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81
81
우리 단독 대기실 써요?!
-아이돌들이 차트 점령하는거 나만별로냐?
누구 하나 컴백하면 우르르 줄 세우는데 극혐이다 진짜
└나도 아이돌 차트에 줄세우는거 싫어하는데ㅇㅇ 차트 집계 시스템의 문제라고본다
└돌팬들 하루종일 켜놓는다는데 이게 음원사재기랑 뭐가 다르냐?
└솔직히 지금 차트에 있는 아이돌들 다 꼴보기싫음ㅋㅋㅋ아위? 얘넨 뭐임?
└└차트 시스템이 거지같은건데 왜 애먼 아이돌한테 ㅈㄹ이야
“기계나 잡든가. 아주 만만한 게 아이돌이지?”
아위덤 김은하가 씩씩거리면서 답 댓글을 달았다. 그녀가 장문의 댓글을 쓰고 작성 버튼을 눌렀지만 ‘삭제된 게시물입니다.’가 뜨면서 그녀가 작성한 내용이 다 날아가 버렸다.
“아씨!”
김은하는 핸드폰을 던지려다가 참았다. 아직 기기 할부 14개월 남은 신형 핸드폰이었다.
“어?”
대신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얼마나 이용자수가 많으면 들어가자마자 렉이 걸리고 있었다.
[단독]플루토♥핑키레이디 핑크빛 열애… 아이돌계의 ‘러브 시그널’ [단독]아이돌 핫♥커플, 플루토-핑키레이디 집단 연애“진짜네?”
그녀가 루머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썰’이 진짜 맞아떨어진 것이다. 김은하는 쇼케이스 때 만난 사람들의 단체 톡방을 들어가 봤다.
(BD) 내가 뭐랬어요 내 말이 맞죠? – 13:04
(으나) 대박 – 13:04
때마침 블루 딜라잇이 메시지를 보냈다. 김은하가 답장하자마자 톡방이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로 가득 찼다.
“와….”
가십을 좋아하는 김은하는 덕질 톡방이 아닌 다른 머글 친구들한테서도 ‘이거 봤어?’라고 오는 메시지를 받았다.
(으나) 그거? 난 미리 알고있었어 – 13:12
친구들이 어떻게 알았냐며 물어봤다. 김은하는 푸흐 웃었다. 남들보다 빨리 알았다는 것에 대한 희열이 느껴졌다.
(으나) 아는 사람이 관계자라서^^ – 13:15
‘너넨 몰랐었겠지? 어때? 나는 남들보다 연예계 정보에 빠삭하다고.’
이상한 우월감에 빠진 김은하가 ‘머글’들과의 톡을 마치고 덕질 톡방을 다시 켰다.
(으나) 더 아는 건 없어요? – 13:21
(BD) 당연히 있죠 – 13:21
(BD) ㅂㄹㄹㅅ ㄱㅇㅎ이 왜 재계약 안 했는지 아세요? – 13:22
(BD) ㅂㄹㄹㅅ 멤버가 왕따시켜서 나갔대요 – 13:23
김은하가 눈을 반짝 빛냈다. 며칠 전, 근거 없는 루머는 믿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김은하는 더는 없었다.
* * *
쇼케이스가 끝난 후 목요일, 아위는 다 같이 회의실에 모였다.
소속사 영상팀 스태프가 부지런히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윽고 스태프가 오케이 사인을 했다.
박서담과 조태웅이 준비된 말을 읊었다.
“오늘 할 것은 뭐죠?”
“오늘은 우리 사녹 신청을 우리가 직접 신청해 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멤버들이 우와! 감탄을 내뱉었다.
목요일 8시는 금요일에 있을 K사 음악방송의 사전 녹화 신청을 받는 시간이었다.
“서버 시간은 왜 봐요?”
박서담이 노트북에 띄워진 서버 시간 알리미를 보며 박진혁에게 물었다. 박진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누나가 그러는데 사이트 서버마다 시간이 미세하게 다르다고 하더라고.”
“진짜요?”
“어, 그래서 티켓팅이나 수강 신청 할 때 많이 쓴대.”
아위의 사전 녹화 신청은 공식 팬 카페에 새로 개설된 사녹 신청 게시판에 참여 댓글을 남겨야 했다.
박서담이 박진혁의 노트북 화면을 같이 보려 몸을 밀착했다. 박진혁은 노트북 화면을 가린 채 박서담을 견제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조태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이건 순전히 운이지.”
“우리가 이거 성공해 버리면 못 가시는 팬들은 어쩌나?”
“예비 번호 받으신 분들이 가겠지?”
이미 시작도 전에 성공하리라 예상하는 동갑 3인방을 보며 이주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쉽지 않을걸?”
“우리 이거 내기 걸자. 제일 늦게 신청한 사람이 오늘 저녁이나 야식 사기.”
“형! 감당할 수 있겠어요?”
승부욕이 강한 김 현이 자신만만하게 내기를 걸었다. 정산을 받아 통장이 풍족해진 멤버들이 그 내기 제안을 흔쾌히 받았다.
노트북의 서버 시간을 슬쩍 보니 7시 58분이었다. 서버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가 검은색에서 주황색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더니, 시간이 임박하자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왜 내가 다 긴장이 되냐?”
“나 속 울렁거리는데.”
이안은 그냥 맘 편하게 59분 54초에 댓글 버튼을 눌렀다.
순간, 서버 시간 알리미에서 갑자기 띡! 하는 소리와 함께 초에 맞춰 카운트다운 효과음이 울렸다. 이주혁과 김주영이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댓글 작성 타이밍을 놓쳤다.
[역시 터졌군.]‘망했네.’
역시나 흰 화면에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트래픽이 너무 몰려서 팬 카페가 잠시 멈춘 것이다.
“간다!”
“가즈아!”
8시 정각에 누른 멤버들은 이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
“나만 멈췄어?”
김주영이 새로 고침을 눌렀다. 그걸 지켜보던 진이 [새로 고침하면 안되는데….]라고 훈수를 뒀다.
“난 에러 떠서 뒤로 돌아갔는데 이거 망한 거지?”
김 현이 제 화면을 멤버들에게 보여 줬다. 이안이 그를 비웃었다.
“오케이 오늘 야식은 현이 형이 사겠군.”
“안 돼!”
“형 우리 야식 사 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형은 마음이 참 넓어. 아주 바다 같아.”
“아니야!”
김 현이 절규하는 사이에도 팬 카페는 돌아올 기미가 안 보였다. 계속해서 하얀 화면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거 언제 돌아와?”
“이렇게까지 사람이 몰린다고?”
“에이, 여기 사이트가 약한가 보지.”
새로 고침만 연타한 지 3분 남짓 지났을까, 팬 카페가 정상화가 되면서 홈 화면으로 돌아왔다.
이안은 사녹 신청 게시판으로 다시 들어가 보았다. 사녹 신청은 개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비공개 댓글만 허용이지만, 댓글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와… 이거 봤어?”
“뭐가? 어? 우와….”
“실화냐?”
멤버들이 쌓여 있는 댓글 수를 보며 감탄했다. 예비 번호까지 고작 330명 추첨이었는데 약 7천 명이 순식간에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이렇게 많이 몰린다고…?”
“바로 우리 쇼케이스 공연장에서 콘서트 해도 될 수준 아니야?”
멤버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새로 고침을 했다. 선착순이라 이미 진즉에 신청이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댓글이 추가되고 있었다.
“우리 이거 결과는 언제 나와요?”
“밤 10시에 나와요.”
영상팀 스태프가 대답했다. 이안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밤 10시요? 내일 아침 사녹인데요?”
팬들 연령대도 다양한데 연차 쓰고 오고 싶은 직장인들도 있을 테고 다른 사정이 있는 팬들도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 이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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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팬분들도 많은데 너무 촉박한 거 아닌가? 우리 이거 신청 시간도 바꿀 수 있어요?”
“한번 얘기해 볼게.”
영상팀과 함께 녹화를 구경하던 박동수가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멤버들이 오올~ 하면서 이안을 띄워 줬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성공해? 확실한 건 우리 중에는 성공한 사람 없을 듯.”
“이거 뚫고 오시는 분들도 대단하다.”
박진혁과 김주영의 말을 끝으로 영상팀은 녹화를 끝냈다.
영상팀이 찍는 영상은 본인 사녹에 본인들이 신청하는 짤막한 자체 콘텐츠로, 녹화를 뜨자마자 바로 팬 카페에 업로드될 예정이었다.
“신청 수가 저번보다 많이 늘었다더라.”
“그래요?”
박동수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이번 앨범은 시작부터가 운이 좋았다. 수록곡도 차트에 잘 자리 잡았고, 타이틀 곡은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아까 팬들 배려한 거 좋았다. 이렇게만 해. 대중들이 알아주면 더 좋겠지만 아이돌은 결국 팬들 없으면 안 굴러간다. 다른 애들도, 알았지?”
“네 형.”
점점 인기가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자, 멤버들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 * *
아위는 저녁을 먹고 연습실에 남아 가볍게 안무를 맞췄다. 리허설을 자주 하는 K사 음악방송은 다른 음방보다 더 일찍 출근해야 했기에 평소보다 일찍 숙소로 향했다.
“헐, 야 이안이 330명 안에 들었는데?”
“진짜요?”
마침 딱 10시가 지난 시간, 야식을 위해 순위를 확인해 보던 이주혁이 핸드폰 화면을 보여 줬다.
우리 멤버들은 선착순 몆 등일까요?
이안 95등(금손!)
서담 2,407등
진혁 3,874등
태웅 4,971등
주영 5,180등
주혁 6,829등
현 집계 불가능(댓글이 안 달린 것으로 추정)
이안이가 순위권에 들어서 예비 331번까지 사녹 현장에 도착해 주셔야 합니다!
“미친 95등. 쩐다.”
“어떻게 한 거야?”
“가망 없어서 54초에 올렸지.”
이안은 팬 카페에 들어가 ‘댓림픽 95등이 알려 주는 꿀팁’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내용은 ‘아위덤! 댓림픽 꿀팁! 54초에 올리세요! 다들 내일 만나요. 선착 못 들은 아위덤은 다음에 꼭 만나요ㅠㅠ’라고 썼다.
글을 올리자마자 순식간에 댓글이 달렸다. 이안은 웃으며 팬들의 댓글을 하나씩 정독했다.
“그럼 오늘 야식은 현이 형이 쏘는 거네?”
“아! 내가 왜 내기를 걸었지?”
“원래 이런 내기는 제안한 사람이 걸리게 되어 있어.”
죽상인 표정을 한 김 현을 제외하고 다들 소리 내 웃었다.
* * *
K사 음악방송 출근길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기자들과 팬들이 한곳에 모여 플래시를 터뜨렸다.
“여기 봐 주세요!”
“이안아!”
“왼쪽! 한 번 더!”
이안은 어김없이 진의 능력을 활용해 팬들 알아보기에 나섰는데, 주위에 몰려 있던 타 팬들이 신기해서 입을 벌렸다.
‘되게… 많다? 원래 이렇게 많았냐?’
그리고 진의 표식이 전보다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일본 활동으로 한국은 잠시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팬들은 빠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많아졌다.
[플루토 연애 터지고 그쪽 팬이 많이 유입됐어.]‘걔네 결국 터졌구나…. 근데 그쪽 팬이 우리한테 왜 유입이 됐지?’
그리고 인기는 팬들에게서만 체감되는 게 아니었다.
“아위, 드라이 리허설 시작할게요.”
전체 리허설 때도 체감이 쉬웠는데 바로 방송 순서에 있었다. 음악방송 순서는 인기에 따라 뒤 순서로 배정되는데, 아위는 무려 뒤에서 4번째 순서였다.
“크 라이브 잘하네.”
춤을 추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에 오디오 감독이 감탄했다.
* * *
아위는 전체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로 향했다. 오늘도 단체 파티션 대기실에 몸을 구겨 넣을 생각을 하니 벌써 허리가 아파 오는 착각이 들었다.
“어? 이쪽 아니지 않나?”
늘 가던 장소가 본관 쪽으로 향하는 방향에 이주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동수 형! 우리 왜 이쪽으로 가요?”
“아, 내가 말 안 했구나. 너네 이제 공동 대기실 안 써.”
“어… 그럼. 우리 단독 대기실 써요?!”
이주혁이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어, 좀 좁긴 한데 그래도 파티션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우와! 단독 대기실!”
“대박!”
멤버들이 펄쩍 뛰었다.
아위에게 드디어 단독 대기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