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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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도 오디션 역병이 불었나.
아위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공연에 이어서 대만과 필리핀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안과 김주영이 뻐근한 목을 돌리며 말했다.
“비즈니스석인데도 피곤한 거 나만 그래?”
“나도. 일단 연습실 가서 족발 조지자.”
“고거 참 맘에 드네.”
다음 도시 공연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다. 잠시간의 한국 입국이었다.
“아직 안무 쌤 안 왔네?”
아위는 5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월드 투어 기간으로 꽉 차 있었는데, 월드 투어 기간 동안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야 했다. 월드 투어가 끝나면 다음 앨범 준비도 시작해야 했고, 10월부터 시상식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칭부터 하자.”
한국에 오자마자 연습실로 도착한 멤버들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시상식 무대 준비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한국 스케줄도 있었는데, 내일은 치킨 광고, 모레는 잡지 화보 촬영이 있었다.
“가볍게 한 곡? 뭐 할래?”
“당연히 ‘Side Effect’지 우리 주혁이 형 첫 1위 곡.”
이안이 말하자 멤버들이 환호했다. 그 가운데 이주혁이 기분 좋게 웃었다. ‘Side Effect’는 일간 차트뿐만 아니라 연간 차트에 들 정도로 잘 됐는데, 지금도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고 있었다.
“얘들아 잠시만.”
“어? 안녕하세요, 쌤!”
“투어 잘 돌고 왔어?”
BHL엔터 소속 안무가가 멤버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안무가와 반가운 인사 끝에 문 쪽을 살펴보니, 투명 문에 연습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쟤네들이 너네 연습하는 거 보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니?”
“얘들아 어때?”
이주혁이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멤버들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했었다. 고작 30여 명의 연습생들에게 연습 현장을 안 보여 줄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이미 인사 교육이 다 됐는지, 연습생들이 허리 숙여 인사하곤 연습실 벽면에 붙었다. 그들은 의욕적인 표정으로 거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음악은 내가 틀어 줄게.”
“넵.”
음악이 재생되고, 하나둘 그림을 맞춰 갔다. 연습생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요새 춤을 추면서 몸이 유난히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는데 착각이 아니었다. 이안은 거울 안의 자신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월드 투어가 실력 올리긴 직빵이네.’
이렇게 거울로 확인하고 보니, 원래 그룹 자체가 칼군무를 표방하긴 했지만,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멤버 7명의 동작과 발돋움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거의 기계적인 군무였다.
“우와….”
음악이 끝나자, 연습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이주혁이 괜히 뒷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이렇게 잘 맞았었나?”
“쾌감 오졌던데. 한 곡만 더 해 보자.”
박진혁의 제안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Dawn’이었다. 이번에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춤을 추고 음악이 끝났다.
“와… 우리 쩐다.”
“거의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멤버들은 연습생들이 듣고 있는 것도 잊어버린 채 자화자찬했다. 아위의 정산 현장을 목격했던 연습생들은 이제 면역이 된 듯 하하 웃었다.
“역시 월투 돌면 실력 부스터라더니.”
그들은 자뻑에 빠지지 말았어야 했다. 안무가가 눈을 반짝 빛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챘어야 했다.
* * *
“그래서, 10월 말에 바다뮤직 시상식 있잖아. 너희들 생각해 둔 컨셉은 있니?”
바닥에 철푸덕 앉은 안무가가 물었다. BHL엔터는 무대에 신경 쓰는 편이었기에, 안무가가 짜 온 안무를 그대로 따라 추지 않고 안무 컨셉부터 멤버들이 전원 참여한다.
“글쎄요…. 우리 무대 메인은 ‘Side Effect’잖아요?”
작년 시상식 무대가 화제가 되면서 올해 몇몇 시상식에서는 아위의 무대 시간을 꽤 많이 빼 주었는데,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았다.
이주혁이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부작용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
“약물…?”
“그거 말고.”
이주혁이 김주영의 말을 일축했다. 애초에 곡의 가사가 ‘당신이 없어서 내 삶에 부작용이 일어났다.’라는 주제였는데 약물이라는 민감한 소재로 빠져 버리면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근데 진짜 약물밖에 생각 안 나는데?”
“아니면 성형?”
조태웅과 김 현이 말했다. 생각 나는 게 거기서 거기였다. 이안은 연습실 바닥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고민했다.
‘약물… 약물… 수면제.’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불면증은 어때?”
“불면증?”
“가사랑도 맞고. 잠을 못 자서 미쳐 버린 느낌으로.”
“오! 이안이 형 의견도 좋은데, 우리가 환상 같은 거는 어때요? 꿈의 등장인물인 거로.”
“아니면 유령 같은 것도 좋지 않냐? 유령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거야. 호러는 전에 했으니까 사연 있는 유령으로.”
물꼬를 트니 여기저기서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안무가는 그 의견을 빠짐없이 들으며 제 턱을 쓸었다.
“괜찮은데? 현, 너는 어때?”
“좋아요. 무대 중앙에 침대를 놓거나 영화를 오마주해도 그림 좋을 거 같은데요?”
요즘 들어 무대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된 김 현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표출했다. 안무가가 흐뭇하게 웃었다.
“좋아. 한번 같이 고민해 보자.”
그 순간 연습실 문을 열고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소속사 직원이었다.
“이안이 있니?”
“네!”
“안 바쁘면 잠깐 와 볼래?”
뭐지? 이안이 복도로 향했다.
“회의실 가요? 저 스케줄 들어왔어요?”
“역시 눈치 빠르네.”
따로 스케줄이 있는 거면 소속사 검토 끝에 이안에게 통보할 텐데 이렇게 회의실로 부르는 것을 보아하니 꽤 중요한 스케줄 제안이 온 것인가….
‘뭐지? 광고? 드라마?’
이안이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왔어?”
“안녕하세요, 이사님.”
안에는 이사, 서수련과 보컬 레슨 선생인 이희진이 앉아 있었다.
“저 뭐 해요? 희쌤은 왜 여기…?”
이안이 그들이 맞은 편에 앉았다. 서수련은 바로 본론을 말했다.
“이안아 너 중국판 ‘프로젝트 아이돌’ 나갈래?”
어느새 사라졌던 진이 이안의 옆에 붙었다.
[중프아?]‘아씨 깜짝이야. 어디 갔다 이제 와?’
[너네 무대 얘기 노잼이라 다른 데 있다 왔지.]어쨌든, 뜬금없이 중프아라니. 이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거길 왜 나가요?”
“아, 내가 너무 생략했다. 보컬 트레이너로 너를 물망에 두고 있대.”
“저를요?”
데뷔 3년 차밖에 안 됐는데? 말이 좋아 데뷔 3년 차인 거지, 만으로 계산하면 2년도 채 안 됐다. 짧은 경력의 타국 가수를 트레이너로 부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이희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이사님, 제가 설명할게요. 이안아, 내가 중국 유학하다가 만난 친구가 있어.”
이희진은 유학 경험을 살려 중국 아이돌 연습생들의 보컬 트레이너도 맡고 있었다.
“그 친구가 그 프로 투자자거든. 내가 걔한테 너를 추천했어.”
“왜인지 여쭤봐도 돼요?”
“전에 태웅이 실력 늘은 거, 이안이 니가 가르쳐서지?”
“노래 봐준 적은 있는데… 그건 걔가 원래 잘해서 그래요.”
겸손은… 이희진이 피식 웃었다.
“사실 한국에서 프로젝트 아이돌이 잘나가니까 그쪽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에서 생겼거든?”
그쪽도 오디션 역병이 불었나. 이안이 흐린 눈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기네 프로가 화제성이 약하다 싶은 거지. 그래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멤버들 트레이너로 끌어오자는 얘기가 나왔어. 한국이 아이돌 잘 만들잖아? 프.아도 그렇고”
“아….”
“그렇다고 실력이 어중간하면 안 되지, 인기도 있어야 하지. 생각해보니 니가 딱 적임이더라. 그래서 어디 괜찮은 애 없냐고 하길래 냅다 너를 추천한 거야.”
일리 있는 말이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운빨 조지네.]그들을 맡는 보컬 트레이너가 중국 투자자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어쨌든, 흐름이 아위를 향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중국 팬덤이 붙으면 당장 초동 판매량부터가 달라진다.
“너네는 잘 체감이 안 되겠지만, 중국에서 아위 인기가 꽤 높아.”
아위는 데뷔 이후에 무대 장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팬덤이 붙었다. 게다가 단역 출연과 단막극 드라마로 인해 이안에게 늘어난 인지도. 주작, 워터봄버, 타 아이돌의 사건 사고로 유입을 끌어모았는데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구 그 친구가 잘생긴 사람을 좋아해.”
“어머, 그건 누구나 똑같죠.”
이희진과 서수련이 배시시 웃었다.
“근데 저를 불러도 돼요? 걔네 한한령 아닌가?”
“너는 가능하지. 좀 편법이긴한데….”
“제가 가능해요?”
어째 회의실 들어오자마자 물음표 살인마가 된 기분이었다. 이안의 의아한 얼굴을 보던 진이 에효, 한숨을 쉬었다.
[멍청아… 니 국적이 어딘데?]‘…아!’
한국 가수지만 한국인만 아니면 되는 건가. 이안이 금세 뭔가 알아차리자, 이희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할 거니?”
“우리 팀 활동에 지장이 안 간다면요.”
이안은 냉큼 받았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투자자 입김이면 문제없이 들어갈 것이다.
“스케줄은 조정이 가능할 거야. 겹치지도 않고. 대신 좀 피곤할 거다? 연말 무대 준비 기간에 촬영하러 비행기 타고 이래야 돼.”
“바쁜 게 좋죠.”
늘 생각하는 거지만 숙소에서 손가락 빠는 것보다 몸이 축나는 게 훨씬 낫다. 이안의 흔쾌한 승낙에 이희진이 핸드폰을 들었다.
“좋아. 그럼 한다고 얘기 전할게요. 아, 이사님. 정식 문서는 팩스로 올 거예요. 아마 그쪽에서 사람이 올 수도 있고….”
“좋아요. 이안아 이제 가서 연습해도 좋아. 스케줄은 최대한 무리 안 가는 선에서 조율해 볼게.”
“넵.”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의 문을 열다가 멈췄다.
“이사님 저 중국어 선생님도 붙여 주세요.”
“그래.”
[프로그램 이름도 물어봐 봐.]“희 쌤, 프로그램 이름이 뭐예요?”
“우상유니야.”
우상유니… 이안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넌 뭐 좀 알아?’
[우상유니? 흠… 뭔가 익숙한데.]이안은 바로 연습실로 들어가지 않고 휴게실에 앉아 음료수를 뽑아 마셨다. 진의 카메라에서 불빛이 빠르게 깜빡이고 있었다.
[아, 거기 MC로 천신휘 나온다.]‘천신휘? 아림픽에서 봤던 걔?’
[어. 걔네 한국 그룹 망하고 둘기 돼서 날아간 시기가 이쯤이었지.]‘그룹이 망했는데 왜 둘기야….’
[어쨌든, 중국 가서는 대형 소속사 들어가서 드라마에도 꽂히고 잘나가거든? 걔랑 친하게 지내.]단순히 천신휘가 나왔다고 이렇게 기시감이 들지는 않을 텐데. 이안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거기는 트레이너랑 연습생들이 팀을 이뤄서 합동 무대도 하고 그래.]‘그래? 한국이랑 다르네….’
[역시 정식 판권을 안 사 온 프로라서… 근데 너 좋겠다?]‘뭐가 좋아?’
[우상유니 그거, 여자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