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54
54
반만 1위 가수 아니야?
“여러분! 저희 컴백 활동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안녕!”
7명을 담기엔 작은 핸드폰 앞에 다닥다닥 모여 있던 멤버들이 Y앱 방송을 종료했다.
“오, 딱 6시에 껐다. 타이밍 죽이고.”
“폰 뺏기기 전에 반응 좀 살피자.”
6시는 그들의 음원이 각종 음원사이트에 풀리는 날이었다. 멤버들이 인터넷 창을 열어 반응을 살피려는 찰나, CCTV로 지켜보고 있었던 직원이 들어와 그들 손의 핸드폰을 가져갔다.
“이따가 진입 순위 보면 안 돼요?”
“응 안 돼.”
“누나….”
이안이 간절하게 말하자, 아직 이안의 얼굴에 면역이 안 된 직원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졌다.
“안 된다면 안 돼. 매니저님한테 물어봐.”
그녀는 단호하게 말하며 연습실을 나갔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엔 사고 좀 덜 치자.”
멤버들은 후회하면서도 절대로 사고를 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안 했다.
“매정하다 매정해.”
“그래도 순위는 보게 해 주시지….”
멤버들은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 * *
“이제 그만 삐지는 게 어때요?”
아위에게서 방송 핸드폰을 가져온 직원이 연습실의 CCTV 카메라를 보고 있는 박동수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건넸다.
“저 안 삐졌어요.”
“애들 엄청 눈치 보던데?”
“당연히 눈치 봐야죠, 그때 철야하셨잖아요.”
직원이 그때의 혼란한 상황이 생각났는지 영혼 없이 웃었다.
“했죠, 근데 이미 야근이 일상인데… 몇 시간 늦게 들어간다고 차이가 있겠어요?”
“아….”
“그래도 여긴 이걸 잘 챙겨 주잖아요. 그래서 그나마 나은 거지.”
직원이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아 돈 모양을 만들었다. 아위가 사고 친 이후로 이병헌 대표는 미안하다며 야근비를 두 배로 챙겨 줬었다. 그리고 그 돈은 아위의 행사비로 메울 예정이었다.
“이제 그만 화 푸세요. 저 위로 갈게요.”
“…네.”
직원을 보낸 박동수가 한숨을 푸욱 쉬곤 연습실의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아직까지 N넷에서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쪽은 어디서 그렇게 약점이 잡혔는지, 자기 집에 불 난 것을 끄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에휴… 애들한테 삐지는 것도 모양 빠지고… 이제 그만 해야지.’
박동수가 고민 끝에 생각을 정리했다.
때마침 7시가 넘어 음원 차트가 재정비되었다. 순위를 확인한 박동수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이윽고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 * *
“너네 진입 12위 했다.”
좋아서 펄쩍 날뛰었던 상황은 어디 가고 짐짓 표정을 굳힌 박동수가 무심하게 말했다.
“뭐… 뭐라고요?”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우리 12위래!”
댄스 연습실이라 방음공사까지 다 했는데도, 멤버들의 비명 소리가 문 너머로 들리자, 박동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여기 한번 봐 주세요!”
“오른쪽! 오른쪽!”
“상남자 박진혁!”
“이안아! 형이야!”
음악방송 출근길이 요란했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멤버들이 눈을 부릅떴다. 대리 찍사와 팬들이 고함치며 그들을 부르는 소리에 현장이 시끄러웠다.
“와 눈 아프다.”
멤버들은 포토존을 지나 방송국으로 향하면서 눈을 살짝 만졌다. 기사 사진에 예쁘게 나오기 위해서 눈 화장까지 한 터라 속 시원히 비빌 수 없었다.
“아위, 리허설 갈게요.”
출근길뿐만 아니라 리허설에서도 화제성의 떡상을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피디가 아위를, 정확히는 박진혁의 얼굴을 슬쩍 보고는 흐흐 웃고 있었다. 표정에서 ‘너네가 그 미친놈들이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화제성은 대기실에서도 이어졌다.
“저분들이 그 주작….”
“아 그 N넷…?”
아위를 알아보는 스태프나 가수들마다 수근거렸다. 친화력 높은 아이돌 그룹은 박진혁을 보고 “노래 잘 들었어요.”라고 말하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형! 1위 후보래요!”
그리고 마침 K사 일일 음방 MC를 맡은 박서담이 대기실로 뛰어 들어와서 외쳤다.
“우리가?”
“음원이 어제 풀렸는데 무슨 소리야? 다음 주에나 집계될 텐데?”
“아뇨! 그거 말고! 주작이요!”
“리얼?!”
김 현과 박진혁이 벌떡 일어났다. 파티션 너머로 다른 그룹 멤버가 슬쩍 일어나 아위를 쳐다보았다.
‘K사인데 경쟁사 경연 프로그램을 1위로 올린다고?’
[여기는 기계도 1위 후보로 올리는데 뭐.]‘기계? 아… 음원 주작.’
공중파 중에 K사 음악방송은 음원에 약한 남자 아이돌이 다른 음방보다 상대적으로 1위를 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주작이 그 정도란 말이야?”
“순위를 확인할 수가 있어야지….”
“다른 분들한테 물어볼까?”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 다른 가수들에게 향하려던 참이었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박동수가 팔짱을 끼고 멤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에이… N넷 건데 설마 1위를 하겠어?”
“다시 자자.”
어디 가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박동수의 눈빛에 기대로 표정이 밝아진 멤버들이 다시 자리에 누웠다.
[얘 입꼬리 떨리는데?]‘…응?’
진의 발견에 이안이 확 뒤돌았다. 박동수가 고개를 돌려 이안의 시선을 피했다.
‘무슨 일이지?’
* * *
“1위 후보 앞으로 나와 주시고요.”
아위가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일일 MC인 박서담의 옆에 섰다. 멤버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마지막 순서의 사녹 무대 송출이 끝나고,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네! 2018년 6월 둘째 주! 이제 1위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 주 1위는 누가 되실지, 궁금하네요! 화면 보여 주세요!”
박진혁 앞의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서 집계 화면이 나왔다. 디지털 음원 점수가 상대 그룹보다 월등히 높게 집계되자, 멤버들이 표정을 굳혔다. 설마?
“1위의 주인공은… 지… 진혁이 형?!”
“박진혁 씨 축하드립니다!”
일일 MC 박서담의 짧은 방송 실수를 무마한 여자 진행자가 박진혁에게 1위 트로피를 건넸다. 무대에 설치된 꽃가루가 팍! 하고 터졌다.
“진짜 1위야?”
“이게 되네…?”
얼떨떨하게 트로피를 받은 박진혁이 이안에게 물었다. 이안도 처음 겪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N넷 음원인데? 이게 진짜 돼?
“박진혁 씨! 소감 말씀해 주세요.”
“…우선 저희 때문에 고생한 우리 회사 직원분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매니저 형 사랑해요! 아위덤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MC가 방송의 마무리를 짓고, 주작의 AR 음원이 무대에 재생되었다.
‘아까 동수 형 입꼬리 떨린 게 이거였나?’
앵콜 무대를 하려면 1위 곡의 AR 음원 파일이 필요했다. 박동수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인 셈이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위는 전 출연진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박진혁은 마이크를 들어 앵콜을 불렀다.
“주 주작이 날아간다~”
박진혁은 물론이고 코러스를 불렀던 아위의 멤버들이 앵콜을 함께 불렀다. 다들 기뻐서 웃고 있었는데, 가사와는 다르게 아주 해맑은 표정이었다.
[좋단다~ 좋을 때다~]진은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비아냥거렸다.
박진혁의 1위 직후, K사 음악방송 SNS 관리자가 글을 게시했다.
K_음악방송 @K_Musicbroadcast
6월 둘째 주 1위♬ 박진혁 – 주작(朱雀) (Feat. 현, 이안 of AWY)
우린 주작 같은 거 안 날립니다~ 대한민국 대표 방송, 공정한 방송 KSB! 다음 주도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아주 제대로 맥였다.
* * *
“동수혀엉!”
“형은 알고 있었죠!”
대기실에서는 다른 가수들 때문에 얌전히 있었던 멤버들이 밴에 올라타자마자 변했다. 박동수의 바로 뒤에 앉은 조태웅이 운전석 등받이를 퍽퍽 쳤다.
“이 형 웃는다! 알고 있었네!”
광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박동수의 모습을 확인한 김주영이 소리쳤다.
“…진혁이 곡이 아직도 음원사이트 1위야.”
결국 웃음을 터뜨린 박동수가 말했다.
“와씨… 미쳤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주혁이 형이 우리 한우 사 줄 날이 멀지 않았다.”
김 현과 조태웅이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 이제 1위 가수야?”
“반만 1위 가수 아니야?”
“반? 무슨 반반무마니예요?”
멤버들의 김칫국 한 사발에 이주혁이 눈가를 긁으며 한숨을 쉬었다.
“얘들아… 따지고 보면 진혁이만 1위 가수인 거지….”
“헐! 동수 형! 그럼 나 폰 받을 수 있어요?”
박진혁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사고 친 곡으로 폰을 받으시겠다…?”
“…아닙니다.”
박동수가 허탈하게 허허 웃었다. 박진혁이 고개를 숙였다.
* * *
애석하지만 그룹의 순위는 밀려났고, 박진혁은 케이블 음악방송에서 또 한 번의 1위를 차지했다.
“나만 1위 해서 어쩌냐.”
“에이, 그래도 형 덕분에 블루믹 곡도 받아오잖아요.”
“우린 다음에 할 기회가 많아.”
그룹 1위도 아니고 개인 1위인데다가 음원 자켓 사진도 ‘아이돌 래퍼’의 로고로 빛나고 있어서 실감도 안 났다. 박진혁은 두 개의 트로피를 본가로 보내고 잊어버렸다.
[‘프로젝트 아이돌’ 이후에 N넷이 타 방송국한테 많이 견제당하긴 했어. 지금 3사 전부 오디션 만들고 있을걸?]‘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네.’
누가 경쟁사 프로그램 음원한테 트로피를 줄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시기가 좋게도 음원깡패 가수가 컴백도 안 하고, 기계도 없이 빈집인 상태였다.
“목요일은 우리 음방 일정 없다.”
N넷은 결국 자사 음악방송에서 아위의 출연을 거부했다. 케이블까지 일주일을 아낌없이 채운 스케줄에서 하루가 쉬는 날이 된 셈이다.
“그래도 N넷이 컨텐츠는 많았는데….”
“언젠간 다시 나올 날이 오겠지.”
막상 하루 쉬어서 좋다가도 허전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소속사는 목요일이 비는 대신에 자체적으로 꾸민 무대를 촬영해 공식 마이튜브에 꼬박 업로드를 했다.
“아, 주작이요? 그럼 우리 애들 그룹 곡도 한번 하죠?”
“인원 많아 봤자 얼마나 한다고… 일곱 명이에요. 기껏 네 명 더 늘어나는 건데…. 그럼 두곡 하는 거로? 네, 감사합니다.”
그 대신 이득도 있었다. 바로 행사였다.
박진혁의 주작 신드롬이 꺼질 줄 모르는 상태에서, 이때다 싶은 소속사는 아낌없이 끼워 팔기를 시전했다. 원래 인원이 많을수록 행사비도 높아지는데다가 1위 가수가 되면 또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힙합 페스티벌요? 아주 딱이네.”
“아, 워터 봄버요? 며칠인가요? 지방까지 다요? 저희야 좋은데… 며칠인가요?”
여름은 행사가 아주 많은 시기였다. 아쉽게도 대학교 행사는 컴백 전에 끝났지만, 기타 행사 일정은 차고 넘쳤다. 직원들은 밀려오는 문의를 달력에 빼곡히 채우기 시작했다.
이게 직원들을 철야시킨 대가였다. 아위는 행사 일정으로 스케줄 맷돌에 갈릴 예정이었다.
3주를 꽉 채운 음악방송 일정을 마친 아위는 잠시의 휴식 시간도 없이 바로 정규 앨범과 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Nana*****
정말 멋진 드라마!
눈물, 감동, 생각할 게 많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만. 주인공 누구? 너무 멋있어!
@SUZ***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충격 먹었어! 지금 3번 돌려보는 중입니다. 주인공한테 빠질 것 같아요!
@tong_12***
따뜻하고 감동적인 드라마. 남배우가 잘생기고 연기를 잘한다.
그리고 이안이 출연한 단막극 ‘당신의 소리를 듣고 싶어’가 해외 정식 방영과 동시에 OTT 플랫폼에 업로드됐다. 이 영향으로 이안에 대한 해외 반응과 더불어 아위의 인지도까지 점점 터지고 있음을 이안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