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50
50
노래 제목은 뭐로 할 거야?
박진혁이 랩이란 걸 시작했을 때는 한창 감정의 폭풍이 거세 질시기,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멋있어…!’
-힙합 관심있는 중딩2학년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 힙플레이 다 뒤졌네 중딩도 오고
└ 위에 무시하세요^^ 환영합니다.
그는 힙합에 빠져들면서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갔다.
-라브제이왔는가ㅎㅇ
-라브제이님 믹테 만들어서 뮤직클라우드에 한번 올려보겠어요?
‘믹스 테잎?’
박진혁은 뮤직클라우드에 자신의 계정을 등록해 놓고 프리 소스를 배경음으로 랩을 녹음해 커뮤니티에 업로드했다.
‘아 깜짝이야! 누나!’
엿듣고 있었던 박진혁의 누나, 박서현이 박진혁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계속 방구석에서 음침하게 있지 말고 오디션이라도 보는 게 어떠냐?’
‘그럴까?’
‘누나가 듣기에도 못 들어 줄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뭐… 잘하네.’
박서현은 랩을 잘 모르는 자신이 객관적으로 들어도 제 동생의 실력이 꽤 좋다고 느껴졌다.
데면데면한 남매 사이에서 드물게 들은 누나의 칭찬에 중학생 박진혁이 볼을 붉혔다.
‘이왕 할 거면 아이돌이나 해라. 누나 아이돌 동생 갖고 싶었어.’
‘그래?’
박진혁이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진로가 2분 만에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라브제이 중학생이라 하지 않았냐?
-개잘하는데? 와씨 나는 중딩때 뭐했냐? 자괴감오져ㅋㅋㅋ
-라브제이 우리 레이블 올래?
-누구 라브제이 연락처 아는 사람?
자신의 믹스테잎이 힙합 커뮤니티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킨 것도 모르고 박진혁은 희희낙락 아이돌 기획사의 문을 두드렸다. 바로 그게 BHL엔터였다.
그리고 라브제이에게 레이블 제안을 건넸던 사람은 바로 블루믹이었다.
-라브제이 돌아와라
-빨리 와서 다른 곡 들려줘
라브제이가 그 이후로 자주 들어오던 커뮤니티도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그의 믹스테잎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박진혁을 찾았다.
-라브제이 기억하는 사람 있냐?
-이거 들어봐. 스타일이 완전 라브제이인데?
그리고 몇 년 후 아위의 데뷔곡이 힙합 커뮤니티 사이에 오르내렸다. 아위의 데뷔곡은 아이돌임에도 힙씬에서 인정받는 블랙러시 정세준이 프로듀싱한 곡이기도 해서 퍼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거 익숙한… 얘, 라브제이인가? 라브제이랑 똑같은데?’
그리고 블루믹은 우연히 들은 아위의 타이틀곡에 자신이 찾던 라브제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름이 뭐야… 박진혁?’
출생 연도를 보니 라브제이가 사라진 중학교 3학년 시절과 나이대가 일치했다. 블루믹이 번개를 맞은 듯 몸을 번쩍 일으켰다.
(중학교 때 라브제이라는 이름으로 믹테 올린 거, 박진혁 씨 맞죠?)
(네, 저 맞는데요….)
‘아이돌 래퍼’ 2회에서는 얼떨떨한 박진혁의 얼굴부터 시작되었다.
임지훈의 N넷수저 편애 편집 가운데에서도 블루믹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었는지, 블루믹과 엮인 박진혁의 분량도 저절로 늘어났다.
(하… 드디어 찾았네….)
블루믹이 제 눈을 비비며 한숨 쉬듯 말했다. 모든 출연진들의 집중이 박진혁과 블루믹으로 향했다.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블루믹이 박진혁을 찾는 이유가 VCR로 송출되었다.
“와 형 알고 보니 대단한 사람이었네?”
“와 우리가 천재랑 같은 그룹인 거야?”
멤버들의 호들갑에 박진혁이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럼 프로듀싱의 천재, 비트의 신 블루믹의 인정을 받은 진혁이 형도 방송사의 적폐는 못 이기고 2위를 했다고?’
[아이러니하지? 이게 인생이야.]‘너 한 대만 때리면 안 되냐?’
[때릴 수 있으면 때려 보든가~]진이 휘휘 날아다니다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아오 저 얄미운 새끼. 이안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또 가사를 절어 버린 박세온!)
“아니, 저거 저럴 만한 상황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 박세온에 관한 악성 편집은 2회에서도 계속됐다. 박진혁의 탄식에 이안이 얼굴을 찌푸렸다.
“세온이 괜찮으려나…?”
이안의 복잡한 심정을 조태웅이 대변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5월 말. 아위는 6월에 발매될 디지털 싱글 작업을 완료했다.
하지만 그들은 잠시 휴식기를 가질 시간도 없이 바로 10월쯤 발매가 예정된 정규 1집 작업을 시작했다.
정규 앨범은 미니 앨범보다 곡 수가 더 많기도 했고, 첫 정규 앨범이니만큼 신경을 더 쓰겠다는 회사의 방침이었다.
“진혁아, 형이랑 같이 작업해도 괜찮겠어? 블루믹이 생방 곡 같이 작업하자고 했다며.”
“형 아니면 안 돼. 형, 난 우리 그룹 띄우러 간 거야. 형 곡도 좋고.”
이주혁이 퍽 감동한 모습으로 박진혁을 돌아보았다.
아위가 바쁘게 다음 앨범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박진혁이 출연한 ‘아이돌 래퍼’도 최종 생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가사는 써 왔지?”
“어, 여기.”
박진혁이 깔끔하게 인쇄해 온 종이를 내밀었다. 가사를 읽어 내려가던 이주혁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야… 이건….”
“형, 딱 한 번만 들어 봐.”
박진혁은 ‘아이돌 래퍼’에서 직접 들었던 피디들끼리의 싸움, 그리고 박진혁에게 호의적인 이종수 피디에 관한 얘기를 했다.
“…형, 나는 눈치가 없는 거지 머리가 없는 게 아니야. 이 피디님이라면 이거 통과해 줄 거라니까? 게다가 그 블루믹도 내 편이라고.”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위험하지 않아?”
이주혁은 ‘아이돌 래퍼’의 회차가 진행될수록 김 현의 악편을 피하라는 조언을 충실히 이행한 박진혁이 이상했었다.
그가 아는 박진혁이라면 이렇게 순순히 넘어갈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최종 생방을 위한 빌드업이었나. 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
“일단, 너 피처링 누구로 할 거야?”
“이안이지.”
“역시… 그럼 이안이 의견도 들어 보자.”
“그럴까?”
이주혁의 제안에 박진혁이 쉽게 납득했다.
멤버들 사이에서의 이안은 왜인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방송국 돌아가는 사정도 잘 알고, 기자들 상대하는 것이라든가 사생을 잡는 것도 그렇고.
뭔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철철 흘러넘쳤다. 아이돌 2회차 느낌, 어떨 때에는 매니저보다도 더 신뢰가 갔다.
“이안아, 잠깐 와 볼래?”
“……?”
이안은 마침 댄스 연습실에서 김주영과 김 현의 춤선 강의를 듣고 있었다.
“뭐야? 왜 이안이만 불러?”
“그런 게 있어.”
김주영의 투덜거림을 넘긴 박진혁이 이안을 데리고 프로듀싱 룸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 있어요?”
“너 형 생방 곡 피처링 좀 해 주라.”
“오, 나야 좋지.”
이안이 작업실에 마련된 작은 소파에 앉았다.
“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너 진혁이가 쓴 가사 좀 볼래?”
이주혁이 한숨을 쉬며 종이를 내밀었다.
‘무슨 일이지?’
이안이 종이를 받아 빠르게 훑었다. 진과 이안이 동시에 감탄했다.
[와 박진혁 이런 놈이었냐?]“와 이건….”
“내 말 들어봐 이안아. 거기 피디들 사이가 아주 좋지가 않더라고….”
‘아이돌 래퍼’의 공동 피디인 이종수와 강병인의 알력 다툼, 이 피디와 블루믹이라는 음원 강자가 자신의 편이라고,
걱정 말라는 박진혁의 말을 배경음으로 들으며 이안이 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진이 큼큼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희한하게 타이밍 죽이는데?]‘그래?’
[일단 초이스 띄우라고 지시받은 강병인 피디만 피하면 어떻게 잘 비빌 수 있을 거 같아. 이종수 피디는 이거 끝나고 JBTC로 이적해 버리거든. 이 피디 걔는 또 힙합을 광적으로 좋아해.]‘그럼 먹힐 거 같은데?’
여차하면 이 피디가 뒤집어쓸 수도 있지 않을까? 이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박진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게다가 YANG엔터 서바이벌 이후에 임 대표가 N넷 피디들을 대거 빼가서 JBTC로 가 버리거든. 그 이후로 N넷이 YANG엔터를 완전 보이콧했어.]‘아 그래서 그 뒤로 YANG엔터 소속 가수들이 N넷 음악방송에 안 나왔구나?’
[문제는 이걸 그 시절을 디스 하는 곡으로 봐야 한다는 건데 지금 이 부분 보면 박세온에 관한 얘기도 나온단 말이야?]‘그건 방법이 있지.’
이안이 종이를 박진혁에게 넘기며 제안했다.
“현이 형도 넣는 건 어때요?”
“그래도 될까?”
“현이 형 이제 괜찮아 보이던데? 그리고, 현이 형이 있어야 풍자의 완성이지.”
“그건 맞는 말이야.”
이안은 진이 지적한 부분을 콕 찍었다.
“근데 이 부분은 세온이를 염두에 두고 쓴 거 맞죠? 이건 좀 아슬아슬할 거 같아. 현이 형이 참여해야 그때의 폭로전으로 보일 수 있어요, 내가 장담함.”
“그런가? 아쉬운데… 어쩔 수 없지, 그럼 이 부분은 좀 틀고… 사실 현이 파트도 따로 구상해 놓긴 했어.”
이안의 의견을 모조리 수용한 박진혁이 다른 종이를 슬쩍 꺼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하하 웃었다.
사실 전부터 이안의 눈에 띈 박진혁의 표정은, 이대로 악편을 피하겠다는 순둥한 눈빛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 좋아. 하자.”
이주혁이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면서 말했다. 행동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주혁의 표정에는 ‘재미있겠다.’라는 심경이 담겨 있었다.
“그럼 우리 사고 한 번 치는 거다?”
“이안아 가서 현이도 불러와.”
이안이 후다닥 김 현을 데리러 갔다.
* * *
“미쳤어?”
박진혁의 가사와 설명을 들은 김 현의 첫 감상이었다.
“형, 들어 봐요. YANG엔터랑 N넷 사이가 그렇게 좋진 않더라고….”
이번엔 이안이 적극적으로 나서 김 현을 설득했다.
이안의 말에 김 현이 누그러든 표정으로 끙 하고 소파에 앉았다.
“어째서 내 말은 안 듣고 이안이 말은 듣냐?”
“얘는 뭔가 믿음직스럽잖아. 난 얘가 옥장판 사라고 하면 세 개 정도는 사 줄걸.”
박진혁의 투정을 무시한 김 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넘어오지 않았군…. 이안이 점점 쐐기를 박았다.
“형, 이대로 계속 뒤에서만 N넷 욕할 거예요?”
“…….”
“형 악편한 그 피디 새끼, YANG엔터, 그리고 박성훈. 걔네 괘씸하잖아.”
“그건….”
“형이 계속 속으로만 앓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 형만 괴롭잖아.”
“하….”
“세온이 방송에 비추어진 거 봐 봐…. 형, 이제 누군가는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안이 손가락을 접어 가며 하나하나 따지자 김 현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이안은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는데, 사실 이안은 그때의 김용민이 못 했던 걸 김 현이 대신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형은 이제야 간신히 그때에서 벗어났는데, 걔네는 자기네 잘못도 모르고 지네들 인생 잘만 살고 있었는데?”
“그건 그런데….”
“형, 우리 목소리 냅시다.”
“야, 근데 이거 회사에 허락받아야 하는 거 아냐?”
‘슬슬 넘어왔지?’
이주혁의 눈빛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 허락은 왜 받아? 우린 우리 음악 하는 거야.”
“야….”
“남들이 우린 아이돌이라고, 걔네가 무슨 힙합이냐고 생각하더라도 우리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다.”
“…….”
“같이 하자.”
박진혁의 진중한 말에 김 현이 입을 다물었다. 곰곰이 생각한 김 현이 박진혁이 내민 손을 잡았다.
“좋아, 하자.”
김 현의 말에 박진혁이 펄쩍 뛰었다. 이주혁이 그런 박진혁을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일단, 다른 애들한테도 얘기는 해 두는 게 나을 거 같아. 잘못되면 연대책임을 물 수가 있어.”
“당연하죠.”
이안은 댄스 연습실에 남아있을 다른 멤버들을 부르러 갔다. 작업실에 남은 3명이 상기된 표정으로 가사를 다시 훑었다. 남들 몰래 뭔가를 꾸민다는 게, 기분이 엄청 좋았다.
* * *
“그래서, 노래 제목은 뭐로 할 거야?”
김 현의 질문을 받은 박진혁이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