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83
83
World tour in Seoul. (1)
월드 투어 기간 약 3달 동안은 무떡밥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팬덤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틈틈이 멤버들의 자체 콘텐츠를 찍었다.
콘서트 이틀 전, 멤버들은 콘서트 굿즈를 살펴보는 짤막한 영상을 찍으러 회의실로 올라갔다.
“와 뭐가 이렇게 많아요?”
회의실 책상에 가득 쌓여 있는 굿즈를 보고 멤버들이 입을 떡 벌렸다. 공식 슬로건부터 열쇠고리, 에코백 등등 종류가 꽤 많았다. 진은 굿즈 위에 둥둥 떠다니며 굿즈를 품평했다.
[원래 콘서트는 굿즈 장사지.]이안이 그 앞에 앉아서 아위의 고로가 박힌 티셔츠를 들었다. 오른쪽 가슴 부분에 작게 자수로 박혀 있는 티셔츠는 언뜻 보기에 아이돌 굿즈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디자인도 일코 가능하게 잘 뽑았네.]‘일코가 뭐야?’
[일반인 코스프레.]‘아… 팬인 거 들키지 않는 거?’
나이가 몇 살인데 아이돌을 좋아하냐, 걔네가 널 알기나 하냐 등등 아이돌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지만 주변 시선이 삐딱할 때가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는 뭐 좋아하는 거 티 내면 안 돼. 오지랖이 너무 넓거든. 아이돌은 특히.]그리고 아이돌 좋아한다고 티내고 다녔다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연애를 한다거나 사고를 쳤을 때 평소엔 연락 없던 지인들의 무수한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보통 이럴 때는 진짜 걱정돼서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거 봤어?”
저마다 굿즈를 뜯어 보고 있던 멤버들이 김 현을 쳐다봤다. 그가 흔들고 있는 것은 바로 아위의 공식 응원봉이었다.
“우리 응원봉이야?”
“아까부터 찾고 있었는데 형이 가져갔구나.”
회사에서는 공식 팬클럽을 받은 뒤 임시용으로 아크릴 응원봉을 판매했었지만, 이건 그 응원봉과는 완성도에서 다른 점이 많았다.
“이거 안에 거 돌아가네?”
“뭔 요술봉 같다.”
응원봉은 동그랗고 투명한 돔 중앙에 아위의 로고를 감싸는 장식이 있었는데, 응원봉을 흔들면 안에 있는 장식이 마치 진짜 모빌처럼 회전했다. 멤버들이 멍하니 그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이거 우리 로고에서 불 들어오는 건가?”
“형 불 켜 봐.”
“기다려 봐, 이거 건전지 들어 있나?”
응원봉을 이리저리 살피던 김 현이 스위치를 켰다. 그는 짧게 비명 소리를 냈는데, 그의 눈과 응원봉이 가까이 있어서 밝은 빛을 직통으로 쐬었기 때문이다.
“악 눈뽕!”
“와 뭐야 엄청 밝아. 원래 응원봉 이렇게 밝아?”
멤버들만 느낀 게 아니었다. 진도 [진짜 밝은데?] 소리를 하며 응원봉에서 멀어졌다.
“이거 손전등으로 써도 되겠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겠는데?”
박서담이 응원봉 상자에 쓰인 설명서를 읽어 보다가 말했다.
“이거 중앙 제어도 된다는데요?”
“와 그럼 팬들이 따로 조작 안 해도 색깔 변하나?”
“우리 쪽에서 조종하는 거일걸? 곡 분위기에 맞춰서 변한다던데?”
“빨리 보고 싶다.”
첫 콘서트의 기대감으로 멤버들이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끝으로 영상 녹화를 끝낸 아위는 다른 굿즈들을 살폈다.
“동수 형! 이건 우리 거 맞죠?”
“어, 알아서 가져가.”
이안이 응원봉을 한 번 더 누르자 응원봉이 빠르게 깜빡였다. 전생과 통틀어 첫 응원봉, 첫 콘서트였다. 이안은 왼쪽 가슴을 꾸욱 눌렀다. 벌써부터 심장이 떨려왔다.
‘빨리 콘서트 날 됐으면 좋겠다.’
* * *
[이안] 아위덤!사진은 콘서트 연습하다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우리 멤버들ㅋㅋ 술래 시점인 이유는 제가 이미 잡혀서 ㅎㅎ 손가락 걸고 있어요.
멤버들 모두 내일 콘서트에서 우리 아위덤 볼 생각에 설레고 있어요. 내일 봐요!
└이안 오빠 벌써 잡힌거에요?ㅋㅋㅋㅋ
└태웅 오빠 왜 기어와요?
└아 나도 콘서트 가고싶다ㅠㅠㅠㅠㅠ
콘서트 날을 기다리는 것은 가수들뿐만 아니었다.
‘너무 좋아.’
아위덤 이다솔은 팬 카페에 올라온 멤버들의 사진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가 침대에 풀썩 누워 콧노래를 불렀다.
(으나) 내일 몇시에 갈거야? – 20:21
(이다솔) 점심쯤에 가려고했는데 – 20:22
(으나) 굿즈 안사? – 20:22
(으나) 늦게가면 굿즈 없을걸? 새벽에 줄서는 사람많을거같아 – 20:22
(이다솔) 헐 진짜? 나 티셔츠랑 볼캡이랑 엽서세트 사려고했는데 – 20:23
(으나) 그거 다들이쁘다고 난리여서 금방 품절될거같아 난 아침 일찍가려고 – 20:23
그렇단 말이지? 나중에 인터넷 판매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이다솔이 벌떡 일어나 핸드폰 알람 시간을 조정했다.
(이다솔) 나도 일찍 갈래 몇시에 볼까? – 20:24
* * *
“애들 가까이서 볼 수 있겠지?”
“핸드볼은 어디든 천국이라더라. 게다가 360도 무대잖아. 더 가까울걸?”
올림픽 공원역에서 만난 이다솔과 김은하가 꺄악 호들갑을 떨었다. 그녀들은 역 밖으로 나가 광장에 들어섰다.
“아이언하트 슬로건도 사 가지구 이따가 저기 카페 들러서 받아야 해.”
“난 배송으로 받아서 들고 왔는데. 사진 셀렉 진짜 오졌음. 색깔도 이쁘게 나왔어.”
“나도 보여줘.”
슬로건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던 그녀들은 만남의 광장 중간쯤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김은하와 이다솔이 경악해서 입을 벌렸다.
“저거 뭐야? 설마 우리 굿즈 줄이야?”
“헐.”
김은하가 줄의 끝에 선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거 아위 굿즈 줄 맞아요?”
“네.”
“헐. 어떡하지.”
일단 그 뒤에 선 이다솔과 김은하가 한숨을 푹 쉬었다.
“망했다. 더 일찍 올 걸 그랬다.”
“그래도 우리까지는 품절 안 되어 있겠지?”
굿즈 판매 오픈까지 아직 5시간이 남아 있었다. 김은하는 길게 늘어선 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그러고 보니 나 전에 홈마 무리들이랑 친해졌다고 했잖아. 플루토랑 핑키레이디 연애한다는 거 들었던.”
“어? 아… 그랬지.”
이다솔이 표정을 살짝 굳혔다. 김은하가 그 무리들과 어울린 뒤로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연예인들의 근거 없는 루머를 계속해서 말했기 때문이다.
“엠오엠 서민후가 그렇게 더럽게 논대.”
“그, 그래…?”
‘아 엠오엠… 고딩 때 좀 좋아했었는데.’ 생각한 이다솔이 괜히 딴짓하는 척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냥 최애만 덕질하지 다른 사람들 얘기가 왜 궁금해.’
이다솔은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얼마 없는 덕친이기에 참았다.
김은하와 이다솔은 굿즈 판매대를 기웃거리며 초조함에 발만 동동 굴렀는데 다행히 아침 일찍 온 덕에 그들이 원했던 굿즈는 다 살 수 있었다.
“아까 본 나눔 글 기억나?”
“다 하트 눌러 놨지.”
콘서트에는 팬들의 자율적인 나눔이 활발했다. 그들은 개인 제작한 멤버들의 굿즈나 간식 등등을 무료로 나눔 했는데, 마치 축제처럼 복작복작한 분위기에 이다솔이 기분 좋게 웃었다.
“리허설 들린다!”
“꺄악!”
팬들은 공연장 밖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리허설 소리에도 함성을 질렀다.
“미친 이거 레드문이야? 레드문이지?”
“와! 레드문!”
어디에도 무대를 하지 않았었던 아위의 수록곡 ‘레드문’의 소리가 들리자마자 김은하와 이다솔이 공연장 쪽으로 찰싹 붙었다.
“빨리 콘 시작 시간 됐으면 좋겠다.”
“우리 일단 나눔 받고 어디 앉아 있자. 이 근처 카페는 자리 다 있겠지?”
“잠실역 쪽으로 가야지 뭐.”
* * *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리허설을 마친 아위는 공연장 스태프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아위는 팬들의 서포트 음식을 마시듯 비워 버렸다.
“아까 동작 연습해 볼걸 그랬나?”
“매트도 없는데 리허설 하다가 다치면 큰일 나.”
첫 콘서트를 한다는 고양감 때문인지 다들 편하게 쉬는 멤버들이 없었다.
김주영과 김 현은 안무 동작을 간단히 추고 있었고, 박서담과 조태웅은 대기실 안을 돌아다니면서 입을 풀고 있었다. 이주혁은 괜히 팬 카페를 들락거리며 손톱을 뜯고 있었다.
“이거 우리 옷이에요?”
“오.”
이안과 박진혁이 스타일리스트가 가져온 행거 쪽으로 다가갔다.
아위의 코디는 평소 음악방송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아위의 팬뿐만 아닌 타 팬덤에서도 ‘코디 맛집’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누나! 이거 봐도 돼요?”
“응. 근데 장식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이안이 조심스럽게 콘서트 의상을 살폈다. 진이 오, 하며 감탄했다.
[아까 스크린도 그렇고 회사가 돈 좀 쓰네.]“이거 자수 장식인 줄 알았는데 전부 보석 장식인데?”
“와 정성 대박.”
심지어 다른 모양으로 컷팅한 큐빅 장식을 마치 자수처럼 이어 바느질을 한 의상도 있었다. 마침 이안이 꺼낸 상의는 박진혁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박진혁이 재킷을 걸쳤다.
“와… 오진다.”
“형 무슨 왕자님인 줄. 프린스 진혁이다 프린스.”
“이거 춤추다가 떨어지면 어떡해?”
“코디 누나의 사랑을 받겠지.”
이안이 다른 의상도 살폈다. 어느 의상이 다 화려하지 않은 게 없었다.
[이 정도 의상이면 몇백은 나가겠다.]‘…이 자켓 하나에?’
[어, 자수 장식이야 요즘은 컴퓨터가 다 해 준다지만 이런 큐빅 장식은 한 땀 한 땀 모양 맞춰 새긴 거잖아. 단가 오져.]‘대박.’
[이걸 7벌이나 준비하니까. 몇천은 되겠다.]다른 사업에 눈 돌리지 않고 무대에 투자한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어쩐지 코디팀이 눈에 띄게 핼쑥해져 있더라니. 이안은 코디 누나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말했다.
“와 누나 옷 대박이에요.”
“그러니?”
코디는 자신의 코를 쓱 비비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의상은 업체에서도 받아 주지 않아서 코디가 직접 바느질을 했어야 했다. 그래도 가수가 알아주니 그동안 고생했던 게 눈 녹듯 풀렸다.
“얘들아! 슬슬 옷 갈아입자!”
* * *
근처 카페와 음식점에서 시간을 때웠던 김은하와 이다솔이 콘서트 입장 시간이 다가오자 공연장 쪽으로 향했다.
“넌 어디야? 난 41구역.”
“돌출이랑 가깝네? 부럽다. 나는 35구역. 이따 보자.”
2층도 간신히 잡았는데 연석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자신의 구역을 찾으러 떠난 김은하를 뒤로하고 이다솔이 공연장 입구로 걸어갔다.
“이거 미리 들고 계시면 안 돼요. 안내문 보시고요.”
“네.”
입구에서는 스태프가 무언가를 나눠 주고 있었는데, 그걸 소중하게 받은 이다솔이 안내문을 꼼꼼히 읽었다.
‘기대된다.’
이다솔이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찾았다. 그녀는 2층에서 2열이었는데, 돌출 무대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연결되어 있었다.
“설마….”
이 계단으로 올라오려나? 그녀의 볼이 순식간에 상기되었다.
“저… 옆자리 앉을게요.”
“아 네!”
이다솔이 일어나 자리에 잘 들어가게 비켜 주었다. 옆자리에 앉은 팬이 들고 있는 슬로건에 이다솔이 반가워져서 말했다.
“아이언하트 슬로건! 저도 샀어요.”
“어머 그래요? 이안이 팬이시구나.”
마침 공연 시간까지 무료했던 이다솔이 옆자리 팬에게 간식거리를 안겨 주었다.
“굿즈 뭐 사셨어요? 전 너무 늦게 나와서 다 품절됐지 뭐예요? 응원봉만 간신히 샀어요.”
“전 아침 일찍 줄 서서 샀어요. 어차피 나중에 인터넷에 풀릴 거 같던데요? 전 빨리 가지고 싶어 가지구….”
옆자리 팬, 장민희와 금세 친해진 이다솔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서로 번호 교환까지 마쳤다.
“어!”
“시작한다!”
공연장 내부의 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암전됐다. 큰 스크린 화면에서는 20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팬들이 꺄악 소리를 지르며 카운트다운을 함께 제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