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56
56
꿈은 높게 잡아야지.
이안이 상념에 빠질 새도 없이 아위는 바쁘게 지방 행사를 돌았다. 바쁜 스케줄 때문인지 어느덧 한 달이 훌쩍 넘어 있었다.
아위는 부산에서 열린 ‘워터봄버 뮤직 페스티벌’을 끝으로 지방 행사를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바로 정규 1집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관객들 얼굴에다가 물 뿌리면 안 된다. 하늘로 향해야 해.”
“암요 암요. 당연하죠, 형.”
“와 떨린다.”
극한 스케줄의 연속이었음에도 멤버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여기가 그 유우명 가수들만 한다는 워터봄버 아니냐?”
“그럼 우리도 유우명 가수가 된 건가?”
“주작이 다 했다. 진혁이 형이 큰일 했다.”
조태웅, 김주영, 이안이 차례대로 말했다. 동생들의 호들갑에 박진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위는 ‘워터봄버 뮤직 페스티벌’ 섭외가 들어왔단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워터 페스티벌이니만큼 관객들은 물총을 가져와 쏘기도 하고, 무대 위 가수가 직접 물을 뿌리며 즐기는, 오직 여름에만 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었다.
“와 여기 우리 이름 있어.”
“어디?”
포스터는 인기가 많은 순으로 글씨 크기가 크다. 아위는 맨 마지막 줄에 조그맣게 쓰여 있었다. 상위권 가수와의 격차를 보여 주는 적나라한 포스터였다.
“우리 다음엔 여기쯤 올라와 있으면 좋겠다.”
이주혁이 출연진 목록의 중간을 가리켰다. 이안이 말했다.
“꿈은 높게 잡아야지, 난 여기.”
“이열~”
이안은 맨 윗줄, 폰트가 제일 큰 가수 쪽을 가리켰다. 김주영이 휘파람을 불었다.
“좋다. 이래야 우리 멤버지.”
“내년엔 저 위로 간다.”
이주혁이 하하 웃었다. 멤버들이 수신기와 인이어를 한쪽에만 끼고 매무새를 점검했다.
“우리 무대 의상도 이랬으면 좋겠다.”
무대에도 물 분사기가 설치되기 때문에 가수는 필연적으로 젖을 수밖에 없다. 아위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은 상태였다.
“물이 갑자기 나올 때도 있고, 관객들이 물총으로 가수를 맞추는 경우도 있으니까 눈 특히 조심해.”
“네 형.”
“무대에 워터 건 있는데, 관객들한테 너무 뿌리지 말고. 적당히, 알지?”
박동수가 수건을 미리 준비하며 말했다.
“바닥 안 미끄럽겠지?”
“넘어지면 개쪽인데.”
“얘들아 사람들 되게 많이 왔어.”
멤버들이 긴장에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표정에서는 기대하고 왔던 무대에서 관객의 호응이 없으면 어쩌나 불안함을 담고 있었다.
[뭐 그리 불안해하냐? 호응 없으면 일단 벗어.]‘뭐?’
[이런 페스티벌은 원래 노출이 중요한 거야. 호응이 없다? 벗으면 직캠이 남는다.]진이 명언을 읊는 듯이 진지하게 말했다. 별소릴 다 하네. 이안이 마이크를 쥐었다.
* * *
아위는 데뷔곡과 이번 활동곡, 주작 단 세 곡만 부르고 내려갈 예정이었다. 그들에게 할당된 시간은 15분. 인기 가수였으면 공연시간이 무려 30분이나 되지만, 아직 그 정도의 히트곡과 인지도는 없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위입니다!”
이런 행사는 축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가수가 신인 티 내고 얼 타면 관객들도 흥이 깨지는 법이다.
“저희 다 아시는 분들이에요? 와 호응이 장난 아니네요?”
아위는 넓은 무대를 여유롭게 뛰어다니며 관객에게 인사를 했다.
‘직캠러 많이 왔네.’
이안은 진이 띄워 준 표식을 훑었다.
홈마가 아니어도 행사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다양한 가수들의 직캠 영상을 고화질로 올리는 사람들인데, 직캠 역주행의 신화도 이들의 영상에서 비롯되었다.
“여러분 잘 즐기고 있나요?”
박서담이 앞 관객과 소통하고 있었다. 스태프가 손을 들어 음악의 시작을 알렸다. 멤버들이 안무 동선을 찾아갔다.
첫 순서는 아위의 데뷔곡이었다.
‘와 뭐야 데뷔곡인데 떼창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이안의 귀에 관객들의 떼창 소리가 들렸다. 이안이 뒤에서 춤추고 있는 조태웅과 눈이 마주쳤다.
‘들었어?’
조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성이 크진 않았지만 분명히 그들의 노래 가사를 부르고 있었다. 멤버들이 신나서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열창했다.
“와… 저희 데뷔곡을 아세요?”
첫 곡이 끝나고 멤버들이 얼떨떨해서 관객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을 할 수 없어서 그들의 인지도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네에!”
“잘생겼다!”
관객들의 함성이 유난히 짙었는데, 관객들이 뿌린 물총과 무대에 설치된 물 분사기 때문에 멤버들이 벌써 젖었기 때문이다.
“알고 계시니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그쵸?”
아위는 유난히 멤버들의 평균 신장과 몸매가 좋았다.
활동 때문에 관리에 신경 쓴 것도 있었고,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이안의 운동 루틴에 멤버들도 다 같이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적나라한 실루엣에 진의 표식이 빠르게 빛났다 사라졌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워터봄버에 초대되어서 영광이고, 정말 신나네요.”
“근데 원래 이렇게 물을 뿌려 주시나?”
관객들의 물총 세례에 그들이 뒤로 물러났다.
“어제 비 왔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마침 날씨가 더워서 다행이네요.”
흰 티셔츠가 몸에 딱 달라붙자 답답한 이안이 셔츠를 쥐어짜 물기를 뺐다. 이안의 앞에 있던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저희도 이거 뿌려 볼까요?”
이주혁이 워터 건을 잡아 관객들을 향해 분사했다. 다른 멤버들이 너도나도 워터 건을 잡아 물을 분사했다.
“두 번째 곡은 저희 이번 활동곡이에요.”
“응원법 알려 드리면 따라 불러 주실래요?”
멤버들은 능숙하게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무대를 즐기러 온 관객들은 함성을 질렀다. 최근 활동곡이라 그런지 관객들의 떼창이 아까보다 더욱 컸다.
‘재밌다.’
김용민 시절에는 이런 행사 근처에도 못 가 봤었는데, 뿌려지는 물줄기와 관객들의 함성,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꺄아아악!”
이안이 넓은 무대의 끄트머리로 가 구석 관객들을 챙겼다. 관객들이 손을 들어 흔들었다. 이안은 그 앞으로 다가가 관객들의 손에 마구잡이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손을 잡고 안 놓아주는 관객도 있었다.
“여러분 소리 질러!”
관객들은 사전에 알려 준 응원법을 따라 불렀다. 그 반응에 박진혁이 신나서 상의를 벗어 던졌다. 관객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여러분 신나게 즐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위기에 취한 김주영과 조태웅도 상의를 벗어 던졌다.
‘에라 모르겠다.’
이안을 비롯한 남은 멤버도 전부 상의를 벗었다. 얼굴에 달라붙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드디어 마지막 곡은 여러분이 기다리시는 ‘그 곡’이에요.”
“우리를 반만 1위 가수로 만들어 준 영광스러운 곡이죠?”
“저희 멤버들 다 같이 부를 거예요.”
‘주작’이 필수로 들어가는 행사가 많았다. 그래서 이주혁과 박진혁은 ‘주작’을 아위의 단체곡 버전으로 따로 편곡해 왔다. 따로 남는 멤버들 없이 즐기자는 배려였다.
“바로 ‘그 곡’이죠, 비록 ‘그곳’은 못 나가지만 행사비는 남았습니다.”
조태웅의 거침없는 입담에 김 현이 조태웅의 등을 퍽 때렸다. 백스테이지에서 듣고 있던 박동수가 이마를 짚었고, 관객들은 하하 웃었다.
“저는 ‘그 곡’에 참여는 안 했어도, 재주를 부리는 우리 진혁이 형 덕분에 이렇게 워터봄버에 나오게 됐죠. 이래서 멤버가 많으면 좋다니까?”
“누군가는 캐리해 주니까? 근데 태웅이 래퍼해야겠다. 아주 라임이 죽이죠?”
그리고 조태웅의 깐죽거림을 그냥 넘어갈 동갑들이 아니었다. 김주영과 이안이 조태웅의 말을 받았다.
“마지막 곡 들려 드리기 전에, 저희가 가을에 앨범이 나와요. 많이 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빨리 끝내야 해요.”
이 와중에도 이주혁이 틈새 홍보를 했다. 스태프가 빠르게 다가와 무대의 종료를 알렸다.
“자! 그럼! ‘그 곡’을 불러 볼까요?”
“무대 찢어 버립시다!”
음악이 나오고, ‘주작’의 도입부가 시작되자 관객들이 콩콩 뛰었다. 아위도 무대에 넓게 퍼져서 마이크를 들었다.
“난 비트를 갖고 놀지
니들 같은 가짜완 다르지”
“다 같이!”
관객들이 머리 위로 든 손을 앞뒤로 흔들며 떼창했다. 이안이 마이크를 관객 쪽으로 향했다.
““주 작이 날아간다~””
“더 크게!”
““주 주작이 날아간다~””
“좋았어!”
멤버들은 날아오는 물세례에도 웃으면서 무대를 뛰어다녔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마지막 곡이 끝났다. 다른 가수의 순서가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위가 백스테이지로 빠르게 퇴장했다.
“와 근데 물 계속 맞고 있으니까 춥다.”
“나 아까 눈 직통으로 맞았어.”
김주영의 눈이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다. 박동수가 황급히 그에게 수건을 건넸다.
“근데 재밌었어.”
“다음에 또 올 수 있겠지?”
멤버들이 해맑게 웃었다.
-애들아 나 방금 워터봄버에서 애들 봤는데 오늘 레전드야ㅠㅠㅠㅠ
직캠러들 왔던데 직캠 언제뜨지ㅠㅠ? 또 보고싶다
애들 라이브 개쩔고 주작무대때 상탈했어ㅜㅜㅜㅜ!
└상탈…?
└상탈이라고?
└야 미친 프리뷰떴ㅇ
홈마들이 올린 프리뷰에 아위 관련 커뮤니티 게시글이 폭증했다.
그리고 저녁에 직캠러들이 올린 고화질 직캠에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아위 관련 커뮤니티뿐 아니라 각종 SNS에 올라가게 되면서 아위에 관심 없던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 직캠을 틀어 보기 시작했다.
워터봄버를 불지옥맛으로 뜨겁게 바꾼 아이돌
-존잘ㄷㄷ
-ㅁㅊ개핫해
-얘네 누구야? 몸 개쩐다ㄷㄷ
-그 곳 드립 누구냐?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넼ㅋㅋㅋ
-이안이 실트 떴어ㅋㅋㅋㅋ
근데싵트가 최이안 미친 임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정직하잖앜ㅋㅋㅋㅋㅋ
└근데 ㄹㅇ미치긴했음ㅋㅋㅋㅋ
삽시간에 그들의 이름이 뜨는 줄도 모르고 아위는 오랜만에 온 숙소에 감격해 무릎을 꿇었다.
“집…! 집이다!”
“살아 돌아왔어…!”
아위가 행사에 많이 불려 다녀서 바뀐 점이 있었다. 이제는 이모님이 스케줄 없을 때 찾아와 청소와 빨래를 해 준다는 점이다. 원래는 멤버들이 서로 당번을 정해 놓고 했었던 일이었다.
“와 그 돼지우리 같던 우리 숙소가 맞냐?”
“개깔끔해졌어.”
“역시 사람은 돈을 벌어야 된다.”
“동수 형! 집에 가요?”
매니저 박동수도 드디어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그가 기운 없이 말했다. 아위의 숙소야 이모님이 와서 치워 준다지만, 지금 그의 집은 먼지 덩어리일 게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너네 내일은 쉬고, 모레부터 다음 앨범 작업 들어가니까 그런 줄 알고 있어. 법카 두고 갈게. 맛있는 거 시켜 먹어.”
“형 고생 많이 했어요.”
“형 근데 졸음운전 하면 어떡해? 여기서 자고 가.”
이안이 박동수를 잡았다. 박동수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내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 너네도 수고 많았어.”
“들어가요, 형.”
박동수가 숙소 밖을 나가자 멤버들이 거실에 쓰러졌다.
“누가 먼저 씻을래?”
“안 씻고 그냥 자면 안 돼?”
“에이씨 드러운 새끼.”
김주영이 조태웅을 발로 퍽 찼다. 조태웅이 끄악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굴렀다. 그렇게 세게 찬 것도 아닌데 하여간 액션만큼은 할리우드 저리가라였다.
“방에 들어갈 기운이 없어.”
김 현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재밌었어요.”
박서담의 말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을 봐 주는 관객들과 그 함성 소리. 숙소에 오는 밴 안에서도 계속 맴돌던 그 소리는 기쁘면서도 왠지 허전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계속 지금 같으면 좋겠다….”
이안이 반쯤 잠에 취해 중얼거렸다.
다이아몬드도 데뷔 초에는 찾아 주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일단 신인이라 단가가 싸고, 데뷔 곡만큼은 괜찮게 뽑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찾는 사람들도 한때였다. 결국 가수가 잘되어야 불러 주는 사람들도 자주 찾는 법이다.
아위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안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