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7
7
좀 쎄한데?
(우리 용민이는 왜 찾아요?)
“같은 회사 연습생이었거든요. 용민이 어떻게 지내나 하고 수소문하다보니 이 번호를 찾아서요, 혹시 통화 불편하신 건 아니죠?”
(아휴~ 아니에요. 근데 용민이 지금 일하러 나갔는데 어쩌나? 바꿔 줄 수도 없고.)
“아뇨 괜찮습니다. 용민이 그럼 이제 연예인은 안 하는 건가요?”
(뭔 놈의 아이돌? 그런 거 한다고 그렇게 속 썩이더니 결국 포기하고 와서 농사일 도와요.)
“그렇구나….”
(어떻게, 전화번호 좀 알려 줘 봐요. 용민이헌테 전화하라고 하게.)
“아뇨 제가… 제가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안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전역 후에 고집부리지 말고 진작 연예인을 관뒀어야 했다. 괜히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참으로 오랜 시간을 끌었다.
이번엔 될 거야. 쓸데없는 행복회로를 돌렸다. 내가 그래도 경력이 있는데, 쉽게 떨어지겠어? 하는 안일함은 가지면 안 됐었다.
예전 삶을 돌이켜 보면 후회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가장 후회되는 건 부모님께 변변찮은 아들이었다는 것.
시야가 뿌예졌다. 이안이 거칠게 눈물을 닦았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활기찬 음성이었다.
영혼이 원래의 몸으로 바뀌면서, 김용민은 부모님의 바람대로 고향으로 내려갔다. 아마 이제 부모님은 괜찮을 것이다.
[허이고~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하냐?]이안이 안심하고 있자 진이 구박했다.
[생각해 보면 이거 완전 대리효도 아니냐? 이 입효자 새끼야.]그건…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이제 김용민은 잊고 최이안으로 살아가야지. 이 갓생을 즐겨.]“그래… 그래야지.”
***
*BHL Ent. @BHL_Entertainment.Official
[#NOTICE] AWY OFFICIAL SNS OPEN!-BHL Ent. 님이 리트윗했습니다
*AWY OFFICIAL @Alwayswithyou_BHL
Always with you
아위의 오피셜 계정이 생겼다. 데뷔가 아직 몇 개월 남은 것을 감안하면 빠른 편이었다. 첫 게시글로는 7명의 연습생들의 사진이었다.
연습실에서 거울을 등지고 누군가는 브이를 누군가는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진에는 데뷔 전 특유의 날것이 담겨 있었다.
블랙러시의 외국인 팬들은 좋다고 하트를 달았지만, 코어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달랐다.
-블랙러시왜않헤? @dhlafidkslag
우리애들은?
-해주*블랙러시컴백해* @qokrepjk
병헌이 ㅈㄴ감없어 애들 내놔(주먹이모티콘x2)
물론 아위가 데뷔하기 전에 먼저 블랙러시의 컴백 일정이 있지만, 원래 팬들은 소속사와 대표 까는 건 일상이다.
-느낌왔어 나 얘네 입양한다ㅇㅇ 요즘 빻빻러시 누가 빠냐
-이새끼 또 왔네 pdf땄다 먹금ㅇㅇ
-야 근데 진짜 존잘 하나 있음 ㅇㄱㅈ가봐 ㄹㅇ임
-존잘은 무슨ㅋ 빻빻러시 차기인데 얘네도 빻았을 듯
-ppt땄다. 병헌아 고소좀 해라.
-근데 픚아가 파이 다 먹고있는데 새 그룹??? 있는 블랙러시나 잘 챙기지 ㅅㅂ
-ㄹㅇ 내말이
-근데 난 픚아로 갈아탐ㅋ 여러분 강주원 뽑아주세요!!
프로젝트 아이돌의 영업 전쟁이 여기까지…. 이안은 탄식을 내뱉고는 패드를 껐다.
이안이 전생에 아이돌 데뷔를 한번 해 봤다지만 다이아몬드는 2010년에 데뷔해서 세대로 치자면 2세대 아이돌이었다.
그때에는 오피셜 계정이라거나 여타 다른 SNS가 활발하지 않을 때였다. 직캠이나 Y앱도 없었지만 최근에는 온갖 SNS를 활용한 콘텐츠 전쟁이 한창이었다.
스케줄 끝나고 사진도 재깍재깍 올려야 하는데, 이게 늦어진다? 그럼 온갖 욕으로 도배가 된다.
당연히 당사자들도 반응을 신경 쓰기 마련이다. 이안은 스크롤을 내리며 점점 보이는 소속사 까플에 온갖 비속어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들이 화가 많아졌어….’
예전보다 반응들이 전반적으로 격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야, 무반응보단 악플이 낫다.]새로운 그룹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고 있는 거라곤 죄다 소속사 욕에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들이었다. 얼굴을 깠어야 했나?
“애들이 안 봐야 할 텐데.”
[쯧쯧 그렇게 멘탈 약해서 어떻게 아이돌 하냐?]마지막 댓글 이후로 각자 자기 연습생을 뽑아 달라는 댓글이 하나둘 달리기 시작했다.
12위 김영준에게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아 김영준이 또.
다른 연습생이야 데뷔 깽판 치고 나간 김영준을 싫어하겠지만 사실 이안은 싫어하다 못해 증오했다.
전생의 김용민이 12위로 탈락하고 김영준은 11위로 데뷔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김영준만 생각해도 이가 갈렸다. 너만 없었으면!
“우리 공식계정 생긴 거 봤어?”
“우리 얘기는 다 묻히고 다 프.아 얘기만 하더라고.”
“진혁이 형, 폰 반납했는데 어디서 봤어요?”
이안이 허겁지겁 태블릿 패드를 숨겼다. 데뷔가 확정되고 핸드폰은 다 소속사에 압수당한 상태였다. 음악방송 1위하면 돌려주는 게 업계의 국룰이었다.
하지만 진의 말에 따르면 아위의 데뷔 성적도 미진했다 했으니 다시 돌려받는 건 한 1년 이후에나 가능하려나? 그래서 이안은 몰래 패드를 숨겨 놓았었다.
“세준이 형이 보여 줬어.”
“아 그 형도 진짜.”
세준은 블랙러시의 리더였다. 박진혁이 울상을 지었다.
“근데 세준이 형은 자기 그룹 욕도 써 있는데 웃으면서 보더라. 나라면 못 보겠던데….”
정세준도 난놈이다. 미래에 음원킹이 되어 실시간 차트를 점령하게 되는 것에는 이런 멘탈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인가.
[꼴랑 그거 봤다고 이러냐? 나중에 악플 바가지로 먹으면 아예 주저앉겠다?]진의 말이 거칠었지만, 이안도 부분적으로는 동의하는 말이었다.
커뮤니티가 점점 과열되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말도 내뱉는 사람들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멘탈 관리가 필요했다.
“저기… 번호 좀….”
“아, 죄송합니다.”
이안이 여성의 핸드폰을 스윽 밀었다. 와 벌써 8번째야. 조태웅이 중얼거렸다. 첫 버스킹은 대학로였다. 지하철이 덜컹거렸다.
데뷔도 안 한 주제에 밴을 타고 대학로까지 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했다. 가는 와중에 누군가 목격짤 같은 거 올려 주면 좋고.
그나마 기기 세팅은 소속사 직원이 미리 가서 준비해 준다니 감지덕지였다.
“형… 저 토할 거 같아요.”
“나도.”
서담이 이안에게 기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완전체로는 첫 번째 공연이었다. 이안도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너도 긴장을 하네?”
“안 할 것 같냐? 개떨려 진짜.”
“그래? 너는 뭔가 여유 있어 보여서 그런 거 없을 줄 알았어.”
[좀 쎄한데?]김주영의 말에 이안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별생각 없이 한 소리라 치기에는 전부터 뭔가 긁는 듯한 느낌이다?
“얘들아 다 왔다. 내리자.”
뭔가 걸리는 게 있는데 이걸 대놓고 말하기엔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안은 신경을 끄고 고개를 돌려 지하철에서 하차했다.
마지막으로 내리던 이주혁이 그 상황을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걸 어떻게 하나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쳐진 작은 무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금이라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 온대요?”
“저도 몰라요.”
대부분은 혹시 자기가 아는 연예인이 올까 기대하는 사람들과 그저 사람들이 모여드니 따라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곧이어 7명의 연습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 프.아 애들 아니네.”
“걔네 인천에 떴대요.”
“진짜요? 아씨 거기 갈걸.”
몇몇이 자리를 이탈하려 했다. 그 분위기에 이주혁과 조태웅이 각각 한쪽씩 최이안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전진했다.
대신잘
생긴최
이안을
드리겠
습니다.
그들의 전략이 먹혔는지 자리를 뜨려던 사람들이 이안의 얼굴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와 쟤 봐. 핵잘생겼어.”
“미친 대박.”
주변 곳곳에서 감탄사가 들렸다. 각자 폰을 들고 분주하게 사진을 찍어 댔다.
초반에 움츠러들었던 시절은 어디 가고 이안은 카메라 셔터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둘 셋!”
“언제나! 당신 곁에! 안녕하세요, 아위입니다!”
박서담이 마이크를 잡았다.
“보시면 저희가 막 데뷔한 신인그룹인 줄 아시겠지만… 사실 데뷔는 아직 안 했어요.”
설레발 쩔죠? 덧붙이는 박서담의 말에 관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제일 막내임에도 센스 있고 언변이 좋아 회사에서는 MC로도 그를 밀어 주려 하고 있었다.
“그래도 뭐, 데뷔나 다름없어요. 자! 저희가 준비한 공연은 댄스 공연입니다! 잘생기고 귀여운 저희 얼굴 봐서 끝까지 봐 주시면 감사하겠어용~”
토할 것 같다면서 지금은 청산유수다. 귀여운 녀석. 이안이 박서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우쒸. 박서담은 짜증 낼 새도 없이 안무 대형 속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음악이 시작된다. 실수만 하지 말자. 이안이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를 제외한 다른 연습생들은 2년 넘게 합을 맞춰 온 사람들이다. 안 그래도 춤엔 자신 없는데 호흡까지 틀려 버리면 다른 멤버들 보기 민망했다.
김 현과 김주영이 짜 온 창작 안무는 음악에 잘 어울러져 마냥 파워풀하지도 않고, 세련된 안무였다.
이안은 박자에 따라가며 미리 연습한 대로 움직였다. 주변 사람들의 호응과 박수는 사라지고 오직 음악만이 귓가에 맴돈다.
무아지경으로 춤에 몰입하다 보니 벌써 두 번째 곡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제야 이안은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대부분이 핸드폰을 들고 그들을 찍고 있었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점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안이 씨익 웃었다. 즐거웠다.
그리고 걱정과 다르게 이안은 제대로 합을 맞췄다. ‘잘했어.’ 김 현이 이안의 등을 도닥였다.
“여러분 기억해 주세요. BHL엔터의 아위입니다. 자 저흴 보시고… 여러분은 아위를 좋아하게 된다. 여러분은 아위의 팬이 된다.”
박서담이 검지를 들어 빙글빙글 돌렸다. 관중들이 하하 웃는다. 공연은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 * *
아위의 버스킹이 끝나고, 소속사 직원들을 도와 스피커를 나르면서도 몇몇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연습생들은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미래에 팬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안은 그중 한 사람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언제 데뷔해요?”
“저희는 12월에 데뷔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멀었네… 힘내세요.”
여자는 뭔가 생각하는 듯싶더니 남편의 손을 잡고 인파를 빠져나갔다. 이안은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저 사람….’
[왜 그래?]‘얼굴이 낯익어서.’
* * *
‘역시 우리끼리 했을 때랑 다르게 사람 많더라. 최이안 효과인가?’
최이안이 숙소를 들어가다가 들은 김주영의 말이었다.
미묘하게 사람 신경을 긁는 어투에다가 ‘우리끼리’는 이안을 제외한 6인이라는 말이겠고. 최이안과 나머지 6인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 거나 다름없는데?
예전부터 뭔가 거슬렸다 싶었는데 그 말을 듣고 확신이 생겼다. 김주영이 최이안에게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것을.
‘김주영 어떻게 생각해?’
[좀 쎄하긴 한데… 무시하자. 몇 번 저러고 말 걸. 흔한 열폭이지 뭐.]‘그래도 좀 걸리는데….’
앞으로 몇 년을 같이 함께할 사이였다. 이안은 팀워크가 무너져 망해 버린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과 원만히 지내고 싶었다.
[어차피 이 그룹도 한 때야. 너만 잘나가면 됨. 아 맞다 올해에 고등학교2017도 한다. 시청률은 별로인데 옛날부터 스타 등용문이라 불렸으니 기회 생긴다면 나가 봐라.]‘그래? 그럼 체크.’
이안은 이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진과 함께 미래의 히트작들을 검토했다.
그 순간 진의 카메라에서 아지랑이가 피었다가 사라졌다.
‘근데 나중에 진짜로 이 그룹이 국내에선 반응이 없어?’
[복합적인 상황이 겹쳤지. 프.아 때문에 묻히고, 프.아 출신때문에 묻히고. 아이원이 워낙 대박이 나 버려서 해체한 뒤에도 각자 잘나가. 아이원 수저라고.]‘아 진짜 거지 같은 프로젝트 아이돌….’
이안이 머리카락을 쥐어짰다.
[그래도 회사는 자컨(자체컨텐츠)도 많이 내주고 앨범 퀄이나 스타일도 좋게 뽑아 줘. 아 맞다! 중간에 미국 연수 간다? 그 동영상이 해외팬들한테 반응이 좋아져서 음반은 잘 파니까.]‘그건 다행이긴 한데….’
[왜? 뭐가 맘에 걸리나 보지?]‘좀….’
전에 들었을 때 아위의 총판이 15만장이랬나. 이쯤 되면 잘 파는 게 맞다. 잘 파는건 좋다. 일 하는 게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것이니까. 과연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똑같을까?
숫자로만 따지면 해외에서 인기 있어 봤자 전 세계 사람들 중에서 고작 15만 명이다. 음반 안 사는 사람 고려해도 100만은 될까?
이안은 대학로에서 버스킹 했던 것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그 에너지.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들. 맹목적인 믿음과 사랑을 주는 팬들의 눈빛.
그리고 그 맛을 놓지 못해 이십 대 후반까지 아이돌 하겠다고 붙들었던 전생의 김용민.
진이 찰칵찰칵거리며 상념에 잠긴 이안을 깨웠다.
눈앞의 카메라 때문에 이안이 흠칫 놀랐다. 카메라 렌즈가 마치 생명체의 눈 같아서 섬뜩할 때가 종종 있었다.
[왜? 캐시 카우 하나는 확실하잖아. 거리 지나다녀도 사람들 몰려들지도 않고 팬들만 알아보지, 돈은 잘 벌지. 나는 그런 망돌이 되는 거 좋은데. 아! 내가 진짜 원했던 건 겁나 유명한 아이돌의 형제가 되는 게 꿈이었어.]‘구체적이네, 왜?’
[돈은 동생이 벌어 오고, 나는 어디 목 좋은 곳에서 카페나 개업하는 거야. 아이돌 형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소문나서 매출 오지게 땡길걸?]‘돈 많은 백수랑 비슷한 맥락이냐?’
상상했는지 진의 목소리가 황홀했다.
[그렇지. 아 맞다! 관종 친구나 가족 없지? 지금부터 단도리 잘 쳐야 한다.]‘그래….’
그래도 떨떠름한 이안의 표정이 가시지 않았다. 진이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아위가 국내에서 인기 있어질 일은 없어. 너는 그냥 적당히 아이돌 명함 가지고 배우계로 빠지면 돼. 야, 적어라 2017년 TVM, 비밀의 나무.]생각에 잠겨 멍한 표정의 이안이 기계적으로 받아 적었다. 그걸 지켜보던 진에게서 붉은빛이 깜빡거리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