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75
75
팬들은 이 시간에 만족하시는 거야?
아위는 일본 도착 다음 날부터 스케줄을 소화한다. 숙소는 2인 1실로, 한 명은 박동수와 같이 쓰기로 했다.
“난 주혁이 형이랑 안 쓸래.”
“주영아 형 섭섭하다.”
이주혁이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팔자 눈썹을 만들었다.
“아 형 잠꼬대 개무서웠다고요. 그때부터 내가 잠을 깊게 못 자.”
“그렇게 무서웠어?”
“다들 방송으로 확인해야 한다니까?”
“좋아 경쟁자 하나 줄었군.”
이주혁과 김주영을 제외한 멤버들이 씨익 웃었다. 김주영은 룸메이트 선호 대상 1순위였는데 왜냐하면 그가 제일 깔끔했기 때문이다. 깔끔하다 못해 다른 사람의 짐까지 정리해 주는 아주 바람직한 오지랖까지 가지고 있었다.
“누구를 고를까….”
김주영이 팔짱을 끼며 멤버들을 훑어보았다. 이주혁을 제외한 멤버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난 그럼 진혁이 형. 저 형이 씻는 거 제일 빨라서 좋음.”
“예쓰!”
박진혁이 좋아서 펄쩍 뛰었다.
“그럼 난 동수 형이랑 쓸게.”
이주혁은 벌써 박동수와 함께 숙소의 문을 열고 있었다.
남은 네 명은 손바닥 뒤집기로 방을 나눴다. 조태웅은 박서담과 이안은 김 현과 같은 방이 되었다.
“동수 형이 식사는 어떻게 하냐는데?”
“밖에 나가서 먹고 싶긴 한데… 오늘 되게 피곤하지 않아 형? 룸서비스 가자.”
“좋다.”
답장을 보낸 김 현이 침대에 풀썩 누웠다. 김 현은 아직도 오른쪽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같비 사생이 그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석이라 칸막이가 되어 있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월드 투어 하면 이거보다 더 심하겠지?”
“이 시국에도 일본 잘만 따라오잖아. 백 프로지.”
김 현이 앓는 소리를 냈다.
룸서비스로 식사를 마친 이안과 김 현은 침대에 멍하니 누워서 핸드폰만 쳐다봤다.
“심심한데 Y앱 방송이나 할까?”
“그럴까? 요새 안 하긴 했지.”
팬들 중에는 멤버들이 언제 공식 카페에 와서 글과 댓글을 남겼는지, 개인 방송은 누가 많이 했는지 카운트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난인 사람들은 횟수가 적은 멤버들을 은근히 욕하기도 했다.
박동수에게서 방송용 핸드폰을 가져온 이안이 셀카봉에 핸드폰을 고정했다.
“됐나?”
-헐
-왔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김 현이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이안은 태블릿 패드를 켰다. 뭔가를 쓴 이안이 Y앱 화면에 잘 보이게끔 패드를 세웠다.
“됐나? 보이시죠?”
(주혁, 진혁 곡 작업 중. 태웅, 주영 밖에 나갔음. 서담이는 잠.
여기 숙소 아니고 일본이에요. 시험 화이팅. 생일, 취업, 결혼, 출산, 돌잔치, 출소 등등 축하드립니다. 이름 일일이 불러 드릴 수 없어요. 뒤에 뭐가 있는 건 저희 아우라입니다.)
-출소는 왜ㅋㅋㅋㅋㅋ
-무지개반사 오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시원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다.
“여러분과의 소중한 시간에 방해받지 않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사실 영어로도 쓰려다가 그러면 글씨가 안 보일 거 같아서….”
“영어로 한번 설명해 주세요.”
이안이 패드에 담긴 문구를 영어로 말했다. 낮은 목소리의 본토 발음에 김 현이 감탄했다.
“같이 생활하다 보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을 때가 있어서 얘가 영어 할 때마다 깜짝 놀라요.”
몇몇 빌런들은 이안의 패드 문구를 무시하고 뒤에 벌레, 뒤에 커튼 움직여요 등 그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
“사실 뒤에 뭐가 있다니 그림자가 보인다느니 그런 것들에는 속지 않아요.”
“맞아요. 더한 걸 우리가 겪었죠?”
“이안아 좀 아슬아슬했다. 스포 각 날카로워.”
“궁금하시면 JBCT2에 저희 리얼리티 본방사수 해 주시고요.”
김 현과 이안이 키득거렸다. Y앱 방송을 하는 동안 이안의 핸드폰에서 모르는 번호로 통화가 오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입수한 이안의 번호가 진짜인지 Y앱에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거는 것이다. 김 현의 핸드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핸드폰 액정을 바닥에 덮었다.
괜히 전화를 받았다가는 이 번호가 내 번호다 확인사살 시켜 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왜 이렇게 룸메냐고요? 우리 둘 다 주영이한테 간택 못 받았어요. 주영이가 제일 깔끔하거든요. 정리도 잘하고.”
“진혁이 부럽다.”
박진혁의 얘기가 나오니 채팅창에 온통 주작 얘기였다. 주작은 연간 랭킹에도 들었던 아위 최고 히트곡이 되었다.
“주작 처음 들었을 때 어땠냐고요? 와 이런 노래를 해도 되나? 싶었죠. 형은?”
“박진혁 얘가 드디어 미쳤구나 생각했지.”
이안과 김 현이 낄낄 웃으며 노가리를 까고 있을 때, 호텔 방문을 누군가 거세게 두들겼다. 이안이 외쳤다.
“누구세요! 암호!”
“최이안 잘생겼다!”
문 너머에서 조태웅이 외쳤다.
“약하다 약해. 더 할 말 없으십니까?”
“간식 사 왔어!”
“통과.”
이안이 문을 열었다. 편의점을 다녀온 김주영과 조태웅이 침대 위에 봉투를 내려놓았다. 뭘 많이 사 왔는지 봉투가 빵빵했다.
“Y앱 한다길래 빨리 올라왔지.”
“뭐 맛있는 거 사 옴?”
“싹 쓸어 왔어.”
“오오.”
김 현과 이안이 그들이 사 온 봉지를 뒤적이는 사이 김주영과 조태웅이 화면에 대고 인사를 했다.
다른 멤버가 합류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에 따라 하트수도 늘어났다.
“오 1억 하트! 처음이야.”
“1억 달성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 순간 방송 화면에 축하 폭죽 애니메이션이 나오면서 1억 하트를 달성했다는 문구가 떴다. 하트 수는 중복이 되기 때문에 하트를 연타해서 빠르게 올리는, 일명 ‘하트 노동’을 하면서 방송을 보는 팬들도 있었다.
“1억 하트 기념으로 아위덤에게 뭐 하나 보여 드리자.”
“뭐 하지? 복도에서 앞구르기 하면서 랩 하기?”
“물구나무서서 노래 한 곡 완곡하기.”
“그건 벌칙 아니야? 어? 잠깐만. 누가 왔는데?”
누군가 방문을 콩콩 치며 노크를 하고 있었다. 이안은 기시감을 느꼈다.
“누구세요!”
[밖에 사생이다.]“야 잠깐, 이건 좀 수상하다.”
이안이 현관으로 달려가려는 조태웅의 팔을 잡았다.
‘경호원은 어디 갔어?’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왔나 봐.]‘와 어떻게 알고 왔지? 스트레스받네.’
이안이 박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다른 멤버들에게 손을 휘저어 계속 방송을 이어 가라고 했다.
(어 이안아 무슨 일?)
“형 우리 방 밖에 봐 줄 수 있어요? 누가 문 두들기는데 수상해서.”
(알았어. 형이 나가 볼게. 절대 문 열어 보지 말고.)
“네 형.”
박동수의 방문이 열리고, “거기 뭐 하세요!”라고 외치는 박동수의 음성이 이안의 귀에까지 들렸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네.’
이안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 * *
폭풍 같은 Y앱 방송이 지나고, 다음 날을 맞이했다. 이날 아위는 오전에는 하이터치회를, 오후에는 악수회와 미니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한다.
“아씨 또 안 나왔어.”
이안의 홈마스터 ‘아이언하트’는 아침부터 개고생 중이었다.
하이터치회는 온라인에서 미리 앨범을 사서 추첨에 응모하는 방식이었다. 다행히 무슨 운이 들렸는지 하이터치회는 당첨됐으나 악수회가 문제였다.
악수회는 일본 이벤트 앨범을 현장에서 사면, 앨범 안에 몇 회차 멤버 누구의 악수회 티켓이 나온다.
회차도 멤버도 전부 랜덤이기 때문에 최애가 안 나오면 교환을 하러 돌아다니거나 인기 멤버인 경우에는 웃돈을 들여 티켓을 매입하기도 한다.
“아 일본 앨범 퀄리티도 구린데….”
아이언하트는 2,500엔 들여 앨범 사서 짐만 되느니 차라리 웃돈을 들여 티켓을 매입할까 고민에 빠졌다. 앨범을 산다고 그녀의 최애인 이안이 나오리란 확신이 없었다.
“제발… 제발!”
그녀는 고민 끝에 앨범 두 장을 샀다. 떨리는 손으로 앨범을 열어 본 그녀가 속으로 절규했다.
“아… 쓰으….”
차라리 조태웅이 나왔더라면 이안의 티켓과 교환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녀의 손에는 이주혁과 박서담의 악수회 티켓이 들려 있었다. 한국에서는 인기가 높은 멤버가 아니라서 실망이 더 컸다.
하는 수 없이 SNS로 이안의 티켓을 구하려던 그녀가 피드를 살폈다. 그녀의 눈이 어느 순간 반짝 빛났다.
‘잘하면 이안이 티켓 구할 수 있겠는데…?’
이주혁과 박서담의 티켓을 찾는 일본 팬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 * *
아위가 이벤트 현장으로 들어서자, 미리 줄 서 있던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와 주혁이 형 팬들 봤어? 줄 완전 길어.”
“아직 시작 시간 많이 남았지 않나? 벌써 대기하고 계신 건가?”
“서담이 줄도 많더라.”
“맞아.”
이주혁과 박서담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오올~ 소리를 내면서 그들의 몸을 툭툭 쳤다.
[일본 애들은 능력 멤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 이주혁이 프로듀싱 멤버잖아. 박서담은 뭐…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먹힐 만한 얼굴이고.]진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팬들의 관심에 박서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을 살폈다.
개인으로 제작한 박서담의 부채 굿즈와 서툴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까지. 박서담이 환하게 웃으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위가 준비를 끝마치고, 하이터치회 시간이 되자,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팬들이 아위의 앞으로 섰다. 첫 번째 팬이 들어오고 이안이 활짝 웃었다.
“안녕하세요! 아, 일본어로 인사해야 했나?”
이안이 일본어로 다시 인사하자, 일본 팬은 서툰 한국어로 인사했다.
그녀가 조심스레 이안과 손을 맞대어 하이터치를 했다.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정말 좋아한다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이안이 웃으면서 응대해 주려는 그 순간, 공연 스태프가 그녀를 밖으로 안내했다.
이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경호원과 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미리 얘기는 들었지만, 이건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원래 이래.]‘그… 그래?’
다음 팬이 들어왔다. 이안이 웃으며 팬을 반겼다. 그녀는 바로 아이언하트였다.
“어? 누나!”
“안녕 이안아. 너 보러 왔어.”
이안의 손에 살포시 하이터치를 한 아이언하트가 다급하게 말했다.
“윙크! 윙크 한 번만!”
너무도 간절하게 소리쳐서, 이안은 윙크를 두세 번 해 주었다. 그녀는 좋아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요.”
“이따가 또 봐!”
스태프가 시간 끝났다고 살짝 밀쳐서 아이언하트는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마주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음 팬으로 넘어가는 광경에 이안이 헛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너무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더라니 한 명당 시간이 매우 짧아서였나….
‘진짜 이래도 되는 거야?’
이 짧은 시간에 2,500엔을 바친다고? 진짜로? 사인도 안 남고 사진도 남지 않는데?
그 생각을 이안만 한 게 아니었다. 오전 하이터치회를 마친 아위는 점심을 먹으러 잠시 대기실로 들어왔다.
“진짜 하이파이브 하고 몇 번 대화 하고 끝이더라고.”
“우리는 너무 편한데… 팬들은 이 시간에 만족하시는 거야?”
이주혁과 박진혁이 심각하게 말을 걸었다.
“만족하니까 이 이벤트를 하는 거겠지?”
“우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인가?”
“그건 팬싸도 똑같잖아요.”
“팬싸보다 낫지 않아? 우리 앨범 컷 수가 꽤 높던데. 여긴 앨범 한 장사고 추첨제니까….”
아위가 심각하게 토론을 이어 갔다.
“그 짧은 시간에도 나 보고 너무 팬이라고 응원한다고 하시는데 기분 간질간질하더라. 그것도 외국인이.”
김주영의 말을 계기로 생각에 잠긴 멤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론은 ‘팬들한테 잘하자’였다.
“…향수 있는 사람?”
“다들 칫솔은 챙겨 왔지?”
“나 효과 오지는 가글 가져왔어!”
“일본어 책 어디 있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