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58
58
그룹 내 인기 원탑 멤버가 된 걸 축하한다.
(이안이 방금 좋았는데 앞부분을 좀 더 딥하게 해 볼래?)
“네. 해 볼게요.”
블루믹의 디렉팅은 예상보다 더 깐깐했다. 밤에 이뤄지는 녹음 작업은 새벽이 되어서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딥하다는 게 뭐야?]‘글쎄… 일단 감정을 더 실어봐야 하나?’
[하여간 ‘아티스트’들이란. 쯧.]이안이 녹음하는 동안 먼저 이주혁과 박진혁이 잠도 잊은 채 블루믹의 디렉팅을 지켜보고 있었다.
(좋다 이거로 가자. 이번 거 되게 좋았어.)
“넵 감사합니다.”
(그 느낌 살려서 계속하자.)
블루믹은 한 번에 오케이 하는 법이 없었다. 여러 버전으로 녹음을 계속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녹음 부스에 나온 이안이 물을 마셨다.
“근데 형 안 졸리세요?”
“난 원래 이 시간에 녹음하거든.”
캡 모자를 눌러 쓴 블루믹이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이안이 먼저 가. 우린 여기서 형이랑 같이 후 작업 하게.”
“밤새게? 힘들겠네…. 저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안이 하품을 하며 녹음실을 나왔다. 블루믹이 이안이 나간 문을 보다가.
“쟤는 어떻게 잠을 안 자도 잘생겼냐.”
“우리도 가끔 깜짝 놀라요.”
무게를 잡던 블루믹이 등받이에 편히 기대자 박진혁이 웃었다.
“주작 작곡은 거의 다 주혁이가 한 거지?”
블루믹이 돌발 질문을 했다.
“반반이죠, 진혁이랑.”
“아닌데? 주혁이 형이 작곡은 다 했어요. 난 가사만 썼지.”
블루믹은 모니터에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말을 이었다.
“처음이야 당연히 라브제이 보고 승낙한 건데, 주작 듣다 보니까 깔리는 음이 너무 좋더라고. 이 버전 어때?”
“음… 저는 이거보다는 이렇게 손 보고 싶은데요.”
이주혁이 곡을 듣다가 블루믹의 손에 든 마우스를 가져가 딸깍거리며 곡의 톤 밸런스를 손봤다.
“좋네. 이거로 가자.”
블루믹이 이주혁을 흘끔 쳐다보았다. 라브제이만큼의 물건이 여기 있었네.
“너네 시간 나면 형 작업실 놀러 와라.”
“그래도 돼요?”
“그럼. 이거 말고도 나중에 작업 같이하자. 너네 실력 좋네.”
이주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자신감을 가져. 너네 작곡 참여 비중 높아. 나랑 같은 비율로 등록될 거거든?”
“오… 진짜요?”
박진혁이 싱글벙글 웃었다.
“근데 형 줄 서야 돼요.”
“왜?”
“우리 이미 김희상 선생님 작업실 가야 하거든요.”
박진혁의 말에 블루믹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박진혁은 실력은 좋은데 눈치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거….”
블루믹이 가사가 쓰인 종이를 툭툭 쳤다.
결국 멤버들끼리 작사했던 가사는 거의 폐기됐다. 쓸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멤버는 3명이었다. 박진혁과 이주혁, 그리고….
“아까 잘생긴 친구가 최이안이랬나?”
“네.”
“얘도 감수성이 있네.”
이안도 그들이 작업한 곡에 작사가로 등록될 예정이었다.
* * *
뮤직비디오 촬영과 틈틈이 자체 콘텐츠를 준비하는 와중에 첫 정규앨범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컴백 일자도 점점 다가왔다.
[너네 코디는 정말 변태야.]‘나도 인정한다.’
컴백 쇼케이스 당일, 이안이 자신에게 배정된 의상을 들어 올렸다. 검은 셔츠에 검은 가죽 바지는 특별할 게 없었다. 다만 셔츠를 감싸고 있는 하네스가 문제였다.
[전부 수제작인가 본데?]하네스도 그냥 하네스가 아니라 큐빅 장식이 알알이 박혀 있고, 체인을 엮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건 개목걸이 아니야…?”
이안은 그나마 나은 것이다. 옆에서 옷을 들추던 김주영이 목에 걸릴 초커 장식을 보면서 허탈하게 말했다.
“대체 이걸 누가 좋아해?”
이안도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꺄아아악!”
바로 팬들이었다.
[함성 봐라, 아주 장난 아니네.]“우리 아위덤 무대 잘 보셨어요?”
“지금 몇 시예요? 시간 다 된 거 같은데?”
이번 쇼케이스는 6시에 시작해서, 7시에 다 같이 음원 순위를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다.
무대 벽면의 LED 화면이 갑자기 변하면서,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TOP100 랭킹이 떴다. 그 화면을 본 팬들이 크게 소리 질렀다. 그 함성에 멤버들이 하나둘 뒤로 돌아 화면을 보았다.
“어?”
NEW 1. AWY – Dawn (Prod. Bluemic)
“와!”
“대박!”
박진혁이 소리를 질렀다. 조태웅과 김주영이 무대의 양옆을 빠르게 뛰어다녔다. 박서담은 아예 무대에서 무릎을 꿇었다.
‘세상에… 음원 사이트 1위 하는 날이 오네.’
이안도 이주혁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김용민 시절에는 꿈도 못 꿨던 1위 진입이 지금에서는 데뷔 1주년도 채 안 돼서 이뤄 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얘들아 모여 봐.”
이주혁이 모든 멤버를 불러 모아 무대 앞에서 서로 둥글게 어깨동무를 했다. 팀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일환이었다.
“꺄아악!”
“얘들아 축하해!”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역시 유명 프로듀서가 옆에 붙으니까 순위가 다르네.]‘아 초치지 말라고.’
[유지가 중요한 거 알지?]‘어쨌든 1위임.’
이안은 진의 말을 무시했다.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쇼케이스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와 우리가 진짜 1위 했어.”
“대박이다.”
쇼케이스가 끝났다고 바로 숙소에 가는 게 아니다. 아위는 회사로 돌아가 앨범 개봉기 영상을 찍으러 가야 했다.
“아까 주혁이 형 대기실에서 울던데?”
“아냐 나 안 울었어.”
“그짓말.”
김 현이 이주혁이 앉고 있던 시트의 등받이를 퍽퍽 쳤다.
“주혁이 형 통장에 들어올 돈 생각하면 울 만하지.”
“소고기! 소고기! 와 근데 최이안 그러면 너도 울어야 하는 거 아니냐? 너도 작사로 올라갔잖아.”
“부럽냐? 부러우면 평소에 ‘갬성’ 좀 길러라.”
“야 나도 한 갬성 해.”
조태웅과 이안이 낄낄 웃으며 소리치는 가운데 이주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다음에는 우리가 온전히 작업한 곡이 1위 했으면 좋겠다….”
* * *
“이게 우리 앨범이에요?”
“와… 두껍다.”
아위는 총 3가지 버전의 앨범을 출시했다. 버전별로 모으는 사람들을 위한 상술이었다.
멤버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앨범을 들었다 놓았다. 무게도 상당했다.
“자, 장갑 낍시다.”
“경건하게. 우리 첫 정규 앨범이니까.”
상황극 성애자인 멤버들은 소속사가 따로 시켜서가 아닌, 각자 하얀 장갑을 사 와서 손에 조심스레 끼웠다.
“자! 우리 첫 정규 앨범 개봉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치 명품 언박싱을 하는 듯 진지한 모습이었다.
“메스.”
“넵.”
조태웅이 손을 뻗자 이안이 그의 손에 커터칼을 쥐어 주었다. 조태웅이 앨범 틈새로 칼집을 주욱 그었다.
“에헤이! 조심! 종이 자르면 안 돼!”
“조 교수, 앨범에 스크래치 안 나게 조심해.”
김주영과 김 현이 그에게 훈수를 뒀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태웅은 앨범의 포장 비닐을 거침없이 뜯어 열었다.
“오… 일단 다 빼서 여기 앞에다 놓자.”
내용물을 탈탈 털어서 탁상 앞에 열 맞춰 정렬했다.
“일단, 우리 미니 화보집이 있네요.”
“보시면… 두껍죠? 와… 무게가 다 이거로 나가나 봐.”
“우리 팬분들 이거 몇 개씩 사 가지고 가지 않나? 무게 괜찮나?”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저희가 메시지를 남긴 엽서.”
조태웅이 엽서 봉투를 열었다. 여기서 앨범 상술의 진가가 드러난다.
엽서는 7종 중 1종이 랜덤이다. 당연히 단체 사진이 아니다. 멤버별로 한 장씩이다. 이게 3가지 버전, 그러니까 버전 통틀어 총 21장인 것이다.
“오, 서담이다.”
“그래요? 우와.”
“서담이 잘 나왔네.”
그것뿐인가. 포토카드도 있다. 각 멤버당 다른 컨셉의 사진이 들어있는데, 이것도 당연히 랜덤이었다.
멤버별로 2종의 컨셉 포토카드, 14종 중 1종 랜덤에다가 앨범 버전별로 다르니까 총 42종인 것이다.
“포토카드는… 주영이랑 진혁이 형이네.”
“와, 촬영 때 이거 레전드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포토카드로 나왔네?”
“맞아 그때 다들 난리였잖아. 아주 잘 뽑혔다고.”
이안이 김주영의 포즈를 과장되게 따라 했다.
“야 내가 언제 그랬어!”
김주영이 이안의 팔뚝을 쳤다.
“그 밖에 시디랑 북마크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 그것도 있잖아. 포스터.”
“아 맞다.”
조태웅이 뒤에서 포스터 뭉치를 들고 와 탁상에 내려놓았다. 앨범을 사면 2개의 포스터를 준다. 단체 포스터는 앨범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그리고 개인별 포스터는 당연히 랜덤이다. 7종 중 1종 랜덤이다.
“이 포스터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지?”
“공개해 주세요!”
조태웅이 포스터를 펴자, 이주혁의 개인 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주혁이 형이다.”
“우리 그래도 지금까지 골고루 나왔네?”
“다른 버전도 까 보자.”
이안은 내심 자신의 포스터도 있을까 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스터를 열었다. 조태웅이었다.
“태웅이네, 저건 누구 버전이야?”
“서담이.”
김주영이 마지막 남은 포스터를 까 보자 박서담의 모습이 나왔다.
‘내 거는 없네. 뭐지? 인쇄 실수인가?’
[그룹 내 인기 원탑 멤버가 된 걸 축하한다.]‘뭐?’
[원래 이런 거 인기 많은 멤버는 적게 뽑아. 너 개인 팬 많이 사라고.]‘이렇게 종류가 많은데 거기서 또 상술을 부린단 말이야?’
[자본주의가 다 그렇지 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이안은 앨범 언박싱을 하기 위해 한 박스 가득 담긴 앨범들을 보았다.
‘와… 예전이랑 많이 다르네.’
[이거 때문에 앨범 판매량도 전체적으로 올랐지. 게다가 성적충들이 앨범 판매량 순위를 매겨서 실시간으로 올리거든. 심지어 중국 공구 순위로도 싸워. 얘는 한국 원탑인데 중국 공구 꼴랑 만 장? 인기는 별로네, 이러면서. 사실 그룹에서 개인 멤버 중국 공구 만 장이면 많은 거거든.]‘뭐 이리 기괴해?’
[남들 다 하니까 팬들도 의식하는 거야. 가수들, 너희는 안 그럴 것 같냐? 너네 폰 받는 순간 봐라, 다들 의식하고 장난 아닐걸? 가뜩이나 너네는 전부 웹서핑도 잘하잖아.]‘에이 설마….’
이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과거가 떠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망돌인 다이아몬드 시절에도 인기 원탑 비주얼 멤버인 임태우를 몰래 질투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멤버들이야 다들 인성 교육도 받고, 타고난 천성이 괜찮았다. 그런데 막상 인기로 인한 팬 반응과 차별을 목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서 걱정하진 말자….’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마음먹다가도 불쑥 튀어나왔다.
‘근데 진짜 이렇게 차별해도 되나…?’
멤버들은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웃으며 녹화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여러분! 저희 첫 정규앨범 많이 사랑해 주시고요!”
“지금까지! 아위였습니다! 안녕!”
녹화 종료 버튼을 누른 소속사 직원이 말했다.
“얘들아, 수고 많았고. 저 앨범은 너네 가족들이나 지인들한테 보낼 거지? 알아서 잘 정해.”
“넵!”
직원이 나간 뒤에 멤버들은 박스 앞에 앉아서 앨범을 하나씩 까 보았다. 기왕이면 자신이 나온 포카와 엽서로 가족들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이안도 자신의 포카나 엽서가 나온다면 국제 특송으로 부모님께 보낼 예정이었는데 구하기가 여간 만만찮게 되었다.
“야 태웅아 니가 찾던 거 여기 있다.”
“오! 이러면 내 버전은 끝이다. 엄마한테 보내야지.”
“형 나는 없어요?”
“어… 서담이 거 여기 있다. 근데 이안이 거는 완전 전멸인데?”
앨범 40장이 든 박스에서 이안의 포카와 엽서는 단 3장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