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93
93
우리가 도와줄게.
모스크바를 끝으로 유럽 투어를 마친 아위는 미국으로 향했다. 주요 도시를 돌면서 공연을 했는데, 월드 투어의 마지막인 뉴욕 공연에는 이안의 부모님과 지인들이 백스테이지를 찾아왔다.
“*오랜만이야.”
“*멋있더라, 마이디어 같았어.”
“*농담하지 마.”
오랜만에 본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사진을 찍은 이안이 멤버들에게 돌아갔다.
“이안이 친구 많은 것 봐.”
“인싸다 인싸.”
수군거리는 멤버들에게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자, 다들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안은 뒤에서 웃음을 참았다.
“얘들아 다들 멋있더라.”
“감사합니다!”
이어서 이안의 부모님 앞에 선 멤버들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와 주셔서 감사해요”
이주혁이 내민 손을 맞잡아 악수를 한 이안의 아버지, 최성문이 이주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이어서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씩 훑었다.
“혹시 법적인 문제 있으면 이안이 통해서 얘기하고.”
“무슨 그런 소리를 보자마자 해? 소속사가 잘하겠지. 얘들아 잘 지내고 있었니?”
이안의 어머니, 나현주가 최성문의 어깨를 퍽 쳤다.
바다 건너 이안의 부모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아들 소속 그룹에 대한 시가나 여론 반응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빚투로 시끌시끌했던 이주혁의 상황도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최성문이 엄살을 부리다가도 멤버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소속사한테 다 맡기지 말고, 이런 문제는 개인도 잘 챙겨야 해. 알았지?”
나현주가 한숨을 쉬었다.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대학 동문들이 한국에서 많이들 일하고 있으니까. 도움 필요하면 꼭 연락하렴.”
“그래, 연락해.”
변호사 부부의 단호한 말에 멤버들이 기분이 좋아져서 환하게 웃었다. 말만으로도 든든한 뒷배가 생긴 느낌이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말 필요할 때 연락드릴게요.”
의젓한 이주혁의 대답에 나현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이안과의 통화를 통해서 멤버들이 얼마나 재밌고 괜찮은 애들인지 간접적으로 느꼈었던 나현주는 멤버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안이가 친구 복이 있네.”
백스테이지에서의 짧은 시간을 마무리 짓고, 아위 멤버들은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루의 짧은 휴가가 끝나면 한국으로 들어가서 시상식 준비를 마무리해야 했다.
“월투도 이제 끝이구나.”
“그러게….”
“재밌었어….”
멤버들이 허탈하게 말했다. 어디선가 끈이 툭 끊어진 듯 탈력감이 들었다.
“나만 뭔가 허무하냐?”
“나도.”
“이게 블랙러시 형들이 말했던 콘서트 현타인 건가….”
박진혁의 말을 끝으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콘서트 현타는 팬들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 가수들도 느끼고 있었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품에 안은 이안이 말했다.
“현타 안 느끼게 또 콘서트 해야지 뭐. 다들 진짜 호텔에서 쉴 거야?”
“그래야지.”
“우리 집 와도 되는데.”
“넌 휴가받지 않는 이상 가족들 볼 일 없잖아.”
“맞아 가족끼리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
이안이 망설일 때, 조태웅이 이안의 어깨를 떠밀었다.
“푹 쉬다 와라.”
“…그래.”
이안이 먼저 일어났다. 공연장 복도로 나오다가도 그는 뒤를 돌아봤다. 월드 투어의 마지막, 후련하기도 했지만 허무하기도 했다.
‘다음에도 팬들이 우리를 찾아 줄까?’
이 인기가 갑자기 꺾이는 날이 오면, 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망돌 때는 인기가 간절했는데, 막상 그 인기를 가지고 나니 불안한 건 과거와 똑같았다.
‘그래도 재밌었어.’
다양한 팬들의 이벤트는 언제 겪어도 기분이 좋았다. 투어 일정이 빼곡하진 않아서 비는 시간에는 멤버들과 관광지를 둘러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안은 다음에도 이런 공연을 할 기회가 많기를 바랐다.
* * *
따로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안이 부모님께 물었다.
“공연 어땠어요?”
“재밌더라. 우리 아들이 이런 재능이 있었나? 싶고.”
데뷔 쇼케이스도 왔었지만, 본격적인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팬 서비스를 하는 아들이 낯설기도 했다.
“우리 아들이 제일 잘하던데?”
“제가 좀 잘하긴 하죠.”
“그럼 그럼 우리 아들이 최고지.”
이안이 최성문과 수다를 떠는 사이, 나현주는 백스테이지에서 멤버들과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했다.
“뜬금없이 아이돌 한다고 했을 때는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요?”
말리지 않고 보내 줘서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다. 가끔 통화할 때도 걱정하는 기색은 나타내지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 이안이 뒷머리를 긁었다.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애들이 요즘 애들 같지 않고 다 착하더라.”
“태웅이는 사근사근해 가지고 우리 아들 해도 되겠어.”
“아 엄마 그건 좀….”
나현주가 깔깔 웃었다.
“소속사 대표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더라. 어제 통화했었거든.”
“대표님이랑도 통화하세요?”
이안이 깜짝 놀라서 조수석의 등받이를 잡았다.
“분기마다 해. 너네 대표님이 시차 생각해서 연락 오더라. 아들이 타지에 있으니까 걱정 많으실 거라고 잘 지내고 있다고 너 인기 많다고 걱정 말라고 하던데?”
“우리 대표님한테 그런 세심한 면이.”
“처음 봤을 땐 덩치 커서 무슨 조폭인 줄 알았잖니.”
하긴 조폭 출신 연예 기획사 대표도 종종 있으니 오해할 만도 했다.
그나저나 이병헌 대표가 주기적으로 연락한다니, 게다가 이안의 부모님한테만 전화를 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멤버들 부모님께 전부 전화를 돌렸겠지. 이안은 소속사를 아주 잘 만났다고 생각했다.
“온 김에 할아버지도 보고 가.”
“그럴게요.”
이안의 조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정착한 이민 세대로, 요식 사업이 대박이 터져서 프랜차이즈로 확장해 보기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였다.
“다 왔다.”
이안은 차에서 내려 집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이 몸이 익숙해져서 미국의 집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 * *
짧은 휴식 끝에 한국으로 온 아위는 여정을 풀 새도 없이 회사로 향했다.
“으어 지친다.”
멤버들이 연습실 가운데에 드러누웠다. 이안은 이주혁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형, 이 곡 편곡해 줄 수 있어?”
“무슨 곡?”
“나 우상유니 트레이너 무대 할 거.”
이주혁은 이안이 재생한 음악을 들어 보았다. 팝송인 줄 알았는데 중국 노래였다.
“이게 중국 히트곡이래. 근데 좀 심심한 거 같아서.”
“이거로 하게? 가사 외우기 빡셀 텐데.”
“그래도 화제 몰이 하려면 현지 노래가 낫지.”
트레이너 무대 하라고 판을 깔아 줬는데 받아먹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김 현과 김주영도 나섰다.
“가볍게 안무도 넣자. 우리가 도와줄게.”
“시상식 무대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순식간에 이안의 곁으로 몰려든 멤버들이 이안이 할 노래를 들었다.
“노래 좋은데 뭔가 올드한데?”
“20년 전 노래래. 중국 국민가요라더라.”
“이거 무대는 가서 하는 거야?”
“아니 녹화 따러 한국으로 온대.”
“그래? 그럼 몇 큐 찍겠네.”
“그리고 끝까지 다 부르는 건 아냐. 1분 30초만 하면 된대.”
“그럼 괜찮겠다.”
이주혁이 편곡점을 잡고 김주영과 김 현이 가볍게 몸을 풀면서 생각나는 대로 움직였다. 이안은 그 모습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 * *
시상식 준비도 막바지였고, 이안은 우상유니의 트레이너 무대 녹화를 위해 일산의 한 스튜디오로 향했다.
“여기 우리 뮤비 찍었던 데 아닌가?”
“그랬을걸?”
이주혁과 김 현, 김주영이 구경한다고 따라왔다. 그들은 마지막까지도 이안의 곡과 안무를 점검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뭘, 니가 거기서 팬들 땡겨 오면 우리야 좋지.”
김 현의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역시 그런 것도 계산하고 있었나. 말은 저렇게 해도 다들 의리로 나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안이 하하 웃었다.
이어서 우상유니의 스태프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자, 이안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월드 투어는 잘 마쳤나요?”
“*네, 오시는 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거리 얼마나 된다고요. 준비는 잘했나요?”
“*그럼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스태프가 예의상 웃었다. 중국 국민 가수의 곡을 부른다고 할 때는 깜짝 놀랐지만 기대는 하지 않고 왔다.
우상유니에 나올 스케줄을 조정할 때, 월드 투어와 시상식이 겹쳐서 따로 자신들의 프로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가볍게 한번 찍을까요?”
“*네.”
이안은 수신기를 뒷주머니에 꽂고선, 핸드마이크를 가볍게 돌리면서 무대 중앙에 뒷짐 지고 섰다.
음악이 흐르고, 잔잔한 브라스 음이 도입부를 시작하자 스태프가 깜짝 놀라서 이안을 쳐다봤다.
“*편곡까지 했단 말이야…?”
이안이 노래하는 곡은 중국의 국민가요로, 발매된 지 오래돼서 지금 듣기에는 약간 촌스러울 느낌의 곡이었다.
“*좋은데…?”
하지만 이주혁이 요즘 세대 느낌에 맞춰 편곡하니, 아예 세련된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한 느낌이었다.
“*아깝네….”
게다가 곡에 맞춰 리듬을 타고, 가볍게 춤추는 이안의 모습은 1분 30초의 짧은 무대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완벽했어요. 한 번만 더 찍죠.”
스태프들이 카메라의 방향을 수정했다.
“뭐래?”
“완벽했다고 한 번만 더 찍자는데?”
“우리 눈에도 괜찮아 보였는데… 더 찍는다고? 립서비스 아냐?”
사실 곡을 더 들어 보고 싶어서 한 말이었지만, 아위 멤버들은 한큐에 끝날 줄 알았던 녹화가 계속되자 이 중국인들이 예의상 하는 말인가 싶어서 살짝 불안해졌다.
“글쎄… 립서비스는 아닌 거 같은데.”
이안이 그 반응을 살피며 다시 중앙으로 향했다.
그 뒤에 이안은 두 번 연속으로 무대를 녹화했고, 순식간에 지나간 무대에 스태프들이 엄지를 추켜세웠다. 통역을 담당하는 스태프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정말 최고였어요.”
“*그랬나요?”
“*빨리 공개하고 싶을 정도예요.”
흥분해서 말이 빨라지는 스태프를 보며 이주혁이 이안 곁으로 다가왔다.
“이안아 이거 물어봐 줄 수 있어?”
이안이 이주혁의 귓속말을 듣고는 그대로 전했다.
“*편곡을 우리 리더 형이 했는데, 혹시 괜찮았나요? 원곡자분이 들어 보시고 괜찮아야 할 텐데요. 곡을 많이 건드렸는데, 무례하다고 느끼진 않을까요?”
“*아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어요. 아마 원곡자분도 좋아할 거에요. 따로 음원을 내면 좋을텐데….”
계속 퍼펙트를 말하는 스태프의 모습에 이주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안무도 완벽했어요.”
“안무도 쩔었대.”
“진짜?”
김 현과 김주영의 얼굴도 밝아졌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왔던 스태프들은 타국의 가수가 자신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렇게 성의 있는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에 깊게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가창력도 완벽했고… 원래 발라드곡이라서 어떻게 꾸려 갈지 궁금했는데. 한 명이 무대를 하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꽉 차 보였어요.”
“*감사합니다.”
스태프는 영상이 공개되면 꽤나 폭발적인 인기를 끌 거라 확신했다.