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84
84
World tour in Seoul. (2)
이주혁이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박서담이 그 위에 손을 얹었다.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 손을 모았다.
“얘들아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다치지만 말고.”
“주혁이 형 긴장 좀 풀렸어요? 형 손톱 없어진 거 아니죠?”
“이제 좀 괜찮아졌어.”
백스테이지에 모인 아위는 늘 그랬듯 둥글게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핸드 마크를 가져온 이안이 멤버들의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지금 밖에 카운트다운 같이하시는 거야?”
“와 개떨린다.”
스태프가 어서 자리를 잡으라고 재촉했다.
“다들 부담 갖지 말고 즐기다 오자. We are who we are?”
“AWY!”
이주혁의 구호를 끝으로 리프트에 일렬로 선 멤버들이 인이어를 꼈다. 어느새 카운트다운이 10을 지나 9, 8… 멤버들이 서 있던 리프트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꺄아악!”
리프트가 올라가면서 멤버들의 얼굴이 보이자 팬들의 함성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객석에 빛나는 응원봉이 너울거리며 흔들렸다.
리프트가 다 올라가고, 무대 위 원형 스크린에 멤버들의 클로즈업 된 얼굴이 화면에 한가득 잡혔다. 마지막, 이안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끝으로 반주가 시작됐다. 첫 순서는 당연히 아위의 데뷔곡이었다.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 우리는 영원해”
이안이 마이크를 들어 곡의 도입부를 부르는 순간 그새 친해진 이다솔과 장민희가 서로 손을 붙잡고 응원봉을 격하게 흔들었다. 팬들이 응원법을 열창했다.
아위가 춤을 추는 동안 코디팀이 공들여 만든 무대 의상이 콘서트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둘, 셋!”
““언제나 당신 곁에! 안녕하세요, 아위입니다!””
첫 곡이 끝나고 멤버들이 손을 흔들어 팬들을 반겼다. 프롬프터 앞에 준비된 물을 마신 멤버들이 인이어를 뺐다. 팬들의 음성을 듣고 싶어서였다.
“오늘 저희 첫 콘이에요.”
“떨려서 잠도 잘 안 오던데 우리 아위덤은 어땠어요?”
‘우리도!’ 스탠딩 앞쪽의 팬이 외쳤다.
“그럼 우리 아위덤 즐길 준비 됐는지 확인을 해 볼까요?”
“일단 우리 앞쪽 구역 분들부터, 우리를 좋아하시는 만큼 소리 질러 주세요!”
앞쪽의 팬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멤버들이 하하 웃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좋아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멤버들이 뒤를 돌아 반대쪽을 쳐다보았다.
“열기가 아주 대단한데요?”
“이쪽도 질 수 없죠. 이쪽 구역 분들도! 소리 질러!”
이어서 다 같이 함성을 지르는 시간을 끝으로 멤버들이 멘트를 쳤다.
“우리 아위덤에게 좋은 무대 보여 드리려고 준비 많이 했으니까 좋은 시간 보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어서 다음 곡 가야겠죠?”
짧은 멘트 시간이 끝나고 아위는 다시 안무 대형을 찾아갔다.
두 곡을 이어서 한 아위는 콘서트 VCR이 송출되는 동안 백스테이지로 내려갔다.
수용 인원을 늘리기 위해 중앙에 무대가 있었고, 대기실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멤버들은 무대 아래쪽에서 바로 의상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팬들 봤어?”
“장난 없어. 이래서 다들 콘서트 콘서트 하나 봐.”
“한쪽 인이어는 계속 빼놓고 싶은데….”
이안과 조태웅이 수다를 떨면서 옷을 빠르게 탈의했다. 스태프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머리와 화장을 손봤다.
“우리 ‘Dawn’이랑 ‘주작’ 하고 다음 뭐지?”
“유닛 스페셜 무대.”
“순서도 까먹는데 프롬프터 없었으면 가사 까먹고 난리 났겠다.”
“전날이랑 오늘 리허설을 두 번이나 했는데 잊어먹으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들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사이 콘서트 VCR에서는 멤버들의 콘서트 준비 과정과 팬들에게 전하는 영상 편지가 송출되고 있었다.
“악 나 저거 안 들을래.”
“저 때 이상하게 감성 충만해지더라.”
박서담이 황급히 인이어를 끼고, 이안이 중얼거렸다. 마침, 김주영의 영상 음성이 백스테이지에서도 들렸다.
(저한테 팬이란… 글쎄요. 말로 정의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당연했으면 좋은 사람들?)
“이열 김주영 시인이다 시인.”
“아 듣지 마! 오글거린다고!”
김주영이 이안의 입을 막으러 달려들었다. 이안이 그를 피해 이주혁의 뒤로 숨었다.
“얘들아 슬슬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 인이어 껴라.”
스태프의 사인을 받은 이주혁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그 순간 산만했던 멤버들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다.
아위는 이어서 단체 버전의 ‘주작’과 블루믹이 만들어 준 곡, ‘Dawn’ 무대를 선보였다.
그 이후 멤버들은 별다른 멘트 없이 백스테이지로 내려갔다. 다시 VCR 영상이 송출되었다. 이번에는 콘서트 특별 파트 바꿔 부르기 영상이었다.
“다음 무대 주혁이 형이랑 진혁이 형?”
이어서 유닛 무대를 진행한다. 힙합 유닛인 이주혁과 박진혁이 의상을 갈아입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와… 함성 죽인다.”
“팬들 안 지치나?”
공연장 상황을 볼 수 있는 작은 모니터에 붙은 멤버들이 물을 벌컥 마시면서 땀을 닦았다.
“형들 장난 아닌데? 숨도 안 차나?”
“무대 찢었다.”
파워풀한 랩으로 무대를 장악한 박진혁과 이주혁은 숨이 차지도 않는지 돌출 무대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팬들은 한쪽 손을 들어 앞뒤로 흔들어 호응했다. 팬들의 손에 든 응원봉이 중앙 제어를 받아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형들 완전 멋있었어요.”
박서담이 백스테이지로 내려오는 이주혁과 박진혁에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안과 조태웅도 그들에게 엄지를 내보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다음엔 보컬 유닛인 박서담과 조태웅, 이안의 차례였다. 그들은 따로 유닛 곡이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참에 이안은 김희상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커버곡 같은 경우 저작권이 얽혀 있기 때문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희상은 오랜만에 본 이안을 반기며 자신의 곡 사용을 흔쾌히 수락했다.
“내 곡 써도 돼.”
“정말요? 감사합니다!”
“대신 자주 찾아오고. 전화만 하지 말고. 와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해.”
“투어 끝나면 자주 올게요.”
핸드폰을 받은 뒤로 김희상과 자주 통화하던 사이가 된 이안이 쑥스럽게 웃었다.
“건강은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지.”
“건강검진 꼭 받으시고요.”
“또 그 소릴… 우리 아들보다 잘 챙기는구먼.”
“저도 아들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이안이 해맑게 웃자 김희상도 허허 웃었다. 이안은 김희상의 오랜 투병 생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계속 건강검진을 권유하곤 했었다.
“이번에 태웅이랑 서담이도 노래 많이 늘었어요. 꼭 보러 와 주세요.”
“그래?”
아위는 작은 보답으로 김희상에게 콘서트 초대권을 줬다. 아마 2층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고 있을 터, 보컬 유닛 세 명은 김희상의 명곡에 먹칠하지 않도록 집중 연습을 했었다.
“그대여, 떠나가지 말아요”
박서담의 짙은 저음으로 시작한 도입부에 관객석에 앉은 김희상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허허… 꼭 오라는 게 이유가 있었군.”
이안이야 말할 것도 없이 잘했었고, 조태웅의 실력도 기대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인기가 많아졌어도 한결같이 정진하는 모습은 그 누구라도 안 좋게 볼 리가 없었다.
“잘하네.”
김희상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댄스 유닛으로 김 현과 김주영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그 시간 동안 다른 멤버들은 의상을 갈아입었는데, 짙은 가죽 상하의 위에 목줄 같은 하네스를 착용했다.
“…생각해 보니 2층에 가족들 와 있잖아?”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점검하던 이주혁이 중얼거렸다.
“아… 할머니.”
“서담이 동생들이 봐도 되는 무대야?”
“맞다. 우리 누나도 와 있어. 미친 이거 평생 놀릴 텐데.”
박서담이 마른세수를 하고 박진혁이 탄식했다.
다음 순서는 콘서트에만 있는 특별 무대 순서였는데, 바로 팬들을 위한 노골적인 팬 서비스 시간이었다.
그들은 수록곡 ‘레드문’을 부르는데, 늑대인간 컨셉의 재즈풍의 곡이었다. 근데 이 곡의 안무가 퍽 멤버들을 곤란하게 했다. 끈적한 웨이브는 기본에 노골적인 표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걸 진짜 해요?”
안무 시안을 봤을 때 이주혁이 했던 말이었다. 안무가는 당연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장담한다. 팬들이 진짜 좋아할 거야.”
“…그래요?”
“부끄러워하지 마. 다른 애들도 콘서트 때 이런 무대 하나쯤은 해.”
팬들이 좋아한다면야….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 안무를 연습했다.
문득 그때의 일이 생각난 이주혁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누가 보든 말든 무대에 집중하는 게 프로로서의 옳은 자세라지만, 가족들 앞에서 이런 안무를 추기가 참으로 민망했기 때문이다.
“이안이 부럽다.”
“일찍 매 맞는 게 낫지 내가 뭐가 부러워. 어차피 우리 가족도 나중에 보게 될 텐데….”
멤버들은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초대권을 뿌렸었다. 김희상과 같은 구역에서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안의 가족은 미국에 있어서, 오늘 공연에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이안이 가족은 미국 마인드잖아. 미국 춤의 나라인데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아무리 나라도 가족이 보는데 이런 안무는….”
이안이 끙 앓았다. 곡의 분위기에 맞는 짙은 스모키 화장을 끝마친 메이크업팀이 눈 비비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것보다 희상 선생님은 어떡하지?”
“…선생님도 오셨어?”
“어, 그때 초대권 드린다고 했잖아.”
이주혁의 동공이 사정없이 떨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매니저, 박동수가 코웃음을 쳤다. 이렇게 우는소리를 하다가도 음악 틀자마자 눈빛이 변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다음 ‘레드문’인데 형 가족들 와 있지?”
“악!”
물론 혼자 당할 멤버들이 아니었다. 조태웅이 넌지시 말하자 김 현이 짧게 소리를 질렀다.
“주영이 너는?”
“우리 가족은 내일 오는데… 아. 내일 어쩌지?”
빠르게 옷을 갈아입던 김주영이 탄식했다. 멤버들이 흐흐 웃었다.
“우리 안무가 뭐 어때서! 팬들은 좋아할 거라고!”
“그래! 우린 당당해!”
“엄마! 엄마 아들 이렇게 힘들게 돈 벌어요!”
멤버들이 단체로 실성했지만, 손은 누구보다 빠르게 이어 마이크를 정리하고 있었다. 중간 VCR이 끝나고,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레드문’의 도입부가 흐르자, 팬들이 꺄악 소리를 질렀다. 응원봉도 곡의 분위기에 맞춰 붉게 반짝였다.
“레드문…! 레드문이다!”
“어떡해!”
장민희와 이다솔이 앉은 상태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시작부터 무릎을 꿇은 멤버들이 그 상태에서 상체 웨이브를 추자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미친… 미쳤어!”
이다솔과 떨어진 김은하는, 무대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 * *
그리고 초대석에서 아위의 공연을 지켜보던 박진혁의 누나, 박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 극혐….”
남매니까 할 수 있는 리액션이었다. 내 동생의 적나라한 비즈니스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박서현이 눈을 돌려 이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거지….”
그녀의 눈이 금세 평화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