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92
92
빚투.
그 기사를 보고 이안과 조태웅이 동시에 생각한 것은 ‘이주혁에게 인터넷을 빼앗아야 한다’였다.
언젠가 알게 될 사실이지만, 이안은 이주혁이 가급적 늦게 알아차리길 바랐다.
내일은 자체 콘텐츠를 찍는 겸, 런던의 관광 브이로그를 찍는 날이었기 때문에 오늘 밤만 인터넷을 안 하게 막기만 한다면 내일 하루는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혁이 형 몇 호실이지?”
“동수 형이랑 같이 쓸 거야.”
이안과 조태웅이 벌떡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
“너도?”
“네.”
마침 옆 숙소 방에서 박서담과 박진혁이 복도로 나오고 있었다. 이어서 김 현과 김주영까지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역시 다들 나와 있을 줄 알았어.”
“전에 우리 방 왔을 때도 다들 이랬어?”
“당근빠따지.”
김주영과 조태웅이 속삭이던 가운데, 이안이 앞장서 방문을 노크했다.
“무슨 일이야? 단체로 와서.”
“형, 주혁이 형 뭐 해요?”
“주혁이? 침대. 왜?”
박동수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멤버들이 서로 눈짓을 하더니 박동수를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무슨 일 있어?”
마침 침대에 걸터앉은 이주혁이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형 잠깐!”
“핸드폰은 안 돼!”
이안과 김 현이 다급하게 외치며 이주혁을 깔아뭉갰다. 남은 멤버들도 그 위에 하나둘 누워서 햄버거 놀이를 했다.
어디서 겪어 본 것 같은데… 이안이 데자뷰를 느낄 새도 없이 무게에 짓눌린 이주혁이 끄악 비명 소리를 냈다.
‘너무 힘을 줬나?’
이안이 옆으로 몸을 굴렀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뭐 하는 거야? 주혁이 피곤하대. 얘들아 일어나.”
박동수가 또 시작이군, 중얼거리며 이주혁을 깔아뭉갠 멤버들을 치웠다. 조태웅이 이주혁의 손에 든 핸드폰을 뺏었다.
‘뺏었음.’
‘좋아.’
조태웅과 눈빛 교환을 한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쓸데없는 행동이었다.
“얘들아, 그러지 않아도 돼. 나 다 봤어.”
“뭘 봐?”
아직 소식을 모르고 있는 박동수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켜 기사를 보여 준 이안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벌써 봤어?”
“너네가 봐서 올 정도면 난 이미 봤지. 연락도 많이 오고.”
“괜찮아?”
이주혁은 습관적으로 괜찮다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왠지 여기까지 단번에 달려와 준 멤버들에게 못 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속마음을 살짝 털어놓기로 했다.
“아니?”
“…….”
“좀 속상하긴 하네.”
박서담이 울상을 지으며 이주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떻게 이럴까 싶기도 하고.”
이안이 이주혁의 표정을 살폈다. 외모만 봐서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서울 콘서트에 찾아온 이주혁의 엄마는 그럴 사람이 아니어 보였다. 가족끼리 사이도 돈독해 보였고 이주혁이 깍듯이 대하기도 했었다.
그런 이안의 생각을 읽었는지 이주혁이 말했다.
“기사 나온 사람은 내 친엄마일 거야.”
“아….”
“내가 어렸을 때 이혼했거든. 이런 문제 때문에.”
그랬구나. 순식간에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멤버들을 보며 이주혁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기사를 훑어보던 박동수는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그는 한국으로 통화를 걸면서 멤버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건 회사가 해결해야겠다. 내일 놀아야 하는데 일찍 자러 가라.”
“형 내일 우리 오지게 놀자.”
“형도 일찍 자요!”
이주혁도 따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안이 조태웅의 뒷덜미를 잡았다.
“잠깐잠깐 나 할 말 있어, 형! 절대 갚아 주지 마!”
“형이랑 회사가 알아서 잘하겠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이안과 조태웅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너는 저런 거 없었냐?”
“나?”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에 몸을 담았으니, 주변 사람들의 유난도 심했을 것이다. 이안의 물음에 조태웅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돈 달라는 친척이나 엄빠 지인들 많았지.”
“어떻게 했어?”
“다 먹금했어. 뭐, 지금 어디서 내 이름 팔아서 사기 치고 있을지도 모르고… 근데 난 복잡한 가정사가 있는 게 아니라서.”
“그래?”
“근데 주혁이 형은 우리 집 상황이랑 살짝 다르잖아?”
소속사 통해 입장문을 내도, 떡밥을 문 기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아마 가정사가 낱낱이 까발려질 것이다. 자세한 사정도 알지 못한 채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 그 과정에서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주혁1)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 7:25
(이주혁1) 이미 회사 통해 입장문낼거고 빚은 안 갚아줌 – 7:25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본인 걱정이나 하지.’
[공식입장] 친모 ‘빚투’, 아위 주혁 “어릴 때부터 친모와 교류 없었다…. 피해자에게는 죄송함 뿐.”‘母 빚투’ 아위 주혁, “부모 어릴 때 이혼했다. 이미 연 끊은 지 오래….”
소속사는 이주혁의 말을 전해 듣자마자 빠르게 기사를 올렸다.
-빚투 돌판에서는 처음이지 않냐?
└누가 빚투?
└└아위주혁 엄마
└어제도 배우판 누구 터지지 않았냐?
└가족 잘못 만난 연예인들 왜이렇게 많아
-빚투 터지기만 하면 다 연 끊었다고 하네ㅋㅋㅋ
패션 이혼일지 누가 앎?
└그럼 연 끊었다고 하지 뭐라함?
└아니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또 신박한 어그로네 아프면 병원에 가
-그래서 피해자한테 돈은 안갚아주려나보네?
피해자만 엿됐네ㅋㅋ
└왜 갚아줘 ㅅㅂ 지잘못도 아닌데
└안갚아주는게 나아 갚아주면 다른 연예인들 빚투도 다 갚아줘야할걸?
[문화] ‘친모 빚투’ 아위 주혁은 어떤 삶을 살았나. [김예은의 연예계 리포트] 아위 주혁 빚투, 핏줄이 어디 가겠나.연예인들 가정사 파헤치기에 재미 들린 기자들은 우려했던 것처럼 제멋대로 소설을 써서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아 기레기 새끼들….’
이안이 허공을 바라보다가 어색함에 사방을 쳐다보았다. 이쯤 되면 옆에서 깐족거릴 기레기가 보이지 않았다.
‘근데 얘는 어디 갔어?’
* * *
걱정과는 다르게 이주혁은 밝아 보였다. 아위는 단체로 런던의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여기가 거기야? 마이디어 공연한 곳?”
“겁나 크다.”
조태웅이 가장 가 보고 싶었다던 축구장이었다. 멤버들은 9만 석 규모의 경기장을 보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우리가 저기 공연할 일은 없겠지?”
“아 그건 좀… 꿈은 크게 잡아야 한다지만 여긴 에바다.”
“우린 소박하게 잠실이나 꿈꾸자고.”
“잠실이 소박하진 않지 않아요?”
“여기에 비하면 소박하긴 하지.”
아위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런던과 파리를 지나 마드리드에 도착한 아위는 늘 그랬듯 공연을 준비했다.
“동수 형! 케이크 준비됐어요?”
“오케이.”
“주혁이 형이 몰라야 하는데.”
김 현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아위는 여느 때와 똑같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신나게 공연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을 무렵이었다.
이주혁이 팬이 던져 준 국기를 살펴보고 있을 때, 이안이 말했다.
“*오늘, 8월 4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죠. 우리가 마드리드에서 공연한 날이기도 하지만….”
백스테이지로 뛰어간 박서담이 초에 불을 붙인 케이크를 조심스레 들고 왔다.
팬들이 환호하고, 이주혁이 하하 웃었다. 숙소에서 멤버끼리 조촐하게 축하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럴 줄이야.
“뭐야. 이런 건 언제 준비했어?”
“형이 생각보다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야.”
김 현이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우리 리더, 주혁의 생일을 다 같이 축하해 주세요.”
갑자기 앞쪽의 팬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뭐지?’
이안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팬들이 뭔가 준비한 게 있나?
“생일 축하합니다~”
조태웅의 생일 축하 노래를 시작으로 현지 팬들은 한국어로 된 생일 축하 노래도 잘 따라 불렀다.
“사랑하는 주혁이 형 생일 축하합니다~”
“빨리 불어 불어.”
이주혁이 촛불을 한꺼번에 불자, 어디선가 종이 꽃가루가 날아와 이안의 이마에 붙었다. 뭐지? 소극장 콘서트라서 따로 꽃가루 같은 무대 장치는 없었다.
“어?”
“우와!”
2층에 있던 팬들이 종이로 된 꽃가루를 손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이어서 스탠딩 구역의 팬들이 헬륨 가스로 채운 풍선을 허공에 띄웠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저 풍선은 여태까지 안 터진 게 신기하다.”
“어쩐지 앞에 빈 구멍이 많더라.”
팬들의 환호에 화답한 멤버들이 환하게 웃었다. 자발적인 이벤트는 언제나 마음이 간질간질해진다.
“우리 공연이랑 생일 겹치는 거 또 누구야? 부럽다….”
“안 겹쳐도 합동으로 하지 않을까?”
이벤트를 멍하니 지켜본 이주혁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얘들아, 그동안 나 신경 쓰느라 고생했어.”
이주혁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속은 꽤나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하필 인터넷도 잘 보는 편이라 기사가 뜬 이후로 여기저기서 떠오른 억측과 루머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괜히 땅을 파고 있었다.
야 너 괜찮냐?
하필 인기 오질 때 이러냐ㅋ
걱정인지 긁으려는 건지 모를 연락 없었던 사람들의 연락도 사실 짜증이 나기도 했다.
주혁아 엄마 괜찮아. 너는 괜찮니?
엄마 아빠는 신경 쓰지 말고. 외국이니까 몸 더 잘 챙기고.
가족에게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마침 월드 투어라 바쁜 시기여서 그랬지, 공백기 때 겪었더라면 계속 땅을 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 이제 괜찮아.”
“진짜?”
“진짜.”
“그럼 됐어.”
멤버들이 코를 쓱 비볐다. 멤버들은 이주혁이 괜한 기사에 신경 쓰지 않게 거의 하루 종일 붙어 다녔었다.
이주혁의 후련한 표정을 본 멤버들은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뿌듯했다.
“*사진 찍어요!”
케이크를 든 이주혁을 가운데 두고 멤버들이 모여 앉았다. 박동수의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멤버들이 이주혁에게 속삭였다.
“형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사람은 인생 최대 업적이 형을 낳은 거밖에 없을 듯.”
“출산이 위대하긴 하지.”
“아 진혁이 형 또 핀트 나간 것 봐.”
이주혁이 하하 웃었다. 가족 같은 멤버들이 여섯 명이나 있으니 이제 괜찮을 것 같았다.
그날 아위의 SNS 계정에 마드리드 팬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 올라갔다.
-주혁이 웃는다ㅠㅠㅠ다행이야ㅠㅠㅠ
-주혁아ㅜㅠㅠ웃는거보니까 맘아프다ㅠㅠㅠ
* * *
[어딨어….]허공에 뜬 카메라가 렌즈의 방향을 바꿔 가며 사방을 훑었다.
[야! 나와!]진의 외침이 허공을 가르는 가운데, 어느샌가 나타난 저승사자가 말없이 진을 훑어보고 있었다.
“작아졌군.”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데?!]“너의 할 일을 해라. 귀인을 보필해.”
[걔는 알아서 잘해서 내가 할 일이 없다고! 애초에 걔한테 날 왜 붙여 준 건데! 나보고 어쩌라고!]“글쎄… 아직 깨닫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데.”
진의 렌즈가 저승사자의 눈 바로 앞에 밀착했다.
[대체 뭘 깨달으라는 거야!]“아직도 모르고 있으니… 가망은 없겠군.”
저승사자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씨발…!]저승사자가 떠나간 허공에 맴돌면서 아악! 연신 비명 소리를 지른 진이 지쳐서 중얼거렸다.
[다시 돌아갈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