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53
53
우리 진짜 1위야?
“정말 엄청난 무대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문자 투표 집계가 끝났다고 합니다!”
방청석에서 환호를 질렀다. 박진혁 이후 무대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특히, 임지훈은 얼굴을 철면피로 무장했지만 박진혁의 무대를 보고 감정의 동요가 있었는지, 결정적인 부분에서 가사 실수가 있었다.
“자! ‘아이돌 래퍼’ 최종 우승자는…!”
그리고 당연히 이변은 있었다.
“박진혁입니다!”
박진혁이 펄쩍 뛰어올라 김 현과 이안을 끌어안았다. 카메라는 방청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위의 다른 멤버들을 잡았다.
멤버들도 기뻐서 서로를 부여잡고 있었는데, 심지어는 마이킷까지 껴서 콩콩 뛰고 있었다.
이윽고 무대 위 큰 화면에서 전체 순위표와 함께 투표수가 한꺼번에 나왔는데, 1위와 2위의 표차가 꽤 많이 차이나 있었다. 거의 압도적인 수치였다.
“2위는 아쉽게도… 임지훈입니다!”
박진혁의 손에 쥐어지는 우승 목걸이가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소감을 말하는 박진혁의 뒤에서 이안은 기뻐서 웃다가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메일이 잘 갔으려나?’
이안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 강병인에 대한 폭로 내용을 예약 메일로 걸어 둔 상태였다.
처음에는 기레기인 진의 인맥이라 껄끄러웠었지만, 어쨌든 그 기레기가 내 편이 되는 셈이니… 좋게 좋게 생각하려 마음먹어도 어쩔 수 없이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뭐 어때, 우리가 살려면 어쩔 수 없지. 범죄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범죄는 쟤네가 했지. 이안은 제작진석에서 팔짱을 끼며 무섭게 노려보는 강병인 피디를 슬쩍 바라보았다.
방송이 끝나고, ‘아이돌 래퍼’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힙합 커뮤니티에서도 박진혁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야 아이돌래퍼 미쳤다 노래 개좋다
-박진혁 무대 찢어놓았다
-근데 얘네 데뷔 6개월임ㄷㄷㄷ 6개월따리가 방송국에 선전포고ㅋㅋㅋ오졌다ㅋㅋㅋ
-라브제이 이새끼 내가 일낼줄 알았음
-블루믹 프로듀싱 부럽다ㅅㅂ
-야 7화에서 화면 구석 거울에 비친 박진혁 표정 봤냐?
박세온 다굴맞으니까 박진혁 표정 봐
└미친 어떻게 찾았냐?
└존나 환-멸가득한 표정이네
└(사진) 1화부터 묘했음 누가 정리글 올렸더라
└그럼 디스전도 칭찬전 만든놈이 여태껏 티 안내다가 막방에 이런 거임? 와 빌드업 미쳤네
└같은 그룹멤버가 악편 피해자라며 더 깽판치고 싶었겠지ㅋㅋㅋ착한깽판 ㅇㅈ이다
-내일 음원 뜨면 우리 옆그룹 보은스밍가자
└ㅇㅋㅇㅋ 하자
└ㄹㅇ보은스밍이다 ㅅㅂ 방송 보는 내가 속시원하더라
└옆갤 총공 시간 언제로해? ㅂㅈㅎ생일시로 해?
-야 아이돌 초이스 투표수 봤냐?
숫자 이상하게 반복되던데 이거 프로그램 쓴 거 아니냐?
└ㅁㅊ
└ㄹㅇ 주작인거야?
└그럼 여태 듣보라서 묻힌거?
* * *
“얘들아 밥 다 먹었지? 회사로 가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박동수가 숙소의 현관문을 열었다.
“막상 저질러 버리니까 속은 후련한데….”
“좀 쫄리긴 하네. 그렇지?”
멤버들의 속삭임을 들은 박동수가 뒷목을 잡았다. 알면 좀 잘하지! 썩어 가는 박동수의 표정을 본 조태웅이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
“에이 형,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래, 이미 지나가 버렸지.”
박동수는 밴에 멤버들이 다 탔는지 확인하고는 운전석에 앉아 벨트를 맸다.
“얘들아, 그래도 이건 신뢰의 문제야. 야… 나 너네 매니저야.”
박동수는 룸 미러의 각도를 조절해 그걸 통해서 멤버들과 눈을 마주쳤다.
“적어도 나한테는 미리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니? 어제처럼 현장에서 통보당하는 게 아니라?”
“…….”
“너네가 왜 비밀로 했는지는 알겠는데…. 내가 이미 완성 다 된 노래 가지고 당장 엎으라고 할 것 같았어?”
“미안해요, 형.”
“얘들아… 너네 관리하는 게 내 일이야. 너네들 이렇게 사고 치는 거 방지하는 게 내 일이고, 이미 이렇게 벌어진 일에도 수습하는 게 나랑 회사의 일이야. 그러면 수습할 시간을 미리 줬어야지.”
박동수가 차에 시동을 걸어 회사로 출발했다. 늘 시끄러웠던 밴 안이 유난히 조용해졌다.
엔터 회사가 원래 야근이 잦다지만, 어제 박진혁의 무대 이후로 BHL엔터의 직원들은 야근을 넘어서 철야를 해야 했다.
어떻게 기사를 뿌려야 하는지, 이후 N넷의 대응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앞으로의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의 연속이었다.
“너네는 적어도 하루 전에… 나한테만이라도 다 털어놓았어야 했었어.”
“…….”
“하… 너네한텐 실망 많이 했다.”
박동수가 한숨을 푹푹 쉬었다. 멤버들이 몸을 움츠러들었다. 화내고 윽박지르는 것보다 이게 더 무서웠다.
* * *
“아이고 우리 사고뭉치들 왔어?”
이병헌 대표는 돌아 버리다 못해 아예 360도로 돌아 버려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표정으로 아위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무거워진 분위기에 7명의 아이들이 저절로 뒷짐 지고 서서 고개를 숙였다. 대표가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우승한 건 축하한다. 진혁아.”
김 현은 대표에게도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었던지라 상황을 따로 보면 통쾌하고 속 시원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얘들아… 너네 어쩌자고 이런 거야!”
대표가 버럭 소리쳤다.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분노로 붉어졌다.
신인 가수가! 음악방송도 하고 글로벌 콘서트도 열고 하물며 시상식도 성대하게 개최하는 N넷을 대놓고! 그것도 N넷 서바이벌에 나와서! 하필 컴백도 다음 주인데!
“지금 무대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마당에! 하필 방송국을 상대로!”
“…죄송합니다.”
“너네 때문에 직원들 고생한 건 생각도 안 하지? 앞으로 N넷 못 나가면 너네 어쩔 건데?! 소속사 전체 보이콧당하면 블랙러시는! 어?! 제정신이야?!”
‘시발 내가 힘이 있으면 이렇게 애들한테 화도 안 내지.’ 이병헌이 답답해서 제 가슴을 퍽퍽 쳤다.
멤버들은 주눅이 들어서 발끝만 쳐다보았다. 그 순간, 똑똑. 누군가 대표실의 문을 노크했다.
“뭐야!”
“대표님, 지금 이거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문을 연 것은 이사, 서수련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박동수도 함께 있었다. 서수련이 태블릿 패드에 띄어 놓은 인터넷 기사를 하나둘 넘겨 가며 보여 줬다.
‘아이돌 래퍼’ 박진혁은 예언자? N넷 오디션 조작 의혹
‘아이돌 래퍼’ 신인 가수의 용기 있는 폭로인가… N넷 소속 프로듀서, 뇌물 의혹에 N넷 ‘확인 중’
[단독]갤럭시보이즈 마약 사건에 방송사 피디가 줄줄이 엮여 있어 ‘파장’유명 음악 프로듀서 블루믹, ‘N넷에서 출연자를 띄워 달라 부탁받았던 적이 있다.’ 소신 있는 폭로.
‘아이돌 래퍼’ YANG엔터 서바이벌 재평가… 악성편집, 이대로 괜찮은가.
‘늦지 않았군.’
[제대로 써 줬나 본데?]‘…너 인맥은 인정한다.’
이안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혹시 늦으면 어쩌나 내심 조마조마했다. 제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역시 기레기 인맥이라 그런지 팩트체크도 안 하고 기사부터 올리고 보는구나.
멤버들이 뒷짐을 풀고 슬금슬금 다가와 기사를 같이 봤다.
서수련이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더니 실시간 검색 차트를 보여주면서 속삭였다.
“지금 진혁이 실검 1위에요. 아위는 6위고요.”
“뭐?”
서수련은 이어서 탭을 빠르게 넘겨 미리 준비해 둔 음원사이트의 첫 페이지를 하나둘 보여 줬다.
“그리고 이거 보세요, 지금 진혁이 곡이 전체 음원 사이트 1위예요.”
“행사 섭외 전화가 계속 울리는데요….”
“블루믹이 음반 작업 언제 하냐고 연락도 왔어요.”
“대표님… 지금 반응이 장난 아니에요.”
직원들이 하나둘 들어와 한마디씩 전했다. 철야의 원인임에도 자기네 소속 가수 보호하겠다고 우르르 몰려온 것이다.
[뭐 이런 가족 같은 회사가 다 있어?]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멤버들은 고개를 살짝 들어 직원들과 눈을 마주쳤다.
‘숙이고 있어.’
기획팀 박주민 대리가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너네 매니저가 다 불러 모았나 봐.]‘뭐?’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동수가 있었다. 이안이 감동받은 눈으로 박동수를 바라보자 그는 뚱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1위 한 지 얼마나 됐는데?”
“3시간째예요, 지금 그래프 누웠어요.”
‘오 리얼?’
[너도 한 2퍼센트쯤은 가져가냐?]이안이 속으로 감탄했다. 1위한 것도 신기한데 그래프도 누웠다고? 그렇다면 상위권에 알 박고 있겠다는 것이다. 멤버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술렁거렸다.
역시 힙합 서바이벌 한 번 떴다 하면 관련 곡으로 음원 차트 줄 세우는 힙합의 민족다웠다.
“1위라고…?”
“우리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이주혁과 박진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의 귓가에 경건한 찬송가가 울리는 착각이 들었다. 이게 저작권 달달하게 들어오는 소리인가? 혼나는 중이라 대놓고 좋아하지는 못하고 그들의 귓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순간, 대표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엎어 놓았던 휴대폰의 액정을 들어보니, 그도 알고 있는 사람의 연락이었다.
(N넷 이종수 피디)
“일단… 다 나가 봐.”
대표가 손을 휘휘 젓자 모두가 빠르게 대표실을 나왔다.
모두가 나간 것을 확인한 대표가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이 대표님. 지금 혈압 오르신 거 아니죠?)
“이 피디… 이 피디는 다 알고 있었지?”
(너무 열 내지 마세요. 내가 하라고 시킨 거야.)
허, 그걸 누가 믿어. 대표가 헛웃음을 쳤다.
“이 피디… 우리 인연이 몇 년 인연인데 이렇게 감추고 있기야? 이 피디는 JBTC로 가면 되지만 우리 애들은 어떡해?”
(좀만 참으세요. 잘 풀릴 겁니다. 기사는 보셨죠?)
“보긴 봤지….”
(1년 정도 N넷 못 나와도 행사비로 이득 많이 보실 겁니다. 게다가, 제가 블랙러시 리얼리티 좋게 뽑아 줬잖습니까.)
“그건 내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
이종수 피디가 맡았던 블랙러시 리얼리티는 외국에 퍼지면서 블랙러시 외국 팬덤 유입에 공헌한 적이 있었다.
(자리 옮기면 거기서는 대표님 소속 애들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그래 줄 거야?”
(그럼요. 대표님 얼굴 봐서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아위… 걔네들이 참 패기가 있어요? 제 맘에 쏙 드네요.)
그렇다면야… 이병헌은 큼큼 헛기침을 했다.
“그럼 내가 고맙지….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고.”
(네, 그러시죠.)
통화를 끊은 대표가 문을 열었다. 복도에 주르륵 줄 서 있는 직원들과 아위를 바라본 대표가 한숨을 쉬었다.
“너넨 연습하고, 다들 회의실로 모여요.”
* * *
통화를 끊은 이종수 피디가 최종회 시청률 그래프를 바라봤다. 고만고만하게 이어지는 그래프는 박진혁의 무대 시간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었다.
-데뷔 6개월 신인이 N넷나와서 N넷디스함ㄷㄷㄷ
-미친놈들임ㅋㅋㅋ 아위 신곡 나오면 들어준다
-근데 곡 넘모좋지않냐? 나 음원샀다.
-근데 진짜 얘네 뭐 알고있는거 아냐?
-예언좌 주작좌 박진혁ㅋㅋㅋㅋㅋㅋ
-N넷 보복하면 졸렬한거지 착한 폭로ㅇㅈ해야지
게다가 마지막 생방송이 끝난 후 ‘아이돌 래퍼’가 커뮤니티를 장악했다.
네이브 TV TOP-100
1. [아이돌 래퍼] 박진혁 – 주작(朱雀) (Feat. 현, 이안 of AWY) @파이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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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래퍼] 박진혁 – 주작(朱雀) (Feat. 현, 이안 of AWY)방송을 꾸준히 보지 않던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클립 영상을 찾았다. 마지막 방송만큼은 가히 ‘프로젝트 아이돌’과 맞먹는 화제성이었다.
“에이씨….”
강병인 그 새끼한테 안 끌려다녔으면 이 시청률이 평균 시청률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이종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면서 시청률을 인쇄한 종이를 휴지통에 넣었다.
“이종수 어디 갔어!”
어이쿠! 이종수가 부리나케 화장실로 도망갔다.
* * *
“우리 진짜 1위야?”
“아까 보니까 진짜 1위던데?”
이주혁과 박진혁이 서로를 돌아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댄스 연습실에 반강제로 감금당한 멤버들은 이주혁과 박진혁을 둥글게 둘러쌌다.
“형 돈 들어오면 우리 한우 사 줘요.”
박서담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주혁을 붙잡았다.
“주영아 한우 맛집은 아는 데 없냐?”
“내가 한우 먹으러 다닐 정도로 재력이 있었을 거 같아? 마장동밖에 몰라. 근데 한우는 맛집 안 가도 다 맛있는 거 아니었냐?”
“그건 맞는 말이지.”
이안의 질문에 김주영이 대답했다.
“그래도 첫 1위 곡은 그룹곡이었으면 했는데… 좀 아쉽다.”
이주혁이 볼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조태웅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형 그짓말 하지 마 기분 좋으면서.”
“우리 블루믹 프로듀싱 받아서 1위 할 거임. 형 곡 말고.”
멤버들이 긴장이 풀려서 실성한 듯 낄낄 웃었다. 그때, 연습실의 문이 열리고 박동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네 연습 안 하냐?”
“넵!”
멤버들이 군기가 바짝 들어서 서로 동선을 찾아갔다. 허둥지둥 부딪치는 모습에 박동수가 한숨을 푹 내쉬곤 문을 닫았다.
* * *
이후 아위에게는 거의 반 근신 처분이 내려졌다. 회사 연습실과 숙소 외에는 늘 가던 편의점에 들르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고, 밥도 나가서 먹지 않고 연습실에서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어야 했다.
“와 답답해 미치겠다.”
“그래도 참아야지.”
“진혁이 형 아직도 1위 중인가?”
“아씨 궁금한데 동수형 아직도 화난 거 같아서 못 물어보겠어.”
멤버들이 연습실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내일, K사 음악방송을 시작으로 아위는 디지털 싱글로 컴백한다.
‘밖에 상황은 어때?’
[아직도 난리야.]‘그래?’
그 와중에도 박진혁의 주작 신드롬은 제목값을 하는 것인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