 순간 후광 보였다니까요?”
“그냥 연예인이에요, 연예인.”
직원들이 이렇게 고삐 풀고 달릴 정도라니? 대체 누굴 데려온 걸까.
서수련이 궁금해하던 차에 마침 서류를 인쇄해 들고 오던 박주민이 의기양양하게 그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누가 보면 한일전에서 골 넣은 줄 알겠다.
“이사님도 같이 들어가실래요?”
“자신 있나 봐, 주민 씨? 드디어 주민 씨도 빛을 발하나?”
“제가 대박 보석을 발견했거든요.”
“그래요? 저도 들어가도 되죠?”
3년째 기획팀의 막내였던 박주민이다.
그가 입사 후 몇몇 괜찮은 연습생을 물어 왔지만 그들은 몇 개월 있다가 다른 기획사로 날랐다. 다른 기획사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한마디로 죽 쒀서 개 줬다.
그 이후로 의욕 없이 시키던 일만 하던 박주민이였다.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오디션 보기 전에 서류 작성 좀 해 주시겠어요?”
“네.”
그리고 박주민의 뒤를 따르던 서수련은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굳었다. 빛을 보았노라. 대박 보석? 인정이다. 아주 골-든 인정이다.
* * *
[방음은 안 좋네.]‘그러게.’
이안이 피식 웃었다. 직원들의 호들갑 떠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나저나 아까 들어오려다 말던 여자 분은 내가 맘에 안 들었나 봐.’
박주민의 뒤를 이어 들어오려던 서수련은 그 자리에서 잠깐 굳더니 갑자기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금 ‘대표님 위에 계시지?’라고 하네.]‘뭐야 너 도청도 가능하냐?’
[응. 원한다면 녹화도 가능해.]아주 무서운 카메라다. 이안은 인적사항을 다 적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대표를 소환할 정도면 맘에 들었다는 거다.
이 얼굴을 가지고 전전긍긍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겠지만, 간혹 그룹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튀는 외모는 데뷔조에서 방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애들은 아이돌 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너는 배우상이야.’라며 주변에서 살살 바람을 넣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꼬임에 넘어가기 일쑤였다.
이안은 목을 풀었다. 아- 아아, 이 몸은 음역대도 넓다. 고음까지 매끄럽게 올라가는 것을 보니 타고난 성대도 좋은 모양이다.
뭐 이런 개사기 신체가 다 있나. 진짜 아이돌을 하라고 태어났나.
아마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면서 김용민의 혼에 잠재되어 있던 운발이 최이안의 몸에 잘 적용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지금은 어때?’
[당장 오디션 안 보고 계약서 써도 될 것 같다고 하는데?]‘그건 좀 싫은데….’
[안 그래도 대표가 ‘그래도 오디션은 보자’고 하네. 오, 내려간다. 연습실에 의자 놓는다.]이 카메라는 기괴한 손도 나오고 멀티태스킹도 된다.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있지만, 저승사자가 도우미 하나는 잘 붙여 줬다고 생각했다.
좀 쎄하긴 해도 내편이니까 다행이겠지? 이안은 직원이 오기 전까지 눈을 감으며 뭘 부를지 생각했다.
“지금 오디션 보실 수 있죠? 따라오실래요?”
이안이 눈을 떴다.
***
“그렇게 잘생겼다고?”
“네 그렇다니까요. 대표님, 당장 계약서 뽑아 놔야 해요 놓치면 진짜 후회할 거예요.”
서수련의 호들갑에 BHL엔터의 대표 이병헌은 제 턱을 쓸었다. 면도를 하지 않아 까슬까슬했다.
그의 회사는 블랙러시를 잇는 차기 보이그룹을 준비중이였다.
몇 년 전부터 정말 야심 차게 준비했고, 회사의 인력을 총동원했다. 차기 그룹은 7인조로, 주기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받은 30명이 넘는 연습생들 중 알짜배기만 고르고 골랐다.
[단독] ‘블랙러시’ 동생 그룹 나온다…. ‘BHL-BOYS’ 공개회사의 트레이닝 끝에 내년을 데뷔 예정일로 정해 놓고 언론사에 기사도 뿌리고 데뷔 시동을 걸으면서 탄탄대로 이어질 것 같았던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연습생 한 명이 부모까지 대동하고 회사로 찾아와 퇴사를 통보한 것이다!
‘우리 영준이 아파서 그런데 연습생 계약 해지해 주세요.’
‘어머니, 우리 애들 곧 데뷔인거 아시잖아요. 영준이 메인 보컬이에요.’
‘됐고, 해지해 주세요.’
건강상 문제라면서 진단서까지 떼어 왔으니 대표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바닥을 잘 아는 대표는 딱 봐도 견적이 나왔다. 김영준은 다른 회사의 물밑 작업에 넘어간 것이다. 그것도 당장 데뷔를 뿌리치고 갈 만한 대형 기획사로.
‘들었어요? 영준이 MJ엔터로 간 거?’
‘업계 상도가 있지 어떻게 데뷔조 애를 뺏어 갈 수가 있지?’
‘애들은 이 소식 알아요? 알면 안 되는데….’
곡도 어느 정도 미리 받아 놓은 상태였고, 안무가도 미리 섭외해 놓은 상태였는데 느닷없이 한 명이 빠지다니.
게다가 그 연습생은 메인 보컬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메인에 버금가는 실력자였는데.
이제 와서 성급히 누군가를 오디션으로 뽑아 봤자 얼굴 되는 메인 보컬이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7인조는 포기하고 6인조로 데뷔시키자니 안무 그림을 따지면 짝수는 안 좋다. 한 명이 묻히거나 좌우대칭이 안 맞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차에 회사를 떠들썩하게 한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 * *
연습실에 간이 의자를 놓은 급조된 오디션장이 마련되었다. 그새 전사에 소문이 났는지 자리를 비운 직원 빼고는 거의 다 모인 거나 다름없었다.
의자에 앉지 못한 직원들은 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와 이 정도라고? 대표는 기대감과 초조함 속에서 박주민이 복사해온 인적사항을 괜히 넘겨봤다.
정말 급조한 서류라 당연히 증명사진은 없었다.
“죄송하네요. 오랜만에 보는 연습생 오디션이라. 직원분들이 많을 거예요.”
“괜찮아요. 보시는 분 많으면 좋죠.”
성급히 문을 연 직원에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일단 목소리는 좋다. 고개를 든 대표는 헉 하고 숨을 삼키다가 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과연 저 비주얼이라면 무대에서 뚝딱거려도 인정이다. 오 마이 갓 세상에 어디서 저런 놈을 물어 왔지. 기획팀 박주민이라고? 나중에 인센티브 세게 줘야겠다. 그는 점점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려 흠흠 헛기침을 했다.
“되게… 많으시네요.”
와, 곤란한 듯 웃는 얼굴도 잘생겼다. 대표가 주변 직원들을 째려보았다. 처음부터 굽히고 나오면 애 버릇 나빠지는데. 아니다. 저 얼굴이면 버릇 좀 나빠도 괜찮다. 대표의 속마음이 오락가락했다.
반면 이안은 조금 긴장했다. 그의 긴 오디션 인생에서 이렇게 전 직원이 나와서 구경 온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안은 등에 멘 기타를 앞으로 멨다. 첫인상은 중요하니까. 그는 상체를 90도로 숙였다.
“안녕하세요. 17살 최이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직원들은 대표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대표가 권위적이지 않은 듯했다.
상하 관계없이 즐거운 모습에 분위기도 훈훈하고 느낌이 아주 좋았다. 옆에 붕붕 떠다니던 진이 ‘내 말이 맞지? 좋은 회사라고.’라며 으쓱했다.
“흠흠…. 기타를 가져오신 거 보니 노래 준비하셨나 봐요? 한번 들려 주시겠어요?”
“네.”
“긴장 안 하셔도 돼요. 편하게 하세요.”
와 반말을 안 한다. 좃소회사 인생이었던 최이안은 점점 이 회사가 마음에 들었다. 별거 없는 회사들은 뭣도 없는데 대표라고 가오 잡는다고 초면에 반말은 일상이다.
이쪽 대표는 대표라고 거들먹거리지 않았고 정중한 말투를 썼다. 이것도 이안의 압도적인 얼굴발 때문인가 싶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안은 큼큼 목을 가다듬고 기타에 손을 올렸다. 미국의 하이틴 스타로 자리 잡은 남자 가수의 노래였다. 처음엔 저음으로 시작하지만 엔딩 부분에서 치고 올라오는 고음이 매력적인 곡이었다.
“…세상에.”
첫 소절을 듣자마자 대표와 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눈이 몽롱해졌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잔잔한 저음과 간간이 성대를 긁으면서 치는 목소리는 록 음악이 아님에도 곡과 잘 어울렸다. 마지막 깔끔하게 올라가는 고음 부분에서는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세상에 저 얼굴에 노래도 잘해. 한 여직원이 탄성을 지르듯 내뱉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때쯤 BHL엔터를 나온 이안이 씨익 웃었다. 오디션은 어떻게 되었냐고?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 계약서가 결과를 알려 줬다.
* * *
“아쉽다 아쉬워. 당장 붙잡아서 계약서 바꿀까?”
“에이 그건 모양 빠지죠.”
당장 가서 연습생 계약서 말고 아티스트 계약서로 바꿔 오자는 대표의 주장을 서수련이 만류했다.
“그래도 빨리 연락 줬으면 좋겠네요.”
“내 말이.”
대표와 서수련이 복도로 나와 간절히 빌었다.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보석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옆 연습실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댄스 연습을 하던 BHL엔터의 연습생들이 연습실을 나오고 있었다.
“얘들아 오늘 제육 콜?”
“아 제육 질리는데… 돈까스는 어때요?”
“돈까스 콜!”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수건으로 땀을 닦던 연습생들이 직원들을 향해 우렁차게 인사했다.
내가 인사성 하나는 철저하게 교육했지. 괜스레 흐뭇해진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얘네는 대표님은 보이고 나는 안 보이니?”
“안녕하세요, 이사님!”
서수련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어디까지나 장난이었지 꼽 주는 말투는 아니었다.
“누가 왔었나요? 복잡하네요.”
“응, 오디션 막 봤어. 전 직원이 다 들어왔거든.”
“진짜요? 뭐 있나 보네요.”
“완전 대박을 건졌어. 당장 계약해 주면 좋으련만.”
“그래요?”
“그래도 느낌이 좋아. 계약할 것 같아.”
한 연습생이 영혼 없이 되받아쳤다.
“계약은 무슨… 퇴사나 안했으면 좋겠네요.”
그는 미래의 AWY 멤버, 8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데뷔무산을 3번 겪고 기획사를 전전하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